제국의 종말 -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타임라이프 세계사 18
타임라이프 북스 지음, 김훈 옮김 / 가람기획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생각해 놓은 것이 있어,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시절을 다룬 책이나 전시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책 <제국의 종말>은 타임라이프북스 세계사 시리즈의 전형적인 장점을 보여준다. 치우치지 않는 시각, 풍성한 도판, 다양한 각도의 접근과 당시 인물들과 문화 소개,,, 사실 시리즈의 다른 권은 좀 무미건조하고 지루해서 의무감으로 읽었던 적이 많았는데, 이번 권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이 워낙 잘 되어 있어 그런지 내가 이 시기와 이 시기의 인물들에게 관심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친구분들께 추천할 만한 책이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합스부르크 가'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에레제베트 황후 위주로 황실 인물들을 다룬다. 1차 대전 발발과 관련한 황태자 이야기 등등. 이쪽 역사 이미 읽고 아는 분들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다만 좀더 생생하다고나 할까. 책의 장점은 2부에 있다. 2부 '백성들의 다양한 열망'에는 황실 가족 외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당대를 열정적으로 살았던 세 인물을 통해 그 시대를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반전 작가 베르타 킨스키, 노동운동가 아델하이트 드보르자크, 빈 시장 카를 뤼거를 통해서. 특히 카를 뤼거가 지지를 얻는 과정을 보면, 이후 나치즘이 오스트리아에 '먹히게 된' 싹이 보여 흥미롭다. 3부 '오스트리아의 참된 소리'는  음악가인 요한 슈트라우스, 화가인 클림트, 작가인 츠바이크, 심리학자 프로이트를 통해 그 시대의 문화와 시대정신을 다룬다. 이 부분도 각각 이들의 책이나 전기를 읽었으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 '직조' 과정을 통해 그 시대의 면면을 대략 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그래도 역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도판과 설명이다. 링 슈트라세 사진과 그 설명을 보자.

 

1857년, 황제의 명령을 받은 빈의 건축가들은 중세의 성벽을 허물고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옛 성벽의 토대 위에는 링슈트라세로 알려진, 구 시가지를 둘러싼 길이 3km 가량의 아름다운 환상 도로가 들어섰다. 그러나 1867년에 이르러 교회와 군대라는 불안정한 토대를 기반으로 한 유일 통치자로서의 지위가 무너지면서 전제정치는 종말을 고했다. 그 잿더미 위에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입헌 군주정의 상징물들이 들어셨으며, 신흥세력인 시민계급은 그런 건물들을 세속문화와 법치의 전당으로 여겼다.

링슈트라셰는 서구의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여 주었으며 (중략) 맨 왼쪽에 자리잡은 국회의사당은 고전시대 그리스 양식의 외관을 보여주며, 그 다음에 보이는 시청은 플랑드로 고딕 양식을, 대학 건물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을, 그 너머로 높이 솟은 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을, 육각형의 돔을 갖춘 극장은 바로크 양식을 각각 따랐다.

- 본문139쪽에서 인용

 

저물어가는 제국의 마지막 총역량 집중으로 보여준 모든 시대 유럽의 영광. 그리고 부르주아지의 의미 부여라니! 이런 도판과 설명만으로도 그 시대 프란츠 요제프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성격을 에둘러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어린 왕자처럼 의자를 옮겨가며 이 장엄한 제국의 저녁 노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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