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한국인의 시각에서 세계사를 조망한다
오귀환.이강룡 지음 / 페이퍼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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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자 아닌 저자가 역사서를 쓸 경우, 그 저자의 직업이라든가 삶의 이력이 역사 서술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피며 읽는 것도 재미있다. 이번에는 저널리스트 두 분이 함께 쓰신 책이다. 확실히, 내가 질색하는 점 - 역사 에피소드를 흥미위주로 나열만 하고 개념없는 개그 발언해대는 점 - 이 없어서 좋았다. 동양사편과 서양사편을 나눠 서술했다고 들어서 그런지 읽다보면 관록있는 한 분과 젊고 패기넘치는 다른 한 분, 두 분의 각각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런 대중 역사서는 새로운 지식 습득보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 사실을 이 저자분은 어떤 시각에서 서술하고 의미 부여를 해 주고 계신가, 하는 점을 파악하며 읽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분들의 개성이 확연히 보인다. 대중 역사서로 기획된 다른 세계사 통사류들과 차별점을 가진 책이다. 물론 이 책도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저자분들은 사건의 단순 나열에 급급하지 않는다. 700쪽이나 되지만 전세계의 모든 역사를 총망라해서 요약해 들려 주지도 않는다. 동서양 역사의 큰 흐름에 따라 왜 세계가 지금의 모습으로 되었는지를 알려주려는 듯이 한 꼭지에 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시절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관련 역사와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다 언급해 준다. 놀랍고도 재미있다. 예를들어 501쪽의 오스만 제국 부분에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쇠퇴와 그 몰락한 제국의 영토를 차지하려는 영, 프 등 제국주의 열강들의 각축과 1차대전, 2차대전의 관계까지 설명하다가 지금의 팔레스타인 문제, 이스라엘 건국과 아랍 민족주의, 오페크까지 한 번에 흐름을 서술해 준다. 다른 책에서 만나기 힘든 서술 시각이다. 흥미로웠다. 한마디로 편히 앉아서 전문가에게 개인 브리핑을 받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저자분들의 경력이 이런 식으로 글에 반영이 된 것일까? 중앙아시아 지역 서술, 티베트 불교 부분, 신자유주의 부분 등 독립된 칼럼 같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다 현재 세계 각 지역의 제반 문제들과 관련해서 서술해 주신다. 개그식으로 말하자면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불편한 진실은 이렇습니다." 하는 식으로 과거 역사를 논하면서 현재 문제의 원인을 밝혀 주고 있는 것이지 뭔가. 십자군 전쟁 이야기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네오콘 언급하듯 말이다. 덕분에, 이 책은 고리타분하지 않고 아주 유용한 역사책이 되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세계와 인간을 보는 시각이 정당하다. 개념있는 세계관을 갖고 서술한 책이다. 맘에 든다.

 

조금 내용이 아쉽다면, 아무래도 전 세계를 다 다루다보니 어느 부분은 약간 좀,,, (아, 표현을 제대로 못하겠다) 그랬다는 거,,, 좀 자료를 덜 보셨나,,, 싶었다는 거. 283쪽의 명시절 정화 함대 서술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은 정화 함대가 유럽보다 수십 년 먼저 인도양 전역을 누볐지만, 북경 보수층의 대륙중심주의에 막혀 주저앉고 말았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늘 유목민족과 대륙 내에서 대립해야만 했기에 바다 진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중국의 실정을 좀더 밝혀 주셨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299쪽의 임진왜란 부분에서 '이 전쟁을 과거 조선 왕조 이래 '임진왜란' 이라고 부르는 것이 지나친 조선-한국 중심이라면, 일본의 연호를 앞에 붙인 뒤 '에끼'라는 작은 규모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일본적인 무책임주의-무반성주의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라는 부분은 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임진왜란을 명에서는 '만력의 역萬曆之役', 일본에서는 '분로쿠노 에키文祿之役'라고 각각 자국의 연호를 써서 '00之役'이라고 하는 반면, 중국 황제의 연호를 쓰기에 독자적 연호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60갑자를 따서 보통은 '임진왜란'이라고 하지만 '임진지역壬辰之役'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한치윤, <해동역사>에 임진지역 표기 나옴). 이렇게 볼 때 '役에끼'표기만으로 일본 비판하는 것은 좀 무리이지 않을까. (아, 이 부분은 나도 정확히 모른다. 의문만 제기할 뿐이다. 아시는 분, 알려 주세요.^^) 또 395쪽 -400쪽까지의 미국 독립 혁명 부분은 너무 이상적으로 서술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식민지 내부의 부유층, 엘리트층이 자신들의 이권을 수호하기 위해 식민 모국에 저항한 부분은 안 써 주셨기에 하는 말이다. 497쪽의 인도네시아 독립 전쟁 부분에서 수카르노의 일제 부역 부분을 안 써 주신 것은 아쉽다. 아, 왠지 이렇게 쓰고 나니 죄송스런 기분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고 깊이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친구분들께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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