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 이상의 도서관 4
아베 긴야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중세 유럽 산책>에 이어 중세독일사학자 아베 긴야의 미시사를 읽었다. 저자는 중세 유럽의 농민, 목자, 나루지기, 목로주점 주인, 제분업자, 목욕탕 주인, 집시, 거지, 편력하는 직공 등 중세를 살았던 다양한 서민들의 삶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세의 삶을 대개 사극영화나 설화 등을 통해서 공주, 기사 등 지배계층 위주로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목욕, 세금, 농업, 빵, 거지에 대한 적선 등을 통해 진짜 땀냄새 진동하는 중세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당연히 기존의 중세 역사서에서 왕이나 황제, 교황의 역사와 영토 분쟁 등을 지루하게 접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중세유럽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독일지역 위주이기에 읽어가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있듯 기독교 지배하의 중세와는 달리, 일반 서민의 풍습엔 기독교 이전 게르만의 신화와 풍습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새로웠다. 물론 기독교와 결합한 형태이긴 하지만. 그리고 파도 거센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 모양의 빵을 강물에 바치던 풍습 등, 일반 민중의 풍습은 동서고금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서양만의 전통이라는 것이 근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며, 중세 시절에는 차이보다 인류공통의 풍습과 문화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더욱 공부해서 알아보아야 할 듯.

 

무식한 독자 주제에 어줍잖게 말해보자면, 이런 역사서 읽는 행위를 통해 나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면, 현재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더욱 깊고 넓어지게 되는 즐거움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은 책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을 다 읽고난 독자를 가리키는 명칭인듯. 책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외친다."구경한번 잘했네~" 

 

사족

1 책 표지가 아주 예쁘고 세련되었다. 겉을 싸지 않고 그냥 들고 다니며 읽어도 '폼난다' 지금 같이 읽고 있는 중세사책으로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도저히 들고다니며 읽지 못하겠다. -_-;;

2 브뤼겔의 그림이 앞에 컬러로 실려 있다. 신난다.

3 '저지독일어'와 '고지독일어'의 차이를 몰라서,(지리적 차이 외에) 저자가 설화를 언급하면서 말한 부분 일부를 이해못하겠다. 누구 아시는 분 깨우침 주십사.

4 틸 오일렌슈피겔 설화의 내용을 몰라서 아쉽다. 저자 말로는 일본에서는 독일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던데. 그 유명한 케스트너의 문장으로. 이 부분 역시 아시는 분 도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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