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보는 유럽사 - 한눈에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유럽 문장의 비밀
하마모토 타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달과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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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 이야기 잘 해주시는 좋은 세계사 선생님께 배웠다면 아마 '튜더 로즈'에 대해 알 것이다. 장미전쟁 부분에서 꼭 해 주어야만 하는 설명인데, 영국의 왕위계승전쟁시 요크 가의 흰 장미 문장과 랭카스터 가의 붉은 장미 문장을 합한 이중 장미 문장이 바로 튜더 로즈이다. 이렇듯 서양사 배우는 과정에서 문장을 알면 훨씬 이해와 암기가 쉽다. 그외 일반인들도 잘 아는, 역사상 유명한 심벌이 뭐가 더 있을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라든가 고대로마, 신성로마제국을 거쳐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미국까지 쓰고 있는 독수리문장도 떠오른다. 이들은 현재까지 효력을 갖고 있는 심벌들이다.

 

너무 멀게 느껴지는가? 그럼,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잔의 바닥을 보라. 도자기회사의 문장이 있다. 유럽 도자기의 경우, 그 문장은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이 있다. 그것도 아님, 지금 마시고 있는 와인의 레벨은 어떠한가?

 

그렇다. 이 책은 지나간 역사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럽의 문장들에 대한 책이다. 각 심벌의 기원과 의미, 변화와 소멸, 현대적 계승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실생활과 무관하지 않은, 살아있는 역사 상식이어서 더욱 재미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배너'가 중세 유럽 기사들의 개인 깃발에서 유래했다는 것, 흥미롭지 않은가?

 

뜬구름 잡는 중세 왕족 귀족들의 고리타분한 문장이야기라고 지레 짐작하지 마시라. 이 책을 보면, 문장 등 심벌 표식은 지배자의 권위를 강화하는 수직 방향의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도시, 길드 등 일반 민중들의 연대를 나타내는 수평방향으로 발전해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 베드로의 열쇠 상징만 해도, 대개 교황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지만, 중세 도시 열쇠장이들의 조직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점. 또한 시민혁명기를 거쳐 문자교육이 보급되고 개인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지배계급의 인장은 점차 그 효력을 잃고 개인의 사인이 더 인정된다는 것. 정말 재미있다.

 

이 책을 읽었으니, 앞으로 다른 역사서나 역사소설을 읽을 때, 사극 영화를 볼 때, 더 풍부하게 알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펼치면 양쪽으로, 마치 중고교 교과서의 편집 체계처럼 주요 인명, 사건, 용어 풀이와 해설이 바로바로 실려 있어서, 역사에 좀 자신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흠이라면 도판이 흑백이고, 용어가 일본식 한자어로 번역되어 있다는 점. 부록의 유럽 지도에 같이 실린 주요 왕조 연표도 아주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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