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녀 사냥
브라이언 P. 르박 지음, 김동순 옮김 / 소나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는 15세기 말에서 18세기 말까지의 마녀사냥의 원인을 두 가지 측면, 즉 지적인 기반과 사법적인 기반에서 찾고 있다. 즉 당시 지배 계층인 성직자, 신학자, 법률가가 만들어 낸 마녀 이야기가 일반 민중에게 고문이나 공개 처형 등으로 강제로 심어져 마녀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여 광적인 마녀사냥으로 이어진 점을 밝힌다. 그리고 13세기 이후 고발이나 고소가 없더라도 사법관이 혐의자를 체포, 심문, 재판에 회부할 수 있도록 사법 제도가 변한 점에 주목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바와 다르게 마녀 사냥이 중세 당시보다 근대 초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점으로 보아, 중세의 광신이 아닌, 종교 개혁 시기의 사회불안이 마녀 사냥의 여건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각 나라별, 시대별 자세한 예가 뒷받침된다.

 

죄 지은 자는 그 죄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렸다. 즉 마녀에게 죄를 돌려 자신의 도덕적인 순결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마녀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속죄양이었다. (13쪽)

 

그러나 복합적인 마녀술 개념의 형성과 전파의 원인이 되고, 악마가 인간 생활에 관여한다는 믿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준 것은 반란, 선동, 무질서에 대한 지식인의 공포였다. 14세기 말 일련의 사회적 반란을 겪으면서 사바트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03쪽)

 

정치적 혼란, 특히 그 혼란의 후유증은 지배 계층에게 마녀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마녀 사냥은 엘리트층에게 사회 질서에 도전으로 간주되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아주 긴박한 정치적 변화 속에서 법적 기능이 마비된 틈을 이용해 법망을 피한 범법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225쪽)

 

결국 이렇게 볼 때 마녀에 대한 공포는, 지배층의 민중 혹은 체제 도전 세력에 대한 공포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21세기인 지금까지 마녀사냥이라는 용어가 살아 남아 쓰이는 것이리라.

 

서양 영화나 역사서를 볼 때마다 심심찮게 나오는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배경을 알기에 좋은 책이다.

 (흠, 마녀사냥을 다룬 책을 보면 고야의 그림이 꽤 인용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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