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 우리시대의 지성 5-011 (구) 문지 스펙트럼 11
주경철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한참 주경철 저자분 전작 읽기를 하던 시절에 읽었는데 리뷰를 쓰지 않고 미뤄 두었었다. 본문에 저자가 언급하는 책에 대해 아는 책, 읽은 책보다 모르는 책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눈 뜬 것 같아서 다시 이 책을 읽고 리뷰 남긴다. 그 사이 게레멕의 <빈곤의 역사>도,<프라토의 중세 상인>도 번역본이 나와 이 책에 소개된 명저들의 국내 번역본이 다 나왔으니까.

이 책은 서양사학과 신입생들을 위해 학부 수업용으로 만든 프린트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전공인 중세말 근대초 서양 사회경제사에 관련한 프랑스 학자들의 명저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같은 혼자 읽는 독자의 경우 참으로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두서없이 읽어대는 나는 피렌의 <중세유럽의 도시>를 읽고도 그 책에서의 주장이 현재 고고학적 발굴과정에 의해 거의 반박되었다는 것을 몰랐지 않았는가. 그냥 명저라고 귀동냥으로 들어 본 책을 띄엄띄엄 읽다보니 이런 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다 체계적인 역사서 독서 커리큘럼과 스승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저자가 다루는 명저들은 다음과 같다. 게레멕의 <빈곤의 역사>,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와 <아동의 탄생>, 호이징하의 <중세의 가을>,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과 <서양중세문명>, 피렌의 <중세 유럽의 도시>, 포스탄의 <중세의 경제와 사회> , 이리스 오리고의 <프라토의 중세상인>, 브로델의 <물질 문명과 자본주의>, 긴즈부르크의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맥닐의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그리고 라스카사스, 홉하우스의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크로스비의 <녹색 세계사>이다. 내가 읽은 책은 반밖에 안 된다. 이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지도라고 생각하고 책상에 갖추고 계속 들춰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저자분의 매력인 쉬운 문장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흐름과 주요 쟁점이 절로 파악된다. 정말로 나처럼 혼자 읽다가 오독에 빠지기 쉬운 독자에게 유용한 책이다.

대중 역사서 위주로 읽다보니, 이런 책들을 읽지도 않았음에도 요약 인용 내용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마치 다 읽은 것처럼, 안 읽어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 머리에 저자가 인용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다음 말을 기억하자. "요약하는 자들은 지식과 사랑을 모두 망쳐놓는 놈들이다. "라는 말! 이제 저자의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으면 본문에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읽어가야 하리. 앞으로 나의 독서작업은 좋은 스승님을 만난 덕에 참으로 즐거운 여정이 될 것 같다. 고마워요, 주경철 선생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