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미국사 - 인종과 문화의 샐러드, 미국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국 역사 교사 모임'의 야심찬 '처음 읽는 세계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는 터키사였는데 그 책이 아주 좋아서 이 책도 별 고민 없이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책은 괜찮은 교과서같은 느낌이다. 지도, 사진, 도표가 풍부해서 더 교과서같은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세계사 통사에서 짧게 미국사를 접하고 처음으로 미국사를 전체 한 권으로 읽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할 것 같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침대에 누워 읽을 수 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원래 미국의 주인들의 문명, 역사 이야기가 1장에 걸쳐져 있다. 전체의 1/8분량이다. 2장은 유럽인의 침략, 3장은 독립전쟁과 미국의 탄생, 4장은 미국의 서진과 완성, 5장은 남북 전쟁, 6장은 19세기 후반부터 1차대전까지, 7장은 대공황과 2차 대전까지, 8장은 냉전시대부터 911을 거쳐 오바마까지를 다룬다. 다른 책에 비해 원주민과 그들을 몰아낸 서구인들의 미국 건국, 형성 과정을 비중있고 올바르게 다루고 있다. 그 분량이 책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바로 콜럼버스(멀쩡히 잘 존재하던 미대륙을 '발견'했다고 묘사하는)와 독립전쟁, 남북전쟁의 의의 나열로 들어가버리는 다른 책들에 비해 아주 맘에 드는 구성이어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상하게도, 베트남 전쟁이후 현재까지의 미국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2차대전 이전까지의 미국사는 별 문제의식 없이 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대외적 패권구사의 문제점은 이미 미국 형성과정에서 다 드러난 점의 재판이자 삼판이자 전지구적 확대재생산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내적 정책의 실패는 이민으로 인한 미국 형성과정에서 기득권을 놓고 벌어진 일들의 재판, 삼판인 것이고. 그런 정확한 지점을 알려 주기에 이 책의 이런 구성은 아주 맘에 들었다. 또 20세기 이후의 미국사는 세세한 자국사보다 전체 세계와의 관계 위주로 서술해 주신 점도 좋았다. 어차피, 우리 입장에서 보는 미국사니까 그렇다.

 

책을 읽어가면서 혼자 실실 웃었다. 이 책을 집필하신 선생님께서 얼마나 고심을 하셨을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의 미국과 우리(특히 전쟁 원조를 기억하시는 어르신들)가 생각하는 미국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채워 서술할 것인가, 쓸 데없는 태클은 피하면서,,, 하는 고민을 하신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덕분에 이 책은 하워드 진이나 브루스 커밍스의 역사책보다는 온건한 표현으로, 기존 교과서 서술보다는 진보적 시각을 담는 성과를 이룩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좀 싱거웠다. 좀더 세게 서술해도 될 것을! 하하. 예를 들어, ''고립주의 원칙이 미국이 내세우는 대외 정책의 기본 노선이었다. 물론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 원칙은 기꺼이 포기되었다(본문 292쪽)" 혹은 "트루먼 독트린은 이후 30여년간 미국 외교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되었다. 미국은 소련과 공산주의에 반대하기만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억압적인 독재 정권도 지원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런 미국의 행위는 미국이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 국민을 희생시킨다는 이유로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본문 316쪽)"와 같은 문장. 저자의 고심이 느껴져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세계사 책에서 미국사 부분 요약된 부분만 읽으면, 사건 연대와 그 의의 위주로 저자의 시선만 따라 읽게 된다. 식민지 엘리트들의 이권을 챙기기위한 독립전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위대한 혁명이 되어버리고, 연방의 와해를 막기위해 명분을 획득하고자 선언한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은 인류애가 가득한 선언으로만 보게 된다. 미국의 생산품을 소비할 시장 확보와 공산주의 확장을 막기위한 마샬 플랜은 유럽의 전후 복구를 위한 형제애로 여기게 된다.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실력행사였던 70년대의 오일 쇼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지 이기적인 아랍의 자원 민족주의 탓으로만 알게된다. 아아, 미국 혹은 모든 강자들이 내거는 '명분'은 일단 한번 의심해 볼지어다!

 

결국, 1차대전 패전국 식민지에만 적용시키려는 전후처리용 윌슨의 민족 자결주의를 믿고, 미국의 지원을 오해하며 3,1운동 일으킨 우리 조상님네들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역사의 진행 과정을 다 자신의 눈으로 목격하고 판단과 의의는 자신이 내려야 한다. 그리고, '명백한 운명'이후 미국인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 이면의 구린내를 늘 맡아내야만 한다. 안 그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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