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 루터와 칼뱅, 프로테스탄트의 탄생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2
올리비에 크리스텡 지음, 채계병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16세기 유럽의 종교 개혁사의 큰 흐름을 빨리 잡기에 적합한 책이다. 15세기말 에라스무스 등 인문주의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루터와 칼뱅을 주로 다룬다가 바르톨로뮤 대학살과 낭트 칙령, 네덜란드 독립으로 끝맺는다. 세계사 통사나 각국사에 조금씩 흩어져 있는 내용을 한 권에 몰아서 읽는 듯하지만 기존 통사류에서 당시 로만 카톨릭의 타락 위주로 간단히 종교개혁의 원인을 말하고 지나가는 것에 비해 독일, 프랑스 내의 사회, 경제적 문제점도 언급해 주고 있는 점이 좋았다. 신학적 논점보다 큰 역사적 과정 위주로 서술되어 있고 독일 위주가 아닌 점도 마음에 든다.

 

또 괜찮은 점은 이 책의 도판이다. 시공사의 이 시리즈는 다 도판이 호화찬란한 편이지만, 어느 정도 주제와 관련없는 그림들이 난삽하게 배치된 책도 있는데 이 책은 구교, 신교간의 입장과 각자 상대에 대한 공격, 선동(찌라시같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판화들이 많아서 흥미로왔다. 이런 시각으로도 종교 개혁사를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저자의 약력을 보니, 프로테스탄티즘의 역사와 시각 예술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내가 그때그때 리뷰를 써 놓지 않은 책들이 많은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짧게, 20분만에 '쓰고 빠지는' 수법으로 리뷰 써 버릇하다보니 묵직한 클래식 역사서 리뷰를 안 써 놓아서 막상 내가 참고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아서 고생했다. 하지만 덕분에 이 기회에 전에 한 번 읽고 던져 놓았던 책들을 다시 읽게 되었으니 뭐 인생만사 새옹지마인셈. 이 책도 전에 읽고 좀 무시했던 책인데, 이번에 다시 보니 전에 안 보이던 것이 보였다. 토마스 뮌처를 언급한 거라든가, '마지못해 루터는 종교개혁자가 된 셈이다'라고 루터에 대해 평한 부분 같은 거. 분명히 인쇄된 활자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전에 이 책을 읽을 당시의 나는 그 부분을 못 봤다. 아니,  안 보였다. 얇은 입문서를 썼다고 저자의 지식이 얇은 것은 아닌데, 이전의 나는 내가 무식해서 몰랐기에 안 보고 지나갔으면서 이 책과 저자를 얕잡아 본 것이었다. 새삼, 나란 인간의 얇팍함을 깨닫게 된다.   

 

1524-1525년 이러한 문제들이 극적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는 에라스무스가 루터에 대항해 자유의지에 대한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인문주의와의 결별이 이루어진 시기로, 루터는 주기적으로 독일을 뒤흔들고 있던 토지문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강제 부역문제로 1524년 6월 슈바르트발트에서 시작된 농민반란은 슈바벤, 남부 독일, 알자스, 튀링겐, 그리고 작센 지방으로 확대되었고, 농민들은 사회적인 요구와 종교적인 요구가 담긴 12개 조항을 제시했다. (중략) 하지만 튀링겐에서 일어난 농민반란은 과격한 토마스 뮌처의 영향을 받고 이었으며, 도를 지나친 폭력에 대한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루터는 탄압자 편에 가담해 제후와 귀족들에게 '베고 참살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농민반란이 마침내 1525년에 이르러 유혈진압되도록 했다. 뮌처는 참수형에 처해졌다.  

- 본문 57쪽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은 그 '개혁'이라는 용어 때문인지 그가 모든 방면에서 개혁가이고 진보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사람들은 착각한다. 아니, 기존 역사서에서 그렇게만 언급되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하지만 농민봉기에 대한 루터의 대응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부분, 좋은 책을 통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 당시 독일 농민 항쟁과 관련해서 말이다. 그런데 검색해보면 종교 전문 출판사의 책들만 보여서 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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