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 -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2
크리스토퍼 듀건 지음, 김정하 옮김 / 개마고원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몇 권 읽은 이탈리아사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이탈리아사이지만 저자는 다른 책과 달리 고대 로마제국 부분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 통일 운동 - 리소르지멘토 - 시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다른 각국사 통사류들처럼 모든 과정을 다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전체 이탈리아사를 관통하는 몇 가지 논점들을 놓고 집중적으로 통일 이후 현대까지의 이탈리아사를 말해 준다. 멋진 시선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이탈리아의 정체성과 지리적 특수성을 먼저 논하고 시작하지 않는가!

 

특히 남북 지역 갈등이나 현 이탈리아가 지닌 사회 경제적 문제점들의 근원을 지리적 역사적으로 밝혀주는 부분에서는 나도 몰래 '햐, 햐~'하고 감탄하며 읽었다. 또 다른 책들이 나폴레옹 전쟁 이후 이탈리아의 민족적 각성 부분을 너무도 단선적으로 서술하는데 비해 이 책은 각 지역별로 계급별로 나눠서 분석해 주는 것도 멋졌다. 예를 들자면 나폴레옹 시기 통일 중앙 정부의 경험을 통한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각성은 나폴레옹 행정부에 참여했던 귀족이나 중간급 지주 계급 엘리트들이나 경험했다는 것, 또 남부 칼라브리아의 가난한 농민들은 "공화국이 되어도 세금을 많이 걷는다면 공화국은 필요없다"라고 생각했다는 것. 너무 멋져서 질투까지 나는 시선이다. 이분의 역사 서술이 참 마음에 들어 더 찾아 보니 <파시즘과 마피아>라는 책이 있는데, 번역본은 없다. 아쉽다.

 

자,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고대 로마제국 멸망 이후 이탈리아에는 통일된 이탈리아라는 국가 개념이 없었다. 도시 국가의 코무네라는 자치기구는 혈족 위주로 운영되었기에 권력 다툼시 가문의 이익만을 위해 도시에 외세를 끌여들이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세계제국 개념을 갖고 있던 신성로마제국은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반도를 늘 지배하려고 했고 여기에 프랑스 세력은 좌시하지만은 않았기에 이탈리아는 외세의 각축장을 이루었다. 중세를 거쳐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중해무역에 나선 도시 국가들이 번영을 누려 르네상스의 찬란함을 이루기도 했지만, 근대까지 이탈리아 북부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 남부는 에스파냐의 지배와 간섭을 받는 역사가 이어진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침략을 받으며 싹트기 시작한 통일 이탈리아에 대한 열망은 이후 1848년 프랑스의 2월 혁명의 영향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마치니의 청년 이탈리아 당을 중심으로 리소르지멘토란 통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헌법에 의한 통치와 외세 배격 독립, 통일을 내건 이러한 운동은 왕국과 공화국, 교황국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사보이 왕국의 카보우르 수상과 '붉은 셔츠 의용군단'의 가리발디 장군이 활약, 1861년 드디어 이탈리아왕국이 성립된다. 이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세력을 몰아내고 로마 주변의 교황령을 점령하여 1870년에 드디어 통일전쟁을 마친다. 그러나 지역적 계급적 분열과 미흡한 민족적 정체성은 민족의 위대성을 외치는 파시스트당의 무솔리니의 독재를 허용했고,  2차대전을 겪은 후인 1946년에야 군주제를 폐지하여 드디어 마치니의 염원이었던 이탈리아 공화국이 탄생한다. 그러나 분리 독립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심한 남북 경제 격차로 인한 지역 갈등과 마피아, 조직 범죄, 언론 재벌 등 현재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전히 버겁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 이탈리아의 제반 문제들이 어디에서 기원했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기 딱 좋은 책이다.

 

위와 같은 기본 지식의 습득 외에, 어떤 한 시기의 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면 그 시기만이 아니라 앞뒤시기를 다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굳혔다. (아! 그래서 한 줄 쓰기위해 한 권 읽어야하니 시간은 엄청 걸린다. 힘들어 죽겠다.  -_- ) 그리고 이런 저자의 '독자의 개안을 가져오는' 시선은 객관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저자의 농익은 세계관에서 비롯한다는 생각도 굳혔다. 행복했던 독서 경험이다.

 

이상한 점 :

36쪽에서 '펠라그라'가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문둥병의 고유명칭이라는 옮긴이 주는 뭔가?

71쪽에서 12세기 인물인 프리드리히 2세 이야기에 17세기의 30년 전쟁은 왜 끼어서 서술하셨지?

프라하 창문 투척사건이후 보헤미아의 왕으로 추대된 팔츠 선제후 프리드리히 5세와 헷갈리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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