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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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글이 사회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누구나 내뱉을 수 있는 평범한 말이 아닌, 비난의 화살과 흔들리는 입지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외치는 말 한마디가  나약한 서민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한겨레 칼럼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는 미시경제와 재정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개혁을 외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우리 정부를 혹독하게 야단치는 글을 보면서 속이 시원했던 적도 있고, 이렇게 앞장서서 정부정책에 비판만 일삼는데  무사하실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교육, 부동산, 대운하 건설, 세금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 실어 당당하게 발표한 글을 주제에 맞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과표 9억원이 넘는 부동산도 없고, 사교육을 마음껏 시켜줄 만큼 여유도 없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정부가 그리 맘에 들지 않았던 나에게 이준구 교수의 글은 맞아...맞아 가 연달아 나올 만큼 공감되고, 응원을 보내고 싶어질 만큼 시원시원하다. 미국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표현한 부분(p141  3-4행)을 제외하면  알고자 하는 나의 호기심과 외치고자 하는 객기를 시원하게 풀어주었던 책이다.

 

글에서 꼬집는 정부는 참여정부이기도 하고 이명박정부이기도 하다. 대부분 괄호로 표시를 해놓았지만 일부 글에서는 살짝 헤매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쓴 칼럼들이라 대부분 현재 진행형 문제들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대운하 건설 역시 저자의 말처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애매모호한 발언을 남기며 여전히 도마위에 올려진 상태이고, 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금 문제 역시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관심을 갖고 읽었던 교육문제에 대한 글은 심장이 벌렁거릴 만큼 두근거리게 한다.  현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엄마들에게 얼마나 큰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는지 , 제발 정책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현정부의 1년치 성적표에 해당하는 글을 읽어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에도 귀기울여주는 최선의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비판만 하고 현정부를 나무라는 글이라면 동감하면서도 거부감이 생겼을 듯.하지만 이준구 교수는 왜 그 정책을 밀어붙이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적절한 대안을 일러주기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운하 건설이 왜 부적절한 정책인지, 어떤 면에서 경제발전에 역행하는 요소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확실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여입학제에 대해서 감성과 이성이 다른 입장을 취해, 스스로 뭔가를 주장하기 힘들겠다고 고백하는데,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간다.  솔직함과 함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이 있었기에 많은 시민들이 열광했을 것이다. 제목 자체도 매우 흥미롭다.

 

슬픈 종부세( 진짜 슬픈 이야기)

종부세여, 안녕(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웬 녹색 뉴딜? (잘못 사용된 언어에 대한 비판)

501호 김씨 가족의 분노( 이 글 읽고나서 우리 집에도 한바탕 폭풍이 몰아쳤다!)

문제는 민생이야, 바보 ( 제발 , 정부 관계자들이 읽어주었으면)

영어강의가 대학교육을 망친다 (기존 갖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깨준다)

짜증나는 차량 5부제 (글쎄?)

도박, 마약, 그리고 비만세 (고개가 자꾸 끄덕여진다)

억울하게 매맞는 3불정책( 본고사, 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남의 일이 아니다)

이외에도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들이 많다.

 

스스로 '보수적 성향의 자유주의자' 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단지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갈 뿐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좌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나 역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상관없이 저자가 바라는 대로 잘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부담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서 편안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세상, 쓸데없는 곳에 피같은 세금을 쏟아붓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는 현명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부자보다는 서민들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신문도 제대로 안 보고 ,뉴스에 나오는 답답한 현실을  자꾸 외면하는 나같은 서민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잘 굴러가는 것이라는 믿음은 부질없는 것이다. 모르고 있을 때는 마음 편했는데, 모든 실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나니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수많은 촛불행사를 지켜보면서, 그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서민임을 알게 되었다. 글이 쉬우면서 힘이 있다. 막연하게 비난을 퍼붓고 질책하는 게 아니고 함께 사는 세상을 걱정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작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는데, 게시판도 활성화 되어 있고, 제자들에게 보내는 훈훈한 편지도 줄줄 올라오는 따뜻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눈과 귀가 활짝 열린 지식인으로 많은 서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글을 써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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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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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 혼자가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에게도 혼자라는 건 결코 당당하거나 뿌듯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친구가 없고 배우자가 없고 가족이 없다는 건 분명 외롭고 쓸쓸한 일이다,라는 편견을 확실하게 날려주는 책이다. 혹, 미술관에  혼자 온 여자들이 왜 많을까, 남자는 혼자 미술관에 가면 안될까. 미술관에 혼자 오는 여자들의 심리는?  이런 이유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몇 장만 읽어봐도 낭패임을 금방 알게 될 것.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심리에세이다 . 저자 역시 두번의 이혼을 겪으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아픔을 알고 혼자 삶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두려움을 겪을 만큼 겪으면서, 결국 인간은 혼자일 수밖에 없으며 '나' 스스로 행복해야  함께 있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여자는 남자의 그늘 아래서 보호를 받아야 행복해질 수 있고, 나아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뿌리박혀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반박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주와 달나라를 왔다갔다 하는 이 시대에도 그런 의식이 사회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으니...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유명인 모씨의 인터뷰에서 본 글인데,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인생은 최소한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독립운동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요"라고 답하는 부분을 읽고 경악했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 대화를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보았다면 얼마나 충격적이고 힘이 빠졌을지 짐작이 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가족으로 묶이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너그럽지 못하다. 저자는 그런 문제에 대해 냉철하게 꼬집는다.

 

20여년간 심리치료사로 일한 저자는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자 책을 냈다고 한다. 그동안 만났던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인간 심리에 대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나 책을 접목시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구체적인 이름(물론 대부분 가명이겠지만)과 상황이 제시되어 있어서 훨씬 실감난다. 심리 이론을 늘어놓는 전개가 아니고 마치 에세이처럼 일기처럼 느껴져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다.

 

혼자 살면 외로울거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애인이 있고 배우자가 있어도 얼마든지 외로울 수 있다. 오히려 옆에 누군가가 있는데 외롭고 쓸쓸하다면 더욱 비참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저자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여자들, 남편과 헤어져 혼자가 된 여자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 힘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면 누가 옆에 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법이다. 다른 사람에 기대어 얻어지는 행복은 잠시의 짜릿한 즐거움일 뿐, 영원할 수는 없다.  

 




     
   나는 평생 동안 더 나아지기 위해, 더 착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 나 자신과의 관계는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지하면서 말이다. 작년 여름 마흔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더 이상은 안 돼!' 이제 더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끝없는 노력에 묻혀 살지 않을 것이다. 내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삶에 쏟을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거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 자신을 중심에 두겠다는 뜻이다. 이제 나 자신과 나와 관련되 것들을 먼저 생각하겠다. 이제는 내가 먼저다.(p264)  
     



내가 중심이 되지 않는 관계는 위선으로 가득차, 결국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는 관계, 모두 오래 갈 수 없다. 혼자 남게 될까 두려워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혼자 남게 되는 걸 불행의 씨앗이라 여기지 말고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 진지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어쩌면 진정 내가 바라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삐삐 롱스타킹을 혼자서도 아주 행복하게 잘 사는 인간에 빗대었는데,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나의 즐거움을 최고로 여기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복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떠올려 보라. 나에게 의지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하려 하고, 내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상대와 누가 평생 사랑하며 살고 싶겠나.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고,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아다니면서, 힘든 일도 거뜬하게 이겨내려 애쓰고, 나 없이도 잘 살 것 같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 옆에 꼭 붙어서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혼자 사는 여자, 혼자가 되고 싶은 여자, 혼자가 될까 두려운 여자, 모두에게 멘토가 되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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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1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 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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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백과사전이 만났어요 ~

아래 질문에 답해보세요..몇 개나 맞출 수 있나요?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나라는?

이 나라의 돼지들은 머리가 좋다네요. 어느 나라일까요?

이 나라의 우유는 덩어리로 판답니다.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요?

이 나라에서는 벌레들이 맥주병과 사랑에 빠진다네요. 이 나라는 바로 바로..

소를 귀하게 모시는 나라는?

북극곰 감옥이 있는 나라가 있다네요. 어디일까요?

염소들이 나무를 타는 나라가 있다는데 어느 나라일까요?

이 나라의 소들은 매트리스 위에서 잔답니다. 이 나라는?

판다가 물구나무 서서 쉬를 하는 나라가 있다네요. 어디일까요?

말이 물고기를 먹고 사는 나라가 있답니다. 어느 나라인가요?

 

 

이런 질문을 아이에게 던지면 그냥 웃기만 합니다. 답은 모르겠는데 내용이 재미있으니 웃음이 나오나 봐요. 그리고 나서 답을 엄청 궁금해합니다. 솔직히 저도 몰랐던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소를 귀하게 모시는 나라 말고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질문만 읽어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나요.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질문들을 하나씩 적어놓은 페이지에는 동물이 나오는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마치 동화책처럼 그림책처럼 재미와 흥미를 줍니다. 그리고 각각의 질문이 나온 페이지를 한 장 넘기면 그에 대한 답이 나와요.예를 들면, 벌레들이 맥주병과 사랑에 빠진 나라는 답이 오스트레일리아입니다. 질문 다음 장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소개가 등장합니다. 지도와 함께 객관적인 설명들, 수도와 강이름, 그리고 유명한 볼거리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도 시원하게 해줍니다. 오스트레일리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나 에피소드도 이야기 해주어요. 캥거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또 그에 관련된 질문을 합니다. 답은 바로 아래 거꾸로 적혀있어요. 퀴즈에 빠져서 정신없이 책을 읽게 됩니다.

 

처음에는 답이 나온 페이지를 보지 않고 질문이 있는 그림책같은 페이지만 쭉 읽어 보았어요. 귀여운 캐릭터 동물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니 아이가 즐거워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도 궁금해 하고요. 그리고 나서 제일 궁금한 질문을 고르라고 한 후에, 그것부터 찾아 보았어요. 북극곰 감옥이 있는 나라와 판다곰이 물구나무 한 채 쉬하는 나라를 제일 알고 싶어 하더군요.

 

하나씩 답을 찾아 본 뒤에는 각 나라의 위치를 알아 봤어요. 책에는 지도가 부분적으로 자세히 나와 있어서 세계지도 안에서 어느 위치인지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어요. 예전에 쓰던 사회과 부도를 찾아서 세계지도와 우리나라 지도의 테두리만 그려 주었어요. 그리고 각 나라의 위치를 동그라미 치고 이름도 적어 넣었어요. 제일 먼저 ,질문에 없는 우리 나라부터 배웠어요. 작가가 외국 사람이라 대한민국에 대한 질문을 없었나 봅니다. 우리 나라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데 조금 아쉽네요.ㅠㅠ.그래서 책을 다 읽고 우리나라와 관련된 엉뚱하지만 진실된 질문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아이와 함께 찾아보면 정말 재미있겠어요.

 

지도에서 나라위치와 이름을 표시하고 나서 책을 한 번 더 읽었어요. 적어도 책에 나온 나라에 대해서는 아이가 기억할 수 있게 될 듯해 뿌듯합니다. 아이들은 동물이라면 무조건 좋아합니다. 더구나 귀여운 인형동물 모양의 그림은 더 반가워 합니다. 동물들과 함께 세계지리를 공부해 볼 수 있는 책이에요. 질문도 재미있고 그림도 귀여워서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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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녀석이야 작은 책마을 15
황선미 지음, 정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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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교나 직장에서 꼭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어요. 물 위에 기름이 둥둥 떠나니듯이 겉도는 사람이요.아무렇게 말하고 다른 사람 사정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무례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 말이죠. 그사람이 일부러 의도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왕따로 낙인 찍혔을지도 모릅니다.

 

<고약한 녀석이야>의 주인공 너구리, 능청이도 그런 아이예요.미운 짓만 하고 친구들을 골탕먹이고, 거짓말도 하고, 모든 일을 자기 위주로 끌어가려 하는 이기심까지도요. 일부러 그러지 않을 때도 있지만, 능청이가 하는 행동은 밉살스러워요.

 

능청이의 행동을 돋보이게 해주는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아빠를 도와서 목수가 되고 싶었던 아기 곰, 반달이와 건망증 할아버지를 진정으로 돕고 싶어했던 다람쥐, 깔끔이...모든지 모으기를 좋아하는 꼬마 토끼, 재롱이가 나와요. 능청이와는 달리 솔직하고, 친구를 위하는 마음도 갸륵한, 착한 동물 친구들입니다.  능청이는 그 아이들을 이용합니다. 어쩌면 능청이 마음 속에는 친구로 삼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갖고 있는 걸 빼앗거나 망가지게 할 뿐이었어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물건을 빼앗고, 거짓말을 일삼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능청이의 실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놀란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황선미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10년동안 고이 감추어 두면서 만들어 낸 동물 캐릭터의 가치가 충분히 빛났어요.처음에는 무조건 나쁜 아이로 만들어졌지만 능청이에게도 꽁꽁 숨겨져 있던 속사정이 생긴 겁니다. 작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준 멋진 성과라고 했는데, 그만큼의 가치가 느껴졌습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에 아이들이 배워야할 세상의 이치가 모두 숨어 있어요.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즐기는 걸 좋아했던 건망증 할아버지를 통해서 나눔의 기쁨을 가르쳐 주어요. 쓸데없어 보이는 꽃이나 물건들을 들고 와서 먹을거리를 실컷 먹고 가는 두더지 아저씨나 능청이를 감싸 안아주는 할아버지는 사실 모든 걸 잊어버리는 분은 아니었어요. 꼭 필요한 것들은 기억할 줄 아는 분이였죠. 깔끔이는 얄미운 이들을 경계했지만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깔끔이가 꼭 옳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의 손해도 안 보려하는 얌체같은 이들에게는 사람이 모이지 않아요. 그래서 외롭게 살게 되는 거고요. 내가 가진 걸 나누어주다 보면 , 비록 가난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은 제일 큰 것을 얻게 됩니다. 건망증 할아버지의 삶이 말해주고 있어요. 이부분이 제일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지의 곳...알 수 없는 곳, 그 안에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숨어있을 만한 곳, 누구도 접근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모든 관심을 쏟아 붓는 곳...이런 장소가 등장합니다. 가시덩굴 언덕이 그곳이에요.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이지요. 신비한 그 곳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두근두근 합니다. 능청이의 실제 모습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동물들의 모습이 귀엽게 그려진 황선미 작가의 글입니다. 물론 이번 동화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짧은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는 교훈과 감동이 곳곳에 숨어 있었어요. 그래서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구요. 뭉클해지는 장면도 있어요. 능청이의 외로움이 알려진 그 장면에서요. 무조건, 늘 나쁜 사람은 없어요. 미운 사람도 속을 들여다 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거예요. 친구가 되고 싶어서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늘어놓고,외로워서, 사람을 끌어당기고 싶어서 서툰 행동을 하는 걸 수도 있어요.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을 좀 넓게 가져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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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내 아이를 위한 미술치료 쉽게 하기 미술치료 쉽게 하기 1
김선현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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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지성 못지않게 감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똑똑하다고 하지 않아요.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자기 할 일을 잘 해내는 아이가 주목받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게 훌륭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의 기대에 못미칠 수 있어요. 성적이든 품행이든 어른들의 기대에 딱 맞는 완벽한 아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남들 앞에서 심하게 부끄럼을 타는 아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아이, 뭔가 불만으로 가득 찬 아이,  무서움을 지나치게 느끼는 아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하는 나약한 아이, 불안해 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 아이, 폭력을 밥 먹듯이 휘두르는 아이...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그냥 방치해 두면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또 인간관계에서 미숙함을 드러내 외롭게 살게 될 수도 있어요.

 

예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라고 치부할 뿐, 아이를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어른들이 드물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는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부모와 선생님의 기대하는 바가 커질수록 아이들의 정서는 메말라 갈 수 있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바르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아닌, 입시위주. 성과위주의 교육이 불러오는 부작용이지요.

 

마음을 다친 아이들이 늘어날 수록 그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도 함께 발전합니다. 제가 관심갖고 있는 분야는 독서치료와 미술치료입니다. 책과 그림을 통해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발견하고,또 치유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매력적이더군요. 단순한 지식전달과 기술향상이라는 성과를 뛰어넘어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헤아려주고 아픈 곳을 낫게 해 줄 수 있다는 게 멋지지 않나요.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대부분 평범한 아이들에게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 참 좋아 보입니다.

 

저희 아이도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요. 매일 무언가를 그리는데, 아이가 그린 걸 보면서 아이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책에서는 구체적인 그림과 사례를 제시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가르쳐줍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 아이의 성향을 분석해줍니다.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잘 그렸다고 칭찬만 해주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그려놓은 그림 하나 하나에 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겠어요.

 

단순히 아픈 아이를 치료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아요. 미술활동을 통해서 아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난화 그리기, 물감 작업,점토작업, 콜라주 작업,명화 따라 그리기, 만다라 그리기,자연물 작업, 이렇게 일곱 가지 방법에 대해서 나와요.구체적인 재료와 진행방법이 나와 있어서 아이와 실제로 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는 이렇게 했어요" 라는 페이지가  있어 우리 아이와 비교해 볼 수도 있구요. 이 중 만다라 그리기 는 부록으로 함께 온 책자를 통해 실컷 해 볼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만다라가 무언지 몰랐는데 아이와 그려보니 정말 재미있더군요.

 

일상에서 만나는 미술치료가 나온 부분은 저에게도 소중한 자료가 되겠어요. 공부나 친구관계, 부모와의 관계,인터넷 중독이나 군것질과 관련된 생활습관에 대한 것들이 모두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앞으로 도움이 될 듯합니다. 특히 아이의 감정을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글은 꼭 기억해 두어야겠어요. 밑줄을 마구 그어놓고 싶은 페이지였어요.

 

부록으로 함께 온 만다라 그리기를 아이와 함께 해보았는데 흥미진진 했답니다. 동그라미 안에 다양한 세상을 담을 수 있어서 신기했구요. 그림으로 아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어요.아이의 그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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