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녀석이야 작은책마을 15
황선미 지음, 정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학교나 직장에서 꼭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어요. 물 위에 기름이 둥둥 떠나니듯이 겉도는 사람이요.아무렇게 말하고 다른 사람 사정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무례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 말이죠. 그사람이 일부러 의도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왕따로 낙인 찍혔을지도 모릅니다.

 

<고약한 녀석이야>의 주인공 너구리, 능청이도 그런 아이예요.미운 짓만 하고 친구들을 골탕먹이고, 거짓말도 하고, 모든 일을 자기 위주로 끌어가려 하는 이기심까지도요. 일부러 그러지 않을 때도 있지만, 능청이가 하는 행동은 밉살스러워요.

 

능청이의 행동을 돋보이게 해주는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아빠를 도와서 목수가 되고 싶었던 아기 곰, 반달이와 건망증 할아버지를 진정으로 돕고 싶어했던 다람쥐, 깔끔이...모든지 모으기를 좋아하는 꼬마 토끼, 재롱이가 나와요. 능청이와는 달리 솔직하고, 친구를 위하는 마음도 갸륵한, 착한 동물 친구들입니다.  능청이는 그 아이들을 이용합니다. 어쩌면 능청이 마음 속에는 친구로 삼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갖고 있는 걸 빼앗거나 망가지게 할 뿐이었어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물건을 빼앗고, 거짓말을 일삼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능청이의 실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놀란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황선미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10년동안 고이 감추어 두면서 만들어 낸 동물 캐릭터의 가치가 충분히 빛났어요.처음에는 무조건 나쁜 아이로 만들어졌지만 능청이에게도 꽁꽁 숨겨져 있던 속사정이 생긴 겁니다. 작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준 멋진 성과라고 했는데, 그만큼의 가치가 느껴졌습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에 아이들이 배워야할 세상의 이치가 모두 숨어 있어요.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즐기는 걸 좋아했던 건망증 할아버지를 통해서 나눔의 기쁨을 가르쳐 주어요. 쓸데없어 보이는 꽃이나 물건들을 들고 와서 먹을거리를 실컷 먹고 가는 두더지 아저씨나 능청이를 감싸 안아주는 할아버지는 사실 모든 걸 잊어버리는 분은 아니었어요. 꼭 필요한 것들은 기억할 줄 아는 분이였죠. 깔끔이는 얄미운 이들을 경계했지만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깔끔이가 꼭 옳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의 손해도 안 보려하는 얌체같은 이들에게는 사람이 모이지 않아요. 그래서 외롭게 살게 되는 거고요. 내가 가진 걸 나누어주다 보면 , 비록 가난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은 제일 큰 것을 얻게 됩니다. 건망증 할아버지의 삶이 말해주고 있어요. 이부분이 제일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지의 곳...알 수 없는 곳, 그 안에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숨어있을 만한 곳, 누구도 접근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모든 관심을 쏟아 붓는 곳...이런 장소가 등장합니다. 가시덩굴 언덕이 그곳이에요.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이지요. 신비한 그 곳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두근두근 합니다. 능청이의 실제 모습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동물들의 모습이 귀엽게 그려진 황선미 작가의 글입니다. 물론 이번 동화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짧은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는 교훈과 감동이 곳곳에 숨어 있었어요. 그래서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구요. 뭉클해지는 장면도 있어요. 능청이의 외로움이 알려진 그 장면에서요. 무조건, 늘 나쁜 사람은 없어요. 미운 사람도 속을 들여다 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거예요. 친구가 되고 싶어서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늘어놓고,외로워서, 사람을 끌어당기고 싶어서 서툰 행동을 하는 걸 수도 있어요.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을 좀 넓게 가져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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