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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평점 :
한 편의 글이 사회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누구나 내뱉을 수 있는 평범한 말이 아닌, 비난의 화살과 흔들리는 입지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외치는 말 한마디가 나약한 서민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한겨레 칼럼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는 미시경제와 재정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개혁을 외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우리 정부를 혹독하게 야단치는 글을 보면서 속이 시원했던 적도 있고, 이렇게 앞장서서 정부정책에 비판만 일삼는데 무사하실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교육, 부동산, 대운하 건설, 세금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 실어 당당하게 발표한 글을 주제에 맞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과표 9억원이 넘는 부동산도 없고, 사교육을 마음껏 시켜줄 만큼 여유도 없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정부가 그리 맘에 들지 않았던 나에게 이준구 교수의 글은 맞아...맞아 가 연달아 나올 만큼 공감되고, 응원을 보내고 싶어질 만큼 시원시원하다. 미국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표현한 부분(p141 3-4행)을 제외하면 알고자 하는 나의 호기심과 외치고자 하는 객기를 시원하게 풀어주었던 책이다.
글에서 꼬집는 정부는 참여정부이기도 하고 이명박정부이기도 하다. 대부분 괄호로 표시를 해놓았지만 일부 글에서는 살짝 헤매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쓴 칼럼들이라 대부분 현재 진행형 문제들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대운하 건설 역시 저자의 말처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애매모호한 발언을 남기며 여전히 도마위에 올려진 상태이고, 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금 문제 역시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관심을 갖고 읽었던 교육문제에 대한 글은 심장이 벌렁거릴 만큼 두근거리게 한다. 현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엄마들에게 얼마나 큰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는지 , 제발 정책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현정부의 1년치 성적표에 해당하는 글을 읽어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에도 귀기울여주는 최선의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비판만 하고 현정부를 나무라는 글이라면 동감하면서도 거부감이 생겼을 듯.하지만 이준구 교수는 왜 그 정책을 밀어붙이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적절한 대안을 일러주기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운하 건설이 왜 부적절한 정책인지, 어떤 면에서 경제발전에 역행하는 요소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확실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여입학제에 대해서 감성과 이성이 다른 입장을 취해, 스스로 뭔가를 주장하기 힘들겠다고 고백하는데,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간다. 솔직함과 함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이 있었기에 많은 시민들이 열광했을 것이다. 제목 자체도 매우 흥미롭다.
슬픈 종부세( 진짜 슬픈 이야기)
종부세여, 안녕(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웬 녹색 뉴딜? (잘못 사용된 언어에 대한 비판)
501호 김씨 가족의 분노( 이 글 읽고나서 우리 집에도 한바탕 폭풍이 몰아쳤다!)
문제는 민생이야, 바보 ( 제발 , 정부 관계자들이 읽어주었으면)
영어강의가 대학교육을 망친다 (기존 갖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깨준다)
짜증나는 차량 5부제 (글쎄?)
도박, 마약, 그리고 비만세 (고개가 자꾸 끄덕여진다)
억울하게 매맞는 3불정책( 본고사, 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남의 일이 아니다)
이외에도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들이 많다.
스스로 '보수적 성향의 자유주의자' 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단지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갈 뿐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좌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나 역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상관없이 저자가 바라는 대로 잘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부담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서 편안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세상, 쓸데없는 곳에 피같은 세금을 쏟아붓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는 현명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부자보다는 서민들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신문도 제대로 안 보고 ,뉴스에 나오는 답답한 현실을 자꾸 외면하는 나같은 서민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잘 굴러가는 것이라는 믿음은 부질없는 것이다. 모르고 있을 때는 마음 편했는데, 모든 실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나니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수많은 촛불행사를 지켜보면서, 그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서민임을 알게 되었다. 글이 쉬우면서 힘이 있다. 막연하게 비난을 퍼붓고 질책하는 게 아니고 함께 사는 세상을 걱정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작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는데, 게시판도 활성화 되어 있고, 제자들에게 보내는 훈훈한 편지도 줄줄 올라오는 따뜻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눈과 귀가 활짝 열린 지식인으로 많은 서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글을 써주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