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집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선계단의 앨리스>에 이은 가노 도모코의 일상 미스터리 2탄입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사건들을 많이 다루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내부적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드네요. 탐정 조수이자 차 끓이기 담당 아리사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서 전직 샐러리맨이자 (이제는 당당한, 아니 어쩔 수 없는) 탐정인 니키의 가족 문제(딸, 아들)까지 좀 더 내부적으로 깊게 파고드는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전편에 이어 아리스의 유머는 여전하지만요. 그리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동물 중심의 사건들도 여전하고요. 개와 고양이의 실종이나 사고는 보통은 우습게 생각하잖아요. 사실은 그런 사건들도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생긴 사건임에도 말이죠.


<무지개집의 앨리스>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탐정소설임에도 니키와 아리스가 등장하는 소설답게 사건들은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는 거창할 수도 있지만요(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고양이 연쇄살인은 그 어느 사건보다 끔찍할 수 있잖아요?). <나선계단의 앨리스>에서는 개를 찾고, 아기를 돌보고 암튼 탐정으로 체면 구기는 사건을 많이 담당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합니다. 고양이 연쇄살인범을 찾고, 사라진 아기를 찾고, 스토커를 미행하며, 꽃을 훔치는 사람을 찾습니다. 물론 범인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또한 진실일 수도 있고, 오해일 수도 있죠. 암튼 마지막의 니키에 의해서 '아하! 범인은 누구였구나!' 밝혀지지만 그다지 마음이 홀가분하지는 않아요. 악의(惡意)라고 할까요? 사건을 저지른 범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저질렀겠지만, 피해자는 그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받았을 테니까요. 그게 동물이 되었건, 꽃이 되었건 상관없이요. 암튼 이웃들의 그런 소소한 악의가 단편소설 여기저기에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집에서는 샐러리맨 탐정 니키와 그리고 유능한 탐정 조수 아리스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니키의 가족(아들과 딸)이라든지 아리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사는 저택의 하우스키퍼, 그리고 그녀의 전 약혼자 등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니키와 아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유쾌하고요. 무엇보다 정말 마지막으로 니키가 주부모임의 멤버들을 트럼프 패로 부르는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정말 트럼프 패(조커, 다이아, 하트)와 아줌마 개개인의 성격이 딱 맞더군요^^ 암튼 유쾌했습니다. 잔인한 연쇄살인범이나 끔찍한 사건 사고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범인을 저지를만한 사람이 저지르는 것보다 친근하게 항상 웃는 주변의 이웃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더 무서운 법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모 미야베 미유키의 연작 시대 미스터리소설입니다. 물론 미스터리한 사건도 벌어지고,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물론 상업적으로 흥한 에도 시대가 배경이라 주로 장사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요.)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따뜻하게 그린 드라마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시대극에 대한 (물론 겉모습은 그렇지만) 부담은 전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시대극이라고 해도 이야기 속 기담이 우리나라의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많이 비슷합니다. 여담으로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이 소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야 이야기>는 혼조 후카가와에 전해져 내려오는 일곱 가지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다른 연작소설입니다. 일곱 가지의 불가사의한 사건은 쉰을 약간 넘긴 에코인의 모시치(하급 관리 밑에서 범인의 수색, 체포를 맡았던 사람, 쉽게 경찰이겠죠?)가 모두 해결을 합니다. 불가사의한 사건, 전해져 내려오는 기이한 소문이나 전설은 정말 말 그대로 전설입니다. 기이한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문제인거죠.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이죠. 사람들의 마음속에 품은 악의가 결국 그러한 소문을 만들고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겠죠. 일곱 가지의 기이한 이야기에 얽힌 사건들은 잔인하거나 무섭기보다는 조금 애잔하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역시 어느 시대이건 사람 사는 세상은 슬픔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나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이나 전설들은 인간들의 슬픔과 한이 많이 남아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폐쇄적이고 낯선 고립된 공간에서 무언가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설이나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누구나 이런 소설이나 영화는 흥미 있어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이 소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최고였습니다. <폐허> 소설의 글자 크기나 자간이 결코 크거나 넓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다 페이지 수는 500페이지가 넘어가고요. 따라서 긴장감이나 스릴, 공포적인 요소가 끊임없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가 있죠.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와는 친하지가 않습니다. 특히 아마존베스트셀러는요. 그런데 이 소설 5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업적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은 여섯 명, 등장인물이 적어서 복잡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멕시코의 어느 고립된 언덕에서 벌어지는 생존기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고요.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스콧 스미스의 이야기 솜씨가 좋다는 말이겠죠. 암튼 재미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력 기반을 갖춘 네 명의 젊은 커플은 멕시코의 휴양지 칸컨으로 3주 정도의 여행을 떠납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밝은 젊은이들이죠. 의대 입학을 앞둔 제프(이 팀의 실질적인 리더), 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 에이미(조금 잘 삐지는 스타일), 에이미의 친한 친구 스테이시,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이며 교사) 에릭. 이들은 그곳에서 독일인 친구 마티어스와 그리스인 친구 파블로(유일하게 영어를 못합니다.)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마티어스의 동생이 첫 눈에 반한 여자를 따라서 마야문명의 고대 유적지 발굴 현장으로 떠나고 소식이 끊깁니다. 이들 여섯 명의 친구들은 마티어스의 동생을 찾으러 멕시코의 마야 정글로 떠납니다. 그들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마야인. 끝없이 이어지는 정글과 들판. 그들의 목적지는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마야인은 언어가 통하지 않고요. 갑자기 그들에게 나타난 대머리 마야인. 총을 들이 대면서 언덕으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무기로 무장한 마야인으로부터 벗어나려 열심히 언덕으로 올라가지만 그곳에는 마야인들보다 더욱 끔찍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죠.

폐쇄적이고 낯선 공간, 만약 그들이 여기서 감금이 되어도 경찰이 그들을 발견하기까지는 무척이나 오래 걸리는 오지. 언덕을 주변으로 마야인들은 무장한 채 그들을 감시합니다. 가볍게 여행하듯이 떠난 그들에게 먹을 음식은 제한되어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덩굴의 존재. 분홍 꽃을 활짝 피우는 녹색 덩굴. 마치 뱀처럼 그 녹색 덩굴은 상상 초월의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방해 공작과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그들의 어두운 심리를 이용하여 동료들을 이간질시키기도 합니다. 그들이 먹고자 하는 욕구가 극에 달했을 때는 음식 냄새를 퍼뜨리고, 그들이 마야인으로부터 도망가려고 계획을 세우면 새소리를 흉내 내어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를 합니다. 식물 주제에?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낮에는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그런 식물이 뛰어난 지능에, 과감한 행동력, 게다가 24시간 수시 대기까지. 암튼 피터지고 무시무시한 덩굴로부터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벌어집니다. 외부로부터의 적과 내부로부터의 적, 그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좌절, 악몽을 잊기 위해 망상으로 도망쳐 보지만 눈에 보이는 냉혹한 현실.

왜? 식물(녹색 덩굴)은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마야인은 그들은 덩굴이 많은 언덕 위에 고립시켜놓고 제물로 삼는 걸까요? 주인공들은 궁금해 하고 나름대로 추리도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야인은 방관자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덩굴 식물의 하수인일 수도 있고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제물을 바쳐야 하는 그런 존재일 수도 있고요. 혹은 악의 협력하는 조력자일 수도 있고요. 실질적인 악은 그 모든 것들에 가장 우위에 서 있는 덩굴이라는 존재죠. 그 강력한 존재 앞에서 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한낱 먹이 또는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첫날 모두 바로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덩굴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듯이 그 상황을 즐기듯이 재미있어 합니다. 덩굴이 뿌리를 내린 언덕 위의 사회에서는 그들이 왕이나 다름없거든요. 유치하지만 현실 세계에 대입하면 참으로 재미있는 관계가 떠오르기도 해요. 특히 덩굴이라는 존재는 어떤 특정한 나라가 떠오르더군요. 나약한 존재들을 이간질시키고, 거짓말을 하고, 미끼를 놓고, 자신들의 강한 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무참히 괴롭히는 모습이 그 나라가 생각나더군요. 마야인은 나약한 협력자이자 방관자.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런 존재. 암튼 이건 그냥 제 생각이고, 이러저런 것들 떠나서 갇힌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하는 그런 스릴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008년 전 세계에 개봉을 한다고 하네요. 미국에는 이미 개봉을 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더군요. 스콧 스미스 작가는 샘 레이미 감독의 <심플 플랜>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플플랜>에서 각본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The Ruins>에서도 각본에 참여를 합니다. 사실 영화 무척 궁금합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고 무척 영화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들이 도착하는 언덕, 무자비하게 인간을 잡아먹는 덩굴, 그리고 사고를 당하게 되는 갱로, 그리고 여섯 명의 주인공들의 캐릭터, 과연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 지 무척 궁금하거든요. 무엇보다 이 소설에는 잔인한 장면이 무척 많습니다. 특히 에릭의 고난과 역경은 상상 초월입니다. 그의 몸의 변화도 어떻게 표현될 지 무척 궁금하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온다리쿠 소설을 주로 번역한 분이 번역을 맡아서 온다리쿠의 소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중반부터는 다른 분위기를 띄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암튼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끝까지 유지합니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바로 책의 표지로 사용된 초등학교 5학년 소년 '오스케' 보는 남녀의 섹스 장면과 누군가 지켜보는 아이, 그리고 무슨 병을 들고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누구. 도대체 이 환영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물론 오스케의 여자 친구 아키가 나름대로의 추리력을 발휘하여 추리를 하지만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오스케의 어머니 '사키에'. 며칠 후 병동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한 오스케의 친구 '아키'의 어머니.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이 둘의 아버지. 그리고 오스케는 계속 이상환 환영에 시달리고, 아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교통사고까지 당합니다. 도대체 이 두 집안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선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입니다. 이 소설은 2007년 제7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고요. 그러니까 반전이 시작되는 중반부터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됩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냥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이 나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요(본격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당연한 건가요?). 나중에 이야기를 짜 맞추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본격미스터리 소설과는 분위기 면에서는 많이 다르더군요. 물론 이야기 자체는 무척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조금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야기도 무척 차분하게 전개되고요.

 

 

예상 가능한 반전과 복선이 준비되어 있고,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잔인함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묘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이 어린 친구 '오스케'의 활약. 초등학교 5학년임에도 무척 똑똑하더군요. 그의 여자 친구도 그렇고요. 이야기가 후반으로 가면서 의문 시 되었던 사건들은 모두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이 두 가족의 숨겨져 있던 진실들도 밝혀지고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사실 엄청 자극적이고 잔인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소소한 반전과 복선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그리고 조금은 몽환적이고 따듯한 느낌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섀도우'란 단어는 이 소설을 읽고 처음 알았네요. 물론 의미는 알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를 '섀도우'로 표현하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제게도 요즘 '섀도우'가 무척 필요한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사냥 - 상
텐도 아라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붕괴되어 가는, 이제는 희망이 없는 가족을 사냥하는 괴한.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위태한 가정의 틈새를 파고드는 흰개미 같은 존재들. 흰개미는 자식인가? 아니면 부모인가? 암튼 제목만큼이나 살해 묘사가 무척이나 섬뜩합니다. 가족의 붕괴를 흰개미의 특성에 빗대어 묘사한 부분이나 가족의 해체를 잔인한 살해 방식으로 묘사하여 설득력을 높인 점, 구성의 튼튼함, 폐부를 찌르는 듯한 먹먹함. 물론 '저렇게 잔인한 묘사로 가족의 붕괴와 위험을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잔인한 묘사가 오히려 지금의 가족의 문제를 더 직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만큼 처절했고, 가슴이 아팠고,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아요. 암튼 무척이나 훌륭한 가족소설(?) 입니다.

미술교사 '슌스케', 아들을 잃은 형사 '마미하라', 등교거부에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소녀 '아이', 그리고 무책임하면서 자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 정신병을 앓고 있는 '마미하라' 형사의 부인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족적인 면에서 바라봤을 때 무언가 결여된 인물들이 많습니다.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 그리고 스스로를 이해 못하는 10대 청소년.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를 단순히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족이 정말 완전한 작은 사회일까요? 가족이 최고일까요? 대체 가족은? 마지막 소설의 결말에서 그런 부분을 언급하는 것 같기는 한데,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가족 문제이지 않을까 싶네요. 부모를 구타하는 자식,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 우리는 가족이야, 무너지면 안돼, 누군가 희생을 해야 돼,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툭 치면 허물어질 것 같은 (흰개미가 나무나 콘크리트의 속을 다 갉아먹어 곧 허물어질 집처럼) 가족의 위태위태한 관계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무엇보다 면도칼이나 톱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가족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것 같아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무척 피곤했습니다.

대안 가족? 우리나라도 핵가족화 시대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죠. 결코 지금의 핵가족이 완전한 가족, 작은 사회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가족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가족들이 많죠. 가족은 떨어지면 안 된다, 우리 가정은 다른 가정과는 다르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와는 다르다,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아니 지금만 버티면 차차 나아질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다 그러나 이제 괜찮아질 것이다, 부모를 못 믿니?, 어머니처럼 살기는 싫어요, 우리 아이는 안 그래요, 성공하려면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 작금의 가족을 (다른 의미로) 결코 정상적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가족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가족의 폭력과 방관은 다람쥐 바퀴처럼 계속 돌고 돌지 않을까요? 우리 가족만은 괜찮다는 안일주의, (소설 속 '오노'의 말처럼, 결코 그의 말의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흰개미처럼 다른 가족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