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여자의 최대의 적은 여자이다.’, ‘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여자이다.’, ‘여자의 내면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물론 여자이다.’ 의사 출신의 여성작가 테스 게리첸은 이 모든 견해들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현존 최고의 여성 스릴러작가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여성 스릴러작가를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요). 가끔 추리/스릴러/공포소설을 읽다보면, 여성에게 가장 잔인한 것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테스 게리첸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할만한(두려워할만한) 그런 소재로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창조합니다.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의 시작인『<외과의사』를 살펴볼까요. 소설 속 살인마 외과의사는 여자를 강간한 후에, 배를 잘라 자궁을 꺼냅니다. 다른 장기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직 자궁만 꺼냅니다. 이번 작품 『소멸』에서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감금시킨 후 창녀를 만들어 버립니다. 도망갈 곳은 없습니다. 남자들은 계속 찾아오고, 폭력과 강간에 영혼마저 죽어갑니다. 그런데 그런 어린 여자들의 포주가 바로 여자(창녀 출신)입니다. 남자 손님들보다 오히려 이 여자 포주가 더 심하게 어린 여자들을 학대하더군요.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운지 가장 잘 아는 여자가 말이죠. 암튼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의 범인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고통스러워할 만한 그런 범죄를 저지릅니다. 테스 게리첸 작가는 정말 여성들에게는 잔인한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덧붙여 의사 출신입니다.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 묘사는 무척 사실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니까요. 그래서 더 잔인하고 소름끼치게 다가옵니다.

  『소멸』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이 분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진화하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외과의사』라는 작품이 워낙 충격적이고 매력적이어서 그에 살짝 미치지는 못하지만(외과의사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었죠), 이 시리즈는 기본 이상의 재미들은 확실히 보장합니다. 『파견의사』(이 작품하고 최근작인 『메피스토 클럽』만 아직 못 읽었습니다) 때부터 그렇다는데(번역가의 설명에 의하면) 단순히 연쇄살인마 대 아일스 & 리졸리의 대결만을 그리지 않고, 좀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죽은 여자의 시체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인질을 잡고 뭔가를 호소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과연 그녀는 정말 미친 것일까요? 그녀의 그런 이상한 행동들을 따라가다 보면 불편한,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보게 됩니다. 소설 속의 그런 끔찍한 일들이 정말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요? 현실에서도 저는 그런 일들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가 않아요.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나쁜 사람들도 많고요. 이번 작품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와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시리즈 중에서 가장 무서웠습니다. 왜 죽었던 여자 시체는 살아나서 인질들을 잡았을까요?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요? 바로 그것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그렇게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들면서까지 작가 테스 게리첸이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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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8-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