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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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이고 낯선 고립된 공간에서 무언가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설이나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누구나 이런 소설이나 영화는 흥미 있어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이 소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최고였습니다. <폐허> 소설의 글자 크기나 자간이 결코 크거나 넓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다 페이지 수는 500페이지가 넘어가고요. 따라서 긴장감이나 스릴, 공포적인 요소가 끊임없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가 있죠.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와는 친하지가 않습니다. 특히 아마존베스트셀러는요. 그런데 이 소설 5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업적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은 여섯 명, 등장인물이 적어서 복잡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멕시코의 어느 고립된 언덕에서 벌어지는 생존기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고요.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스콧 스미스의 이야기 솜씨가 좋다는 말이겠죠. 암튼 재미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력 기반을 갖춘 네 명의 젊은 커플은 멕시코의 휴양지 칸컨으로 3주 정도의 여행을 떠납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밝은 젊은이들이죠. 의대 입학을 앞둔 제프(이 팀의 실질적인 리더), 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 에이미(조금 잘 삐지는 스타일), 에이미의 친한 친구 스테이시,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이며 교사) 에릭. 이들은 그곳에서 독일인 친구 마티어스와 그리스인 친구 파블로(유일하게 영어를 못합니다.)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마티어스의 동생이 첫 눈에 반한 여자를 따라서 마야문명의 고대 유적지 발굴 현장으로 떠나고 소식이 끊깁니다. 이들 여섯 명의 친구들은 마티어스의 동생을 찾으러 멕시코의 마야 정글로 떠납니다. 그들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마야인. 끝없이 이어지는 정글과 들판. 그들의 목적지는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마야인은 언어가 통하지 않고요. 갑자기 그들에게 나타난 대머리 마야인. 총을 들이 대면서 언덕으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무기로 무장한 마야인으로부터 벗어나려 열심히 언덕으로 올라가지만 그곳에는 마야인들보다 더욱 끔찍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죠.

폐쇄적이고 낯선 공간, 만약 그들이 여기서 감금이 되어도 경찰이 그들을 발견하기까지는 무척이나 오래 걸리는 오지. 언덕을 주변으로 마야인들은 무장한 채 그들을 감시합니다. 가볍게 여행하듯이 떠난 그들에게 먹을 음식은 제한되어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덩굴의 존재. 분홍 꽃을 활짝 피우는 녹색 덩굴. 마치 뱀처럼 그 녹색 덩굴은 상상 초월의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방해 공작과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그들의 어두운 심리를 이용하여 동료들을 이간질시키기도 합니다. 그들이 먹고자 하는 욕구가 극에 달했을 때는 음식 냄새를 퍼뜨리고, 그들이 마야인으로부터 도망가려고 계획을 세우면 새소리를 흉내 내어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를 합니다. 식물 주제에?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낮에는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그런 식물이 뛰어난 지능에, 과감한 행동력, 게다가 24시간 수시 대기까지. 암튼 피터지고 무시무시한 덩굴로부터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벌어집니다. 외부로부터의 적과 내부로부터의 적, 그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좌절, 악몽을 잊기 위해 망상으로 도망쳐 보지만 눈에 보이는 냉혹한 현실.

왜? 식물(녹색 덩굴)은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마야인은 그들은 덩굴이 많은 언덕 위에 고립시켜놓고 제물로 삼는 걸까요? 주인공들은 궁금해 하고 나름대로 추리도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야인은 방관자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덩굴 식물의 하수인일 수도 있고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제물을 바쳐야 하는 그런 존재일 수도 있고요. 혹은 악의 협력하는 조력자일 수도 있고요. 실질적인 악은 그 모든 것들에 가장 우위에 서 있는 덩굴이라는 존재죠. 그 강력한 존재 앞에서 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한낱 먹이 또는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첫날 모두 바로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덩굴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듯이 그 상황을 즐기듯이 재미있어 합니다. 덩굴이 뿌리를 내린 언덕 위의 사회에서는 그들이 왕이나 다름없거든요. 유치하지만 현실 세계에 대입하면 참으로 재미있는 관계가 떠오르기도 해요. 특히 덩굴이라는 존재는 어떤 특정한 나라가 떠오르더군요. 나약한 존재들을 이간질시키고, 거짓말을 하고, 미끼를 놓고, 자신들의 강한 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무참히 괴롭히는 모습이 그 나라가 생각나더군요. 마야인은 나약한 협력자이자 방관자.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런 존재. 암튼 이건 그냥 제 생각이고, 이러저런 것들 떠나서 갇힌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하는 그런 스릴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008년 전 세계에 개봉을 한다고 하네요. 미국에는 이미 개봉을 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더군요. 스콧 스미스 작가는 샘 레이미 감독의 <심플 플랜>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플플랜>에서 각본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The Ruins>에서도 각본에 참여를 합니다. 사실 영화 무척 궁금합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고 무척 영화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들이 도착하는 언덕, 무자비하게 인간을 잡아먹는 덩굴, 그리고 사고를 당하게 되는 갱로, 그리고 여섯 명의 주인공들의 캐릭터, 과연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 지 무척 궁금하거든요. 무엇보다 이 소설에는 잔인한 장면이 무척 많습니다. 특히 에릭의 고난과 역경은 상상 초월입니다. 그의 몸의 변화도 어떻게 표현될 지 무척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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