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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호러와 본격 미스터리의 기막힌 결합. 요코미조 세이시와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분위기를 훌륭하게 계승한 작가. 호러 마니아들이 즐길만한 호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작가. 미쓰다 신조는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가 등장하는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의 이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가 유명한데, 작가 시리즈의 한 편인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호러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입니다(《도조 겐야 시리즈》는 본격 미스터리 색채가 강하고요. 사실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두 시리즈 모두 무섭고, 추리적인 요소가 있거든요).
“히히히”라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의 묘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무척 기분 나쁜 호러소설입니다. 그리고 구성이나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작가 시리즈》는 조금 복잡합니다. 취향과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시리즈 모두 읽기를 권합니다. 본격 미스터리소설 팬뿐만 아니라 호러소설 팬들도 만족시킬만한 그런 대단한 작가, 대단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호러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태리 호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라는 이름을 작품에서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더군요(다리오 아르젠토의 호러영화들은 모두 추천합니다. 정말 매력적인 감독이고, 영화들입니다. 사족으로 미모의 딸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도 과감하게 찍는 정말 대단한 감독).
작품 속 작가 미쓰다 신조는 영국에서 일본으로 이축한 ‘인형장’이라는 독특한 서양식 건축물을 발견하고(유령의 집으로 알려진), 죽이는 작품을 쓰기 위해 인형장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리고 그가 쓰는 작품 「모두가 꺼리는 집」. 작가 미쓰다 신조의 인형장에서의 체험과 미쓰다 신조가 쓰는 작품 「모두가 꺼리는 집」이 교차로 전개가 되다가, 후에는 현실과 작품 속 이야기가 마구 뒤섞여 버립니다. ‘7’이라는 숫자와 관련되어 벌어지는 인형장 살인사건. 네 명의 가족(아버지, 어머니, 누나, 남동생) 모두 잔인하게 난도질을 당하거나 심지어 성폭행까지 당하고 죽습니다. 그리고 남동생은 유일하게 살아남지만, 정신이상 또는 행방불명.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인형장에서 계속 벌어집니다.
이 사건의 비밀은? 합리적 해석과 비합리적 해석, 또는 완전히 다른 해석까지 가능한 수수께끼 같은 살인사건.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소설이죠. 작가의 거짓 세계입니다. 그럼에도 사실처럼 느껴지도록 작가는 정교한 세계를 구축합니다. 현실과 망상의 경계, 미스터리와 호러의 경계,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독자들을 교란시킵니다. 이 작품은 미쓰다 신조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가끔 놀라운 데뷔작을 보이는 작가들이 있는데, 미쓰다 신조도 그런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정말 신인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과감한 시도들의 흔적들이 많이 보입니다. 오락작품으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작품성으로도 충분히 인정할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장르를 굳이 구분하자면 호러소설입니다. 사람을 죽입니다.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왜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등등 논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호러소설에서는 꼭 이러한 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작품들이 많거든요. 물론 이 작품은 미스터리적인 요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본격 미스터리 작품을 읽듯이 하나하나 분석하듯이 읽으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무서운 분위기에 몸을 맡기시면 됩니다. 모두가 꺼리는 집, 인형장에서 미쓰다 신조 작가가 어떤 사건들을 체험하는지 눈으로, 마치 누군가 인형장에 있는 모형 인형장을 엿보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