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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 -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외 11명 대표작가 창작코멘터리
이명랑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이명랑은 자신이 처음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 작가를 만나 글을 쓰는 고민을 물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가 되고 글을 쓰는 것을 가르치는 지금의 자신의 제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 고민을 풀어 주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집필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질문의 출발점은 자신을 먼저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소설이라는 같은 명제를 대하면서 소설가는 자신의 글의 비중을 그리고 글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저자 역시 인터뷰형식을 빌어 작가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듣는다. 그 과정에서 창작하는 고통 그리고 글을 쓰는 마음가짐, 독자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하며 각자가 가진 글쓰기에 대한 철학을 들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언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저자는 주요 소설의 중심을 축으로 소설의 중심축이 되는 공간, 인물, 사건으로 크게 분류를 하여 작가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책을 읽다 보니 꼭 구분지어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은 좀 어려운 것 같고, 어느 부분에 중심을 두고 있느냐를 작가 나름으로 판단을 해서 구분지어 놓은 느낌이다.
소설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의 노고와 어려움 그리고 치열함을 알 수 있는 인터뷰 책이 될 것 같다. 같은 소설을 쓰면서도 생각도 다르고 글을 쓰는 방법도 다르며, 세상에 이야기하는 방법도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치열하고 또 치열하게 글을 쓴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체력이 기본적으로 따라와 줘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치열함과 치밀함이 글을 쓰는 기초 재료가 된다 할 수 있겠다.
각자의 글을 쓰는 방식이 달라 어떤 느낌을 쓸까 하다가 그 많은 인터뷰중에 나의 시선을 잡아당긴 글들을 추려 보았다. 정작 작가가 중심을 두고 있는 의미 있는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에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이런 관점에서 글을 읽고 있을 것 같아서 이다.
이명랑의 글쓰기는 사회가 보지 못한 사람들을 자신의 소설 속에 끌어 들여서, 주변에 항상 있지만 주목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 한다. 작지만 진솔한 이야기 “그냥 수챗구멍에 싸”라는 말로 친구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상인 사람들을 소설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동하는 소설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 남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면 자신은 전자에 가깝다고 말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수기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기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소설은 작가의 의도로 보편성을 입혀 작가의 말을 하는 것이라 구분 짖는다. 단어와 수사의 선택 역시 철저한 자기 검열을 통해 선택하며 소설 속 인물은 작가의 머릿속에 사는 인물이 아니라 실제 살고 있는 인물 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의 근본정신은 보편적 진리와 삶의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글을 쓸 때 흥분하지 않고 절재하며 자신의 의도에 맞는 수사와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유정은 인물은 욕망을 가져야 하고 그 욕망은 행동을 만들어 주며 그 행동은 사건을 만들고 사건은 갈등을 갈등은 다시 사람의 행동을 변화 시킨다 그 변화가 이야기의 주요 동력이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글을 쓰는 방식은 초고를 생각나는 대로 먼저 써대고 취재를 통해서 탄탄하게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명지현은 자신의 소설을 문제제기 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말하고 있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삶에 대한 환희를 이야기한 교군의 맛 역시 죽음에 대한 문제로 삶의 위대함을 이야기 한다고 말한다.
구효서의 글쓰기는 스스로의 내면에 글을 맡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의 어떤 것들이 슬슬 작동 한다고 한다. 그 것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자기반성 그리고 회의 부정 사유 등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에 체득된 것이 나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방현석의 글쓰기는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실만으로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은 사실 너머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구가 주는 진실 그리고 사실이 숨긴 진실 좀 헛갈리기는 하지만 글이 담은 진실이 더 힘이 있어 보인다.
공지영은 도가니를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신문기자의 현장 스케치 한 줄이었다고 소개한 글은 다음과 같다.
“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 page 286
그들이 소설을 쓰는 이유는 달랐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싶어 한다. 소설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인 것으로 생각하고 글을 써야 했고, 철저한 고증과 취재가 있어야 했으며, 소설 속 인물이 자신의 머릿속에만 살아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을 경계하였으며, 공간 속에 제비 한 마리 허투루 날아다니는 것을 조심 하였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사명감 역시 투철 하였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꼭 글을 써야 하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없다면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도가니를 제외하고는 읽어 본 작품이 없을 정도로 생소해서 책 소개를 받는 느낌도 들었지만 한국 소설이 많이 대중화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더욱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게 독자들의 힘도 같이 실어 주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