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작품읽기 - 우리 교실 책 읽기의 시작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이오덕김수업연구소 지음 / 휴먼에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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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기

  이번에 3~4학년군에 2015개정교육과정이 들어왔습니다. 2015개정교육과정에는 새로운 여러 내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게 바로 온책읽기입니다이번에 국어교과서를 보니 독서단원이 아예 따로 있더라구요아마 이전이라면 독후감쓰기를 위해 한 단원 배정되는 형식이었을텐데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도 우리학교 선생님들도 그렇고 온책읽기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는 않습니다그래서 지난 학년 끝날쯤에 추경 때 예산을 들이밀어 선생님들께 우리 교실 책읽기의 시작 온작품읽기란 책을 드렸습니다.

  사실 관련 도서가 다양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저자들이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활동하는 분들 중 이오덕·김수업 선생님에 대해 공부하는 교사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입니다속칭 이오덕김수업연구소입니다거기에 가격도 딱 적당했구요.

  좀 더 일찍 읽었어야 했는데 학교 독서모임 책도 읽어야 하고 3월이 바빠 3월 말이 되어서야 겨우 다 읽었습니다책을 읽으면서 이런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세상을 하나로 인식하지 어른들처럼 분절해서 인식하지 못합니다물론 이 둘이 우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때와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인식 기술입니다그러나 교육이 아이들에게서 비롯한다면 아이들의 방식대로 교육방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성취기준에 맞춰 소재를 부분 부분 발췌하는 국어교과서는 아이들 교육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온작품읽기를 해야하는 이유는 하나일 뿐입니다온작품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그건 바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온작품읽기를 통해 책을 깊이있고 친구들과 읽으면 이야기거리가 생깁니다교사들의 독서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독서모임을 통해 거창한 어떤 방법을 깨우치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그게 바로 목적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교사들도 아이들 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겠구요작년부터 그림책을 공부하는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알아간다는 점도 좋았지만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저 자신도 많이 위로 받았습니다.

  하나의 책이나 주제를 통해 여러 성취기준을 충족한다는 건 저에게 있어 하나의 로망입니다하지만 사례들을 읽으면서 성취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우칩니다아이들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판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진짜 교사로서 로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등 교사들이 만든 책이라 중등학교와는 좀 거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책을 읽으라고 보챌 게 아니라 어떻게 책을 즐기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하는 사회 그리고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 문장 모음

5 /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부분을 가르치는 교사전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부분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전체와 부분을 모두 알게 해주어 교육에서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17 / 교육기획력이란 교사가 평가권과 교재 구성권을 확보했을 때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19 / 온작품읽기를 하는 두 번째 까닭은 분절된 교육과정 구성과 교과서 구성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적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하나씩 가르쳐 나가면 나중에 모아진다는 잘못된 전제를 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22 / 삶이란 한 편의 이야기한 편의 연극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23 / 사람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읽어 내야 살아 낼 수 있습니다.

29 / 아이들 스스로 고르고 양을 쌓는 대부분의 도서는 판타지이거나 단편 지식을 만화로 구성해서 전달하는 책입니다. ... 책을 고르는 기준인 재미’ 자체가 외재적인 것이기에 더 큰 재미를 주는 다른 것으로 금방 대체되기도 쉽습니다.

32 / 책 읽기를 함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녁은 즐기기라고 합니다.

33 /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가 오고 가기 위해서는 공통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함께 나눈 책은 훌륭한 공통분모 역할을 합니다말 그대로 문화적 자산입니다.

35 / 상상력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힘은 책을 읽을 때 가장 힘차게 움직입니다.

45 / 김수업 선생님은 입말로 된 문학도 싸잡을 수 있도록 문학이라고 하지 말고 말꽃이라고 부르자 했지요그렇게 바꾸어 놓고 나니까 말꽃은 말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모든 것들을 아우르게 됩니다.

46 / ‘온작품읽기는 그 자체가 이미 말꽃이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말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47 /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새 국어 교육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입니다.

49 / 가르친다는 건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일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52 / 배움은 교과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지식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입니다.

54 / 온작품읽기는 독서교육만이 아닙니다.

58 / 온작품읽기 목록에는 온작품읽기를 하는 까닭과 교사가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이 들어 있습니다온작품읽기는 아이들 삶을 담고 있는 작품과 온전한 삶의 모습을 알고 배우게 하는 작품으로 해야 합니다.

59 / 시행착오를 줄이고 온작품읽기 본래의 뜻을 펼치려면 나만의 목록을 만들어야 합니다.

60 / 가끔 성과주의나 개인의 만족감에 빠져 아이들의 성장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62 / 감동을 더 깊게 하기 위해 활동이 필요한 것이지 활동을 위해 읽는 것이 아닙니다. ... 여러 가지 활동에 집착하면 형식주의에 빠집니다. ... 스스로 돌아보지 않으면 성장도 없고 본래의 뜻을 바르게 실천하지 못합니다.

117 / 학교 곳곳에 아이들의 손때가 묻어 있어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공간이 많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 한 편씩을 엮어 나갑니다.

125 / 그것도 교과서의 이곳저곳에서 독서감상문에 대해독서감상문을독서감상문으로가르치는 내용이 나와 쉽게 그 흐름을 잡을 수 없습니다. ... 굳이 어떤 형식을 정해 놓지 않고길든 짧든 책에 대한 소감을 적어 보는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조금 더 나아가 쓴 글 모두를 함께 공유하면 더욱 좋겠습니다왜 쓰는지도 모르고 쓰는 것보다 그 쓸모를 찾아 주자는 말입니다.

126 / ‘쓸모를 찾아 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한 권의 책을 읽고 짧든 길든 글로 나타내는 작업은 어렵습니다.

128 / 하지만 꼭 힘들다고 해서어렵다고 해서 피해야만 하는 것일까요책을 읽고 깊든 얕든길든 짧든옳든 그르든 온전히 그 과정을 겪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133 / 글쓴이의 생각등장인물 서로가 나누는 대화에서 얻는 감정의 흐름지금 내가 딛고 서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나와의 만남 등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는 크고 넓습니다줄거리 정도만 함께 알아보고 흥미 위주의 독후 활동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까닭입니다.

134 / 책이 우물이라면 똑같이 읽고도 맑은 물을 길어 올리고 시원하게 마시는 사람도 있고겨우 목만 축일 정도로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148 /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좋은 점 이면에 놓치고 있는 무엇은 없을까요또박또박 꾹꾹 눌러쓴 편지가 갖는 정성과 기다림이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

174 /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을 독서토론이라고 합니다그렇게 부르고 나면 책을 읽고 싸우는 것처럼 되어서 그 이름이 싫었습니다그냥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지요.

183 / 아이들에게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이고듣거나 읽는 사람들은 그냥 느끼면 되는 거라고 해 주었습니다.

185 /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기억에 남는 글귀를 큰 소리로 읽어보니 좋았다고 했습니다.

193 / 지혜가 왜 욕을 했을까 물었더니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대답했습니다.

195 / 사람들은 저마다 쓸쓸하고 슬픈 이야기들을 만들며 살아갑니다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아이들이 살아갈 삶도 그렇습니다.

202 / 무엇보다 교사의 욕심으로 책을 읽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아이들은 아이들의 속도가 있고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저마다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9 / 아이들은 딱딱한 교과서에 담긴 뻔한 질문과 뻔한 답에 끌리지 않습니다.

209 / 책을 읽고 웬만하면 바로 느낌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212 / 느낌 나누기는 말 그대로 나누는 활동입니다나의 말을 주고너의 말을 받습니다그렇게 주고받게 됩니다.

233 / 이야기의 주인이 아이들이 되면 이야기꽃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244 / 교사는 무엇을 가르치는 사람이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하고아이들과 함께 배워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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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 - 공간, 시간, 소리, 색채에 관한 교육학적 성찰
송순재 지음 / 아침이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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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뷰

  한국 공교육의 수준은 낮지 않다. PISA에서 나오는 성적만 보더라도 공교육은 자신의 임무를 상당히 잘 수행하고 있다이에 반박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말과 공교육이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크게 다르다전자를 가지고 후자를 끄집어내는 것은 명확한 오류다.

  그러나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사회문화적 시스템이 문제일 수도 있고대학 입시 때문일 수도 있다또는 교사의 열정이나 능력 부족일 수도 있고 사교육이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중요한 것은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니겠나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다이에 대한 현재 가장 강력한 대답은 아마도 혁신학교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혁신학교 역시 한계가 있다전반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 교사의 열정을 거의 유일한 동력원으로 하고 있으며 무늬만 혁신하는 학교도 있다그리고 학교 전보 체계상 계속 구성원이 바뀌기 때문에 혁신적인 시도들이 전통으로 남기가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학교를 넘어서 학교를 혁신한다는 구호도 있고 마을공동체를 학교로 끌어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전자는 아직 실체가 모호하고 후자는 교사의 업무 폭증과 마을에 대한 너무 과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학이다교육은 근본적으로 그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다우리나라 사회는 교육에 적합한 집단사고를 형성하고 있는가골목길마다 즐비한 차들과 골목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들학벌로 차별하는 문화서로 믿지 못해 여러 검증시스템을 도입할 수 밖에 없는 사회문화 등을 볼 때 학교와 교사들을 닦달해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이다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육적 상상력이 필요하다아무리 좋은 철학을 갖추어도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교육적 상상력은 아무렇게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반듯한 철학을 토대로 다양한 경험과 반성을 통해 나온다.

  송순재 교수가 쓴 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는 그래서 선구적인 책이다공간시간소리색채로 나눠 펴낸 이 책은 기존의 교육에 대한 정의부터가 아닌 현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다양한 이야기와 현재 대두되고 있는 대안교육 이론의 결합은 우리의 고정된 교육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움직이게 한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다특히 수업보다 그 수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담았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물론 수업에 대한 성찰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어울리지 않는 책이긴 하다.

  교사만 읽을 책은 아닌 거 같다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교사의 소신도 뒷받침해줄 사회문화적 토양이 있어야 싹틀 수 있는 거 아닌가우리 사회가 좀 더 교육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2. 밑줄

20 또 다른 문제로 우리는 종종 소년들이 나무에 기어 오르거나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려 드는 식의 행동을 볼 수 있는데부모는 이를 불안해하면서 억제하려 들지 말고 십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23 도시의 건물에서 무엇보다도 유감스러운 건 건물이 그 개성적 얼굴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25 나는 그 까닭을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일상생활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학교교육에서도 그저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31 그 방향에서 독일의 한 직업학교(하노버 시)에서는 기회균등이라는 교육적 이념 아래 창문 없는 교실을 만들었다.

45 개인의 독자적인 공간을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공동체의 형태를 경험할 수 있는 책상의 형태와 유연한 배치

57 클라우스 몰렌하우어가 묘사했듯이 그렇게 학교는 일종의 분류기계’ 같이 학생들을 세세히 분류해냈으며 그들 각자를 위한 공간을 배정했다.

57 대형학교라 할지라도 학교 안에 학교를 설치하는 구조를 통해서 출구를 마련하려 한다.

63 하나의 예술품으로서의 학교불가능한 요청일까?

68 리텔마이어는 학생들에게 호소력 있는 건축물의 범주 세 가지와 그 반대의 세 가지를 들었다. (1) 생산적 자극과 운동감(vs 지루함과 단조로움) (2) 자유감과 해방감(vs 협소함과 억압적 느낌) (3) 따스함과 부드러움(vs 차가움과 딱딱함)

73 서양의 경우그들은 나름대로 전통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공간문화를 건설해가고 있다.

77 하지만 바로 그러한 심학적 공간이야말로 오늘날 현대적 진보에 지나치게 경도된 학교즉 마음을 위한 공부자리가 상실된 오늘날의 학교를 향해 또 다른 차원에서 말을 걸어올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해본다.

81 생태교육의 진정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자연세계와 교류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기까지 하는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내는 것이다.

117 세상의 어느 것 하나 단번에 이루어지는 게 없고또 영원히 동일하게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은 인간이 단적으로 시간적’ 존재임을 말해준다.

121 산다는 것은 시간을 어떻게 체험하느냐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122 어린아이들에게 과거와 미래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현재 여기서 놀이하며 보내는 시간이 전부다.

125 중요한 것은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하되 매번 때에 들어맞게 하는 것이다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평정심이다이 평정심은 일이 예상치를 넘어서서 심한 굴곡을 보이게 되면 시험대에 오른다.

127 재능은 심리학적 지식을 동반한 교육적으로 조성된 환경 안에서 비로소 얼굴을 쳐든다는 말이다. ... 상상력은 개성과 재능에 대한 정당한 인식이라는 조건 속에서 비로소 나래를 펼 수 있다.

130 지혜를 좋아하면서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잘못된 결과는 허황됨이며 ... 곧음을 좋아하면서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잘못된 결과를 각박함이며 ... 굳셈을 좋아하면서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잘못된 결과는 멋대로. <논어양화편

132 첫 번째 것은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이고두 번째 것은 나는 어디를 가고자 하는가?“입니다이 두 개의 점을 알고 나면 우리의 삶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133 판타지와 가치감각이것이 있은 뒤라야 삶은 아름답게 되고 그의 직업세계에 대한 구상도 믿음직스럽게 된다.

136 교육의 과제가 있다면 인생이 너무 일찍 막을 내려버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138 학교의 시간구조라는 것이 바로 산업사회가 생산해낸 시간구조에 의해 규정된 것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141 ”수도원은 생기 없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파발꾼즉 우리의 시간 속에 영원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증하는 전령이다“ Gustav Thibon

144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만의 것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기이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148 정당한 의미에서의 학습이란 빠른 속도가 아니라, ’적절한 속도를 뜻한다.

150 그것은 이를테면 게으름‘, ’느긋함‘, ’욕심을 포기하기‘, ’자신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기‘, ’효율성의 원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 삶의 구조‘ 등이다.

153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면느린 속도를 몸에 배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155 가령 학생들 간의 폭력에서 전형적인 귀결은 나를 자극하니까나도 때릴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162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 가면 학생들로부터 이런 인사말을 듣는다아침에는 맑았습니다.“ 점심때는 밝았습니다.“ 저녁때는 고요합니다“.

167 따라서 학교 시간은 결속력을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식으로 경험되기 일쑤다.

173 하루 종일 습격당하는 느낌으로 하루를 살아야 한다.

174 우리 핸드폰‘ 문화 중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무차별하게 단절시킨다는 것이다.

181 시간은 단순히 유한성이 아니라 그 안에 무한으로 통하는 길이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세계다. ... 근대기 유대교 평민 신비주의 사상인 하시디즘은 세계 안에는 신적인 불꽃이 숨겨져 있다고그렇게 가르쳤다.

196 배움은 노래와 춤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끌어내고좋은 시와 음악을 골라 날마다 백성들이 듣게 하는가 하면 자작시를 지어 학동들로 하여금 노래하게 했다는 것이다.

199 그곳(발도르프 학교)에서 아이들은 하루의 아침을 좋은 음악으로 열고 수업의 첫머리를 그런 음악으로 시작한다.

200 다만 개혁교육학적인 시각에서 말하자면 이미 만들어진 가락과 장단을 따라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저 느낌이 오는 대로 치는 행위 자체아니면 단순한 놀이로 그저 치면서 노는 행위가 중요하다.

204 여전히 전통과 교재를 답습하는 음악수업대가로부터 전수 받기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정도가 높아질수록 특수한 전문가적 기예를 요하며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엘리트 음악수업 구조라는 점에서 말이다.

205 하지만 아이들은 활발한 것과 크게 말하는 때가 필요한 것처럼뒤로 물러나고 조용히 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206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를 향하여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이런 영롱한 소리에 비추어 닦도록 하면 어떨까?

209 소리 내어 글 읽는 행위는 그 자체 생명의 약동을 표현한다이에 비해서 오늘날 일반화된 독서법은 때로는 너무 메말라 보인다공부 또한 너무 개인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28 바겐샤인은 학교가 어린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성급하게 가르치려 듦으로써 일종의 죄를 짓고 있다고 고발하면서 왜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세계의 근본적인 현상을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246 이 제안은 실상 기계음에 익숙해진 현대적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요청한 것이었다.

250 사회 공동체성을 기르기 위해 합창 연습은 좋은 방도가 될 수 있다.

255 하지만 이렇게 꺼져버린 것은 실은 음악이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262 그 색들은 수줍은 자태로 내게 다가와서는일상에 쫓겨 잿빛으로 물든 나의 마음을 한없이 부끄럽게 울렸다.

268 색채는 아름다운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276 다채로운 자연세계를 사진기나 영사기로 세밀하게 관찰한 영상자료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체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77 아이들은 이런 인공적 색채의 세계와도 의미 깊게 교류할 줄 알아야 한다.

303 화장술은 미학적으로 인간학적으로 중요한 문제로서이 기법은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할 생활의 기법임에 분명하다이때 중요한 것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미적 체험이 자유롭게 전개될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한편 대중소비사회가 지정하는 기법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롭게 화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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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반양장) - 로마인에게 배우는 불멸의 경영법칙 22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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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뷰>

   년이라는 시간은 꽤나  시간이다 시간동안 하나의 제국이 유지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일이다 놀라운 일을 해낸 나라가 바로 로마다팍스 로마나 시간동안  넓은 영토를 평화롭게 통치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위대한 기업로마에서 배운다 로마의 강인함과 견고성을 경영적 관점으로 해석하여 설명한 책이다 책에서 말하는 경영법칙들은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합리적 분업 구조라든지 개방적 인재 등용노블리스 오블리주  오늘날 관점에서 살펴봐도 로마는 배울  많은 나라다.

  경영적 관점에서 해석한 거지만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읽을만 하다역사적 이야기는 교훈이 아니더라도 재미있으며 현실 사례와 연결한 것은 역사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다.

  다만  책을  저자가 자본주의적 기업가 마인드에 지우쳐 있음은 경계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파업이나 복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너무 나이브하다기업에 대한 비판도 있긴 하지만  비판은 너무 상식적인 수준이라 비교해보면 기업 쪽에  호의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된 책답게 배울 점이 많다건강한 조직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구절>

뼈아픈 실패경험을 성공하기 위한 무형자산으로 만드느냐아니면 책임자를 찾아 응징하는 푸닥거리로 만드느냐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실패할 때는 창조성이 자극되게 마련이다. -  게이츠 <미래로 가는 >

등반기 초반의 처절한 실패는 나를 힘만 믿는 청년에서 겸손함을 아는 강인한 사나이로 만들었다. - 엄홍길 대장

인간은 쉬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한다. - 산악인  베스

조직의 속성상 실패자를 영웅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그렇다고 범죄자를 만들어서도  된다.

로마인에게 있어 신이란 인간의 행동을 규율하는 절대자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 인간을 도와주는 후원자였다.

정의나 평등 같은 추상적 가치는 필연적으로 해석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란 ‘생존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시장이라는 도로 위를 ‘이익이라는 연료를 태우면서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역량 있는 지도자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이러한 군중심리를 적절하게 활용할  아는 사람이다.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개인적 신념에만 충실하면 되는 보통사람과는 처지가 다르다는 점을 개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듯이 조직이란 지도자를 중심으로 조직원들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돌아가는 소우주다.

우수한 조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도 저급한 인간이 지도자가 되면 금세 저급한 조직으로 변모한다.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얻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관성 때문에 저급한 지도자라도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혈연 단계를 벗어난 사회를 규율하기 위한 기준은 문화에 따라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그리스인은 철학이었고 유대인은 종교였으나 로마인은 법률이었다.

 개인으로서는 아들의 죽음에 눈물 흘렸으나 동시에  아들을 죽인 죄로 고발된 피고에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명할 기회가 주어질 것을 보장한다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내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슬픔도 국민들의 온갖 목소리도 모두 무시하고 재판에 임해주는 것이다. - 로마 2 황제 티베리우스

분명한 원칙이 없는 미봉책은 갈등의 불씨만 남기고   문제를 잉태할 뿐이다.

용병에게 있어 참전이란 거래관계에 불과하지만 시민군에게는 공동체에 대한 명예로은 의무였기 때문이다.

전쟁에 나가 희생된다고 해도 재수 없어 죽었을  공동제가 인정하지도 기억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의무를 이야기하는 것은 허망하다.

현장과 멀리 떨어진 본부에서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현장책임자를 속박하고 조직을 관료주의에 물들게  뿐이다.

인간이란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으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게 되지만권한과 책임이 모호하면 자기보호본능이 발동해 수동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달콤한 과실은 지도층이 맛보면서 조직원에게 희생만 요구하는 조직은 유지될  없다.

지도층이 보통사람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목숨과 돈을 국가를 위해 바치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군대 가고 세금 내는 사람들은 국가가 아니라 몇몇 지도층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에 불과하다.

좋은 시절에 단맛만 즐기면서 어려워졌을  쓴맛은 보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미 타인을 이끌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시스템과 메뉴얼을 사람과 결합시키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면 자신의 능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

사람은 자기 소유물을 빼앗겼을 때보다 부친이 죽은 쪽을  빨리 잊어버리는 법이다. - 마키아벨리(군주론)

노예와 자유민의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난 뒤에 만난 운명의 차이에 불과하다. - 세르비우스(로마의 6대왕)

개인의 역량이나 의지와 상관없는 차별이 존재하면 조직 역량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로마인들은 전통적으로 명예를 중시했는데명예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인정이었다.

로마인들은 전통적으로 법률 명칭에 제안자의 이름을 넣을 정도로 명예를 중시해왔다.

협력해서 손해를 보는 쪽이 있는데도 협력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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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 근현대 편 - 마키아벨리에서 아렌트까지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구민정.권재원 엮고 해설함 / 휴머니스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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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설사 공화정이 아니라 왕정을 주장한다 할지라도 신의 명령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근거를 통해 왕정을 정당화해야만 하였습니다. 신이 퇴장한 자리에 인간의 이성이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인간의 이성을 통해 합리적인 정치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계몽사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정치공동체에서 지배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통치권을 정당화해야 한다. 과거 통치자들은 어떤 정치체제든 자신의 통치권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신이나 하늘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을 끌어들였다. 서양의 왕권신수설이 그것이며 동양의 전제군주들이 다 자신들을 하늘의 자손, 천손이라 부른 것도 그러하다. 일본 같은 경우 2차 세계대전 패망 이전까지도 천황을 신의 후예로 신토라는 종교의 중심으로 삼았다. 오늘날에도 사이비 종교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보면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여전히 우리 관념에 막강한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그러나 근대 과학이 형성되고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면서 신은 통치권을 정당화시키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니체의 표현처럼 신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온전히 퇴장한 건 아니었지만, 단순히 신이 부여했다는 설명만으로는 통치권을 정당화시킬 수 없었다. 여기서 근대 계몽사상이 태동하게 되고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등 계몽사상가들이 등장하게 된다. 홉스의 경우 왕권을 정당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리바이어던이란 책을 펴낸 거지만 그 메세지는 오늘날 민주주의하고도 맞닿아 있다. 

"군주정과 그 체제로부터 받은 폐해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지라 가두정을 전복시킨 자들은 군주정의 재수립 대신 민주정에 주의를 돌렸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 체제는 자유의 남용에 이르게 되었다. 이 상태에서는 공공의 권위도 타인에 대한 존중도 사라지며, 개인들이 제멋대로 살면서 날마다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다. 급기야 그들은 어떤 훌륭한 사람의 제안에 따라, 혹은 그러한 남용에 질려서 다시 군주정으로 회귀하였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사태가 진행되었다."

민주주의는 굉장히 복잡하고 역동적인 체제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정, 과두정과 달리 이 체제는 쉽게 붕괴될 수 있다. 나폴레옹 3세가 그러하며 나치의 히틀러가 그러하다. 이 둘은 민중의 지지에 의해 독재권력을 손에 쥐었다. 마키아벨리가 위 문단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유를 감당하지 못한 인민은 그 자유를 남용하게 되며 개인만 존재할 뿐 공동체를 스스로 붕괴시킨다. 그 결과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보았다. 그 지도자는 엄밀히 말하면 그 아버지의 대리인 격이지만. 다행이라면 아버지보다 한참 못한, 아니 일반인보다도 못한 모습에 그 아버지의 신화까지 침몰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그 잔존세력은 더 이상 박정희를 호출하지 않는다.

지금은 어떠할까? 대통령은 만능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시민 중 하나로 전체 시민의 뜻에 따라 최고 지도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정부만 있을 뿐 예전에 있던 작은 공동체들을 모두 잃었다. 시민단체는 시민을 상대한다기보단 정부를 상대하는 데 더 집중하는 거 같다. 정부권력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중심에는 정부만 오롯이 있을 뿐이다. 이제 풀뿌리 정치란 말은 화제가 되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에 있을까.

"이처럼 중앙 권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때때로 그 권력의 대표자를 선출하라고 불러내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치 습관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들이 그들의 통치자를 적절히 선출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비굴할 정도로 복종만 일삼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자유롭고 지혜로우며 정력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 아닐까.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나 자립률이 저조한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굴종 또는 타협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이야기보다는 중앙정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그만큼 지방이 중앙에 예속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지역을 정말 아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어떻게든 그 지역에 필요한 예산을 중앙에서 따올 수 있는 권력자에게 마음이 기운다. 이전 지방선거에서 아파트 값을 올려주겠다고 대놓고 말한 후보도 있었다. 그 천박함에 누리꾼들은 비판을 하였으나 이게 비판만 해서 될 일일까. 그 후보는 어떻게 보면 현실에 딱 맞는 주장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치가 교육의 종착점이자 목표이다. 유럽의 경우 정치의 주요 목적은 사람들을 사생활에 안주시키는 데 있다. 유럽에서는 흔히 사생활의 사고방식과 습관이 공무에 도입된다. 반면 미국인은 공공 생활의 습관을 사생활에 적용한다."

토크빌의 이 말은 그 시기를 고려해서 걸러들어야 한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이러하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이 말은 주의 깊에 새겨들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아이들을 정치소비자로 길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정치참여자로 길러내고 있는가. 이 점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다. 중앙권력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일상생활에서는 공동체적 가치를 가볍게 무시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위험하다. 목소리는 크나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예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저 벗어났다고 믿을 뿐.

"부르주아는 자신들이 지배권을 얻어낸 곳에서는 어디서나 모든 봉건적.가부장적.목가적 관계를 파괴하였다. 부르주아는 태어나자마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온갖 봉건적 속박을 가차없이 토막 내어 버렸다. 그리하여 사람들 사이에는 노골적인 이해관계와 냉혹한 '현금 계산' 외에는 아무런 관계도 남지 않게 되었다."

오늘날 파편화되어 개인만 덩그러니 남은 사회에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뺄 수가 없다. 홉스, 로크와 같은 계몽사상가들이 이야기한 민주주의는 사적소유의 완전한 보호가 핵심에 있다. 부르주아들은 이전에 있었던 모든 봉건적 체제를 박살냈다. 이 점은 그들의 공로가 틀림없고 마르크스도 인정하고 칭송하는 바다. 그러나 그 결과 사람들 사이에는 오로지 이해관계 밖에 남지 않게 되었고 자본의 지배가 시작됐다. 

자본의 지배가 얼마나 가혹한지는 그래도 잘사는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도 알기 어렵지 않다. 아이들의 진로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사'자가 들어가거나 뭔가 멋있거나 주류에 속한 직업을 이야기한다. 청소부나 생산업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이건 아이들의 탓이 아니다. 주류에 속하지 않으면 어려운 삶을 영위해야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성 때문이다. 

물론 '자본' 자체는 잘못이 없다. 자본을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 두고 신앙하는 사람과 사회가 문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시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흐름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흐름조차도 자본에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는 또 어떻게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할지는 각자의 신념과 고민이다. 

"공공업무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 문제에 대한 중립성만으로 전체주의 운동의 발생 원인을 충분히 제시할 수는 없다. 부르주아 사회는 경쟁적이고 탐욕스러워서 원래 공적 생활에 대한 무관심, 심지어 적의까지 수반하였다. 부르주아의 세계관은 무자비한 경쟁에서 개인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시민의 의무와 책임은 안 그래도 제한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런 부르주아의 태도는 공공 업무라는 성가신 책임을 강한 사람이 스스로 떠맡는 모든 형태의 독재에 매우 유용하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만 정신이 팔린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와 사적 도덕보다 파괴하기 쉬운 것은 없었다."

한나 아렌트의 지적처럼 오늘날 자본주의는 경쟁의 자유를 신봉한다. 우리나라 보수우익들이 말하는 자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이 자유 외의 자유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궤변으로 합리화한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파편화되어 유리된다. 이렇게 홀로된 개인을 다루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 아주 쉬운 일이다. 이번 비트코인 사건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의 정치의식은 개인의 이득을 그 근거로 삼는다는 게 확실하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진보적 주장을 해댔을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정 반대로 이야기한 경우가 많다. 즉 공공의식에 의해서 개혁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의 자유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자유는 유대관계를 배제한 단절되고 고립된 개인주의로는 충족될 수 없는 것이다. 쓸데없는 오지랖과 꼰대질은 곤란하겠지만 홀로 자유로운 인간이란 그저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일 따름이다. 

한나 아렌트의 통찰대로 전체주의는 짐단주의보다 원자화된 개인주의가 더 중요한 원인이다. 토크빌의 말만따라 자발적인 결사체, 지역공동체가 없을 때 인민은 다수의 여론이 휩쓸리게 되고 그 결과가 전체주의다. 민주주의 정치제재에서도 전체주의는 얼만든지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옛날 사상가들의 그 당시의 통찰이 지금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세상이 계속 발전해왔지만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아직 우리가 갈길이 멀다는 것, 그리고 교육과 정치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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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부모는 이 기술을 통해 자신의 자녀들이 우수한 형질을 갖고 태어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부모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출생, 혹은 생물학적 차별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기술을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금지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 시점은 바로 오늘이다. 누군가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그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는 ‘아니오, 그 일은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시점이 될 것이다.” - <2018~2028 핫이슈 빅트렌드, 트렌즈지 특별취재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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