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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졸업 때까지 책을 한 20권이나 제대로 정독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교과서와 문제집이야 열심히 봤지만 그런 책들은 정말 하나의 수단일 뿐 학교를 졸업한 후 다 버려버렸다. 이걸 책을 읽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여튼 졸업 이전까지 나는 책을 제대로 선택하지도 보지도 읽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성 역시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내가 책을 손에 쥐기 시작한 것은 발령 받아 처음 맡은 업무가 바로 '도서'였기 때문이다. 생전 별로 가보지도 못한 도서관이라는 곳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책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학습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교과 관련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손에 쥐기 시작하다가 만난 책이 여희숙 선생님께서 쓰신 '책읽는 교실'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책으로 꾸려가는 학급 운영의 모습은 그 당시 내게 너무 이상적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나와있는 교육활동을 바로 내가 하기에는 힘들거 같아 가장 쉬운 것부터 하기로 했다. 교사로서 근무하고 있는 동안 활용할 학급문고 만들기 말이다. 

그러나 난 '책읽는 교실'을 너무 내 식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직접 사비를 털어서 책을 모으는 것은 좋았지만 그런 책들의 종류가 너무 편중되어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에도 나는 소설 같은 문학에는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이들을 위해 사는 책들도 동화와 같은 문학류는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교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나중에서야 내 오류를 알았지만 그때는 그랬다.

나에게 있어 책읽기란 하나의 내 자아를 성장시키는 수단이다. 공익 때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곤 했다. 그리고 서평도 쓰고 느낀 점도 쓰고 그랬다. 그러나 이러한 책읽기는 개인의 성장은 되었지만 교사로서는 갖추어야할 여러 자질을 골고루 키우기에는 내 관심사에만 너무 편중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복직해서도 욕심은 있었지만 제대로된 독서교육을 해보지 못했다.

다행히 학교 안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함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좋은 선생님들 덕분에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변화의 속도는 너무 느렸고 내 마음은 여전이 닫혀있던 모양이다. 그 당시에도 나는 그림책을 왜 읽어줘야는지,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하나의 학급운영 스타일 정도로만 생각했다.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고 여희숙 선생님께서 주신 목록으로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림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모으기 시작했고, 아이들에게도 읽어주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잘 안됐지만 올해는 신기하게도 책을 읽어줄 때는 조용해진다.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작지만 소중한 변화는 나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 혼자서 독서를 한다면 일단 그런 책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감동도 얼마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한 권의 책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분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예전에 비해 한 단계 성장했다. 그리고 그걸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도 독서모임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이 모임은 우리 학교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직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다른 학교에 가서도 이런 모임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학교를 벗어나 지역의 큰 흐름으로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흐름에 나 역시 역할을 맡아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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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반에 있는 물건들을 너무 쉽고 함부로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다. 게다가 놀이도구를 사용하고 그냥 대충 던져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 오늘 가온배움두레 협의회를 마치고 돌아와서 교실을 보니 칠판에 그려진 낙서나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놀이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한 아이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청포도 캔디도 몇 개 안남긴 했지만 다 사라지고 없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화가 났다. 내 물건을 함부로 손댄 것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게 내 사유재산을 손대서 그런건지 아니면 '교사'의 물건을 손대서 그런건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격의 없이 생활하고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가 어른이고 '교사'이기 때문에 대접받고 싶은게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그렇게 분노라는 감정이 타올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도 지금 상황은 좋지 않다. 공유물에 대해 소중함을 알지 못하면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학급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학생들이 이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원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대략 난감이다.

내일은 아무래도 선을 한 번 그어야겠다. 가끔 잔소리 정도로 하고 말았는데 각 좀 잡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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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azaleaiii 2015-11-03 0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접받길 원한다기 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거라고 기대하는데 아이들은 그러지 않을때, 실망하게되고 화가 나는 것 같아요. 어후, 생각하니 답답해 잠이 안오겠네ㅋㅋ
 

헬싱보리에서 버스 채 배를 타고 덴마크로 넘어 왔다. 약 40분 이동하여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공립학교(초, 중)에 도착하였다.

와보니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마중을 나왔다. 상당히 유쾌해 보이는 분으로 카메라 가지고 온 사람을 물어 긴장하게 하더니 자신을 찍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우리의 기분을 가볍게 해주셨다. 또 이미 아이들에게 어마어마한 한국인들이 와서 사진을 마구마구 찍을거라고 이미 이야기 해놓았으니 얼마든지 찍으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온라인 망에 올리는 것은 허락 유무를 떠나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겠지만 개방적인 학교의 모습에 우리들의 마음 역시 열리는 것 같았다.

학교 주변을 안내해 주셨는데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놀이터란 말로는 온전하지 못하지만)에서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검은머리 외국인을 경계하지 않고 웃으면서 맞이해주는 모습이다. 너무 아이들이 환대해주어 많은 선생님들이 즐거워하셨다. 나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잠시 후 학교 안으로 들어가 우리나라로 치면 강당 같은 장소에 앉게 되었다. 조금 기다리니 아이들이 몰려와 바닥에 앉았다. 처음에는 이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다 앉을 수 있나 했는데 다 앉았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은 서있는 방문 교사들에게 의자를 권하기도 했다. 어떤 여자아이가 의자를 나에게 권했는데 뭐랄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랬다.

학생들이 다 모이자 교장선생님께서 박수치기로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박수치기는 아무래도 만국 공용 신호인 모양이다. 다만 공간의 특성인지 아니면 아이들 특성인지는 몰라도 너무 쉽게 공간이 조용해졌고 아이들의 눈은 교장선생님께로 향했다. 이 점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맞추어 아이들이 합창을 한다. 몇몇 선생님들은 율동도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합창을 한다. 아이들 목소리가 너무 고와 아름다우면서도 귀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뒤 쪽에 앉아있던 중학생들은 따라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끄럽게 하거나 분위기를 흐리지도 않았다. 이 모습을 보면서 노래로 다같이 모여 하나가 되는 어떤 연대가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으로 어른들끼리의 시간을 가졌다. 그곳에는 교장, 리더교사, 지자체 교육담당자 등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했다. 이번 우리들의 방문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거 같아 감사했다.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셨는데 덴마크 교육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학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놀이라고 한다. 평화샘 프로젝트도 놀이를 중시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야외에서 많이 못 놀렸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지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유토피아에 가까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설명을 끝난 후 수업 참관을 했다. 리더교사 중 한 분의 안내를 받아서 움직였다. 이 학교에서 리더교사는 교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를 안내해주신 분은 교사의 봉급지급까지 처리한다고 하신다. 업무전담팀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는데 그런 것과 유사하다. 다만 여기는 정식 직렬로 운영되는 것 같고 개인 사무실도 주어진다.

첫 번째로 본 수업은 수학 수업이다. 2학년 수업인데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수준은 비슷한 거 같다. 교실 구조부터가 인상적이었는데 책상이 양쪽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 자리 배치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묘하다. 가운데에는 1에서 100까지 숫자판이 순서대로 놓여져 있다. 보니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다가 막히면 나와서 직접 세어보는 것 같았다. 즉, 몸으로 직접 알아보는 활동으로 하는 수업인 셈이다. 숫자블록으로 조작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런 수업을 보니 신선했다.

두 번째로 본 수업은 중학생수업인데 모둠별로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조용히 교사의 질문에 집중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활기는 넘치지만 부산스러워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가 많다. 경청하는 것부터 다시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세 번째로 본 것은 방과후 수업으로 로봇과학수업이다. 우리나라에도 로봇과학이 유행을 타고 있는데 반가웠다. 다만 레고의 고장 답지 않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좀 구식이라고 하니 참 역설적이다. 

수업 참관 후 식사 대접을 받았다. 덴마크 전통음식이라고 하는데 보리빵 위에 야채, 고기 등이 얹어 잇는 음식이다. 학교의 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학교의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너무 환대를 받고 방문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줘서 감사했다. 내일 갈 학교도 이랬으면 좋겠다. 핀란드에 비해 뭐라고 할까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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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두 번째 날이다. 오늘은 초등학교가 아니라 유, 초, 중학교가 함께 있는 종합학교를 방문했다. 

어제 갔던 학교와는 달리 분위기가 매우 개방적이었다. 특별히 사진에 대한 제지가 강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나와 학교의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셔서 학교 시설과 환경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처음 갔을 때 본 것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이다. 어제 간 학교와 달리 이 곳에는 흙 바닥인 놀이터가 있었다. 물론 넓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다투지 않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또 안전을 위해 교사들이 나와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따로 안전요원이 아니라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한다고 한다. 영어가 짧아서 다른 선생님들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좀 과격하게 노는 우리 아이들에게 중간놀이 시간을 주면 어떻게 될까 고민스럽긴 하지만 매우 보기 즐거운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사진 찍는데 거부감이 없어 어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환대해주셨다. 교장선생님은 상당히 쿨한 이미지였다. 학교의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셨는데 협의회 때도 나온 이야기지만 정말 감탄했다. 재봉틀이 있는 공예실에 사진인화기가 있는 미술실, 각종 장비가 있는 기술실, 요즘 아이들의 트랜드에 맞춰 전자 기타 등이 구비된 음악실 등, 한국에서는 간신히 한두 실 있을까말까한 시설들이 학교에 존재했다. 이런 시설들은 과거 여도초등학교 방문할 때를 제외하고 공립학교에서는 찾아보기 불가능한 것들이다.

학교의 전반적인 디자인도 참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중앙현관에서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마치 파티장 계단 같았고 식당은 한국의 식생활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마치 대기업 식당 같았다. 

수업도 참관했는데 부진아지도 교실, 4학년 교실, 코딩 교실 등을 보았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반쪽짜리 참관이긴 했지만 주워들은 설명 만으로도 제법 배우고 느낀 점이 없진 않다. 

4학년 수업은 과제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보면 교실 복도에서도 여자 학생 2명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학습지를 풀고 있었다.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유로운 핀란드 교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국 학생들에게 이런 허용이 당장 가능한지는 의문이 든다. 핀란드 아이들이 내성적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복도에서 큰소리 내는 학생들도 없었고 뛰는 학생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허용에도 다른 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상당수가 복도에서 뛰고 고함을 지른다. 교사는 참더라도 다른 학급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허용적이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이 문제는 한국인의 특성,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 옆 반은 부진학생, 즉 배움이 더딘 학생을 위한 교실이다. 처음에는 그곳이 4학년 교실인지 알았다. 교사가 학습지와 컴퓨터,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하여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교사는 다른 교사들보다 1년인가 1년 반 정도 더 공부를 한 분이라고 한다. 석사와 박사의 중간 과정을 수료했다고 보면 된다. 내용은 더 쉽지만 더 많은 공부를 한 셈이다. 교사는 지식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부진아 지도를 대충 비정규직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한국 현실과 비교하면 매년 퍼붓는 부진아 지도 예산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특이했던 것이 화장실이 1인실이라는 사실이다.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학교폭력 문제 때문에 이렇게 디자이 되었다고 한다. 보통 학교폭력이나 왕따는 교사의 눈이 보기 어려운 곳에서 이루어지고 그런 최적의 장소 중 하나가 화장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핀란드 인들의 섬세함을 잘 알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건 하나의 방편일 뿐 본질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질문 시간도 있었는데 대다수가 책을 읽는 것으로 충분한 것들이었다. 다만 핀란드 학교의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답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핀란드는 10년마다 교육 시스템이 바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 역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한다. 바로 그런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맞춰나갈지가 교장 선생님의 고민이라고 한다. 

한국의 고민하고도 어느정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지만 보통 그런 고민들을 우리나라는 교육운동가나 교육 NGO들이 한다. 그런 질문에 한국 교장 선생님들은 뭐라 답할까? 어떤 대답이든 이런 거시적인 관점의 대답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나라는 그만큼 학교에 자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율성이 없는 학교의 장이 하는 고민의 범위가 얼마나 넓겠는가? 기껏해야 사회적 관심이나 국가적 요구, 학부모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정도가 고민일 것이다. 나는 방문학교 교장선생님의 대답을 들으면서 그런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자율적인 풍토가 매우 부러웠다. 

핀란드에서의 학교방문은 여기서 마우리 된다. 지금 배를 타고 스톡홀름으로 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학교방문이 어려운 모양인데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여튼 시설도 시설이지만 교사와 학교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에 따른 자율권이 정말 인상적이다. 저신뢰사회인 한국에서 이런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고민의 지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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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의 둘째 밤이다. 오늘은 핀란드 초등학교를 하나 방문했다. 스톰버그 학교인데 좀 놀랐던게 운동장이 없다. 왜 없는가 했는데 잘 보니 아주 크진 않지만 축구장도 있고 놀이터 시설도 있긴 했다. 그리고 가이드 분 말씀을 들으니 6개월 눈이 내리는 나라라 운동장이 없다고 한다. 헬싱키 대학교에도 학교에 따로 운동장이 없긴 했다.

아이들 표정은 매우 밝았다. 아이들이 노는 근처에 교통지도를 하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아마 안전 지도를 하는 보조요원인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수업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한 나도 쉬긴 하는데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 안전 지도는 이루어져야는 만큼 이런 보조 요원들의 존재는 참 부러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수행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에너지 충전과 다음 수업준비를 위해서도 그 시간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교사가 나와서 우리들을 맞이 하였다.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질문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나는 따로 하지 않았다. 질문 폭이 너무 넓어 너무 상투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어 좀 아쉽긴 했지만 30명 가까운 사람이 질문하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질문 시간 다음에 수업을 참관했다. 2개 수업을 약 15분간 교대로 참관했는데 나는 종교 수업을 먼저 들어갔다. 공립학교에 종교 수업이라니 좀 의외면서도 그곳에 난민 출신 아이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에서 할 만한 수업이기도 하다.

소문대로 교사가 아이들을 꽉 통제하지는 않는다. 주의는 주지만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행동을 하게 지도하지는 않는다. 종교 수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떤 상징물을 색칠하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활동을 하였다. 전반적으로 강의식으로 이루어졌다.

다음에 본 수업은 영어 수업인데 내가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다른 선생님 말씀으로는 5학년 수업이라 한다. 생각보다 키가 크지 않아서 처음에는 2~3학년 정도인지 알았다. 수업내용은 단어 공부로 한국 영어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그래서 인지 지도하는 교사가 성급하게 하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낱말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는 듯 했다. 실물화상기를 주로 사용했다.

예상한데로 그렇게 화려하거나 특별한 수업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교사가 굉장히 수업시간에 부지런하다는 사실이다. 계속 아이들과 대화나누고 돌아다니면서 지도한다. 진도 나가는데 급급한 한국 교사로서 그런 행동은 왠지 사치스럽게 느꼈졌다.

역시 교육과정의 수준과 학습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니 뭐니해도 가르쳐야할 내용이 이미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아무리 통합하고 오리고 잘라도 내용 자체를 줄여야할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로 편집되어 있는 한국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내용 자체를 줄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는 국가 교육과정 고시 과정에서부터 고려되어야할 시급한 문제 아닐까?

교사들이 부지런할 수 있는 것은 열정도 있을 것이고 자부심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수업에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 아닌가 한다. 업무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한국 교사들은 아무래도 수업에 온전히 에너지와 관심을 쏟기 힘들다. 또 한국 아이들이 핀란드 아이들보다 확실히 더 명랑하다. 이게 똑같은 강의식으로 해도 한국 교사들이 힘든 이유 아닐까?

여하튼 한국 교사들의 질과 노력은 다른 국가 교사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굳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면 교사 공동체의 부재다. 교사 조직이 있긴 하지만 너무 광범위해서 하는 사람만 하던가 학교 내에서 업무 중심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또한 공부하는 집단이라기 보다는 한탄과 걱정에 그치거나 정책 비판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매우 아쉬운 점이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들도 학교 내 지역 내에서도 그런 커뮤니티 구축이 시급하지 않나 싶다.

내일 가게 될 학교는 종합학교라던데 역시 기대가 된다. 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 말고 다른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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