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장성군 - 공무원이 경영하는 회사
양병무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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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월호의 파동 때에 해경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거기에 현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태만을 징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반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계속해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 되면서 정부 대 반정부의 구도로 흘러가면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이 일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학교에서도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공문이 내려온 상태다. 세월호 참사와 학교 근무태도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르게 보면 일반인들이 공무원을 보는 시각이 그만큼 차갑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기강확립을 위한 공문이 내려올 리가 없다. 이는 공무원들이 나태하다는 전제 하에서 비로소 나올 수 있는 공문이다.

 

왜 공무원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렇게 나빠졌을까? 본래 공무원은 그렇게 인기 있는 직종이 아니다. 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고졸들이 하는 일에 가까웠다. 그런데 IMF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사람들이 당장 버는 수익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공무원이라는 직종에 대한 주가는 치솟아 올랐고 그 결과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거기에 사고를 쳐도 쉽게 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공무원은 철밥통에 무능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정말 공무원들이 무능한 사람들만 모였다면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는가? 신문 기사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갑갑하지만 사실 공무원들이 정해진 규정 밖에서 움직인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무릇 지도자란 못한다고 야단칠게 아니라 밑에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정하고 그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런 지도자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김흥식 장성군수다.

 

그는 군수로 취임할 때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다고 한다. 이 책 이름도 주식회사 장성군이다. 주식회사란 이름 때문에 전 대통령처럼 효율화란 미명 하에 공공성을 포기하는 거 아닌가라는 편견을 가졌지만 다 읽고 보니 민간의 장점을 절묘하게 접목했을 뿐 공공성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성군에서 공무원들은 기업으로 치면 임직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군민를 주주로 생각한다. 일반 기업이라기보다는 협동조합에 가까운 형태인데 김흥식 군수는 이러한 관점 하에 많은 변화를 일구어낸다. 그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 팀제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철저한 위계질서로 이루어져 있다. 그 때문에 승진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데 지방직만 보면 6급만 되더라도 일보다는 결제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관리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공무원들의 승진 구조 상 언젠가는 6급을 달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자는 줄어들고 관리자는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팀제로 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중앙관청에서도 이후 팀제로 조직을 개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도 최근 업무전담팀 이야기가 나오고 교육청에서도 6급 공무원도 실질적인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을 보면 이는 하나의 대세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교육계가 꽤 늦은 거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팀제는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킨다. 팀이 실질적인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상명하달 식의 업무처리가 아닌 기업식의 업무처리가 이루어진다. 조직 내 민주주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교육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공무원도 연수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장성군은 기존의 연수와 격을 달리한다. 가장 먼저 장성 아카데미를 들 수 있는데 군수의 헌신과 집념으로 유명 강사들을 매주 초빙하여 강의를 들을 수가 있다. 이는 공무원 뿐만 아니라 군민들 모두 가능하다.

 

이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장성 같이 조그만 동네에 왜 그런 강의가 필요하단 말인가? 당시 군 의회에서 반대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김흥식 군수는 콩나물 비유를 들며 당장은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꾸준히 물을 부으면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지속적인 교육으로 군이 발전할 수 있다고 의회를 설득한다. 이러한 그의 믿음은 책에서 잘 나오는데 공무원들과 군민들의 변화로 나타난다.

 

요즘 학부모 교육이 강조되는데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육 받아야할 분들은 안 오시고 굳이 안 받아도 되는 분들이 자주 오시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생계가 문제다 보니 그럴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차원에서 주력사업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개별학교에서 하기에는 예산이나 그 외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장성 아카데미는 군민과 공무원 모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에게는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기에 글로벌 마인드를 길러줄 수 있는 해외 배낭연수를 군 내 모든 공무원들이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자비 20% 부담이기는 하지만 모든 공무원들이 한 번 씩 다녀오게 하는 것은 김 군수의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지자체 최초로 민간기업 위탁 연수 교육을 실시하였다. 요즘은 꽤 많다고 들었지만 당시에는 기업 연수 담당자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니 꽤 놀라운 일이다.

 

비록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기업이지만 이러한 경쟁력은 조직 내 협동에 의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은 그런 교육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이 대기업들의 탐욕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옳겠으나 한국 내 조직 운영은 이들 기업을 따라올 수가 없다. 유감스럽지만 공공성을 수호해야하는 공직 사회가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 일만 하면 끝이라는 일종의 보신주의, 무사주의가 퍼져있다. 따라서 이런 점은 배울 필요가 있고 아예 기업 연수원에 직접 가서 연수를 받게 한 것은 탁월한 혜안이라 볼 수 있다.

 

그 외 4장과 5장에 장성군의 히트 사례가 잘 나와 있다. 군수의 의지만으로 이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관 합동으로 이러한 일을 이루어낸 장성군의 사례는 교육계에서도 의미 있게 받아들일만 하다.

 

마지막 장을 보면 중장기 계획에는 반드시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와 있다. 그러고 보면 내 학급운영은 꽤 조급하게 밀어붙이다 안 되면 포기하는 식인 것 같다. 좀 여유를 가지고 장기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 역시 마스터플랜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 장성군이야 용역을 줘서 이를 세웠지만 학교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실제로 어떤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책에 언급된 것만 가지고도 혁신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다. 리더 한 명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탈바꿈시키는 것이 최우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기에 나온 히트 사례를 군수가 하자고 밀어붙였다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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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랑 2014-05-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호~ 서재 멋지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