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 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7
구세 사나에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아이들의 놀이와 모험을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겉표지에 있는 그림도 그랬고 뒷표지의 그림도 그랬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놀이와 모험이라는 아이들의 흔한 이야기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포착한 데 있다.

 

지금이야 천변에서 뛰어노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강가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거기서 가재도 잡고 물놀이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태 체험장이었던 셈이다. 지금 갑갑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일본도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처럼 강가에서 즐겁게 놀았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시다는 오하시라는 형을 만나 오하시가 잡은 거북이와 같이 지낼 비밀기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거북이를 키운다. 이름도 지어주고 빵도 주고 놀이터도 만들어주며 지낸다. 아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거북이가 사라져버린다. 어디로 간 걸까? 둘은 거북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포기하려는 찰나 거북이가 비밀기지 근처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세히 보니 옆에 다른 거북이도 있었다. 아마 친구를 만난 것이리라.

 

이 때 대다수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할까? 다시 잡으려고 할까? 그냥 포기할까? 아마 대다수 아이들이 다시 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도 오하시 형에게 빨리 가서 잡자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거북이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오하시는 잡자고 말하는 주인공을 막으며 친구들한테 보내주자고 말한다. 그때 오하시는 울고 있었다. 흰 여백에 살짝 맺힌 눈물은 오하시의 심정을 절절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정말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게 맞을 때 짓는 그런 얼굴이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둘이 거북이가 언제든 놀러 올 수 있게 비밀 기지 앞에 다리를 만든다. 아직까진 오지 않았다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거북이는 비밀기지로 가는 다리를 기어 올라간다. 어떤 의미로 봐야할까? 거북이와 요시다, 오하시 사이의 우정의 징표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물음이다. 오하시는 왜 주인공을 막았을까? 아마 오하시가 거북이를 다시 잡는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만 해도 빨리 잡자고 오하시를 부추기지 않았나?

 

왜 그랬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요즘 나오는 이야기를 한 번 둘러보자. 요즘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동물과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동물권이라 해서 동물에 대한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제돌이라는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바 있다.

 

이렇게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도 이미 지구의 주인이 된 인간이 다른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미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이 얼마나 많은가? 인간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다른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관심이 순전히 인간적인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려동물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볼 때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연 저게 동물 입장에서 좋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동물은 그네들끼지 사는게 가장 자유롭고 좋은 것 아닐까?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음에 답해보자. 오하시가 주인공을 막은 이유도 바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해서 그런 것 아닐까? 그 거북이는 오하시가 잡은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그 주인은 오하시가 된다. 오하시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야기 초반에서 내 거북이라고 주인공에게 소리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하시가 거북이를 풀어준 것은 그게 거북이를 위한 것이라는, 자신이 어떤 한 생명체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자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진짜 자연을 존중한다면, 생명의 존엄을 존중한다면 바로 이러한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닐까?

 

주인공들은 거북이가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거북이가 친구와 같이 있던 그날 처음 알았다. 그 둘의 이름은 이제 거의 지워지고 없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주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생명을 존중한다면 그 생명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 안에는 한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 우정이 들어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한 생태교재다.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존엄한 태도가 이 책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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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이야기처럼 한국에서도 냇가에서
아이들이 `우리 기지`를 만들어서
즐겁게 냇바람과 들바람을 쐬면서
하루 내내 신나게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