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보리에서 버스 채 배를 타고 덴마크로 넘어 왔다. 약 40분 이동하여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공립학교(초, 중)에 도착하였다.

와보니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마중을 나왔다. 상당히 유쾌해 보이는 분으로 카메라 가지고 온 사람을 물어 긴장하게 하더니 자신을 찍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우리의 기분을 가볍게 해주셨다. 또 이미 아이들에게 어마어마한 한국인들이 와서 사진을 마구마구 찍을거라고 이미 이야기 해놓았으니 얼마든지 찍으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온라인 망에 올리는 것은 허락 유무를 떠나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겠지만 개방적인 학교의 모습에 우리들의 마음 역시 열리는 것 같았다.

학교 주변을 안내해 주셨는데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놀이터란 말로는 온전하지 못하지만)에서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검은머리 외국인을 경계하지 않고 웃으면서 맞이해주는 모습이다. 너무 아이들이 환대해주어 많은 선생님들이 즐거워하셨다. 나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잠시 후 학교 안으로 들어가 우리나라로 치면 강당 같은 장소에 앉게 되었다. 조금 기다리니 아이들이 몰려와 바닥에 앉았다. 처음에는 이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다 앉을 수 있나 했는데 다 앉았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은 서있는 방문 교사들에게 의자를 권하기도 했다. 어떤 여자아이가 의자를 나에게 권했는데 뭐랄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랬다.

학생들이 다 모이자 교장선생님께서 박수치기로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박수치기는 아무래도 만국 공용 신호인 모양이다. 다만 공간의 특성인지 아니면 아이들 특성인지는 몰라도 너무 쉽게 공간이 조용해졌고 아이들의 눈은 교장선생님께로 향했다. 이 점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맞추어 아이들이 합창을 한다. 몇몇 선생님들은 율동도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합창을 한다. 아이들 목소리가 너무 고와 아름다우면서도 귀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뒤 쪽에 앉아있던 중학생들은 따라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끄럽게 하거나 분위기를 흐리지도 않았다. 이 모습을 보면서 노래로 다같이 모여 하나가 되는 어떤 연대가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으로 어른들끼리의 시간을 가졌다. 그곳에는 교장, 리더교사, 지자체 교육담당자 등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했다. 이번 우리들의 방문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거 같아 감사했다.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셨는데 덴마크 교육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학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놀이라고 한다. 평화샘 프로젝트도 놀이를 중시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야외에서 많이 못 놀렸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지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유토피아에 가까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설명을 끝난 후 수업 참관을 했다. 리더교사 중 한 분의 안내를 받아서 움직였다. 이 학교에서 리더교사는 교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를 안내해주신 분은 교사의 봉급지급까지 처리한다고 하신다. 업무전담팀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는데 그런 것과 유사하다. 다만 여기는 정식 직렬로 운영되는 것 같고 개인 사무실도 주어진다.

첫 번째로 본 수업은 수학 수업이다. 2학년 수업인데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수준은 비슷한 거 같다. 교실 구조부터가 인상적이었는데 책상이 양쪽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 자리 배치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묘하다. 가운데에는 1에서 100까지 숫자판이 순서대로 놓여져 있다. 보니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다가 막히면 나와서 직접 세어보는 것 같았다. 즉, 몸으로 직접 알아보는 활동으로 하는 수업인 셈이다. 숫자블록으로 조작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런 수업을 보니 신선했다.

두 번째로 본 수업은 중학생수업인데 모둠별로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조용히 교사의 질문에 집중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활기는 넘치지만 부산스러워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가 많다. 경청하는 것부터 다시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세 번째로 본 것은 방과후 수업으로 로봇과학수업이다. 우리나라에도 로봇과학이 유행을 타고 있는데 반가웠다. 다만 레고의 고장 답지 않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좀 구식이라고 하니 참 역설적이다. 

수업 참관 후 식사 대접을 받았다. 덴마크 전통음식이라고 하는데 보리빵 위에 야채, 고기 등이 얹어 잇는 음식이다. 학교의 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학교의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너무 환대를 받고 방문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줘서 감사했다. 내일 갈 학교도 이랬으면 좋겠다. 핀란드에 비해 뭐라고 할까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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