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의 둘째 밤이다. 오늘은 핀란드 초등학교를 하나 방문했다. 스톰버그 학교인데 좀 놀랐던게 운동장이 없다. 왜 없는가 했는데 잘 보니 아주 크진 않지만 축구장도 있고 놀이터 시설도 있긴 했다. 그리고 가이드 분 말씀을 들으니 6개월 눈이 내리는 나라라 운동장이 없다고 한다. 헬싱키 대학교에도 학교에 따로 운동장이 없긴 했다.

아이들 표정은 매우 밝았다. 아이들이 노는 근처에 교통지도를 하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아마 안전 지도를 하는 보조요원인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수업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한 나도 쉬긴 하는데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 안전 지도는 이루어져야는 만큼 이런 보조 요원들의 존재는 참 부러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수행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에너지 충전과 다음 수업준비를 위해서도 그 시간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교사가 나와서 우리들을 맞이 하였다.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질문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나는 따로 하지 않았다. 질문 폭이 너무 넓어 너무 상투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어 좀 아쉽긴 했지만 30명 가까운 사람이 질문하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질문 시간 다음에 수업을 참관했다. 2개 수업을 약 15분간 교대로 참관했는데 나는 종교 수업을 먼저 들어갔다. 공립학교에 종교 수업이라니 좀 의외면서도 그곳에 난민 출신 아이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에서 할 만한 수업이기도 하다.

소문대로 교사가 아이들을 꽉 통제하지는 않는다. 주의는 주지만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행동을 하게 지도하지는 않는다. 종교 수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떤 상징물을 색칠하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활동을 하였다. 전반적으로 강의식으로 이루어졌다.

다음에 본 수업은 영어 수업인데 내가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다른 선생님 말씀으로는 5학년 수업이라 한다. 생각보다 키가 크지 않아서 처음에는 2~3학년 정도인지 알았다. 수업내용은 단어 공부로 한국 영어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그래서 인지 지도하는 교사가 성급하게 하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낱말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는 듯 했다. 실물화상기를 주로 사용했다.

예상한데로 그렇게 화려하거나 특별한 수업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교사가 굉장히 수업시간에 부지런하다는 사실이다. 계속 아이들과 대화나누고 돌아다니면서 지도한다. 진도 나가는데 급급한 한국 교사로서 그런 행동은 왠지 사치스럽게 느꼈졌다.

역시 교육과정의 수준과 학습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니 뭐니해도 가르쳐야할 내용이 이미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아무리 통합하고 오리고 잘라도 내용 자체를 줄여야할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로 편집되어 있는 한국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내용 자체를 줄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는 국가 교육과정 고시 과정에서부터 고려되어야할 시급한 문제 아닐까?

교사들이 부지런할 수 있는 것은 열정도 있을 것이고 자부심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수업에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 아닌가 한다. 업무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한국 교사들은 아무래도 수업에 온전히 에너지와 관심을 쏟기 힘들다. 또 한국 아이들이 핀란드 아이들보다 확실히 더 명랑하다. 이게 똑같은 강의식으로 해도 한국 교사들이 힘든 이유 아닐까?

여하튼 한국 교사들의 질과 노력은 다른 국가 교사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굳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면 교사 공동체의 부재다. 교사 조직이 있긴 하지만 너무 광범위해서 하는 사람만 하던가 학교 내에서 업무 중심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또한 공부하는 집단이라기 보다는 한탄과 걱정에 그치거나 정책 비판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매우 아쉬운 점이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들도 학교 내 지역 내에서도 그런 커뮤니티 구축이 시급하지 않나 싶다.

내일 가게 될 학교는 종합학교라던데 역시 기대가 된다. 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 말고 다른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