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책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위키리크스 : 더 무비>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언 어산지는 무명의 인물로 출발했다.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정보 제공자가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집한 사적 정보 또는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웹사이트다. 주로 정부의 비밀을 폭로하는 일을 한다. 위키피디아가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한 공개 백과사전 사이트라면, 위키리스트는 익명 집단의 제보를 바탕으로 하는 비밀 폭로 전문 사이트다. 이 책의 내용은 무명의 한 해커에서 갑자기 세계적 유명 인사로 떠오른 줄리언 어산지란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어떻게 하나의 세포에서 하나의 개체로 성장했는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와 처음 접촉하고 전 세계에 비밀을 폭로할 계획을 함게 세웠던 영국 일간이 <가디언>의 기자들이 썼기 때문이다. 특히, 컴퓨터를 전공하거나 해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39세 호주인 줄리언 어산지. 그는 비상한 재주를 지닌 컴퓨터 해커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유머와 위트를 구사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대론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냈으며, 간혹 상대의 말을 대받아치기도 잘했다. 어산지, 그는 정보 메시아인가, 사이버 테러리스트인가! 자유의 전사인가, 반사회적 인물인가! 양심적인 십자군인가, 자아도취에 빠진 정보 사기꾼인가!"

 

줄리언 어산지는 추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기소되면 감옥에 갇혀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해커중에서는 힘든 가정사가 과거를 가진 인물들이 많다고 한다. 어산지가 더욱 컴퓨터의 세계 안으로 빠져든 이유도 그의 불우한 과거가 한몫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산지가 열여덟 살 되던 해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자 두 사람은 결혼했고 아들 대니얼이 태어났다. 그러나 어산지의 불안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경찰이 마침내 불법 채커 동아리를 압박해오자 어산지의 아내는 2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그를 떠났다. 이 무렵 어산지는 우울증으로 한동안 입원했다. 이후 어산지는 단데농 산맥 국립공원의 유칼립투스 숲속을 배회하며 한동안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버림을 받고 혼란과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어야 했던 10대 후반의 어산지는, 이 시절 인간관계란 분명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반면 컴퓨터의 세계는 예측이 가능했고, 그가 훗날 암호 해독가로 기술을 익히는 데 핵심 요소였던 알고리즘만큼은 믿어도 될 것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라는 이름은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는 사이트라는 의미의 '위키'로 시작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어산지와 그의 동료들은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정보를 제거할 필요성과 콘텐츠 때문에 그런 모형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우리의 초기 개념은 이러했다. '위키피디아를 편집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지켜보라.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실속 없는 그 모든 일을 지켜보라. 역사와 수학 등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과 인권 참사에 대해 그럴듯하게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 모든 블로거들. 그런 사람들이 분명 새로운 정보를 얻고 한 걸음 더 나가가 무언가를 이루지 않을까?' 당치 않은 말이다. 그건 전부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글을 쓴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아도 말이다. 이미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그들은 그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

 

책 <위키리크스,비밀의 종말>에서는 어산지 외에도 위키리크스의 정보원으로 알려진 23세의 미군 병사 브래들리 매닝에 대해서도 자세히 등장한다. 미국의 기밀을 빼내 위키리크스에 전한 브래들리 매닝. 그는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으면서 컴퓨터로 기밀들을 빼냈다. 보안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도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스웨덴 여성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었던 줄리언 어산지가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풀려나기까지의 과정도 상세하게 다루어진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일지, 이라크 전쟁일지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기밀을 누설하는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라는 인물을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책이여서 무척 흥미롭다. 기밀 속에는 인류의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행태가 드러나는 것 또한 안타깝다.

 

"외교 문서에 관한 이 방대한 자료를 면밀히 조사해보면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 시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인류는 세계 곳곳에서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행동을 보이고 있었는데, 특히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놀랄 만한 탐욕에 사로잡힌 채 돈에 좌우되는 작태를 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 Pain Grammar - 딱! 미국 중고등학생만큼만
레베카 앨리엇 지음, 한민정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책 <NO PAIN NO GRAMMAR>는 저자 레베카 엘리엇은 아들이 중학생이었을때 아들의 작문 선생님을 도와 학생들의 글을 검토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글을 읽으면서 지겨운 글쓰기가 아닌 영문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비결, 글쓰기를 좋아하는 방법, 올바른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 책을 쓴 계기라고 한다.

 

책은 크게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를 구성하는 요소들, 문장 만들기와 문장부호, 일치, 단어, 검토하기, 이메일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1장에 등장하는 영어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와 부사, 접속사, 전치사, 감탄사가 무엇이고 주의할점, 틀린 문장에 대한 설명이 쉽게 나온다. 2장에서는 문장 만들기에 대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문장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중요하다.저자는 단어는 마치 블록가 같고, 우리는 다양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를 이리저리 쌓아올린다고 말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바로 문장을 완전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2장에서는 완전한 문장과 불완전 문장을 구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물음표, 느낌표와 같은 문장부호, 문장을 분리시키는 쉼표, 콜론, 세미콜론, 괄호, 줄표 등을 언제 어떤 것을 써야할지에 대한 설명을 배울 수 있다. 3장에서는 일치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동사는 주어에 일치하고, 대명사와 선행사가 일치한다면 분명히 멋진 글이 탄생한다. 3장에서는 언제 동사와 주어가 어떻게 일치해야 하는지 헷갈릴때 문법적 일치와 불일치 사이의 차이점을 배울 수 있다. 4장에서는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 헷갈리는 단어들을 설명한다. 5장에서는 최악의 영작 실수들, 첨삭하기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다듬기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작문의 기술을 배우는 것만큼 중요하다. 5장에서는 문법 규칙이 아닌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6장에서는 이메일 쓰기에 대한 방법을 서술한다. 작문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규칙이 존재하듯이, 읽기 편한 이메일 작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시 존재한다. 특히 6장에서는 이메일을 읽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이메일 쓰는 것에 대한 조언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미국 내의 <Barron’s>는 각 분야 기본 교육서 제작사로서의 명성이 더욱 높다. 특히 이 책의 근간이 된 『Painless Grammar』는 2006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아마존 학습자료 분야에서는 1위, 영문법 분야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장기 베스트셀러이다. 실제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정확한 단어와 문장부호의 사용, 그리고 올바른 작문을 위해 읽고 공부하는 영문법 책이여서 효율성이 상당히 높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책 <눈먼자들의 경제>는 대공황 이후 70년 만에 맞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고발이다. 2년 여에 걸쳐 이번 경제위기를 파헤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의 목적은 금융위기의 중대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어떤 전문가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저자들의 경제학적인 안목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마이클 루이스, 베서니 맥린, 브라이언 등의 금융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미국 최고로 통하는 카더의 작가들이 포진했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세계적인 석학도 참여했다. 풀리처상을 받은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 탐사보도전문 저널리스트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데이비드 마골릭, 니나 뭉크, 마크 실, 마이클 쉬나이얼슨 같은 베테랑 기자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책에서는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와 거대 보험회사인 AIG가 맥업이 무너진 과정을 자세하게 엿볼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도에 대한 마이클 루이의 사례 연구, 주식시장의 붕괴로 하버드대학교의 기금운용자회사를 포함하여 기금관리조직까지도 파괴한 과정을 소개한다.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를 통해서 태만한 국제규제당국, 사악한 개인적 탐욕 등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탐욕으로 인해 눈이 먼 사람들로 인해서 경제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베어스턴스는 직원을 채용할 때 오직 돈을 버는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글을 읽고 인재를 뽑고 양성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금융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갔고 글로벌 신용 경색을 낳았으며 주식시장이 초토화되었다. 2008년 경제 불확실성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금융 부문에 내재된 문제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부르는 정체불명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증가함으로써 촉발된 신용경색이었다. 베어스턴스를 시작으로 월가 투자은행들은 죽음의 나선에 진입했다.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처럼 상업은행에 인수되거나 리먼브라더스의 운명처럼 파산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마저 공식적으로 투자은행의 간판을 내렸다. 국책 고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과 거대 보험사인 AIG를 포함하여 미국 재무부가 너무 커서 죽일 수 없다고 여겼던 다른 금융기관들은 국유화가 되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저축 과잉은 2000년 이후 금융 행성에서 은행대출과 채권발행과 새로운 파생상품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심지어 2006년까지 수입도, 직업도, 자산도 없는 미국인조차도 주택을 구입할 때 100% 융자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미국의 모기지시장에 현금이 넘쳐났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태만한 금융당국자, 무자비한 투자은행가, 오만한 계량분석가, 이들 레버리지 시대의 핵심 인물 3인방은 이제 지구의 중력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경제의 위기 상황속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의 내용을 보면 답답한 노릇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국민들만의 몫이 아니다. 정부와 금융기관 등 강력한 힘을 가진 곳에서부터 반성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방기행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책 <다방기행문>은 작가 유성용이 2007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28개월간 다녔던 전국 다행 기행이다.  

"나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한 작은 자동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틈틈이 아무런 멋도 없이 퍽퍽, 기억으로 사라질 풍경들을 찍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진들 몇 장이 남았다. 전국 다방의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이야기가 있는 그 어떤 맛으로 느껴보고자 했다. 그곳에서 나는 본명도 아닌 이름들을 가진 송 양, 하 양, 김 양, 이 양, 박 양 등 많은 레지들을 만났다. 세상에서 친구라 하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가끔씩 나풀거리는 인생들끼리 나누는 이런 별것 아닌 시간이 정답고 좋았다. 그러면서 아가씨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들었다. 하나같이 가슴 찡한 사연들이었지만 사실 그것들은 이 통속의 세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 이야기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그네의 예의 같은 것이었으니까."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는 저자의 다방기행은 무엇을 알려주려는 것보다는 사라져가는 다방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월화수목금 열심히 자본에 종사하고 주말에 가끔씩 모든걸 훌훌 털고 여행한다는 것은 나유라는 낭만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궁핍한 허영이다. 하지만 이 여행은 어쩌면 그만도 못한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 마음이 답답하고 막막하면 나는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오래오래 달렸다. 그러면 바람의 속도를 못 이기고 눈물이 질질질 흘렀다. 지치면 다방에 들러 값싼 커피를 마셨고, 개념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곳의 아가씨들에게 그 지역 이야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무언가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가진 허무함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들이 마음을 더 위로하는 것은 왜일까. 

"아무래도 인간은 '나'로 태어나서 평생토록 '나' 아닌 다른 것이기를 꿈꾸지만 끝내 '나'로 죽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다. 물론 그 와중에 이따금씩 제 마음의 황량한 서부로 내몰려 자신의 보잘것없는 삶을 망연히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사는 일이 애초에 허망하고 쓸쓸하다지만, 슬픔과 허무는 이 세속을 벗어나 있는 어떤 정체불명의 감정이 아니고, 오히려 끊임없는 욕망 실현의 장에서 쌓여온 상처쯤일 것이다." 

저자 자신의 인간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글귀들이 인상적이다. 책 <다방기행문>은 저자 유성용 사라져가는 다방을 기행하면서 느끼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냄새나는 이야기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후배의 선의를 잘 받아주고 그녀의 상처를 잘 헤아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 앞에서 자주 화를 냈다. 그녀에게 화를 내고 나면 내 속에서 더 화가 치밀어 며칠 동안 기분을 망치곤 했다. 하물며 나 스스로에게도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잘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저 계집애가 좀 행복했으면 하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속의 바람은 아무런 책임도 없는 헛소리 같은 것이었다. 나는 누군가 나를 사랑하게 절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후배의 마음이 남녀 간의 사랑같은 것이 아니란 건 나도 안다. 어쩌면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외로운 소리 같은 것일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책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시인이자 작가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이 책은 오로빌에 대한 여행 정보서가 아닌 저자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만난 의미 있는 순간들의 문학적 재구성이고, 그녀는 이 재구성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유의미한 어떤 꿈꾸기를 새롭게 추동해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새벽의 도시'라는 뜻의 오로빌은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의 위치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떴다.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이다. 

1954년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스리 오로빈도의 영혼의 반려자였던 미라 알파사라는 이름의 프랑스 여인이 이야기하는 꿈에 매료되어 작가 김선우는 오로빌로 향했다. 똑같은 욕망을 욕망하게 되어 버린 우리 사회의 욕망의 획일성,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며 살게 된 우리 사회. 저자 김선우는 기존의 사회가 강요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삶과 행복도 가능하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로빌에 관한 여행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오로빌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오로빌에서 일을 하는 기준은 돈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일하는 개개인의 만족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개인의 즐거움이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느냐이다. 오로빌은 젊고 모든 실험이 가능하다. 누구든 제안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언제든 발의하고 발의한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룹이 생기면서 일이 추진된다. 열정과 용기만 있다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험해볼 수 있다. 그 모든 형장에 유일한 규칙이 있다면 오픈 마인드. 자신과 다른 의견과 관점에 대해 틀렸다고 하지 않고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 다른 것들을 조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 김선우가 느낌 오로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스리 오로빈도의 말 중에 기억나는 글귀가 있었다.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것으로 나아가라. 자신의 성장은 자신의 마음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교육의 세가지 원칙이였다. 대한민국 교육에서는 꿈꾸기 힘든 학교안에서의 교육이 아닐까.  

사람은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또 불행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원하는 게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할까봐 두려워지는 날이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좌절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은 가장 좋은 행복의 원천이면서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 바라게 된다. 이상한 역설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행복해진다. 

저자 김선우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에 오로빌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의 우정과 연대과 포용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라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 김선우의 당부였다. 생의 모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 모순이 존재하므로 발전과 성숙이 시작되는 것이므로. 모든 것이 안정화된 땅을 매력적이지 않다. 움직이지 않는 늙은 땅은 모순 없이, 들끓음 없이, 화석이 되어갈 터. 진보하려는 우리는, 탐험하려는 우리는, 생을 즐기려는 우리는, 잘 놀다 가려는 우리는,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인생의 재미는 모순으로부터 오는 거니까.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인생 플레이!라고 오로빌이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는 글귀가 가슴절절이 와닿는다.

"난 말야 너희들이 도시의 삶에 목매지 말았으면 좋겠어. 층층사다리를 통과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간신히 이겨 위로 올라가봤자 사실 거기 별거 없어. 진짜 내가 있어야 행복한 건데 진짜 내가 없기 쉬워. 다르게 사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다른 꿈들 말야. 난 너희가 삼삼오오 뜻 맞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농촌으로 황무지로 전 세계의 의미있는 공동체들로 자신의 삶을 실험하러 떠났으면 좋겠어. 여기 저기 한갓진 시골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를 실험해보면 좋겠어. 시골마을로 내려가 '돈 되는' 농사도 짓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고 글도 쓰고 신문도 만들고 춤도 추고 공연도 하고 영화도 만들고 그렇게 살면 재밌을 것 같아. 서울 같은 데 붙어살기 위해 아르바이트해서 집세 내고 생활비 만들고 그리고 남는 시간 쪼개서 문학한다, 음악한다, 미술한다, 영화한다, 아등바등 거릴 이유가 대체 뭐란 말야. '돈 따로 벌고 행복은 따로'가 아니라, 삶의 총체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꿔야지. 지금의 한국적 대도시 서울에선 그게 불가능해. 그런데도 서울을 떠나는 걸 왜 그렇게 두려워하지? 낙오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으로 서울을 버려. 기형적인 대도시 서울 같은 건 꿈 없는 기성세대들에게 줘 버려. 똑같은 노동력을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치 있게 쓸 수 있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다른 꿈의 창조! 이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