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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서울 응암동에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주인장인 윤성근이 한 권 한 권 모아온 헌책 속의 손글씨 메모들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헌책방은 오래된 책을 사는 곳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고, 그곳은 책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장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헌책방 일을 하면서 책을 정리하다 의미 있는 글씨는 발견하면 사진을 찍고 간단히 생각을 덧붙여 모아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남긴 문장의 공통점은 내용이 너무도 솔직하고 진심이 느껴진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거칠고 서툰 글자들, 그러나 그 안에는 깊고 진지한 생각들이 구불구불하게 담겨 있다는 저자의 말을 생각해보게 한다.

 

"책 속에 남긴 문장이 편지이건 사랑고백이건 내가 보기에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내용이 모두 너무도 솔직하고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때론 아주 짧은 문장을 보고서도 그 글씨를 쓴 사람에게 이끌려 깊은 상상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경험을 한 적도 많다. 책 속에 글씨를 남긴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일은 셀 수도 없다." 

 

책 속에 등장하는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는 김재진의 헌책에 쓰여진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헌책에 누군가 쓴 글귀 속에 글을 쓴 사람의 솔직한 감정이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시집은 글자마다 온통 그의 얼굴 뿐이다. 매 페이지 그를 그리워하는 메모로 가득하다. 애타는 짝사랑에 빠져 있던 메모의 주인공은 그 사랑을 이루었을까"라고 이야기한다. 

 

 

 

 

 

<헤겔, 그의 시대와 사상>이라는 헌책 속에 누군가는 고독에 관한 글귀를 적어넣었다. 저자는 이 글귀를 일고 김수영의 시 <거미>를 떠오르게 한다>고 말한다. '으스러지게 서러운 외로움, 고독과 아픔들이 달콤한 습관이 되는 무서운 진실. 고독은 끊을 수 없을 만큼 단맛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갔다.

 

"때때로 나는 나의 고독과 함께 잠잤기에 고독을 거의 한 친구처럼 하나의 달콤한 습관처럼 삼고 말았네. 그래서 고독은 마치 그림자처럼 충실하게 나를 따랐지. 아니 난 결코 외롭지 않아. 나의 고독과 함께 있기에."

 

 

 

 

이 책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절판된 책들에 쓰여있는 글귀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돋보였다. 절판된 헌 책인 장 폴 샤르트르의 <자유의 길>에 누군가는 "제목처럼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저자는 이 책을 찾기 위해 힘들여 헌책방에 발걸음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자유를 갈구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자유는 보이거나 잡을 수 없기에 찾을 수도 없다. 실체가 없으니 망가지거나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을 수도 없다. 가장 자유로운 상태란 더 이상 자유를 찾지 않게 되었을 때, 그때가 아닐까."

 

 

 

 

헌책인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이라는 글귀에서 누군가는 "우상은 우상, 이상은 이상. 세상은 우상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그 안에서, 죽지 않으려고 허덕이는 나..."라는 글귀를 남겼다. 저자는 모든 책에는 서문이 있지만 <우상과 이성>의 서문처럼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문장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가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에 쓴 누군가의 긴 편지를 읽을 때, 그것이 내가 쓴 것인 양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다. 손으로 쓴 글씨는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것은 마치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연애편지를 쓰는 게 좋으냐, 혹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는 게 좋으냐 하는 문제와 같다. 누구라도 연인에게서 받는 편지는 손글씨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종이책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헌 책인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서 선생님이 써내려간 공허함을 이겨내는 방법에 관한 충고의 글귀가 마음에 든다.

 

"공허함을 이겨내는 방법 1. 시간을 좋은 것들로 채울 것! 2. 말을 하지 말 것! 3. 끊임없이 사유하고 기록할 것!(일기, 편지 등등)"

 

 

 

 

누군가가 헌 책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구절을 따라 쓴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아직 데미안을 읽지 못한 나에게 <데미안>을 읽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던 글귀였다.

 

저자는 <데미안>의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은 메모를 통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과 책에 적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말한다. 저자는 <데미안>의 구절을 한 자 한 자 베껴 적바림한 글씨는 보며 이 책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마음에 조금씩 다가가본다고 이야기한다.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것은 드러냄을 전제로 한다. 누군가와 함께 읽고 공감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간에 혼자 앉아 손글씨로 쓰는 것은 오롯이 자신을 위한 것이다. 오늘날 책을 읽으며 자기를 보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책 읽기를 통해 무엇을 얻어내려는 마음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책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통해서 헌 책을 읽었던 다양한 사람들의 머물렀던 생각을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지나간 한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언제나 현재일 수도 있는 시간, 당신의 청춘은 지금 어디 있냐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귀를 통해서 헌 책 안의 솔직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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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8-28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서 대학시절의, 청춘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리코짱 2013-08-28 16:31   좋아요 0 | URL
네~ 헌책에 써있는 글귀들마다의 사연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김토끼 2013-08-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코짱님^^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리코짱 2013-09-02 15:16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