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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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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시인이자 작가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이 책은 오로빌에 대한 여행 정보서가 아닌 저자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만난 의미 있는 순간들의 문학적 재구성이고, 그녀는 이 재구성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유의미한 어떤 꿈꾸기를 새롭게 추동해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새벽의 도시'라는 뜻의 오로빌은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의 위치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떴다.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이다. 

1954년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스리 오로빈도의 영혼의 반려자였던 미라 알파사라는 이름의 프랑스 여인이 이야기하는 꿈에 매료되어 작가 김선우는 오로빌로 향했다. 똑같은 욕망을 욕망하게 되어 버린 우리 사회의 욕망의 획일성,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며 살게 된 우리 사회. 저자 김선우는 기존의 사회가 강요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삶과 행복도 가능하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로빌에 관한 여행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오로빌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오로빌에서 일을 하는 기준은 돈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일하는 개개인의 만족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개인의 즐거움이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느냐이다. 오로빌은 젊고 모든 실험이 가능하다. 누구든 제안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언제든 발의하고 발의한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룹이 생기면서 일이 추진된다. 열정과 용기만 있다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험해볼 수 있다. 그 모든 형장에 유일한 규칙이 있다면 오픈 마인드. 자신과 다른 의견과 관점에 대해 틀렸다고 하지 않고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 다른 것들을 조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 김선우가 느낌 오로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스리 오로빈도의 말 중에 기억나는 글귀가 있었다.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것으로 나아가라. 자신의 성장은 자신의 마음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교육의 세가지 원칙이였다. 대한민국 교육에서는 꿈꾸기 힘든 학교안에서의 교육이 아닐까.  

사람은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또 불행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원하는 게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할까봐 두려워지는 날이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좌절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은 가장 좋은 행복의 원천이면서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 바라게 된다. 이상한 역설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행복해진다. 

저자 김선우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에 오로빌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의 우정과 연대과 포용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라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 김선우의 당부였다. 생의 모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 모순이 존재하므로 발전과 성숙이 시작되는 것이므로. 모든 것이 안정화된 땅을 매력적이지 않다. 움직이지 않는 늙은 땅은 모순 없이, 들끓음 없이, 화석이 되어갈 터. 진보하려는 우리는, 탐험하려는 우리는, 생을 즐기려는 우리는, 잘 놀다 가려는 우리는,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인생의 재미는 모순으로부터 오는 거니까.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인생 플레이!라고 오로빌이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는 글귀가 가슴절절이 와닿는다.

"난 말야 너희들이 도시의 삶에 목매지 말았으면 좋겠어. 층층사다리를 통과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간신히 이겨 위로 올라가봤자 사실 거기 별거 없어. 진짜 내가 있어야 행복한 건데 진짜 내가 없기 쉬워. 다르게 사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다른 꿈들 말야. 난 너희가 삼삼오오 뜻 맞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농촌으로 황무지로 전 세계의 의미있는 공동체들로 자신의 삶을 실험하러 떠났으면 좋겠어. 여기 저기 한갓진 시골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를 실험해보면 좋겠어. 시골마을로 내려가 '돈 되는' 농사도 짓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고 글도 쓰고 신문도 만들고 춤도 추고 공연도 하고 영화도 만들고 그렇게 살면 재밌을 것 같아. 서울 같은 데 붙어살기 위해 아르바이트해서 집세 내고 생활비 만들고 그리고 남는 시간 쪼개서 문학한다, 음악한다, 미술한다, 영화한다, 아등바등 거릴 이유가 대체 뭐란 말야. '돈 따로 벌고 행복은 따로'가 아니라, 삶의 총체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꿔야지. 지금의 한국적 대도시 서울에선 그게 불가능해. 그런데도 서울을 떠나는 걸 왜 그렇게 두려워하지? 낙오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으로 서울을 버려. 기형적인 대도시 서울 같은 건 꿈 없는 기성세대들에게 줘 버려. 똑같은 노동력을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치 있게 쓸 수 있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다른 꿈의 창조!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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