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 무의미한 삶을 지탱하는 10가지 깨달음
마이클 노턴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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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의 저자 마이클 노턴은 삶은 특별한 한순간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커피를 내리는 행위, 출근 전 듣는 익숙한 노래, 퇴근길에 들르는 편의점.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각각의 행위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특별한 의식, 즉 '리추얼'이 될 수 있다.

겉보기에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습관과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습관이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면, 리추얼은 '어떻게 하느냐'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매일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습관일 수 있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순서, 사용하는 도구, 마시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리추얼이다. 단순한 반복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습관에 불과했던 평범한 행위는 나를 돌보는 의식으로 바뀐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같은 행위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언가 더 대단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신이 이미 반복하고 있는 그 사소한 행동들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져 있다. 반복은 결코 무의미하거나 지루한 게 아니다. 우리가 인생의 모든 순간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된 순간, 달리 말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친 순간, 삶은 그 자체로 더없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삶 전반을 관통하는 사랑과 회복, 연결의 한 방식으로서 리추얼의 진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행동들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발견하게 해준다. 결국 나를 지키고, 관계를 이어주고, 상실을 견디고, 일상 속 기쁨을 회복하게 만드는 건 거청한 변화가 아니라, 바로 그 작고 조용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저자는 리추얼은 실컷 울어도 좋다는 허락일 수도 있고, 분노를 발산할 기회일 수도,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끼는 계기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리추얼이 인간이 가진 폭넓은 감정 레퍼토리를 소환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리추얼을 통해 즐거움과 신비감과 평온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개인 위생 관리, 집안일, 매일 하는 운동 같은 평범한 활동을 자동화된 경험에서 생동하는 경험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기분을 바꾸거나 북돋으려면 영화를 보든 산책을 하든 좋아하는 음악을 틀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때 리추얼이 요긴한 역할을 한다. 리추얼의 역할이 '감정 유발제'라고 생각해도 좋다. 특정한 일련의 행위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면, 그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리추얼을 통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빵을 구울 때 이스트나 천연발효종이 촉매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저자는 개인의 고유한 리추얼 시그니처, 즉 리추얼의 방식은 삶의 목적과 싶이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소유감에 관련된 리추얼의 측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습관일지라도, 달리기 애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신발끈을 묶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와 배우자가 매일 같은 시간에 저녁을 먹는 것은 습관일 수 있지만, 우리가 커플임을 확실히 해주는 것은 도예 수업에서 함께 만든 접시를 사용하는 행위다. 우리 가족이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이는 것이 습관이라면, 우리를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조니 마티스의 앨범을 턴테이블로 듣는 리추얼이다."

저자는 케이크든, 별것 아닌 CD 보관함이든, 집에서 빚은 맥주든, 공을 들일수록 애정이 더 많이 간다고 말한다. 누구나 일상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장면을 치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저자는 그렇게 세월에 걸쳐 나만의 것이 된 행위가 바로 우리의 리추얼 시그니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자신의 리추얼을 통해 주변 환경에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동시에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애도 리추얼은 단순히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리추얼을 통해 우리는 떠나간 이에게 마음을 모으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잠시 머문다. 그리고 기억하고, 기린다. 애도 리추얼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그 과정은 대로 마법처럼 느껴진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아무리 힘겨운 상실을 마주했을 대도 리추얼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마법을 선사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집단 간 갈등을 치유하는 리추얼은 보통 공통의 정체성을 빚어내는 데 초점을 두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각 집단의 개별 정체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리추얼이라는 일정한 행위를 모두 함께 수행함으로써 바로 그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새 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비단 국가나 기업 등 집단 간의 갈등 뿐 아니라 가족 내의 오랜 균열을 치유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리추얼은 공동의 노력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 그러나 리추얼은 자신과 다른 리추얼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어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갈등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리추얼이 화해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리추얼은 이해를 촉진하며, 그 목적을 위해 리추얼 자체가 당사자들 간에 진심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결혼과 재혼, 일반 가정과 재혼 가정, 기업 간 인수 합병, 국가 간 평화 구축의 과정에서, 화해의 리추얼은 새로운 장을 열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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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5.3.4 - no.59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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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잡지 <악스트> 59호의 키워드는 '피클링'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단어인 '피클링'은 말 그대로 '피클 만들기'라는 뜻이다. '저소비 코어'를 이끌고 있는 잘파 세대가 배달 음식 소비를 줄이고자 보관 기간이 긴 절임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하며 알려진 말이다. 무언가를 켜켜이 담아 오래 보관한다는 점에서, 피클과 같은 절임 음식은 문학과 비슷하다. 채소와 과일을 절여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려는 마음은, 책이라는 물성 안에 우리의 기억, 사회, 역사를 보존하려는 마음과 닮아 있을 것이다.

<악스트> 59호에서 이서수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책에서 이서수의 순간들을 담은 사진과 글이 흥미롭다. 이서수 작가는 외출 시에 필수로 '딴짓 노트'를 들고 다니며 엉뚱하지만 즐거운 딴짓을 기록하고, 단 한 가지만 영원히 저장(보존)할 수 있는 것으로 뽀시래기 시절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 반료묘의 유지를 저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서수 작가가 소설을 쓸 때 감정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편이라고 이야기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되는 감정이 살아가면서 얻는 소중한 자산인 것 같아요. 물질적 자산을 축적하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쓰다 보면 그런 감정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많은데, 그것이 소설을 쓰는 재미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뒤늦게 얻는 깨달음도 있어서 그런 방식의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여기에 더해 <악스트> 59호 이서수 작가 인터뷰에서 이서수 작가는 <몸과 고백들>이라는 2023년에 출간된 네 편의 중단편이 실린 연작 소설집에서 "누군가에게 고백은 가장 큰 연대의 방식일 수 있음을 알고 있다"라는 작가의 말을 남겼다. 이처럼 연대와 고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서수 작가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연대하기 위해 고백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백이 일어나면 연대의 마음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고백만큼 용기 있는 행위도 없는 것 같고요. 단지 어떤 이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에 대해 말하고 듣는 것뿐임에도 청자와 화자 모두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고, 어느 순간엔 타자와 일체되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잖아요.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게 연대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악스트> 59에서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가 쓴 '수고로움으로 절여지는 소중한 것들'이라는 글이 흥미롭다. 또한 조금 불편하더라도 인간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을 먹지 않고, 지구 환경에 덜 해를 끼치며 살아가고 싶은 삶, 그것은 나 스스로를 잃지 않고 보존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하는 정고메의 글이 눈길을 끈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수고로움이라는 절임 물에 나를 담가두려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지키고 보존하려면 절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들은 신맛과 짠맛, 단맛에 부딪히며 비로소 균형을 찾는다. '나'라는 유리병에 어떤 피클을 담글 것인지 고려하며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따금 비건 외식에서 마주하는 고뇌들도 내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된다."

이 밖에도 <악스트> 59호에서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라는 정수읠 작가의 소설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은 희곡을 쓰던 '너'가 우연히 후배를 통해 웹소설 작가의 길로 향하게 되고, 계속되는 실패를 마주하던 '너'가 작가 '고정읽'을 만나면서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아내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너는 너의 결핍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모른다. 정확하지 않은 충동이 너의 내면에서 일렁이는 걸 느낄 뿐이다. 얼크러진 머릿속이 뒤집혀 은이 네게 처음으로 선물한 책의 구적이 떠오른다. "불의가 행해지는 도시에서는 소요가 일어야 하고, 소요가 없는 곳이라면, 그런 도시는 차라리 망하는 편이 나아요, 밤이 오기 전에 불멸을 맞아야 해!" 수긍할 만한 의견이다. 은의 해석이 건 마법이 시효를 다하자 도시는 매혹을 잃었다. 미심쩍은 광택을 내는 연안의 화려함은 외지인들이 자아낸 것이다. 도시는 소요를 모르는 채로 진부해졌다."

"이거 그냥 서비스직인 건데, 고객님이 간지러운 데 긁어주고 쑤시는 데 주물러주는 게 핵심이라고. 독자가 기대하는 걸 기대하는 대로 해주는 거.

고정읽의 메시지는 네게 낯선 요소를 환기시켰다. 독자. 이제껏 너는 독자가 아니라 심사위원을 의식하며 써왔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자에게 독자와 대면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너에게 독자란 먼 고장의 미인과도 같이 막연한 존재였다. 매체를 바꾸고 쓰는 내용을 바꾸었다고 독자를 만날 수 있었냐면 역시 그렇지 않다. 너의 창작물은 여전히 주목에서 벗어나 있고 너는 독자에게 인식되지 못하는 유령이었다."

"너는 승리를 통하여 실제로 누릴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있었다가 사라진 환희의 공백은 너의 의지를 허망하게 잠식시켰다. 고정읽이 몰고 왔던 향기는 진작 멀어졌다. 시멘트가 갈라진 마당이 봄비에 젖어 쿰쿰한 냄새만 올라왔다. 승리의 날과 마찬가지로 패배의 날에도 너는 같은 자리에 누워 작은 디스플레이를 들여다봤다. 생각이 마비되고 실감이 달아났다. 그건 예언 같은 게 아니다. 아니, 그것은 신탁이어야 한다. 믿음과 불신의 교차 속에서 너는 해소 불가능한 폐색 상태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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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 성장 워크북
아멜리아 켈리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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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그 인간"과 단절만으론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회복할까'이다. 회복 없이는 감정적 학대 관계에서 형성된 사고방식과 반응 패턴이 새 관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마음속에서 타인의 자리가 너무 커서 상대의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는 일들 말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을 믿으면서 자유로운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는 특히 여성들에게 빈발하는 '가스라이팅 일상다반사' 사례들에 집중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회복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 점검(ACE 테스트), 갈등 상황에서 자기 표현법(DEAR MAN 기법) 등 검증된 심리 기법과 함께 몸과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회복 일기까지 독자가 회복 단계에 다다르도록 구성했다. 이 책은 가스라이팅의 상처에서 회복해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강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은 개인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은 물론, 본인과 타인을 향한 믿음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개인적 성향과 상황에 따라 피해 형태도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일반적으로 가스라이팅이 초래할 수 있는 만성적인 문제는 자기 신뢰감 상실, 정신 건강 침해, 트라우마 형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때는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며, 가해자의 영향력 아래 있으면 쉽게 조종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심리학자 마샤 리네한이 창안한 변증법적 행동치료 기술인 '디어 맨'은 강렬한 감정이나 갈등에 직면했을 때 상대방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요령 있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이 체계를 활용하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며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상대방의 반응과 관계없이 메시지를 관철할 수 있다.

저자는 타인으로부터 독립해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능력을 정서적 개별화하고 하며, 이 또한 정서적 학대와 가스라이팅 피해에서 회복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온순한 사람은 따뜻하고 친절하며 눈치가 빠르지만 너무 온순해서 남의 '비위만 맞추는' 것은 트라우마 반응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은 현실 감각을 조작하는데, 느낌이나 신념을 글로 쓰는 것은 내 이야기를 되찾고 내 안의 진실과 연결되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글을 쓰는 것은 창의적인 행위이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내면의 감정에 가닿게 하여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고,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에서 치유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소중한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이 어디서 기쁨을 얻는지 알아내고, 그런 것들을 자신에게 제공해야 잠재적인 가스라이팅에 맞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존감을 구축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건강한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안전하다고 느낄수록 바운더리를 요구하기가 수월해진다.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는 우리의 힘을 빼앗는 가스라이팅에 당당히 맞서고, 바운더리, 자기애, 자기 존중,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의 연대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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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경영학 - 불황을 돌파하는 사장은 무엇이 다른가
야스다 다카오 지음, 노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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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생사를 걸고 운과 싸우는 일이다. 고난과 격변의 시기를 감내하고 기회가 다가올 때 어떻게든 붙잡겠다는 강한 신념으로 돌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마작에 빠진 무일푼에서 창업에 뛰어들어 매출 19조 원 유통 기업 ‘돈키호테(현 팬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제국을 건설한 야스다 다카오는 오감을 총동원해 궁리한 사업 아이디어와 조직의 운을 철저히 통제하는 경영 전략으로 사업을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경영 전선에서 40년 넘게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얻은 궁극의 생존 경영론을 신간 <운의 경영학>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책은 운을 다루는 현실적 처세술과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휘어잡는 최강의 경영법을 다룬다. 개인과 조직의 운을 대하는 거인의 통찰부터 행운을 키우고 불운은 낮추는 삶의 공식, 운을 상승시키는 3대 조건과 사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명심해야 할 속공견수·주어 전환·권한 이양과 같은 일의 태도, 단순한 승리가 아닌 압승으로 이끌 경영 철학까지 밀도 있게 다룬다. 이 책은 운이라는 벽에 부딪혀 인생의 방향을 잃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삶으로 이끄는 불변의 인사이트를 건넨다.

"운의 영향력은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회사(조직)의 집단 운은 그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좌우한다. 집단 운을 키우면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최강 군단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회사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한다.

최근 30년간 가전 회사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예전의 영광에 반비례하듯 실적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반면 PPIH의 실적은 2배, 4배, 8배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집단 운이 일으킨 기적일 것이다.

운은 결코 숙명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운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운을 직접 탐구하거나 진지하게 거론하지 않는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 "운이 나빴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 책은 '1장 운이라는 신대륙으로 진입하라, 2장 행운의 최대화와 불운의 최소화, 3장 운의 3대 조건: 공격, 도전, 낙관주의, 4장 싸우지 않으면 운은 무너진다, 5장 주어를 전환하면 운이 붙는다, 6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집단 운', 7장 열정이 폭발하는 '집단 운 조직' 만들기, 8장 압숭의 미학'이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세상에는 운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운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유능해도 직업이나 인생에서 상당한 잘못을 저질러 손해를 본다. 저자는 반대로 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다소 약점이 있어도 꿋꿋하게 성공을 거둔다고 이야기한다.

"운 감수성이란 자신에게 순풍이 될 기회, 역풍이 될 위기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사업 현장에서 두드러지게 운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잠재적 기회와 위기를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다시 말해 운 감수성의 달인이다."

저자는 미래를 희망차게 보는 '낙관론자'에게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비관론자에게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위험을 두려워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관적인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이루려고 항상 시도하는 낙관적인 '도전자'가 성공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시대든 위험을 무릎쓰지 않으면 크게 성공할 수 없다. 운을 끌어당기려면 우선 도전자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행운을 부르는 합리성의 전제 조건인 '운의 3대 조건'은 공격, 도전, 낙관주의라고 말한다. 특히, 공격을 전제하지 않으면 수비도 살아나지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일단 공격의 자세를 중시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운이 오지 않는다. 방어와 동시에 공격을 시작한다는 '견수속공'이 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순서를 바꾼 '속공견수'를 지향한다. 속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그때그때 공격보다 수비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나는 도전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도전하고 싸우면서 내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즐겁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즐거운 일을 '벤처 경영'이 아닌 '어드벤처 경영'이라고 부른다. 벤처와 어드벤처는 둘 다 '모험'을 뜻하지만 전자는 주로 비즈니스에 쓰이는 용어이고 후자는 순수한 모험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현실의 정답이란 시대나 상화엥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흑도 백도 아니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회색'의 모호함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면 결국 운이 나빠진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호한 상태를 싫어한다. 적어도 불쾌하게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당연히 답이 쉽고 명쾌하게 나와야 기분이 산뜻하다. 그런 의미에서 명확한 답만 찾는 태도는 곧 쾌락에 몸을 맡기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안이하게 도출한 답이 반드시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는 정답이 없을 때가 많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쾌락에 의지하지 않고 어려운 문제의 답을 겸허하게 궁리하며 병목에서 바져 나오려고 진지하게 애쓰는 자세 자체에 답이 있다."

저자는 경영자의 자아가 강하면 개인의 운도, 조직의 운도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영자가 자기만을 내세우며 자신의 성공만 좇으면 어떤 직원도 협력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회사에서는 '나(경영자)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단수형을 '우리(직원)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복수형으로 바꾸어야 좋은 운을 끌어당길 수 있다."

저자는 경영자에게는 자기 혼자 일하는 능력보다 직원과 현장 사람들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조직을 만들고, 그 활동에 필요한 연료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료란 '그때그때 논의하고 검토할 창조적 프로젝트'일수도 있고, '병목 너머 빛나는 미래를 보여주는 제안'일 수도 있다. 저자는 그러면 직원들이 '이거 재미있어 보이니까 해보자'라거나 '이건 미래가 기대되니까 제대로 추진해보자'라며 의욕을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마음이 모여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그 돌파력이 평범한 조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진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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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 철학 - 예술과 일상을 대하는 세련된 감각
지바 마사야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추천 / 베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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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가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하는 말은 참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가령 옷을 입을 때나 밥을 먹으로 갈 때, 옷이나 식당을 고르는 일상생활의 '선별하는 센스'가 있다. 그림이나 음악을 아는 '예술적 센스', '사람과 소통하는 '대화 센스'가 있는가 하면, 일을 잘하는 동료에게는 '일 센스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센스라는 말에는 예외 없이 사람의 마음을 슬그머니 뜨끔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도저히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가시 돋친 의미가 단어 안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센스'라는 이 모호한 단어를 말로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책 <센스의 철학>은 한마디로 '센스는 이런 것이다'라는 하나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일상과 예술을 대하는 센스를 '리듬'과 '흐름' 그리고 '부재와 존재'라는 측면에서 풀어 설명하는 저자 지바 마사야의 관점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로부터 즉각적인 공감과 강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음악에서, 미술작품에서, 실내장식에서, 놀이에서, 심지어 우리가 늘 만나는 음식에서조차 '센스'의 의미와 탄생을 읽어내는 저자의 고감도 '센스'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장 센스란 무엇인가?, 2장 리듬으로 파악한다, 3장 까꿍의 원리, 4장 의미의 리듬, 5장 나열하는 것, 6장 센스와 우연성, 7장 시간과 인간, 8장 반복과 안티센스'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센스는 '직관적으로 아는' 것으로 다양한 사안에 걸친 종합적인 판단력이라고 말한다.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력, 그리고 감각과 사고를 연결하는 것과 같다.

"'그림을 그리는 센스'라고 하면 백지 위에 선을 그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센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드는 것은 미술도 음악도 아니다. 이는 작품이나 보고 들은 경험, 어떤 인상 등의 소재가 있고 그것을 기억해내서 선택하고 조합하고 변형하며, 거기서 훌쩍 날아올라 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창조 행위의 밑바탕에는 '선택'이 있다."

저자는 '헤타우마'란 재현이 중심에 놓이지 않고 자신의 선의 움직임이 앞서는 경우를 말한다고 전한다. 선의 운동이 주를 이루되 거기에 재현성도 포함되는 식이다. 대상을 재현하려 했음에도 재현하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 자유로운 운동 속에서 뭔가를 포착할 때, 그 개성을 '헤타우마'라고 부른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사진처럼 그린 그림만 '잘 그린'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인기가 아주 많은 모네와 고프의 그림은 풍경과 물건을 사실적으로 그리려 하지만, 사진 같지 않고 개성 넘치는 맛이 있다. 모네의 그림은 붓 터치가 거칠어 사물의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반 고흐가 그리는 형태에는 바로 반 고흐임을 알 수 있는 개성 만점의 왜곡이 있는데, 거기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사진과 같은 정확성에서는 어긋나 있지만, 그 어긋남이 매력이며, 그 어긋남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이른바 '헤타우마'가 된다."

저자는 크게 말하면 같은 자극이 반복되는 규칙성, 그리고 그것이 중단되거나 혹은 다른 유형의 자극이 들어오는 일탈, 이러한 '규칙과 일탈'의 조합으로 리듬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리듬은 대개 복잡하고 다층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미에서 벗어난 리듬의 재미, 그 재미를 아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센스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것은 20세기에 여러 장르의 예술이 지향했던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기서 말하는 센스란 의미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시대를 벌서나 좀 더 자유롭게 소리와 형태를 구성하게 되는 근대화 혹은 현대화, 그 모더니즘을 좋게 보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놀이로서의 '까꿍'은 단지 존재와 부재의 대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 자립해가는 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가 없는 혹은 숨겨진 상태에서 드러난 상태로의 전환, '없다'에서 '있다'로의 전환, 아이들이 이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놀이가 인간의 뿌리에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까꿍' 놀이는 근본적인 '불안과 안심'의 교차를 의미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불안과 안심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라는 형태로 그것을 포장해 간접화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까꿍 놀이는 '0'과 1의 비트를 파도에 말려들게 하는 리듬'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부재하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는 거이 아니라 잠재우면서 극복하는 형태다. 모든 놀이와 게임, 그리고 예술을, 까꿍 놀이의 원리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놀이란 굳이 스트레스를 즐기는 것이고, 이야기에서 '서스펜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 누군가가 실종되었다, 어딘가 자신의 정체성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등 결핍에 의한 긴장 상태가 서스펜스로 해소되는, 즐 결핍을 메우는 쪽으로 향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서스펜스는 곧 '까꿍놀이'이고 이것은 '0->1'이란 변화가 반복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좀 더 복잡하고 리듬감 넘치는 재미가 있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스펜스(suspense)란 '허공에 매달리다'라는 뜻의 영어인데, 해결에 이르기까지 긴장 상태로 지연되고(허공에 매달려서), 넘어야 할 작은 산이 차례로 발생하며 그 하나하나가 0에서 1로 나아가는 작은 해결인데, 그런 것이 연속되고 중첩되며 굴곡을 만들어 복잡한 리듬이 된다."

저자는 커피를 천천히 내릴 때 일부러 시간을 들이는 그 즐거움과 비슷한 것으로서 라우션버그와 같은 추상 회화를 볼 때 잘 모르는 형태를 따라가는 즐거움이라든지, 소설을 읽고 좀처럼 주인공의 태도가 결정되지 않는 담담함을 쫓아가는 재미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바로 그 작품의 볼륨 혹은 물량이 되는 법이다. 작품에는 크기, 길이, 정보량 등 일정한 양적 규모가 있다. 예술작품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 즉 '자기 목적적'인 것이 예술작품이며, '서스펜스(다시 말해서 까꿍놀이)'를 지연시키는 것이 곧 작품의 볼륨이다."

저자는 센스란 희로애락을 중심으로 하는 대략적인 감동을 절반으로 줄이고, 다양한 부분의 재미에 주목하는 구조적인 감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나는 작고 사소한 일을 언어화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풍족하게 전개하는 연습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회화든 음악이든 실내장식이든 패션이든, 요소를 나열하는 것은 곧 리듬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나열된 것(리듬)을 감상하거나 만든다는 것은 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예술에 대한 이론'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예술과 생활에서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배열(리듬)이란 무엇인가, 그걸 아는 것,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센스가 '좋은' 것이다."

저자는 반복과 차이의 균형이 깨지고 예측오차가 숭고하게 커지는 균형의 '붕괴'에서 예술의 자유를 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경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을 뿐 아니라, 센스가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또 하나의 정의도 얻을 수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연성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그것이 리듬의 다양성이 되고 개성적인 센스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우연성이 얼마나 작용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우연성이 적당한지 아니면 강하게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그러데이션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에 관여하는 것은 애초에 쓸데없는 시간을 음미하는 것이며, 혹은 예술작품이란 말하자면 '시간의 결정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답에 도달하기보다는 도중에 주위를 오락가락하거나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자유로운 여유의 시간이 예술 감상의 본질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센스의 철학>의 저자 지바 마사야는 여러 작품을 동일 평면상에서 보기 위해서는 우선 의미를 향한 관심을 일단 내려놓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단순히 사각형이나 선이나 페인트가 튄 자국만 있는 화면이든, 혹은 인간이나 풍경을 그려서 '의미'를 알 수 있는 작품이든, 어쨌건 리듬의 재미라는 같은 관점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센스의 철학>은 센스가 좋아지는 방향을 목적으로 하여, 일종의 예술론으로 미술, 음악, 문학 등 좁은 의미에서의 예술뿐만이 아니라 예술을 생활과 연결해서 설명하여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센스를 통해서 예술이라 불리는 것의 이미지를 넓히고 살아가는 데 새로운 색채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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