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5.5.6 - no.60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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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60호의 키워드는 '변곡점'이다. '변곡점'은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이라는 뜻을 가진 전문 용어였으나 현재는 우리 삶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악스트 60호 강화길 작가 인터뷰에서 강화길의 소설 <치유의 빛>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변온동물처럼, 때로는 사랑, 때로는 미움, 때로는 시기, 질투, 증오, 존경, 그 형태가 무엇인지, 그 온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강화길 작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저는 항상 사랑에 대해 써왔다고 생각해요. 단편이든 장편이든 그 무엇이든요. 그리고 <치유의 빛>은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강렬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나에 대한 사랑, 친구, 연인, 타인에 대한 사랑, 부모와 내 고향, 동네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은 무척 강렬하지만 동시에 너무 나약해서, 혹은 너무 깊고 지독해서 증오가 돼요. 뒤죽박죽으로 얽힌 그 감정 덩어리. 주인공 지수는 그걸 끌어안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치유받고 싶어 해요. 하지만 확신이 없어요. 정말 치유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죠. 그러나 포기하지 못해요. 고통스러우니까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무엇이든 믿어보려 합니다. 그 역시, 사랑이 없다면 의미 없는 갈급이겠죠."

여기에 더해 악스트 60호에서 '포기를 받아들이는 순간'이라는 공현진 소설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공현진 소설가는 김지연 작가의 <조금 망한 사랑>을 읽고 포기에 관한 감상을 펼쳐낸다.

"김지연의 소설 <포기>에는 '포기'가 쉽지 않은 인물들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포기해야만 하는 무엇을 마주치는 인물들. 무엇에 대한 포기냐 하면 그건 돈이기도 하고, 평범한 삶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을 지릿하게 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 관계에 대한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서 포기를 한참 망설이고 바도 같아지는 인물인 호두에 눈이 머문다."

"이야기의 끝에서 호두는 결국 민재를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나는 포기를 용기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앞서 말했듯 그것은 그것대로 미심쩍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포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을 비웃지 않고 이해하고 싶다. 그런 이해의 순간을 김지연의 소설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말 없는 종이들의 긴 잡담'이라는 김연덕 시인의 글이 눈길을 끈다. "책은 사라져도 문자들을 실었던 종이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서, 종이는 소각될 때 자기가 어디로 갈지, 공기 중에 흩어져 어느 숲에 어느 정신에 어느 사람의 창밖으로 내려앉을지 이 순간에 정한다."라는 김연덕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담긴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도서관에, 서점에, 책이 가득한 창고에, 나의 책장에 불이 난다면 복잡하고 기쁘고 외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종이들의 냄새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종이들에 수놓아진 잉크가 현장에서 흩날리는 재와 뒤섞이고 거기서는 몸이 하나로 합쳐질 때의 이상하고 단순한 냄새가 날 것이다.

어쩌면 검은색과 같이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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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 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전혜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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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신화, 전설, 민담부터 영화, 드라마, 문학과 웹소설, 웹툰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모든 스토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결핍'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한 인간의 결핍이 세계와 충돌할 때 인물을 행동하고, 사건은 움직이며, 독자는 빠져든다. 결핍을 강조하는 서사는 아무리 오랜 세월 반복되어도 결코 진부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과 전혜정 교수의 인기 강의 '스토리텔링 작법 강의'를 고스란히 옮긴 책이다. 저자는 뻔한 성공 너무 '인간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창작자를 안내한다.

이 책은 '1장 인간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가, 2장 모든 이야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3장 본능을 자극하는 플롯 설계의 원칙'이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특정한 장르나 소재를 다룰수는 있지만 왜 그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대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지 대답할 수 없다면 그건 여전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듯이,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받는 이야기를 쓰거나 감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허구의 인과관계가 그럴싸하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인간이 '개연성'을 감각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인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신화와 종료, 민담과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발명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자연의 엄혹하고 냉정한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이러나는지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세상의 진리와 질서를 깨닫기를 원합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세계가 왜 이래야만 하는지를 알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이 지닌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 신념을 찾고자 합니다."

저자는 인류가 좋아해 온 이야기들은 당위적 세계관과 그에 따른 사건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는 작가가 신화적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세계의 규칙을 만들고 무대를 창조한 이야기들, 한마디로 '허구'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당위적인 세계관이 있는 이야기는 불확실한 현실, 즉 어떤 규칙이나 의도, 본질이 없고 오로지 실존만 있는 현실에서 불안에 빠진 인간을 아름다운 설계로 위로한다고 말한다.

"서사문학이라면 사건의 흐름과 개연성을 고려하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장르문학은 이를 더더욱 기술적으로 철저히 따릅니다. 사건의 흐름과 개연성은 장르문학에서 '플롯'이 됩니다. 마지막 도미노 패가 쓰러진 이유는 첫 번째 도미노 패가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극의 1막에 권총이 등장하면 최소한 3막에는 발사합니다. 작가는 도미노 패들이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하게 넘어지도록 설계하고, 그 결과 독자는 마지막 도미노 패가 넘어질 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중간에 몇 번이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 도미노 패가 넘어지리라는 사실도 압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주인공이 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다시는 이 선택을 무를 수 없는 상태로 엔딩에 도착합니다."

저자는 인물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이 세계관이고, 행동적으로 확장한 것이 플롯이며, 여기서 바로 인물의 결핍이 열쇠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물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찾기 위해 더 넓은 시공간을 누비고 더 많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핍된 것은 인물의 바깥에 있으므로 움직여서 경험의 세계를 넓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무대의 범위가 세계관이고, 게임의 규칙에 따라 배치된 사건들이 플롯입니다. 최종적으로 결핍을 채워주고 인물이 성장하면, 그 성장의 크기만큼이 세계관의 범위와 플롯의 궤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인물에게 결핍된 것은 세계관의 질서였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일으키는 사건은 정답에 다가가는 풀이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게 마땅히 주어져야 했지만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박탈당했던 무언가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인간은 사랑해 왔습니다. 인물의 결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죠. 그리고 그 결핍된 것이 바로 작가의 메시지입니다."

저자는 독자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 대리만족하고 싶으므로 그의 행동과 선택에 최소한의 당위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왜 인물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알고자 한다. 저자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독자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인물들일수록 더욱 깊이 분석하게 되고, 이 노력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끼도록 만든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처음에 이해가 어렵거나 심지어 반감까지 들었던 인물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그 인물에 대해 더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토록 어렵게 공감한 인물에게는 더 큰 애정을 느낍니다. 원래 인간이란 저절로 이뤄진 성취보다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얻은 성취에 더 만족감을 느끼는 법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일수록 독자는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미지의 인간을 탐구하는 쪽에 더 끌립니다."

"'공감과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이란 우리가 아는 결핍을 가지고 우리가 모르는 선택을 하는 인물입니다.

공감을 유도하는 매커니즘을 잘못 이해하면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결핍을 가졌는지 짐작되지 않는 주인공이 누구나 할 법한 선택만 하는 거죠. 주인공에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그가 어려움을 겪어도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캐릭터는 핵심 상처, 즉 결핍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독특한 패턴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결핍은 인간의 아름다운 핵심이자, 다른 캐릭터로 거듭하지 못하게끔 원점으로 잡아당겨 돌아오게 만드는 블랙홀이며 덫이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때로는 자신의 배신자이자 화해해야 할 적이며, 자기 안의 심연이자 맞춤형 지옥이기도 하다.

"결핍이 자극되면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복수, 분노, 오기, 집념, 욕망 등을 점화하는 장치가 외부 세계에서 날아와 등장인물에게 충돌하면 그는 비로소 주인공이 됩니다."

저자는 장르물은 '무언가를 뚜렷이 원하는 사람들'을 전제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어떤 결핍을 채우는 이야기에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지를 뚜렷이 아는 독자들이 선택한다. 저자는 장르물의 독자들은 주인공이 노력 끝에 작가의 메시지를 찾아내 결핍을 해소하는 이야기를 보며 대리만족한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주인공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의 질서, 작가의 메시지를 통해 독자가 가진 결핍이 무엇인지 알 수도 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 저자가 결핍을 향한 여정, 도플갱어와의 대결, 극적인 성장, 사랑의 덫, 운명적 선택, 질서의 회복 혹은 파괴라는 이야기를 설계하는 플롯의 원형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특히, 성숙 플롯에서는 주인공이 믿어온 가치가 완전히 무저지는 '세계관의 붕괴'가 필수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보편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결핍을 몇 종류로 정리할 수 있듯이,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플롯 역시 몇 갈래로 추릴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에는 그 중심을 관통하는 플롯이 있습니다. 이러한 플롯의 '원형'을 분석한 것이 플롯 이론과 작법입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은 재밌는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한 훈련도 되지만, 우리와 같은 이야기 인류'를 이해하는 길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아직 세상 경험이 적은 어린아이는 순진하죠. 삶은 선과 악으로 선명히 구분되고, 선행을 베풀면 보답이 돌아오며, 부모가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성숙 플롯에서는 어린 주인공이 세계의 당위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죽음, 헤어짐, 부모의 이혼, 친구의 배신 같은 문제를 처음으로 직면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믿음을 버리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치 체계를 수정해 나갑니다."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의 저자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인간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장르문학, 순수문학, 애니메이션 등 어떤 분야에서든 이야기는 인간이 자기 삶의 균열을 해석하고 회복하고자 애쓰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어떤 이야기는 위로가 되고, 어떤 이야기는 불편함을 남기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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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숏컷의 기술 - 예민해서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터득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생각법
니시와키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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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자 극도의 예민함으로 고생해온 저자 니시와키 슌지의 책 <고민 숏컷의 기술>은 예민한 사람들이 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을 고민에 쏟지 않도록 그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실제로 효과를 본 실용적 방법과 함께 예민함을 지혜롭게 다루는 법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뿐만 아니라 고민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충실한 시간이 가득 차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1장 손해 보는 고민을 싹둑!, 2장 인간관계의 고민을 싹둑!, 3장 생활을 방해하는 고민을 싹둑!, 4장 이득이 되는 고민은 남겨두기'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에게는 당연히 저마다 다른 사정과 성격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책을 통해 모든 고민을 100퍼센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민을 다루는 방식과 스트레스 정도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실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고민하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숏컷'하듯 싹둑 자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을 방어해줄 수단은 비관도 낙관도 아닌 무난한 태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틀림없이 잘 될 거야'나 '결코 잘 될 리 없다'도 아니고 '글쎄, 잘 될까?' 정도의 마음 상태다. 저자는 이런 마음이면 결과 역시도 무난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태도가 길러진다고 이야기한다.

"'기대하지 않기'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백지 상태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기까지는 어느 누구든 연습이 필요하고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탈 수 있으며, 이후로 타는 법을 더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몸과 뇌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철저히 구별하는 것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존재는 바로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그 사람의 영역으로 내가 무얼 해도 바꿀 없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이 훌륭한 자질을 많은 사람들이 손해 보는 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풍부한 상상력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어떤 일에 용기를 내서 행동해야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돼라고 이야기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상상력으로 자기 자신을 도와 커다란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용기를 내야 할 때 동경하는 인물의 멋지다고 생각한 모습을 떠올리며 그대로 다라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실존하는 인물 중에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이 책에서 저자가 예민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첫 대면'에 대한 조언을 전하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상대를 첫 대면할 때 평가에 사로잡혀 경계하지 않고 다른 면도 앞으로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초초한 마음가짐을 버리고, 상대가 지루해할 것이라는 마음 속 읽기를 멈추고, 상대방의 자기중요감을 충족시키며, 말하는 양을 줄이라고 권한다. 특히,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상대방이 마음을 터놓을 확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을 느낀다.

저자는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이 거북한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근본 개선이란 스트레스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대하지 않기ㅘ 상대방의 자기중요감 충족시키기라는 두 기술을 터득하면 쉽게 긴장하는 경향이 누그러지고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며 트러블이 생겼을 대는 합리적 해결책으로 시선이 향한다. 이는 스트레스 내성을 높이고 평소의 기본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예민함과 스트레스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면 오감은 한층 더 예민해진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적은 나날을 보내며 마음이 안정적이면 조금 시끄러운 곳에 가도 타격을 덜 받는다."

이처럼 <고민 숏컷의 기술>의 저자 니시와키 슌지는 예민한 때문에 생기는 고민 시간을 줄여서 쾌적하게 살기 위한 방법들로 기대하지 말 것, 완벽주의에 사로잡히지 말 것,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몰 스텝으로 무리하지 않고 해나갈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기중요감을 충족시킬 것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방법들의 최종적인 지향점은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는 일이며, 이 책을 덮고 난 후 독자의 인생이 고민 없이 평화롭고 충만한 최고의 생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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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채근담 - 인생의 고비마다 답을 주는
홍자성 지음, 유키 아코 엮음, 박재현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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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가문 출신이라는 것 외에 행적조차 거의 알려진 바 없는, 무명에 가까운 사상가가 쓴 책으로 '동양 최고의 잠언집'이라고 불리는 <채근담>. 지난 400년 동안 사랑받은 이 책은 특히 현대에 와서 더 큰 인기를 누리며,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곁에 두고 탐독하는 인생 책으로도 알려졌다. <채근담>이 이렇게 널리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고민할 법한 삶의 문제들에 대해 다른 그 어떤 고전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건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채근담>을 흔히 '수신과 처세의 고전'이라고 일컫는다.

'사람이 풀뿌리를 씹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에서 따온 제목처럼, <채근담>은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 가는 법을 다룬다. 책 <초역 채근담>은 원전에 실린 글 중에서도 특히 오늘날 독자들의 삶에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220편을 엄선하여 쉬운 현대어로 풀어냈다. 일, 인간관계, 돈, 행복, 나이 듦 등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온갖 고민과 의문에 해답이 담겨 있는데,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통찰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머릿속이 복잡할 때, 사소한 일에도 공연히 마음이 흔들릴 때, 그저 담담하고 의연하게 살고 싶을 때, 눈길 가는 대로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풀뿌리 씹듯 찬찬히 음미해 보면 삶의 유용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각 편의 글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결코 얕지 않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킨 생각들로 가득할 때, 사소한 일에도 공연히 마음이 흔들릴 때, 그저 담담하고 의연하게 살고 싶을 때, 눈길 가는 대로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풀뿌리 씹듯 천천히 음미해 보길 권한다.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고 깊어지는 그 맛에 당신도 눈뜨게 될 것이다."

이 책은 '1장 삶의 태도에 관하여, 2장 마음가짐에 대하여, 3장 자기 통제에 대하여, 4장 인간관계에 대하여, 5장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6장 일상생활에 대하여, 7장 인간에 대하여, 8장 행복에 대하여'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권력보다 높은 것이 인덕'이라는 제목의 글은 인덕과 업적, 권력에 관한 것을 들꽃과 화분, 꽃병 속의 꽃과 비교하여 인상적이다. 이는 업적이나 권력보다 인덕의 중요성에 관한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인덕으로 얻은 재산이나 명예는 들꽃과 같아서

저절로 가지를 뻗고 무성히 잎이 돋아 잘 자란다.

업적으로 얻은 재산이나 명예는 화분 속 꽃과 같아서

불편듯 옮겨지거나 버려질지 몰라 불안정하다.

권력으로 얻은 재산이나 명예는

뿌리가 없어서 며칠이면 시들어 버리는 꽃병 속의 꽃처럼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아웅다웅하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라는 제목의 글은 눈앞에 보이는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이 글은 짧은 삶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순식간에 타올랐다 꺼지는 불꽃 같은 인생에서

누가 더 길고 짧은지 다뤄 봤자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달팽이 뿔 위처럼 좁디좁은 세상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지 소란을 떨어 봤자

그것이 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이 책에서 '지금 내 삶에서 덜어 내야 할 것'이라는 글은 인생에서 무언가는 늘리려는 것보다 덜어 내는 것이 걱정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진실을 전하여 깊은 공감을 전한다. 이 글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의미 없는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인생은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덜어 내면

그만큼 불필요한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관계를 줄이면 성가신 일에 덜 휘말리고,

말수를 줄이면 실수할 일이 줄어든다.

생각을 줄이면 정신적으로 소모되지 않고,

똑똑한 척하는 것을 줄이면

타고난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늘리려고만 하는 사람은

온갖 것에 자신을 옭아매 옴싹달싹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 '형상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라'는 제목의 글은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진리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문자로 쓰인 책은 읽고 이해할 수 있어도

문자로 쓰이지 않은 책, 즉 삼라만상의 진리는

읽어내지 못한다.

사람은 현이 있는 거문고는 튕길 수 있어도

현이 없는 거문고, 즉 자연의 음악은 연주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형상에 사로잡혀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고 다룰 줄 모른다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이 책에서 '입장을 바꾸면 달리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은 역지사지의 태도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을 넓히면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났다는 것을 이야기하여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노인이 된 심정으로 청년을 바라보면

경쟁하듯 바쁘게 달리는 마음을 지울 수 있고,

몰락한 입장에서 영화로운 생활을 바라보면

화려한 외형만 좇는 마음을 끊어낼 수 있다."


이처럼 책 <초역 채근담>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대에 걸맞은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담은 글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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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 무의미한 삶을 지탱하는 10가지 깨달음
마이클 노턴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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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의 저자 마이클 노턴은 삶은 특별한 한순간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커피를 내리는 행위, 출근 전 듣는 익숙한 노래, 퇴근길에 들르는 편의점.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각각의 행위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특별한 의식, 즉 '리추얼'이 될 수 있다.

겉보기에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습관과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습관이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면, 리추얼은 '어떻게 하느냐'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매일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습관일 수 있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순서, 사용하는 도구, 마시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리추얼이다. 단순한 반복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습관에 불과했던 평범한 행위는 나를 돌보는 의식으로 바뀐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같은 행위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언가 더 대단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신이 이미 반복하고 있는 그 사소한 행동들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져 있다. 반복은 결코 무의미하거나 지루한 게 아니다. 우리가 인생의 모든 순간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된 순간, 달리 말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친 순간, 삶은 그 자체로 더없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삶 전반을 관통하는 사랑과 회복, 연결의 한 방식으로서 리추얼의 진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행동들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발견하게 해준다. 결국 나를 지키고, 관계를 이어주고, 상실을 견디고, 일상 속 기쁨을 회복하게 만드는 건 거청한 변화가 아니라, 바로 그 작고 조용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저자는 리추얼은 실컷 울어도 좋다는 허락일 수도 있고, 분노를 발산할 기회일 수도,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끼는 계기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리추얼이 인간이 가진 폭넓은 감정 레퍼토리를 소환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리추얼을 통해 즐거움과 신비감과 평온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개인 위생 관리, 집안일, 매일 하는 운동 같은 평범한 활동을 자동화된 경험에서 생동하는 경험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기분을 바꾸거나 북돋으려면 영화를 보든 산책을 하든 좋아하는 음악을 틀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때 리추얼이 요긴한 역할을 한다. 리추얼의 역할이 '감정 유발제'라고 생각해도 좋다. 특정한 일련의 행위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면, 그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리추얼을 통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빵을 구울 때 이스트나 천연발효종이 촉매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저자는 개인의 고유한 리추얼 시그니처, 즉 리추얼의 방식은 삶의 목적과 싶이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소유감에 관련된 리추얼의 측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습관일지라도, 달리기 애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신발끈을 묶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와 배우자가 매일 같은 시간에 저녁을 먹는 것은 습관일 수 있지만, 우리가 커플임을 확실히 해주는 것은 도예 수업에서 함께 만든 접시를 사용하는 행위다. 우리 가족이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이는 것이 습관이라면, 우리를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조니 마티스의 앨범을 턴테이블로 듣는 리추얼이다."

저자는 케이크든, 별것 아닌 CD 보관함이든, 집에서 빚은 맥주든, 공을 들일수록 애정이 더 많이 간다고 말한다. 누구나 일상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장면을 치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저자는 그렇게 세월에 걸쳐 나만의 것이 된 행위가 바로 우리의 리추얼 시그니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자신의 리추얼을 통해 주변 환경에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동시에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애도 리추얼은 단순히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리추얼을 통해 우리는 떠나간 이에게 마음을 모으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잠시 머문다. 그리고 기억하고, 기린다. 애도 리추얼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그 과정은 대로 마법처럼 느껴진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아무리 힘겨운 상실을 마주했을 대도 리추얼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마법을 선사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집단 간 갈등을 치유하는 리추얼은 보통 공통의 정체성을 빚어내는 데 초점을 두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각 집단의 개별 정체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리추얼이라는 일정한 행위를 모두 함께 수행함으로써 바로 그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새 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비단 국가나 기업 등 집단 간의 갈등 뿐 아니라 가족 내의 오랜 균열을 치유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리추얼은 공동의 노력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 그러나 리추얼은 자신과 다른 리추얼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어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갈등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리추얼이 화해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리추얼은 이해를 촉진하며, 그 목적을 위해 리추얼 자체가 당사자들 간에 진심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결혼과 재혼, 일반 가정과 재혼 가정, 기업 간 인수 합병, 국가 간 평화 구축의 과정에서, 화해의 리추얼은 새로운 장을 열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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