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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채근담 - 인생의 고비마다 답을 주는
홍자성 지음, 유키 아코 엮음, 박재현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평점 :

상인 가문 출신이라는 것 외에 행적조차 거의 알려진 바 없는, 무명에 가까운 사상가가 쓴 책으로 '동양 최고의 잠언집'이라고 불리는 <채근담>. 지난 400년 동안 사랑받은 이 책은 특히 현대에 와서 더 큰 인기를 누리며,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곁에 두고 탐독하는 인생 책으로도 알려졌다. <채근담>이 이렇게 널리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고민할 법한 삶의 문제들에 대해 다른 그 어떤 고전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건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채근담>을 흔히 '수신과 처세의 고전'이라고 일컫는다.
'사람이 풀뿌리를 씹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에서 따온 제목처럼, <채근담>은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 가는 법을 다룬다. 책 <초역 채근담>은 원전에 실린 글 중에서도 특히 오늘날 독자들의 삶에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220편을 엄선하여 쉬운 현대어로 풀어냈다. 일, 인간관계, 돈, 행복, 나이 듦 등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온갖 고민과 의문에 해답이 담겨 있는데,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통찰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머릿속이 복잡할 때, 사소한 일에도 공연히 마음이 흔들릴 때, 그저 담담하고 의연하게 살고 싶을 때, 눈길 가는 대로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풀뿌리 씹듯 찬찬히 음미해 보면 삶의 유용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각 편의 글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결코 얕지 않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킨 생각들로 가득할 때, 사소한 일에도 공연히 마음이 흔들릴 때, 그저 담담하고 의연하게 살고 싶을 때, 눈길 가는 대로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풀뿌리 씹듯 천천히 음미해 보길 권한다.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고 깊어지는 그 맛에 당신도 눈뜨게 될 것이다."
이 책은 '1장 삶의 태도에 관하여, 2장 마음가짐에 대하여, 3장 자기 통제에 대하여, 4장 인간관계에 대하여, 5장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6장 일상생활에 대하여, 7장 인간에 대하여, 8장 행복에 대하여'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권력보다 높은 것이 인덕'이라는 제목의 글은 인덕과 업적, 권력에 관한 것을 들꽃과 화분, 꽃병 속의 꽃과 비교하여 인상적이다. 이는 업적이나 권력보다 인덕의 중요성에 관한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인덕으로 얻은 재산이나 명예는 들꽃과 같아서
저절로 가지를 뻗고 무성히 잎이 돋아 잘 자란다.
업적으로 얻은 재산이나 명예는 화분 속 꽃과 같아서
불편듯 옮겨지거나 버려질지 몰라 불안정하다.
권력으로 얻은 재산이나 명예는
뿌리가 없어서 며칠이면 시들어 버리는 꽃병 속의 꽃처럼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아웅다웅하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라는 제목의 글은 눈앞에 보이는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이 글은 짧은 삶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순식간에 타올랐다 꺼지는 불꽃 같은 인생에서
누가 더 길고 짧은지 다뤄 봤자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달팽이 뿔 위처럼 좁디좁은 세상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지 소란을 떨어 봤자
그것이 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이 책에서 '지금 내 삶에서 덜어 내야 할 것'이라는 글은 인생에서 무언가는 늘리려는 것보다 덜어 내는 것이 걱정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진실을 전하여 깊은 공감을 전한다. 이 글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의미 없는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인생은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덜어 내면
그만큼 불필요한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관계를 줄이면 성가신 일에 덜 휘말리고,
말수를 줄이면 실수할 일이 줄어든다.
생각을 줄이면 정신적으로 소모되지 않고,
똑똑한 척하는 것을 줄이면
타고난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늘리려고만 하는 사람은
온갖 것에 자신을 옭아매 옴싹달싹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 '형상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라'는 제목의 글은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진리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문자로 쓰인 책은 읽고 이해할 수 있어도
문자로 쓰이지 않은 책, 즉 삼라만상의 진리는
읽어내지 못한다.
사람은 현이 있는 거문고는 튕길 수 있어도
현이 없는 거문고, 즉 자연의 음악은 연주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형상에 사로잡혀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고 다룰 줄 모른다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이 책에서 '입장을 바꾸면 달리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은 역지사지의 태도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을 넓히면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났다는 것을 이야기하여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노인이 된 심정으로 청년을 바라보면
경쟁하듯 바쁘게 달리는 마음을 지울 수 있고,
몰락한 입장에서 영화로운 생활을 바라보면
화려한 외형만 좇는 마음을 끊어낼 수 있다."
이처럼 책 <초역 채근담>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대에 걸맞은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담은 글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