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의 철학 - 예술과 일상을 대하는 세련된 감각
지바 마사야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추천 / 베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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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가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하는 말은 참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가령 옷을 입을 때나 밥을 먹으로 갈 때, 옷이나 식당을 고르는 일상생활의 '선별하는 센스'가 있다. 그림이나 음악을 아는 '예술적 센스', '사람과 소통하는 '대화 센스'가 있는가 하면, 일을 잘하는 동료에게는 '일 센스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센스라는 말에는 예외 없이 사람의 마음을 슬그머니 뜨끔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도저히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가시 돋친 의미가 단어 안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센스'라는 이 모호한 단어를 말로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책 <센스의 철학>은 한마디로 '센스는 이런 것이다'라는 하나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일상과 예술을 대하는 센스를 '리듬'과 '흐름' 그리고 '부재와 존재'라는 측면에서 풀어 설명하는 저자 지바 마사야의 관점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로부터 즉각적인 공감과 강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음악에서, 미술작품에서, 실내장식에서, 놀이에서, 심지어 우리가 늘 만나는 음식에서조차 '센스'의 의미와 탄생을 읽어내는 저자의 고감도 '센스'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장 센스란 무엇인가?, 2장 리듬으로 파악한다, 3장 까꿍의 원리, 4장 의미의 리듬, 5장 나열하는 것, 6장 센스와 우연성, 7장 시간과 인간, 8장 반복과 안티센스'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센스는 '직관적으로 아는' 것으로 다양한 사안에 걸친 종합적인 판단력이라고 말한다.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력, 그리고 감각과 사고를 연결하는 것과 같다.

"'그림을 그리는 센스'라고 하면 백지 위에 선을 그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센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드는 것은 미술도 음악도 아니다. 이는 작품이나 보고 들은 경험, 어떤 인상 등의 소재가 있고 그것을 기억해내서 선택하고 조합하고 변형하며, 거기서 훌쩍 날아올라 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창조 행위의 밑바탕에는 '선택'이 있다."

저자는 '헤타우마'란 재현이 중심에 놓이지 않고 자신의 선의 움직임이 앞서는 경우를 말한다고 전한다. 선의 운동이 주를 이루되 거기에 재현성도 포함되는 식이다. 대상을 재현하려 했음에도 재현하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 자유로운 운동 속에서 뭔가를 포착할 때, 그 개성을 '헤타우마'라고 부른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사진처럼 그린 그림만 '잘 그린'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인기가 아주 많은 모네와 고프의 그림은 풍경과 물건을 사실적으로 그리려 하지만, 사진 같지 않고 개성 넘치는 맛이 있다. 모네의 그림은 붓 터치가 거칠어 사물의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반 고흐가 그리는 형태에는 바로 반 고흐임을 알 수 있는 개성 만점의 왜곡이 있는데, 거기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사진과 같은 정확성에서는 어긋나 있지만, 그 어긋남이 매력이며, 그 어긋남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이른바 '헤타우마'가 된다."

저자는 크게 말하면 같은 자극이 반복되는 규칙성, 그리고 그것이 중단되거나 혹은 다른 유형의 자극이 들어오는 일탈, 이러한 '규칙과 일탈'의 조합으로 리듬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리듬은 대개 복잡하고 다층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미에서 벗어난 리듬의 재미, 그 재미를 아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센스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것은 20세기에 여러 장르의 예술이 지향했던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기서 말하는 센스란 의미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시대를 벌서나 좀 더 자유롭게 소리와 형태를 구성하게 되는 근대화 혹은 현대화, 그 모더니즘을 좋게 보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놀이로서의 '까꿍'은 단지 존재와 부재의 대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 자립해가는 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가 없는 혹은 숨겨진 상태에서 드러난 상태로의 전환, '없다'에서 '있다'로의 전환, 아이들이 이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놀이가 인간의 뿌리에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까꿍' 놀이는 근본적인 '불안과 안심'의 교차를 의미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불안과 안심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라는 형태로 그것을 포장해 간접화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까꿍 놀이는 '0'과 1의 비트를 파도에 말려들게 하는 리듬'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부재하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는 거이 아니라 잠재우면서 극복하는 형태다. 모든 놀이와 게임, 그리고 예술을, 까꿍 놀이의 원리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놀이란 굳이 스트레스를 즐기는 것이고, 이야기에서 '서스펜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 누군가가 실종되었다, 어딘가 자신의 정체성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등 결핍에 의한 긴장 상태가 서스펜스로 해소되는, 즐 결핍을 메우는 쪽으로 향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서스펜스는 곧 '까꿍놀이'이고 이것은 '0->1'이란 변화가 반복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좀 더 복잡하고 리듬감 넘치는 재미가 있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스펜스(suspense)란 '허공에 매달리다'라는 뜻의 영어인데, 해결에 이르기까지 긴장 상태로 지연되고(허공에 매달려서), 넘어야 할 작은 산이 차례로 발생하며 그 하나하나가 0에서 1로 나아가는 작은 해결인데, 그런 것이 연속되고 중첩되며 굴곡을 만들어 복잡한 리듬이 된다."

저자는 커피를 천천히 내릴 때 일부러 시간을 들이는 그 즐거움과 비슷한 것으로서 라우션버그와 같은 추상 회화를 볼 때 잘 모르는 형태를 따라가는 즐거움이라든지, 소설을 읽고 좀처럼 주인공의 태도가 결정되지 않는 담담함을 쫓아가는 재미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바로 그 작품의 볼륨 혹은 물량이 되는 법이다. 작품에는 크기, 길이, 정보량 등 일정한 양적 규모가 있다. 예술작품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 즉 '자기 목적적'인 것이 예술작품이며, '서스펜스(다시 말해서 까꿍놀이)'를 지연시키는 것이 곧 작품의 볼륨이다."

저자는 센스란 희로애락을 중심으로 하는 대략적인 감동을 절반으로 줄이고, 다양한 부분의 재미에 주목하는 구조적인 감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나는 작고 사소한 일을 언어화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풍족하게 전개하는 연습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회화든 음악이든 실내장식이든 패션이든, 요소를 나열하는 것은 곧 리듬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나열된 것(리듬)을 감상하거나 만든다는 것은 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예술에 대한 이론'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예술과 생활에서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배열(리듬)이란 무엇인가, 그걸 아는 것,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센스가 '좋은' 것이다."

저자는 반복과 차이의 균형이 깨지고 예측오차가 숭고하게 커지는 균형의 '붕괴'에서 예술의 자유를 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경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을 뿐 아니라, 센스가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또 하나의 정의도 얻을 수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연성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그것이 리듬의 다양성이 되고 개성적인 센스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우연성이 얼마나 작용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우연성이 적당한지 아니면 강하게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그러데이션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에 관여하는 것은 애초에 쓸데없는 시간을 음미하는 것이며, 혹은 예술작품이란 말하자면 '시간의 결정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답에 도달하기보다는 도중에 주위를 오락가락하거나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자유로운 여유의 시간이 예술 감상의 본질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센스의 철학>의 저자 지바 마사야는 여러 작품을 동일 평면상에서 보기 위해서는 우선 의미를 향한 관심을 일단 내려놓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단순히 사각형이나 선이나 페인트가 튄 자국만 있는 화면이든, 혹은 인간이나 풍경을 그려서 '의미'를 알 수 있는 작품이든, 어쨌건 리듬의 재미라는 같은 관점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센스의 철학>은 센스가 좋아지는 방향을 목적으로 하여, 일종의 예술론으로 미술, 음악, 문학 등 좁은 의미에서의 예술뿐만이 아니라 예술을 생활과 연결해서 설명하여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센스를 통해서 예술이라 불리는 것의 이미지를 넓히고 살아가는 데 새로운 색채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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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는 힘 - 게으른 수학머리를 깨우는 신박한 지식 콘서트
최정담(디멘) 지음, 이광연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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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는 힘>은 고대 첫 수학자 탈레스로 출발해 중세의 뉴턴과 오일러를 거치며 근대의 가우스, 현대의 러셀과 튜링에 이르리까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을 완성시킨 수많은 수학자의 삶과 발견을 되짚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경이로운 수학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비소로 수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단순한 문제 풀이만으로는 결코 수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학 공식과 만물의 법칙은 수학자들의 끝없는 의문과 질문, 그에 대한 해답과 답을 뒤집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완성되었다. 책 <수학을 읽는 힘>은 숫자와 기호로만 알고 있던 따분한 수학 공식 뒤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어려운 수식을 친절하게 풀어낸 일러스트를 곁들여 수학의 개념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수학사는 공식과 정리의 단순한 축적 이상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세계의 구조와 규칙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낸 뒤, 그 답으로부터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림으로써 대상의 본질과 진리를 향해 점금선처럼 다가가는 끝없는 지적 여정이지요."

저자는 탈레스는 처음으로 수학을 계산 놀음이 아닌 연역적 추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학문으로 격상한 인물이기 때문에 최초의 수학자로 불린다고 말한다.

"무엇이 만물을 이루는지에 대한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숙고한 인물은 탈레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최초의 철학자로 회자되는 이유이지요. 탈레스는 만물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 물이 고체, 액체, 그리고 기체로 변화할 수 있을뿐더러 지구의 상당 부분이 물로 덮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주장이지만, 탈레스의 추론은 여타 고대 신앙과 비교해 보면 꽤 '과학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상과 수학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숙고해 보면 피타고라스 학파의 믿음이 미개한 고대인들의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 세계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학자들의 사유 끝에서 탄생한 생각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학문을 공부하는 자세를 문학을 읽는 자세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작품 속의 인물에 이입할 때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듯이, 학자들의 생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면 여태껏 알지 못했던 경이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이렇게 전자를 비롯한 입자의 행동에 관여하는 파동을 파동함수라고 불러요. 구체적으로 파동함수는 시공간의 각 점을 복소수에 대응시키는 함수입니다. 핵심은 전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파동함수라는 수학적 대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수수께끼에 봉착합니다. 앞서 사과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전자와 쿼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사과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전자와 쿼크의 존재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전자와 쿼크는 파동함수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의미에서 파동함수는 복소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과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복소수 또한 사과만큼이나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복소수 같은 수학적 대상이야말로 세계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실체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자는 피타고라스에 이어 세계와 수학의 수수께기 같은 관계를 숙고한 또 다른 고대 그리스의 학자는 플라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플라톤은 세계와 수학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데아론이라는 철학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데아론은 후대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이데아론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이데아라는 초월적인 세계의 그림자입니다. 정육면체 하나가 공중에 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정육면체는 하나밖에 없지만, 이 정육면체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각양각색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입해서 보자면 단일 정육면체가 이데아를, 그리고 각양각색의 그림자가 현실을 상징해요.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있는 공간, 심지어 우리의 신체마저 이데아라는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수학의 불가해한 유용성에 대해 한 가지 답변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세계가 수학적인 규칙을 따르는 이유는 이데아의 본성이 수학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데아론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만물은 수이다"라는 교리를 세련되게 계승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숫자 체계인 아라비아 숫자이 기원은 인도이지만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흥미롭다.

"인도 숫자의 도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은 알 콰리즈미입니다. 앞서 잠깐 소개했다시피 알 콰리즈미는 대수학과 삼각법을 정립한, 중세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 중 한 명이었어요. 인도의 수학을 연구한 알 콰리즈미는 인도 숫자의 우아함에 감탄했고, 인도 숫자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촉구했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담은 알 콰리즈미의 저작은 서구권에서 인도 숫자가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 콰리즈미 또한 아랍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으로, 페르시아와 아랍은 엄연히 다른 두 민족입니다. 그런데 왜 인도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알 콰리즈미는 자신의 책이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아랍어로 저술을 편찬했고, 몇 세기 후에 그의 아랍어 저술을 접한 유럽인들은 인도 숫자에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라비아 숫자는 아랍이 아닌 곳에서 발명되어 아랍인이 아닌 사람에 의해 전파된 숫자 체계인 셈입니다."

저자는 0이 수학사에서 늦게 등장하는 이유는 0이 가리키는 것이 존재의 부재와 다름없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0이 수로 인정받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를 단순히 개수가 아닌 작용으로 보는 관점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0을 처음으로 독립된 수로 인지한 인물은 7세기의 인도 학자인 브라마굽타라고 말한다.

"브라마굽타는 역사상 처음으로 0을 정의했고, 0을 포함한 계산을 어떻게 다루는지 설명했습니다. 또한 브라마굽타는 처음으로 음수를 수 체계에 도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브라마굽타 이전에도 음수가 쓰이곤 했지만 고작 빚을 표현하는 정도였습니다. 그의 결정적인 통찰은 음수와 양수가 동일한 수 체계에 포섭될 수 있으며 두 유형의 수가 섞인 연산 또한 가능함을 보인 데 있습니다."

<수학을 읽는 힘>에서 수학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것이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를 증명하는 단서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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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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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심리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는 학문인 '예술심리학'은 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예술을 실험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대에서 약 10년 동안 학부생을 대상으로 예술심리학 강의를 진행한 오성주 교수는 책 <감사의 심리학>에서 예술심리학의 흥미로운 실험과 결론을 소개하면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뒷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예술심리학은 예술이란 철저히 주관적이고,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영감이나 광기, 시대적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일반 감상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기교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독자는 작품의 지각적 성질인 형태, 색, 크기, 대비, 구성, 내용 등이 감상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감상자의 기억, 주의, 신기성, 전문성 등의 사전 지식 역시 감상에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된다. 또한 감상 행동이 은밀한 개인의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림의 가격과 화가의 명성 같은 타인의 평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사회적 행동이라는 점도 알게 된다. 예술 경험에 대한 이러한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독자들은 감상자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감상의 요령을 배울 수도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 카를로 카라의 <일몰 후>라는 작품은 정적이지만 어떤 불안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불안은 일몰 후에 오는 것일지 모르고, 아니면 일몰 후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듯이 볼안 또한 사라질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불안에 떠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시각적 무게감이 균형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시각적 무게감과 다른 심리적 무게감도 고려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왼쪽에 건물이 있고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 원기둥 형태의 창고 같은 건물이 있다. 건물들의 시각적인 무게감으로만 보았을 때 왼쪽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림에는 없지만 오른쪽에 지는 해가 있기 때문에, 오르쪽은 점진적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오른쪽 공간이 마음을 붙잡는다면 심리적으로 그림의 무게가 오른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균형이라는 개념은 대상의 크기, 색, 형태, 움직임의 방향 등 지각적 속성에서 오는 무게감뿐만 아니라 그림의 해석에서 오는 기쁨, 행복, 우울, 슬픔 등 감정적인 무게감이 더해져서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이 그린 <박연폭포>는 실제보다 훨씬 길게 표현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정선이 박연폭포를 보고 그 시원함을 과감하게 표현하기 위해 높이를 과장한 것이다. 저자는 과장된 높이는 시원함이라는 감정이 정점 이동을 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그림을 볼 때 과장된 것이 무엇인지를 주목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지름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그림에서 과장은 사실상 그려지는 대상의 거의 모든 특징에서 일어날 수 있다. 대상의 크기, 색, 밝기, 형태 등의 표현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깊이, 배열, 시점 같은 기하학적 요소들도 포함된다. 작가들은 자신이 느낀 것을 과장을 통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정점 이동은 그림 감상에 매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삭 줍는 여인들>을 포함해 화가 밀레의 그림들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전시 금지를 당했을 정도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말한다. 계급 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저자는 밀레의 그림은 매우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그림 자체에서 과장이라고 할 만한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층민의 여러 모습 중에서 이삭을 줍는 특정한 활동을 조명한 것은 밀레의 주관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흥미롭다.

"미술에서의 과장이란, 현실에서의 과장이 의미하는 거짓과 위선의 연장선이 아니라, 강조에 가까운 무엇이다. 참다운 미술 작품을 '진실한 거짓'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선택에 따른 과장은 밀레만이 아니고 모든 작가들에게 필수적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풍경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진화적 안전, 시각처리의 유연성, 수평적 안정감, 생태적 활력 뿐만 아니라 창문의 대안에 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웅장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작은 풍경화보다 큰 풍경화가 더 현실감 있고 일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사람들은 좋은 풍경을 보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카페나 식당에서는 창가 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고, 같은 아파트여도 조망에 따라서 집값이 크게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은 풍경을 보고 싶어하는 동시에 자신은 노출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좋은 풍경 자리는 세상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영국의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안전 본능을 제안한다. 그의 전망-도피처 이론에 따르면, 생물체는 탁 트인 전망을 통해서 바깥의 동태와 날씨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이런 위치가 잠재적인 적이나 위협을 먼저 발견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먹잇감을 찾거나 동족의 안전을 살피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몽룡이 그린 <월매도>에서 완전한 달과 다르게 아래에 묘사된 매화 가지는 불규칙하게 뻗어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보름달의 완전한 대칭성은 매화가지 모양의 불규칙성과 대비가 되어 역동의 긴장이 흘러나온다고 이야기한다.

"달은 동양이나 서양에서 이상의 상징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은 소설 <달과 6펜스>에서 화가 폴 고갱으로 추정되는 주인공의 기구한 삶에 대해 그렸다. 그 소설 어디에도 '달'과 '6펜스'라는 말은 없지만,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 달은 예술가가 추구하는 이상이고, 6펜스는 늘 가난에 찌든 화가의 현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몽룡도 이상은 함께 빛나지만 삶은 비뚤빼둘한 현실을 그린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독일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원격 존재감을 풍부하게 그리는 그림들로 유명하다고 말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안개 위의 방랑자>는 높은 산 위에 서서 멀리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이 그림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감상자가 그림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등장인물이 뒷모습으로 표현될 경우 감상자와 인물의 시선 방향이 일치하므로 몸을 동일시하기가 더욱 쉬워지며, 이를 통해 감상자는 그림에 더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프리드리히의 작품들은 이러한 시점의 활용을 통해 감상자로 하여금 그림 속 풍경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저자는 경북 포항의 호미곶의 대표적인 명물인 '상생의 손'이라는 작품은 사람의 손을 닮은 거대한 두 개의 손이 설치되어 있는데, 하나는 육지에, 다른 하나는 바다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작품의 인기는 기대 오류의 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평소에 친숙한 대상이 엄청나게 큰 크기로 눈앞에 나타날 때, 우리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먼저, 바다라는 장소에 손이 서 있는 것은 매우 낯선 배치이다. 만약 바다와 관련된 고등어나 갈치 같은 요소를 크게 세워 놓았다면, 사람들에게 이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둘째, 손의 거대한 크기 역시 우리의 일상적 기대를 벗어난다. 바다에 서 있는 거대한 손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준다. 셋째, 손은 인간에게 매우 특별한 신체 기관으로, 누구나 자신의 손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손이 연결된 거대한 몸통을 상상하게 된다. 차갑고 깊은 바닷속에서 손만 위로 뻗은 모습을 떠올리면 그 상황이 뜻밖이고 신기하게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긴다."

<감상의 심리학>의 저자 오성주는 예술 작품의 감성의 성공 여부는 감상하는 시간 동안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처리가 얼마나 깊에 일어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작품 해석에 정답이란 없기에 감상 행동은 작품 창작 못지않게 창의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으며 감상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이 책의 저자 오성주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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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세금 수업 - 오늘부터 시작하는 인생 첫 세금 가이드북
김현주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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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세금 수업>은 연봉 계산에서 절세 투자까지, 손해 보기 싫은 초보들을 위한 현직 청년 세무사의 눈높이 세금 수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재테크는 궁금하지만 세금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왕초보들을 위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세금 용어 풀이부터 소중한 연금 관리법, N잡 실행 전 숙지해야 할 팁, 시사 상식으로 자리 잡은 세금 이슈 해설에 관한 내용을 통해 경제와 금융을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청년 세무사 김현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는데, 왜 정작 교육과정에선 세금이 잘 다뤄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유튜브와 블로그를 시작했다. <세상 친절한 세금 수업>에서 더 많은 이가 세금을 쉽게 이해하고 금융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몰라서 손해 보는 일 없이' 세금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곁들여 집필했다. 매번 세금을 내면서도 어디로 돈이 빠져나가는지 모르는 독자들의 세금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저자의 글은 세금 초보자들이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금은 좋든 싫든 우리의 삶에 공기처럼 평생 함께합니다. 그러니 세금을 나는 일이 곧 경제와 금융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 돼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죠? 전설 속 큰손들을 따라 무작정 과감한 재테크에 뛰어들기보단, 먼저 내 템포와 보폭에 맞춰 차근차근 날아오르는 슬기로운 뱁새가 되어봅시다. 그러려면 내 주머리를 지켜주는 세금 공부가 필수예요. 공부하면 할수록 손해를 막아주고, 활용하면 할수록 이 각박한 세상에서 한몫을 챙기는 쏠쏠한 도구가 되어주거든요."

이 책은 '1장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세금 기초 다지기, 2장 내 월급은 내가 챙긴다, 3장 알쏭당쏭 월급 밖 세금 세상, 4장 똑똑한 투자를 위한 세금 이야기, 5장 부동산 천리길도 세금 공부부터, 6장 모르면 나만 억울해지는 증여, 이젠 남 일이 아닌 상속'이라는 6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모든 물품이나 서비스에는 부가가치세가 붙는다고 말한다. 부가가치세는 기본적으로는 사업자가 국가에 내는 세금이다. 소규모 사업자인 간이과세자의 경우 해당 물건 가격의 1.5%~4%를, 일반과세자의 경우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때 부가가치세를 고려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부가가치세는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의 영수증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병원이나 학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지하철이나 버스 요금, 책과 신문 구독료 등 법으로 정해둔 특정한 물품 혹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대출과 함께할 때 세금은 양날의 검이 된다고 말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세금을 적게 낼수록, 즉 1년간의 순이익이 적다고 판단될수록 대출 가능한 금액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금을 많이 내면 국체성은그를 '세금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배경이 탄탄한 사람'으로 판단하여 대출 가능한 금액도 높아진다.

저자는 부동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토지나 건축물, 주택, 선박, 항공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납부하는 세금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재산세를 이해하려면 마법의 날짜인 이 6월 1일을 꼭 상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6월 1일을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만일 7월에 집을 팔고 계약까지 잘 처리했더라도, 6월 1일 당시에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재산세를 내야 해요. 7월 이후에 집을 산 사람은 반대입니다. 6월 1일에 주택을 갖고 있지 않았으니 해당 연도에는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돼요. 재산세 고지서는 7월과 9월에 나오는데, 주택은 매년 7월과 9월, 토지는 9월에 고지서를 받을 수 있어요."

이처럼 <세상 친절한 세금 수업>은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주제인 세금의 기본 흐름과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명한 경제생활을 꾸려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으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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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1 강풀 순정만화 5
강풀 글.그림 / 재미주의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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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웹툰 누적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강풀 작가의 만화 <마녀>는 2월 15일 첫 방송한 박진영, 노정의 주연의 채널 A 드라마 '마녀'의 원작으로 흥미롭다. <마녀> 1권에는 제1화 마녀, 제2화 여학생, 제3화 박미정, 제4회 소문, 제5화 아버지, 제6화 우연의 일치, 제7화 고립, 제8화 오류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독특하고 창의적인 소재를 통해서 인간의 섬세한 본성을 탐구하는 강풀 작가의 시선을 만나볼 수 있.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마녀>는 '마녀'라 불리는 여자 미정과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동진,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마녀> 1권에는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지만 그녀를 좋아하면 다치거나 죽는 남자들로 인해서 마녀로 불리우며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고립된 여자 미정, 불운이 따라다니는 미정의 삶을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고군분투하지만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남자 동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마녀> 1권에는 동진의 친구인 경찰 중혁을 찾아간 미정의 대학 선배 은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의 전개가 시작되며 <마녀> 2권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더한다.

이처럼 <마녀> 1권은 소문과 혐오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흔들고 소문의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소문과 진실, 편견과 믿음, 그리고 구원과 회복의 이야기가 전개되기 전에 주인공 남자 동진의 고뇌와 마녀로 불리는 여자 미정의 고통과 외로움을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건네는 작품으로 인상적이다.

"소문은 죽지 않는다. 소문은 살아 있다. 같은 단어에 조사가 바뀌어도 살아 있다. 단어들에 형용사가 붙어도 소문은 살아 있다. 모든 단어가 처음과 달라도 소문은 살아 움직인다. 모든 것이 달라도 소문은 살아 있다. 소문은 그렇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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