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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나방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생태학자 팀 블랙번이 작은 나방으로 거대한 자연의 퍼즐을 맞추어나간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나방의 탄생과 죽음을 생생히 관찰하는 동시에, 그들의 삶에 깃든 생존의 번식, 자원과 경쟁, 피식과 포식, 군집과 이주의 규칙을 하나의 지도로 연결한다. 혼돈과 질서가 뒤얽힌 이 지도는 법칙이 있는 듯하면서도 없고, 자주 우연에 좌우되며, 인간의 방정식으로는 전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경이롭다. 책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는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시적인 문체로 '다양성'의 감각을 길러주는 생태학 입문서다.
이 책은 '1장 창문을 탈출한 에벌레: 번식의 힘, 2장 먹이로 그리는 지도: 한정된 자원의 결과, 3장 붉은 이빨, 붉은 발톱: 소비자도 소비된다, 4장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짧고 굵게 또는 길게 오래, 5장 모자이크라는 환상: 종의 공동체, 6장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이동한다: 이주의 힘, 7장 분화와 멸종 사이의 춤: 다양성이 이끄는 곳, 8장 종을 잃다: 인류는 어떻게 생태계를 대변하게 되었나, 9장 연약한 실: 긴 반전의 역사'라는 9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내 나방 덫에 나타나는 나방의 종류와 수는 내 이웃 주민이 지난주에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영겁의 시간과 대륙의 작용이 얽혔을 수도 있다. 자연의 일부에 울타리를 쳐놓고 번성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니, 그 조각이 생존하기를 바라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저자는 나방에 관한 책을 쓰기보다는 나방과 나방에 대한 사랑을 자연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하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우리가 나방이라는 작은 생명에게 주의를 기울일 때 그들의 상호관계, 더 넓은 생명 그물과의 연결 고리 그리고 생명에 관한 더 큰 진실이 우리 앞에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완전한 환경의 서사를 고려하지 않고는 나방 덫의 내용물을 이해할 수 없다. 작은 상자 하나에 담긴 내용물은 자연의 작용에 달려 있으며, 동시에 그 자연의 작용 방식을 비추는 빛이다."
저자는 모든 유기체는 탄생과 죽음으로 그 시작과 끝을 맺지만 그사이에 무엇을 하는지가 그들 종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성장과 생존, 번식을 위해 이러한 필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삶의 역사를, 즉 빠르게 삶을 살아내고 일찍 죽음을 맞을지, 아니면 노년을 경험하는 삶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주제에 대한 그들의 선택은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고, 나방 덫을 통해 드러나는 형태의 다양성도 결정하며, 나방의 삶에 왜 정답이 없는지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방은 어떤 점에서는 포유류와 유사하고, 또 어떤 점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양육 방식의 차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나방은 양육을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방은 알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과 알을 낳을 좋은 장소를 물색하는 것 말고는 양육을 위한 다른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손을 약육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 자손을 돌보기 위해 그 수를 조절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는 번식의 관점에서는 손해가 전혀 없는 선택인 것이다.
저자는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모든 생명이 지속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움직일 수 없다면 개체는 새로운 자원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며, 개체군은 성장할 수 없고, 군집은 다양화할 수 없다. 이동은 개인의 일상적 이동부터 대륙이나 해양 사이를 오가는 개체균의 밀물과 썰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연속적인 과정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동은 모든 수준에서 생태학적 복합성에 작용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편의를 위해 이를 무시하곤 한다. 하지만 생물체의 이동이 없다면 내 나방 덫은 그저 조명 달린 빈 상자에 불과할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 자연 개체군에서 광범위한 감소세가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이 죽음을 더하고 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종이 인간의 행동이 야기한 죽음 때문에 쇠퇴하고 있고, 인간은 의도적으로 곤충을 죽인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간은 서식지를 소비함으로써 많은 종의 사망률을 높였다고 이야기한다. 포식자로서 인간은 소실과 멸종에 관한 가장 상징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살충제는 물론 농업을 방해하는 해충을 목표로 살포하지만, 화학 물질이 목표한 자리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공기에 날린 미세한 입자로도 나방과 다른 곤충이 죽을 수 있다. 다양한 물질이 액체 형태로 뿌려지며, 이 물방울은 바람을 타고 주변 서식지로 날아간다. 이렇게 표류한 화학물질은 해충을 죽이기 위해 권장되는 농도보다 훨씬 낮은 농도로 주변에 뿌려지지만, 매우 낮은 농도로도 나방과 다른 공충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저자는 인류는 끝없는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겪게 되는 것은 인간일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방 덫은 내게는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환경의 표본을 채집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나방의 숨겨진 세계를 그려낸 작은 조각들을 한데 모아 이 세계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완성해나가는 이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 영상이다. 한 장면 한 장면 지나갈 때마다 그림은 바뀌어간다. 아무리 오랜 삶을 살아낸 사람일지라도 그림의 극히 일부만을 경험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장면들에게 배우가 변화하고 이야기가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오래 지켜보지 않아도, 장면 속 배우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저자는 나방의 삶은 규칙이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출생률과 사망률, 경쟁과 포식의 역할, 성장, 생존, 번식 간 자원 분배, 안정화와 평등화, 서식지화의 주체와 소실 위기 개체군 구조자로서의 이주, 시간, 공간, 에너지가 다양화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종의 풍부도와 공존을 촉진하고, 종의 서식지와 그 수를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것이 생태학의 기존이자, 나방 덫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답의 핵심이라는 말한다. 하지만 삶이 규칙에 의해 형성되지는 않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우연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번식의 힘, 이주로 인해 선물처럼 주어지는 구조의 기회, 자연선택의 독창성은 분명 대단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보는 모든 생물이 지금 그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 조상이 계속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종이 실패한 곳에서 살아남아 번식했다. 소행성 충돌과 혹독한 빙하기와 온실기후에서 살아남았으며, 수백만 종을 멸종시킨 해양 산성화와 산소 결핍 또한 견뎌냈다.
그들은 극심한 더위와 추위를 이겨냈고, 폭풍과 가뭄을 피했으며, 포식자를 피했고, 전염병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자원을 찾았으며, 개체 수 감소도 회복해냈다. 그들은 기회의 창밖으로 뛰어들었으며, 런던의 따스한 밤 속으로 날아올랐고, 눈부신 형광등 불빛이 그들을 환하게 비추었다. 규칙은 삶의 양상을 정의하지만, 그것에 색을 입힌 것은 바로 운이다."
저자는 자연의 작은 구석이 파괴될 때마다 자연계 전체가 결국 패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은 손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탄 배에 조금씩 구멍을 뚫는다. 저자는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를 지탱해주지만, 우리를 한꺼번에 침몰시킬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방 덫을 운용하며 우리가 얻는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자연이 얼마나 연약한 실에 함께 매달려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해주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나방 덫에는 때로 수많은 나방이 들어 있기도 하고, 비어 있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규칙이 이 수에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으며, 또 우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안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이 생명을 연결하는 실을 잘라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안다. 우리는 자연 대부분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 그 운명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나방을 빛을 쫓지 않는다>의 저자는 인간은 자연이 없다면 살 수 없으며, 자연은 우리 삶에 가치를 더해준다고 말한다. 나방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아직 조용히 존재한다. 저자는 나방 덫이 있다면 그러한 존재를 빛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들의 존재는 자연의 규칙과 냉혹한 우연의 산물이며, 이러한 압력으로 빚어진 보석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나방 덫은 진정으로 어둠 속에 빛을 밝히고, 그것은 우리에게 깨어나라고 말하는 경고의 빛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현재 자연의 상태는심각하다. 영국의 나방 덫에 잡히는 나방의 수는 수십 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나방만 감소하는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개체군의 대다수가 가차 없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 우리는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나방 덫을 운용한다면 누구라도 이 사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균류는 자신의 먹이가 되는 조류를 보호하고, 지의류는 데번의 나방 덫 주변 나무를 푸르게 장식한다. 나방은 잎과 꿀을 단지 소비하지만은 않는다. 그들은 수분 매개자가 되어 자신들의 의존하는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우리가 나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건강한 환경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소비와 파괴의 순환, 그리고 현재 인류 생태계에 내재하는 모든 부당한 것이 불가피하지 않다는 점 또한 인지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