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5.9.10 - no.62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스트 62호의 키워드는 '생각 없음'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묘사할 때 '생각 없음'을 세대의 특징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말 이들은 생각이 없는 것일까.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 탈력에 이르거나,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타인에게 이해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아닐까. 악스트 62호는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 없음'이라는 키워드를 접근하며 독자가 새로운 사유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악스트 62호에는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사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산문집으로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를 쓴 고선경 시인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고선경 시인의 '생각 없음'에 대한 의미를 담은 글이 흥미롭다.

"저에게 '생각 없음'은 '생각의 부재'와는 다릅니다. 단지 '생각하는 방식의 다름'에 가깝지 않을까요? 제가 어느 정도로 '젊은 세대'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젊은 세대는 생각을 굳이 설명하거나, 증명하거나, 포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것 같습니다. 생각은 하되, 그것을 길게 서술하거나 철학적으로 정리하거나, 당위성을 갖춰 전달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깥에서 보면 그 태도가 탈력처럼, 혹은 무관심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략'이 꼭 가벼움이나 무책임에서 비롯된다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말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지키거나 생각을 과잉 노출 하지 않으려는 진중한 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감정을 경제적으로 할애하고자 하는, 일종의 절약 기술일 수도 있겠지요."

뿐만 아니라 고선경 시인의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것, 좋아하게 될 것, 다시 좋아하게 될 것에 대해서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는 제 마음이 단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거나 오래 붙잡는 힘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단단함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지요.

저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시를 쓸 때도, 설령 화자가 지치거나 망설이는 중이라도, 끝에서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보자는 마음을 남겨두려고 해요. 그게 저 자신을 지키는 일이자, 읽는 사람에게도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기에 더해 악스트 62호에서 정지음 작가의 '독방귀와 향기구름'이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또한 독가스도 향기구름도, 나쁜생각도 좋은 기억도 결국 훌훌 날아가는 것은 똑같다는 정지음 작가의 글에 공감을 느낀다.

"마침내 내가 추구하던 방식의 맹점을 깨달았다. 왜인지 몰라도 나는 '생각'을 정신 세계의 화폐처럼 여겼다. 돈 비스무리한 재화로 인식하니 자꾸만 생각을 모으고 쌓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온갖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워보고 느낀 건, 새악ㄱ이란 오히려 가스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질 낮은 잡생각들은 머리로 뀌는 방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앞으로는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것은 독방귀다, 독방귀다...... 되뇌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스트 Axt 2025.7.8 - no.61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간 1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호인 악스트 61호의 키워드는 '계속하는 일'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세상 속 어떤 일을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이런 세상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왜 계속 문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악스트 61호에서 배우 뿐만 아니라 출판사 무제 대표로 왕성하게 활동중인 박정민에 관한 인터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기획안도 직접 쓰고 섭외도 직접 하고 작가 행사도 동행하는 박정민은 "좋아하는 일임과 동시에 궁금한 일일 때 원동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함께해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성과물이 흥미로울 때도요. 그러면 일이 재밌어집니다. 좋은 결과물을 얻을 때 오는 희열도 대단하고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박정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해야 하는 일을 '박정민'이 직접 할 때 얻어질 확률이 높다고 믿습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책은 종이책으로 읽습니다. 메모도 종이에 해두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물론 급할 때는 디지털의 힘이 탁월하지만, 천천히 정리하면서 일을 할 때는 종이와 펜이 주는 힘이 더 강력할 대도 있죠. 종이의 느긋함을 동경하는 것도 같습니다."라며 종이책을 주고 읽고, 종이에 쓰는 걸 좋아하는 박정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 악스트 61호에는 10년 전 은행나무출판사에 들어가 맨 처음 시작한 작업이 'Axt' 로고 디자인이였다고 말하는 이승욱의 글이 흥미롭다. 책을 애호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Axt'만큼은 문예지가 아닌 매거진처럼 다가가길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 기존 문예지와는 모든 면에서 달라야만 했다는 그의 말은 기존의 문예지와 다른 매거진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를 시각화해야 했다. 날카로운 도끼를 떠올렸다. 로고는 날카로워야 했다. 두꺼운 폰트는 눈에 잘 띄기는 하나 무거운 도끼였다. 어느 힘없는 여린 인간일지라도 한 손에 쥘 수 있는 가볍고 날카로운 도끼, 잘 버려져 예리하고 바늘구멍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 들었으면 했다. 도로 표지만이나 기계도면에서 사용되는 DIN폰트의 비율을 정밀하게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당시의 파일 목록을 열어보니 로고 디자인에만 9차에 걸쳐 수정을 거듭해나갔다."

이 밖에도 악스트 61호에서 다양한 소설가들의 숏터뷰가 실려 흥미롭다. 특히, 소설집 '사랑과 결함', 중편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등을 쓴 예소연 작가에게 '계속하는 일'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답하는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저는 불현듯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건 제가 계속할 수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든 계속할 수 있고 계속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속해나가는 힘은 이상하게도 그런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불가항력으로 내가 어딘가 떠밀려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저는 사실 어떤 선택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살면서 우리는 명확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어떤 일을 유지하고 '있음'을 선택하는 걸수도 있겠지요.

저에게 소설을 쓰는 일이란 그런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어떤 명확한 목표와 다짐을 가지고 해 나가기보다는 제 안에 소설이 늘 할 수 '있음' 상태이기에 그것을 해나갈 뿐인거죠. 물론 힘들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쓰는 일 전체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인물과 마주하는 순간은 늘 긴장됩니다. 하지만 그 적당한 긴장이 저를 자꾸 만들어냅니다. 삶이 명백하지 않음을 늘 일러주는 인물들과 마주 앉아 서사 안에 푹 담긴 채, 저는 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게 되죠. 저는 쉽게 지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있어서는 늘 '있음' 깜빡이를 켜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스트 Axt 2025.5.6 - no.60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스트 60호의 키워드는 '변곡점'이다. '변곡점'은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이라는 뜻을 가진 전문 용어였으나 현재는 우리 삶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악스트 60호 강화길 작가 인터뷰에서 강화길의 소설 <치유의 빛>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변온동물처럼, 때로는 사랑, 때로는 미움, 때로는 시기, 질투, 증오, 존경, 그 형태가 무엇인지, 그 온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강화길 작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저는 항상 사랑에 대해 써왔다고 생각해요. 단편이든 장편이든 그 무엇이든요. 그리고 <치유의 빛>은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강렬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나에 대한 사랑, 친구, 연인, 타인에 대한 사랑, 부모와 내 고향, 동네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은 무척 강렬하지만 동시에 너무 나약해서, 혹은 너무 깊고 지독해서 증오가 돼요. 뒤죽박죽으로 얽힌 그 감정 덩어리. 주인공 지수는 그걸 끌어안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치유받고 싶어 해요. 하지만 확신이 없어요. 정말 치유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죠. 그러나 포기하지 못해요. 고통스러우니까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무엇이든 믿어보려 합니다. 그 역시, 사랑이 없다면 의미 없는 갈급이겠죠."

여기에 더해 악스트 60호에서 '포기를 받아들이는 순간'이라는 공현진 소설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공현진 소설가는 김지연 작가의 <조금 망한 사랑>을 읽고 포기에 관한 감상을 펼쳐낸다.

"김지연의 소설 <포기>에는 '포기'가 쉽지 않은 인물들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포기해야만 하는 무엇을 마주치는 인물들. 무엇에 대한 포기냐 하면 그건 돈이기도 하고, 평범한 삶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을 지릿하게 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 관계에 대한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서 포기를 한참 망설이고 바도 같아지는 인물인 호두에 눈이 머문다."

"이야기의 끝에서 호두는 결국 민재를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나는 포기를 용기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앞서 말했듯 그것은 그것대로 미심쩍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포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을 비웃지 않고 이해하고 싶다. 그런 이해의 순간을 김지연의 소설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말 없는 종이들의 긴 잡담'이라는 김연덕 시인의 글이 눈길을 끈다. "책은 사라져도 문자들을 실었던 종이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서, 종이는 소각될 때 자기가 어디로 갈지, 공기 중에 흩어져 어느 숲에 어느 정신에 어느 사람의 창밖으로 내려앉을지 이 순간에 정한다."라는 김연덕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담긴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도서관에, 서점에, 책이 가득한 창고에, 나의 책장에 불이 난다면 복잡하고 기쁘고 외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종이들의 냄새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종이들에 수놓아진 잉크가 현장에서 흩날리는 재와 뒤섞이고 거기서는 몸이 하나로 합쳐질 때의 이상하고 단순한 냄새가 날 것이다.

어쩌면 검은색과 같이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 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전혜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초의 신화, 전설, 민담부터 영화, 드라마, 문학과 웹소설, 웹툰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모든 스토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결핍'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한 인간의 결핍이 세계와 충돌할 때 인물을 행동하고, 사건은 움직이며, 독자는 빠져든다. 결핍을 강조하는 서사는 아무리 오랜 세월 반복되어도 결코 진부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과 전혜정 교수의 인기 강의 '스토리텔링 작법 강의'를 고스란히 옮긴 책이다. 저자는 뻔한 성공 너무 '인간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창작자를 안내한다.

이 책은 '1장 인간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가, 2장 모든 이야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3장 본능을 자극하는 플롯 설계의 원칙'이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특정한 장르나 소재를 다룰수는 있지만 왜 그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대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지 대답할 수 없다면 그건 여전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듯이,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받는 이야기를 쓰거나 감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허구의 인과관계가 그럴싸하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인간이 '개연성'을 감각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인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신화와 종료, 민담과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발명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자연의 엄혹하고 냉정한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이러나는지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세상의 진리와 질서를 깨닫기를 원합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세계가 왜 이래야만 하는지를 알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이 지닌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 신념을 찾고자 합니다."

저자는 인류가 좋아해 온 이야기들은 당위적 세계관과 그에 따른 사건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는 작가가 신화적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세계의 규칙을 만들고 무대를 창조한 이야기들, 한마디로 '허구'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당위적인 세계관이 있는 이야기는 불확실한 현실, 즉 어떤 규칙이나 의도, 본질이 없고 오로지 실존만 있는 현실에서 불안에 빠진 인간을 아름다운 설계로 위로한다고 말한다.

"서사문학이라면 사건의 흐름과 개연성을 고려하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장르문학은 이를 더더욱 기술적으로 철저히 따릅니다. 사건의 흐름과 개연성은 장르문학에서 '플롯'이 됩니다. 마지막 도미노 패가 쓰러진 이유는 첫 번째 도미노 패가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극의 1막에 권총이 등장하면 최소한 3막에는 발사합니다. 작가는 도미노 패들이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하게 넘어지도록 설계하고, 그 결과 독자는 마지막 도미노 패가 넘어질 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중간에 몇 번이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 도미노 패가 넘어지리라는 사실도 압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주인공이 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다시는 이 선택을 무를 수 없는 상태로 엔딩에 도착합니다."

저자는 인물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이 세계관이고, 행동적으로 확장한 것이 플롯이며, 여기서 바로 인물의 결핍이 열쇠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물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찾기 위해 더 넓은 시공간을 누비고 더 많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핍된 것은 인물의 바깥에 있으므로 움직여서 경험의 세계를 넓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무대의 범위가 세계관이고, 게임의 규칙에 따라 배치된 사건들이 플롯입니다. 최종적으로 결핍을 채워주고 인물이 성장하면, 그 성장의 크기만큼이 세계관의 범위와 플롯의 궤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인물에게 결핍된 것은 세계관의 질서였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일으키는 사건은 정답에 다가가는 풀이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게 마땅히 주어져야 했지만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박탈당했던 무언가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인간은 사랑해 왔습니다. 인물의 결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죠. 그리고 그 결핍된 것이 바로 작가의 메시지입니다."

저자는 독자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 대리만족하고 싶으므로 그의 행동과 선택에 최소한의 당위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왜 인물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알고자 한다. 저자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독자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인물들일수록 더욱 깊이 분석하게 되고, 이 노력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끼도록 만든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처음에 이해가 어렵거나 심지어 반감까지 들었던 인물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그 인물에 대해 더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토록 어렵게 공감한 인물에게는 더 큰 애정을 느낍니다. 원래 인간이란 저절로 이뤄진 성취보다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얻은 성취에 더 만족감을 느끼는 법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일수록 독자는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미지의 인간을 탐구하는 쪽에 더 끌립니다."

"'공감과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이란 우리가 아는 결핍을 가지고 우리가 모르는 선택을 하는 인물입니다.

공감을 유도하는 매커니즘을 잘못 이해하면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결핍을 가졌는지 짐작되지 않는 주인공이 누구나 할 법한 선택만 하는 거죠. 주인공에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그가 어려움을 겪어도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캐릭터는 핵심 상처, 즉 결핍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독특한 패턴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결핍은 인간의 아름다운 핵심이자, 다른 캐릭터로 거듭하지 못하게끔 원점으로 잡아당겨 돌아오게 만드는 블랙홀이며 덫이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때로는 자신의 배신자이자 화해해야 할 적이며, 자기 안의 심연이자 맞춤형 지옥이기도 하다.

"결핍이 자극되면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복수, 분노, 오기, 집념, 욕망 등을 점화하는 장치가 외부 세계에서 날아와 등장인물에게 충돌하면 그는 비로소 주인공이 됩니다."

저자는 장르물은 '무언가를 뚜렷이 원하는 사람들'을 전제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어떤 결핍을 채우는 이야기에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지를 뚜렷이 아는 독자들이 선택한다. 저자는 장르물의 독자들은 주인공이 노력 끝에 작가의 메시지를 찾아내 결핍을 해소하는 이야기를 보며 대리만족한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주인공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의 질서, 작가의 메시지를 통해 독자가 가진 결핍이 무엇인지 알 수도 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 저자가 결핍을 향한 여정, 도플갱어와의 대결, 극적인 성장, 사랑의 덫, 운명적 선택, 질서의 회복 혹은 파괴라는 이야기를 설계하는 플롯의 원형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특히, 성숙 플롯에서는 주인공이 믿어온 가치가 완전히 무저지는 '세계관의 붕괴'가 필수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보편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결핍을 몇 종류로 정리할 수 있듯이,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플롯 역시 몇 갈래로 추릴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에는 그 중심을 관통하는 플롯이 있습니다. 이러한 플롯의 '원형'을 분석한 것이 플롯 이론과 작법입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은 재밌는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한 훈련도 되지만, 우리와 같은 이야기 인류'를 이해하는 길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아직 세상 경험이 적은 어린아이는 순진하죠. 삶은 선과 악으로 선명히 구분되고, 선행을 베풀면 보답이 돌아오며, 부모가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성숙 플롯에서는 어린 주인공이 세계의 당위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죽음, 헤어짐, 부모의 이혼, 친구의 배신 같은 문제를 처음으로 직면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믿음을 버리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치 체계를 수정해 나갑니다."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의 저자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인간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장르문학, 순수문학, 애니메이션 등 어떤 분야에서든 이야기는 인간이 자기 삶의 균열을 해석하고 회복하고자 애쓰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어떤 이야기는 위로가 되고, 어떤 이야기는 불편함을 남기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민 숏컷의 기술 - 예민해서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터득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생각법
니시와키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과 의사이자 극도의 예민함으로 고생해온 저자 니시와키 슌지의 책 <고민 숏컷의 기술>은 예민한 사람들이 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을 고민에 쏟지 않도록 그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실제로 효과를 본 실용적 방법과 함께 예민함을 지혜롭게 다루는 법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뿐만 아니라 고민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충실한 시간이 가득 차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1장 손해 보는 고민을 싹둑!, 2장 인간관계의 고민을 싹둑!, 3장 생활을 방해하는 고민을 싹둑!, 4장 이득이 되는 고민은 남겨두기'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에게는 당연히 저마다 다른 사정과 성격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책을 통해 모든 고민을 100퍼센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민을 다루는 방식과 스트레스 정도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실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고민하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숏컷'하듯 싹둑 자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을 방어해줄 수단은 비관도 낙관도 아닌 무난한 태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틀림없이 잘 될 거야'나 '결코 잘 될 리 없다'도 아니고 '글쎄, 잘 될까?' 정도의 마음 상태다. 저자는 이런 마음이면 결과 역시도 무난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태도가 길러진다고 이야기한다.

"'기대하지 않기'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백지 상태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기까지는 어느 누구든 연습이 필요하고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탈 수 있으며, 이후로 타는 법을 더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몸과 뇌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철저히 구별하는 것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존재는 바로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그 사람의 영역으로 내가 무얼 해도 바꿀 없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이 훌륭한 자질을 많은 사람들이 손해 보는 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풍부한 상상력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어떤 일에 용기를 내서 행동해야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돼라고 이야기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상상력으로 자기 자신을 도와 커다란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용기를 내야 할 때 동경하는 인물의 멋지다고 생각한 모습을 떠올리며 그대로 다라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실존하는 인물 중에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이 책에서 저자가 예민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첫 대면'에 대한 조언을 전하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상대를 첫 대면할 때 평가에 사로잡혀 경계하지 않고 다른 면도 앞으로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초초한 마음가짐을 버리고, 상대가 지루해할 것이라는 마음 속 읽기를 멈추고, 상대방의 자기중요감을 충족시키며, 말하는 양을 줄이라고 권한다. 특히,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상대방이 마음을 터놓을 확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을 느낀다.

저자는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이 거북한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근본 개선이란 스트레스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대하지 않기ㅘ 상대방의 자기중요감 충족시키기라는 두 기술을 터득하면 쉽게 긴장하는 경향이 누그러지고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며 트러블이 생겼을 대는 합리적 해결책으로 시선이 향한다. 이는 스트레스 내성을 높이고 평소의 기본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예민함과 스트레스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면 오감은 한층 더 예민해진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적은 나날을 보내며 마음이 안정적이면 조금 시끄러운 곳에 가도 타격을 덜 받는다."

이처럼 <고민 숏컷의 기술>의 저자 니시와키 슌지는 예민한 때문에 생기는 고민 시간을 줄여서 쾌적하게 살기 위한 방법들로 기대하지 말 것, 완벽주의에 사로잡히지 말 것,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몰 스텝으로 무리하지 않고 해나갈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기중요감을 충족시킬 것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방법들의 최종적인 지향점은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는 일이며, 이 책을 덮고 난 후 독자의 인생이 고민 없이 평화롭고 충만한 최고의 생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