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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책 <다방기행문>은 작가 유성용이 2007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28개월간 다녔던 전국 다행 기행이다.  

"나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한 작은 자동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틈틈이 아무런 멋도 없이 퍽퍽, 기억으로 사라질 풍경들을 찍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진들 몇 장이 남았다. 전국 다방의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이야기가 있는 그 어떤 맛으로 느껴보고자 했다. 그곳에서 나는 본명도 아닌 이름들을 가진 송 양, 하 양, 김 양, 이 양, 박 양 등 많은 레지들을 만났다. 세상에서 친구라 하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가끔씩 나풀거리는 인생들끼리 나누는 이런 별것 아닌 시간이 정답고 좋았다. 그러면서 아가씨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들었다. 하나같이 가슴 찡한 사연들이었지만 사실 그것들은 이 통속의 세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 이야기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그네의 예의 같은 것이었으니까."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는 저자의 다방기행은 무엇을 알려주려는 것보다는 사라져가는 다방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월화수목금 열심히 자본에 종사하고 주말에 가끔씩 모든걸 훌훌 털고 여행한다는 것은 나유라는 낭만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궁핍한 허영이다. 하지만 이 여행은 어쩌면 그만도 못한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 마음이 답답하고 막막하면 나는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오래오래 달렸다. 그러면 바람의 속도를 못 이기고 눈물이 질질질 흘렀다. 지치면 다방에 들러 값싼 커피를 마셨고, 개념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곳의 아가씨들에게 그 지역 이야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무언가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가진 허무함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들이 마음을 더 위로하는 것은 왜일까. 

"아무래도 인간은 '나'로 태어나서 평생토록 '나' 아닌 다른 것이기를 꿈꾸지만 끝내 '나'로 죽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다. 물론 그 와중에 이따금씩 제 마음의 황량한 서부로 내몰려 자신의 보잘것없는 삶을 망연히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사는 일이 애초에 허망하고 쓸쓸하다지만, 슬픔과 허무는 이 세속을 벗어나 있는 어떤 정체불명의 감정이 아니고, 오히려 끊임없는 욕망 실현의 장에서 쌓여온 상처쯤일 것이다." 

저자 자신의 인간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글귀들이 인상적이다. 책 <다방기행문>은 저자 유성용 사라져가는 다방을 기행하면서 느끼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냄새나는 이야기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후배의 선의를 잘 받아주고 그녀의 상처를 잘 헤아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 앞에서 자주 화를 냈다. 그녀에게 화를 내고 나면 내 속에서 더 화가 치밀어 며칠 동안 기분을 망치곤 했다. 하물며 나 스스로에게도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잘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저 계집애가 좀 행복했으면 하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속의 바람은 아무런 책임도 없는 헛소리 같은 것이었다. 나는 누군가 나를 사랑하게 절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후배의 마음이 남녀 간의 사랑같은 것이 아니란 건 나도 안다. 어쩌면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외로운 소리 같은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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