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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평점 :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전작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로 30만 한국 독자들에게 '애덤 스미스의 삶의 지혜'를 전했던 러셀 로버츠가 이번엔 '불확실한 세상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이란 주제로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신작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감당해야 할 문제들, 하지만 데이터나 과학적 방법론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인생의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 결심이 필요한 순간에 우리를 이끌고 지탱해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인간의 무모한 도전에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되는 두려움과 상실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골몰했던 천재 과학자, 경제학자, 사상가, 시인, 미식축구 감독, 청소부 등 다양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추적한다. 또한 선택과 관련된 현대의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일상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재미난 비유를 통해 인생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들려준다.
이 책은 '1장 답이 없는 문제들, 2장 다윈의 딜레마, 3장 돌이킬 수 없는 선택, 4장 천재들의 생각법, 5장 돼지냐, 소크라테스냐, 6장 인간의 성장, 7장 페넬로페와 108명의 구혼자, 8장 세상과 나, 9장 성자와 청소부, 10장 슈퍼볼 감독의 불패 전략, 11장 잘 산다는 것, 12장 최고의 질문들'이라는 12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자녀를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 같은 문제를 '답이 없는 문제'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인생의 갈림길 같은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도 분명하지 않고,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택했을 때의 기쁨과 고통이 무엇일지 끝까지 알 수 없으며. 여기서의 자신의 선택이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대한 결정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모가 됨으로 인한 헌신과 제약으로 인해서 부모가 되는 것이 왜 좋은지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녀를 갖게 되면 자신의 부모에 대한 유대감이 생기고,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부모와 가까워지며,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그 어떤 경험과도 다른 하나의 대업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모가 되는 것은 당신과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바꿔놓는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부모가 되는 것의 좋은 점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면 자녀가 있는 부부들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바보들이다. 대체 좋은 점이 뭐란 말인가? 못생긴 그림을 마치 대단한 잠재력의 신호인 것처럼 냉장고에 붙여 놔야 하는 것?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곳에서 점수도 나지 않는 축구 경기를 몇 시간씩 지켜보는 것? 경기 내내 다른 부모들이 뭉쳐 있지 말라고 고함지르는 소리를 듣는 것? 키가 작고 글을 못 읽는 2세에게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 미니밴을 살 핑계가 생기는 것? 자녀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희생에 비하면 그에 대한 보상은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저자는 경제학자의 시선, 공리주의자의 시선에서 삶은 느낌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관심사는 일상적으로 느끼는 그날그날의 쾌락과 고통을 넘어서서, 우리는 목적을 원하고, 의미를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나 자신보다 큰 무언가에 속하기를 원한다. 저자는 우리는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열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전반적 느낌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고 나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결정하며, '잘 산 인생'의 중심에는 이런 동경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은 그저 미래의 비용과 혜택만 줄줄이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며, 결과가 좋을 때는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힘들게 내 선택을 직시하는 것도 삶의 일부이며, 답이 없는 문제의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은 삶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쾌락을 늘리고 고통을 피하는 게 아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진실성, 미덕, 목적, 의미, 존엄성, 자율성을 가지고 행동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삶에서 계량화하기 어려운 측면들이지만 어쩌면 당신은 비용이 얼마가 되었던 이것들을 최우선에 놓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갖는 것은 그게 재미있거나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녀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당신 삶에 자녀로 인해 생길 쾌락과 고통의 총합 때문이 아니다. 자녀를 갖는 이유는 자녀로 인해 통장 잔고가 줄어든다고 해도 삶 전체가 더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쾌락보다 고통을 더 많이 불러오는 일을 선택하고,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괴로움이나 가슴앓이가 더 클 수도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어려움을 무릅쓰기 좋아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시를 쓰고, 전쟁이 났는데 군에 입대하고,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곳을 산이 거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르고, 마라톤을 뛰고, 보수도 받지 않고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는 고통은, 특히나 어떤 이상적인 것을 성취하기 위한 고통은 의미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비이성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만하도 말한다.
저자는 '내가 지금 타협하는 게 아닌라?'라는 두려움은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을 핑계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어찌 되었든 타협이라는 단어는 꼭 맞는 단어는 아니며, 타협한다는 것은 조금 못한 선택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뜻인데, 결혼이나 기타 온갖 종류의 답이 없는 문제에서 고려 사항 중에 '조금 못한' 것들이 끼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들은 일부 측면은 다른 것들보다 좋아 보이지만, 다른 측면이 그보다 못한 경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부 사람들이 타협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이제는 결정을 내릴 때가 됐고 더 나은 선택지는 도저히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는 '타협'이 아니라 '결정'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래에 우리가 뭘 좋아하게 될 지는 예측할 수 없으며, 그날그날의 경험이라는 협소한 일상을 넘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할 더 심오한 즐거움들은 절대로 일일이 다 미리 상상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무지를 직시하는 데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한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정답이 있는게 아니고 그래도 괜찮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실은 정답이 없다는 건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일상적 경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지에 대해 우리는 선택권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선택은 자신을 개별적이고 영웅적이며 외로운 존재로 보는 것이다. 두 번재 선택은 다른 무언가에 속하고 연결된 존재로 보면서, 그 소속감을 경험의 중심에 놓는 것이다. 저자는 사전에, 도중에, 이후에 각각 내 경험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점은 일상적 경험이 나의 일부가 되는 방식을 바궈놓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당신의 결정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당신의 본질과 관련되는 문제라면 트레이드오프는 하지 말고, 진실하게 살며, 옳은 일을 하고, 당신 자신을 존중하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규칙이 있으면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건건이 따져서 철저하게 비용과 혜택을 계산하고 저울질하려고 노력하는 게 겉으로는 합리적으로도 보일 수도 있지만 규칙은 우리가 나 자신을 속이지 못하게 막아준다.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에 직면하는 법을 생각할 때는 예술가처럼 사는 것도 나쁜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예술가처럼 산다는 말은 세상에 대한, 그리고 당신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 마음을 연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는 자신이 뭘 만들어 내게 될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그들은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게 뭔지 알아내려고 창작물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예술가처럼 산다는 것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선택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늘 혹은 너무 자주 거절한다면, 알게 되면 좋을 사람과 연이 닿을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특별한 어떤 것, 어쩌면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할 기회를 잃을 것이다. 저자는 선택권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말은 당장 뚜렷한 가치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당신의 인연과 경험, 지평을 확장해 줄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수락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면 기회에 관해서, 그리고 당신 자신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당신이 뭘 좋아하고 뭘 의미 있게 생각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예술가처럼 산다는 것은 당신의 경험과 당신이라는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고, 둘의 교류 방식은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라고 말한다.
"인생은 당신이 쓰면서 동시에 읽고 있는 한 권의 책과 같다. 결말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당신만의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대한 책이 되려면 음미하고, 곱씹고, 소화하는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읽고 나면 인생이 바뀌는 책처럼 말이다. 우리는 하나, 어쩌면 두세 개의 플롯이 꼬일 것도 예상해야 한다.
당신은 책이나 시 혹은 당신의 삶을 계획한 대로 나오게끔 집필할 수 있다고 상상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실제로 그런 글을 쓰고, 그런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앞서 보았던 여러 교훈을 생각한다면, 당신이 10대 때 혹은 20대 때 살아가고 싶었던 그 책은 나이가 든 당신에게는 최선의 책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책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에서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은 우리가 알거나 모르는 어떤 것이 아닌 경우가 많고, 최고의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들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세상이 그처럼 마법 같을 수 있는 것은 탐험이 있기 때문이리도 하다. 지난 세월, 인생을 경험하면서 나는 경제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캘빈주의자처럼 되었다. 당신이 아직 '과정'에 있는 작품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탐험은 중요하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곳에 도착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은지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