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5.1.2 - no.58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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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58호의 키워드는 '폭-Wide'입니다. '폭'은 물리적인 거리나 간격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종이나 천의 단위를 뜻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모양이나 움직임을 묘사하는 부사어이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문학의 폭 넓음, 그 힘을 믿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악스트> 58호에서는 공현진 소설가가 쓴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리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공현진 소설가는 2024년 12월, 많은 이들이 분노와 슬픔으로 한강의 소설을 다시 찾았고, 자신 역시 그랬다고 말합니다. 소설 속 그저 활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설 밖으로 나와 현실을 가리키고 있는 문장들을 쉬이 넘어갈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문장을 공유하며 잊어선 안 되는 역사가 무엇인지, 잃어선 안 되는 기억이 무엇인지 되새겼다는 공현진 소설가의 글이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와중에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용기를 목격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를 향해 흔드는 응원봉을 거리로 가지고 나와 광장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런 아름다움과 황홀함을 만들어낼 줄 아는 용기를, 우리는 또한 인간에게서 본다. 권력을 통해 다른 목소리를 제압하고 제거하려고 하는 쪽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과 '너'가 사랑하는 것을 함께 흔들며 그 섞임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줄 아는 쪽이 더욱 강하나는 것을 안다. 그 강함 속을 함께 지나고 있다."

<악스트> 58호에서는 천선란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천선란의 순간들을 담은 사진과 글은 천선란 작가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선란 작가는 좋아하는 부사어로 '그러나'가 있다고 말합니다. 천선란 작가는 "'그러나'를 좋아해요. 그 뒤에 오는 문장이 앞의 문장을 뒤집어주는 순간이잖아요. 요즘처럼 절망이 만연한 시대에 '그러나'는 희망적으로 느껴져요. 반전의 매력 같은 거랄까."라고 이야기합니다.

천선란 작가는 SF작가로 '여기와 다른' 소설 속 세계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여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현실과 닮았는가'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게 외적인 도시나 인종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이 세계의 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요. 그래서 낯선 모습과 두려운 존재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걸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요. SF의 매력은 그런 거라 생각해요. 여기와 다른 세계에서 만나는 이곳의 진실이요."

이 밖에도 <악스트> 58호에서는 지난밤 읽던 추리소설 속 인물 '강인영'에 빙의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가 박서련의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와 기념일을 주제로 무주 영화제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의 작업실에 출석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가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 소설가 김연수의 <조금 뒤의 세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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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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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14년간 173회에 걸쳐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있는 안규철의 그림 에세이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으로 출간되었다.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2013년 10월 출간), <사물의 뒷모습>(2021년 3월 출간)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가 담긴 이번 에세이집에는 미술뿐 아니라 문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작업해온 안규철의 일과 공부, 사람과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들이 57편의 스케치와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잡초를 뽑아보면 그것들이 삶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갈밭이든 나무 그늘 아래든 그것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온 힘을 다해 뿌리를 내리고 잎을 펼친다고 이야기한다. 한 줌도 안 되는 작은 풀 한 포기조차 스스로 포기하거나 누가 원한다고 해서 순순히 자신을 내어주는 법이 없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나는 과연 잡초만큼 매사에 진심이었을까. 미술가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가장으로 그럭저럭 할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탓하고, 나 아닌 다른 것에서 포기할 구실을 찾고, 했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스케치북에 쌓여 있는 실현되지 않은 수많은 계획들은 결국 시작도 하기 전에 시작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의 실패의 기록이 아니었던가."

저자는 나무들이 대개 단단한 줄기를 중심에 두고 가지와 잎을 펼쳐내며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어간다면, 담쟁이의 생존법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전체를 통제하는 중심이 없고, 마땅히 어떠해야 한다는 정해진 형태가 없다. 각각의 잎사귀와 줄기 하나하나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중심이다. 담쟁이는 정해진 형태가 없으니 형태를 만드는 일에 힘을 쓸 필요가 없고, 거센 바람애 꺽이거나 뿌리 뽑힐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어떤 이들은 담쟁이가 남에게 빌붙어 산다고 멸시하지만, 이 세상의 누가 과연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특별한 그 무엇이 되려 하지 않으며, 그 일의 결과가 무엇이 되든 한결같은 자세로 미지의 영역을 향해 한 잎 한 잎 나아가는 것이 담쟁이덩굴의 미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뜻밖의 선물처럼 거대한 녹색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무릇 예술가의 일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나무에게 가지를 뻗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하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뿌리가 양분을 찾아 끊임없이 전진하는 동안, 가지는 한 뼘의 햇빛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계속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선다. 언제 어디서 새로운 가지를 시작할지, 분기의 위치와 시기를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나무의 일이며, 그런 나무에게 하루하루는 어제와 결별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나무가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이 나무의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미술 작업 역시 익숙한 오늘과 헤어지는 일, 아는 길을 벗어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길로 접어드는 일이다. 그렇게 제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며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무수한 가지들이 모여서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되듯이, 나의 작업도 온전한 하나의 세계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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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
필 스터츠.배리 미첼스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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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예기치 못한 때 불행, 갈등, 위기, 좌절 같은 것들이 수시로 내 인생에 끼어든다. 그 불가항력에 우리는 종종 무력감과 두려움마저 느끼곤 한다. 하지만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는 삶의 고통에 움츠러들거나 압도당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그것을 뛰어넘을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터츠는 과거에서의 원인 찾기에 몰두하는 기존 심리 치료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당장의 고통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오랜 연구와 다양한 임상 경험 끝에 인간의 신체와 의식을 넘어선 초월적 힘을 발견하고, 그 힘을 강화하고 작동시키는 다섯 가지 툴을 개발해낸다. 스터츠가 지난 30여 년간 함게 연구해온 심리 치료 전문가 배리 마이클스와 공동 집필한 책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에는 개념과 작동 원리, 개발 과정, 실제 사례까지 툴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 예상치 못한 불안과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기를 원한다면 이 책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장 새로운 길에 눈뜨다, 2장 용기의 툴: 욕구를 뒤집어라, 3장 포용의 툴: 능동적으로 사랑하라, 4장 자유의 틀: 내면의 권위를 세워라, 5장 평온의 툴: 끊임없이 감사하라, 6장 끈기의 툴: 위험을 자각하라, 7징 초월적 힘에 대한 믿음, 8장 새로운 삶을 맞이하라'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안전지대는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삶의 테두리를 자꾸 좁힐 뿐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커다란 대가를 지불해야 함에도 안전지대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현대인이 흔하게 지닌 욕구에 발목을 붙잡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욕구다. 우리는 안전지대에 있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지만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때가 되면 인생을 낭비했다는 큰 고통을 마주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당신의 안전지대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든 그 세계를 즐기는 대신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인생에는 무궁무진한 기회와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얻는 데에는 고통이 따른다. 고통을 받아들일 줄 모르면 의미 있는 삶도 살 수 없다."

저자는 전진의 힘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초월적 힘 가운데 첫 번째라고 말한다. '초월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 힘이 우주의 명령과 창조가 일어나는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가 그 힘에 신비로운 능력을 부여한다. 저자는 이 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우리 주변의 도처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성인은 이 세상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목적을 찾아야 한다. 이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 개인에게 달렸다. 전진의 힘은 개인이 의식적으로 그것을 사용하기로 선택해야만, 그리고 거기에 동반되는 고통을 받아들여야만 개인의 삶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그와 반대의 선택을 한다. 즉,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 그 결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진정한 자기 모습도 발견하지 못한다."

저자는 초월적 힘은 외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힘을 이용하려면 그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그 힘이 취하는 것과 똑같은 형태를 취해야 하고, 스스로 그것의 축소판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것은 그저 생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 당신의 존재 상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당신이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고통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고통을 향해 정면으로 다가가면 고통은 움츠러든다. 반면 고통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면 고통은 더욱 커진다. 또한 저자는 고통을 피하려고 하면 그것은 악몽 속의 괴물처럼 당신을 쫓아오게 되어 있지만, 당신이 그 괴물과 당당하게 맞서면 괴물은 발길을 돌려 달아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영적으로 성숙한 인간은 우리 자신이 세우는 목표와 우주가 우리를 위해 세워둔 목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에서 무엇을 성취할지 골몰하지만, 우주는 우리의 내면 모습이 어떠한가에 집중한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역경은 우주가 우리의 내면의 힘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대개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바깥세상에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사업에 성공한다든지, 인생의 훌륭한 반려자를 찾는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우주는 우리의 외부적 성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주의 목표는 우리의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저자는 외부적인 성공을 칭송하는 사회 분위기는 개인의 목표 달성에만 이기적으로 몰두하는 문화를 양성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내면의 위대함은 삶이 당신의 목표 달성을 가로막을 때, 당신에게 역경을 가져다줄 때만 기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 당신은 당신의 계획과 삶이 당신을 위해 계획해둔 것을 조화시키려는 힘겨운 분투를 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능동적 사랑의 툴에는 '사랑'과 '노력'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툴을 이용하면 내면에서 작은 사랑의 샘물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로써 당신은 사랑의 물결이라는 더 커다란 우주의 물결과 하나가 된다.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나거나 어떤 자극을 받아 심리적 미로에 빠질 때마다 능동적 사랑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사랑의 물결과 연결되는 확실한 방법이다."

저자는 아이는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마음껏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아이는 불안함으로 얼어붙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아이가 자기표현의 힘이라는 초월적 힘으로 충만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힘의 놀라운 점은 우리가 남들의 생각과 반응을 전혀 개의치 않고 진정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힘과 연결되면 진정성을 갖고 명료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내면의 권위라는 툴은 외부의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서 생기는 권위가 아니라 당신의 내면 자아가 말할 때 생기는 권위를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툴을 사용하려면 먼저 당신의 그림자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자로 인해 우리는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없으면 타인과의 차이를 과장되게 인식하고 그들과 단절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개인들 사이에서든 서로 다른 종교나 국가 사이에서든, 우리가 그림자를 통해 보편적 유대감을 창출해야 바람직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이들조차도 서로의 내면에 있는 인감다움을 인정할 수 있다. 그래야만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저자는 현대인 대부분은 좀처럼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엉뚱한 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훌륭한 것을 얻거나 성취하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달성할지라도 거기서 얻은 마음의 평온은 금새 사라지고 만다. 그 이유는 물질적 세계가 주는 안정감은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쉬는 것은 평온함이 아니라 소극적 태도일 뿐이며, 생명의 근원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마음의 평온이란 결국 적극적 움직임의 상태와 같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진정한 마음의 평온을 얻는 길을 따로 있다. 당신을 항상 보살피고 지원하는 존재로부터 비롯되는 평온이어야 변함없이 지속될 수 있다. 생명의 근원과 연결돼야 지속적인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이미 가진 것에 대해 커다란 감사를 느낄수록 생명의 근원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완전히 다른 삶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고통이 아닌 행복감을 발판 삼아 에너지를 얻는 삶 말이다.

저자는 툴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얻는 무한한 잠재력이 당신의 미래를 바꿔놓지만, 툴의 실천을 중단하면 당신의 잠재력도 손상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의 미래는 위험에 처한다. 저자는 미래가 위험해진다는 자각은 매우 긴급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의지력을 발휘시키는 추동력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망가진 미래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모습이 어떻든 나중에 그로 인해 겪어야 할 고통과 후회는 엄청나다. 툴 실천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미래가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늘 인식하게 해줄 방법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툴이 그것을 도와준다. 그런 위기감을 느껴야 확고한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래를 잃을 위험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툴을 위험 자각이라고 부른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가장 중요한 툴이다. 다른 네 개의 툴을 실천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소비주의에 물든 사람은 가급적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고 모상을 얻길 바라기 때문에 그의 에너지는 분산되고 약해지며 세상에 어떤 긍정적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창조자는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다는 마음으로 매순간을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창조자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무리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하며 남들의 시선이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주의 문화의 피상적 이미지와 가치에 끌려가지 않고 당장 눈앞의 만족을 포기하고서라고 자신의 목표에 집중한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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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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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은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역작이다. 뿐만 아니라 <호라이즌>은 배리 로페즈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가 선보인 글 중 가장 방대하면서도 장소와 사유를 옹골차게 엮은 논픽션이다. 북극, 남극, 북태평양, 남태평양, 아프리카, 호주 등 여섯 지역을 갈무리해, 하나의 교향곡처럼 아름답고 치밀하게 재구성해냈다. 로페즈는 이들 장소를 배경으로, 북극권 지역으로 용감하게 파고든 선사시대 사람들, 아프리카를 침략한 식민주의자들, 태평양을 항해한 계몽주의 시대의 유럽인들,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근 아시아로 건너간 미국인들 등을 엮어 탐험과 여행을 둘러싼 인류의 오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한편, 인류의 기원, 땅의 역사, 생물들의 뒤섞임, 탐험과 식민주의, 기후변화에 대한 윤리적 과학적 성찰 등 다양한 영역의 주제들을 탐색해나간다.

이 책의 키워드가 되는 '여행'은 로페즈에게 지혜를 모으는 활동, 자신을 바꾸는 행동이다. 그는 익숙한 것의 경계를 넘어가 미지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길을 떠났고, 눈앞의 풍경을 보면서 기꺼이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더불어 각각의 장소를 거쳐 간 인물들을 호명하고 서로를 탁월하게 연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인간이 노정하는 모순을 외면하지도 경멸하지도 않고 기꺼기 끌어안으며 끝내 초월한다.

저자는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주장했을 때, 그리고 다윈과 월리스가 인간은 우주 최상의 피조물이 아니라고 선언했을 때, 이어서 융과 프로이트가 합리적인 정신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을 때, 신학은 그에 적응하거나 최소한 반응이라고 해야 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오늘날 여러 선진국에서 인간이 처한 실제 환경이 삼차림 단종 재배 '숲'과 오일샌드 석유, 목축으로 거덜 난 초원, 한때 물고기가 번성했던 바다에 스모그처럼 떠나니는 미세 플라스틱 구름이라면, 인류의 문화는 상실에 대한 감상성과 생존의 긴급성을 구별한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민국가의 경쟁적 정치보다는 더 의의 있는 정치를 확립하고, 영리가 아니라 보존에 기초한 경제를 세워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다양성은 단순히 생명의 한 특징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다양성은 전반적으로 생명에 활력과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는 생물학적 긴장을 조성한다. 저자는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다양성을 잃으버리면 모든 생명은 별종의 위험에 놓인다는 저자의 글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생태계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아는 것은 오랫동안 인류의 모든 공동체에서 지혜를 전수하는 이들의 핵심적 책무였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경제'라 불리는 저 압도적 괴물에게 인류가 저항할 방법은 그 괴물을 움직이는 본질적 연료인, 생명에 대한 무관심을 떨쳐내는 것이다. 개벌은 건강한 경제가 아닌 생명에 대한 무관심의 외적 신호다. 그리고 벌목이 끝난 뒤 새로 들어와 일부 토착종을 대체하며 '잡초 종'이라고 멸시당하는 종들 역시 더 하찮은 생명이 아니라, 멸종 위험에 대항하는 생명의 근본적 저항을 보여주는 신호일 뿐이다."

저자는 토착민들은 역동적인 사건 안에 자신들을 집어넣었고, 또한 그 사건에서 즉각적으로 의미를 해석해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들의 접근법은 그 사건이 계속 전개되도록 둔 채 모든 것을 알아차리면서, 거기 있는 의미가 무엇이든 알맞은 때에 그 의미가 드러나도록 두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만약 내가 사건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바란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자세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관찰하는 동안 정의하거나 요약하려는 충동에 저항하고 머리로 분석하는 일을 유예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를 파악하려는 익숙한 충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나는 토착민들이 관찰하는 방식의 핵심적 특징도 흡수해야 했다. 그들은 개별적인 대상들보다 자신이 만난 것에 내재한 패턴들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저자는 교도소는 갱도 안의 사나리아와 같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사회에 사는 우리는 정확히 어떤 이들이 교도소에 있어야 할 사람인지 항상 질문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교도소는 심지어 자유로운 사회에서도 자행되는 악의적인 불관용을, 예를 들어 재판관들과 그 외 재량권을 지닌 다른 사람들이 타인에게 감정이입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더 나은 사회질서를 만들려면 교도소가 인간 본성의 전체 스펙트럼에 관해 폭로하는 바를 받아들여야 하고, 수감자들이 사회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라는 순진한 믿음도 버려야 한다. 내가 보기에 난민의 이산과 야생동물의 개체군 감소, 신경증적 소비주의의 원인들을 오로지 자신의 재정적 안녕을 확보가히 위해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더 큰 위험이다."

저자는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환경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들이 우리를 그토록 불안하게 하는 이유는, 그 변화들로 우리가 좋은 미래를 맞이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보다는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가 처한 물리적 환경의 대대적 변화들이 과학자들이 보기에 전례 없는 속도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술 혁신이 세상 상당 부분의 문화를 동질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많고 주의 깊은 떠돌이 여행자에게 여행은 세상 어디에도 완전히 똑같은 장소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고 말한다. 여행은 과거부터 이어진 상식을 수정하고 선입관을 떨려버리도록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의 정신이 맥락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인류에 대한 절대적 진실의 독재에서 정신을 해방한다고 이야기한다. 여행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해주고, 사람은 똑같은 길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어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관점 하나는 그들이 위기에 처한 환경에도 아랑곳없이 특정한 정통적 신념을 고수하느라 스스로 함정을 팠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문화는 진보한다는 신념 또는 사회적 동물이 개인의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일은 정당하다는 신념이 그들을 함정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함정을 내파하고 해체하려면 인류는 오랫동안 신념으로 품어왔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셈법을 사용해 항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함정에 대처할 유망한 첫걸음은 전 세계 다양한 전통에서 내려오는 지혜를 한데 모으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그들의 철학은 다윈이 모든 생물학적 현상에 내재해 있다고 암시했던 바로 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소산이다. 그러한 오래된 지혜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어느 세기 어떤 격변에도 잘 대응하여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인류의 가장 급박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기술혁신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해결책은 인간이 가장 큰 가치를 두는 것을 심층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저자는 풍경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기를 원하고, 해충들을 제거해 풍경을 개선하기 원하며, 환경과 함께 진화하지 않은 탓에 환경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지닌 식물들과 동물들을 제거하려는 현대의 충동은 생물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 실질적으로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까다로운 욕망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적으로도, 어떤 풍경오 고스란히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다.

"한 장소에 식물들과 동물들을 다시 들여놓는 행위는, 인간이 이런저런 조작으로 한 장소를 파괴하기는 했지만 인간의 조작으로 원래로 되돌릴 수 있다는, 대범하지만 잘못된 관념을 품고 있다. 진화의 방향은 뒤집을 수 없으며, 코가 풀린 스웨터를 수선하듯 풍경을 다시 수선할 수는 없다. 복원은 다른 동식물을 제치고 특정 동식물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일이므로, 사회공학 프로젝트나 한 국가의 인종 및 민족 차별 정책에서 맞닥뜨리는 것과 똑같은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호라이즌>의 저자 배리 로페즈는 남극 대륙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무언가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빙관에서 소행성의 조각을 집어드는 일, 남극 뮤온 및 중성미자 감지 간섭계 프로젝트의 일부가 진행되고 있는 남극점의 블루 라이트 터널을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지나가본 일, 크로지어곶의 거대한 펭귄 서식지, 미라가 된 물범의 이마에 손을 대어본 일, 이런 일들은 저자가 다른 곳에서 목격했거나 알고 있는 끔찍한 일들에 대한 위안이 되어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경험을 존중하고 흡수하고 싶었고, 누구든 그 경험이 필요할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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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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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독서가이자 매일 죽음을 만나는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유쾌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들려주는 '어떤 죽음의 이야기들'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본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 법의학자이자 <알쓸인잡>, <유퀴즈>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호 교수가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그의 첫 책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약 4천 여 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온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마주한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법의학자로서의 세월은 죽음보다 주검을 마주해온 시간이었다. 주검을 마주하기 전 고인의 삶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먼저 검토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느낀 단상들을 글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애써 기억해야만 하는 죽음, 반드시 전해야 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간 죽음,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 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어주어야 하는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운명처럼 만난 몽테뉴의 <수상록>에는 "내가 책의 저자라면, 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기록하고 또 논쟁할 것이다. 죽음을 가르치는 사람은 동시에 삶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문장이야말로 내가 이 글을 쓰게 한 힘이었다."

이 책은 '1장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 2장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 3장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죽음'이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경위로 부검이라는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의 애달픈 사연을 굽이굽이 알 수는 없지만, 저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가 자신의 몸을 통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연 없는 시신은 없다. 이번 부검은 30분 정도로 비교적 빠르게 끝이 났지만,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길게는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고인이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을 짐작하기에는 그것도 짧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사람, 병 들어 홀로 죽음을 맞이한 불법체류자, 남편과 부부 싸움 끝에 살해당한 부인, 법의학자는 부검을 통해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듣게 된다. 고인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떠나는 삶이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그를 대신해 변호를 해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그랬듯 모든 법의학자는 직업 선택의 십계를 따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법의학자는 월급이 적은 곳,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고, 오히려 사람이 거의 없는 황무지 같은 곳,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하는 곳으로 기꺼이 걸러온 사람들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한 법의학자들의 숭고한 사명감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저자는 한 사람의 생애의 마지막은 죽음이며, 우리가 누구와 누구의 혼인으로 출생되었다는 사실을 기록하듯이,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앎으로써 인생이 이루어나가듯이, 죽음에도 앎의 완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죽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망자를 대신하여, 살아남은 우리가 죽음의 육하원칙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은 떠나간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또 그들을 밀어낸 이 세상을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법의학자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자신이 무상과 허무를 많이 느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오히려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마치 나무의 맨 끝이 곧 맨 앞인 것처럼, 타인의 생의 끝에서 느낀 메시지를 품고 돌아서서 다시 삶을 향해 샐운 시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주 느낀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검을 하면서 언제나 결과에 대한 처벌과 책임에만 몰두하는 게 답답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전에 먼저 파악하고 제거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어디선가는 여전히 삐걱대는 시스템 속에서 누군가가 또 죽음의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예방법의학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전북대학교로 오자마자 병원장을 설득했다. 임상의학도 예방법의학의 차원에서 다룰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무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예방법의학을 담당할 부서가 없었고, 의료 분쟁에 대해서 행정적 직원 한 명이 사건을 모두 처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법의료실을 만들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했다. 이 일은 법의학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히 밀어붙였다.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부터 전반을 직접 주도했다. 그렇게 일 년을 해보며 팀을 꾸릴 수 있게 되었고, 공식적으로 법의료실이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유족들과 대화하거나 합의할 때는 마음을 담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먼저 그 마음을 보아야 유족들도 그런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다고 이야기한다. 환자나 가족들의 말과 행동만 볼 게 아니라, 그 이면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신이 일을 오래 해온 덕분에 때로는 슬픔과 서운함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는 걸 잘 알고, 시간이 시가면 유가족의 성난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법의학자로서 첫 번째 사건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고, 연이어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제 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침몰 사고 등 대형 사고들을 수습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자신이 가장 신경 쓰는 주력 분야는 대형 참사와 안전 문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 사람의 생명은 행성의 무게보다도 무겁다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죽음보다 다수의 죽음이 더 무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죽음은 그렇게 숫자로 따질 수 없는 것이지만, 수백 명이 사망한 현장에 있도라면, 그 거대한 슬픔과 분노가 살아 있는 인간을 압도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내가 삼풍백화점 붕괴 속보를 듣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듯이, 사람들은 각자 대구 지하철 화재 속보를 보았을 때, 혹은 세월호 침몰 뉴스를 보던 때 자신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선명히 기억할 것이다. 대형 참사는 어느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트라우마가 되기 때문이다. 치유가 동반되지 않는 한 우리는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치유는 잊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안타깝게 사고의 희생자가 된 분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사고의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들의 죽음을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개별적인 실수 하나하나를 탓하고 몰아세우는 일은 때로는 참사를 예방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실수의 연쇄를 끊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하나의 작은 실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이미 벌어진 실수를 통해 오류를 분석하고 예방책을 빠르게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약병 라벨을 혼동할 수 있고, 아무리 타인의 실수를 일깨워주어도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개인의 주의 집중만으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인간에게 잘못을 묻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책임자의 처벌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실수가 인간의 본성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법의학을 하면서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자신의 업무라고 말한다. 법의학자는 굳이 유족을 만나지 않고 사건을 의뢰한 담당 경찰하고만 소통해도 된다. 그러나 저자는 사법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법의학을 선택했기에, 부검한 후에는 반드시 유족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고 이야기한다. 그제야 비로소 의사로서 소임을 완수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나는 의사인 동시에 법의학자이니 누구보다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가족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라 풀어주어서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으로 나만의 애도를 한다. 그건 의사라는 소명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죽음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시신을 많이 보면서 느낀 생각을 독자에게 전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시신을 본다는 건 죽음의 원인과 이유를 밝히는 일이므로 죽음과 연결되어 있는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죽음을 통해 그의 삶과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마주하게 되며, 죽은 이와 연간된 사람을 만날 일도 많아지고 희생자와 범죄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삶도 들여다보게 된다는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잘 살아온 사람이 잘 죽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람을 통해 그의 삶과 그 너머의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죽음을 접하며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삶이 얼마나 각박한지, 가족 관계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불신으로 가득한 사회가 서로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좀 더 자주,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된다고 할까."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돈이 많고 적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단한 관계다. 주변인과의 유대 관계가 튼튼한 것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걸 수많은 죽음을 만난 후에 알게 되었다. 아무리 부자여도, 사회적 명성이 화려해도 의미 있는 관계가 없는 이들의 죽음은 초라하다.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관계는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와도 같다."

저자는 잘 사는 웰빙도, 잘 죽는 웰다잉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웰빈'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잘 비우는 삶'을 말한다. 저자는 삶을 길게 바라보면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영원히 움켜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돈도, 자동차도, 집도, 죽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한갓 사물에 불과하다. 그저 이 세상을 잠시 살아가는 동안 빌려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영원히 내 것이란 없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들의 죽음'이다. 저자는 나의 죽음은 경험할 수 없고, 너의 죽음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 상실과 애도가 있으며, 그들의 죽음은 나하고 상관없는 죽음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생각을 바꿔서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들의 죽음이 아닌 우리의 죽음, 그들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우리로 포용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죽음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을 던진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의 저자인 이호 교수는 어떤 태도로 사느냐에 따라 죽음의 모습이 달라지고, 얼마나 좋은 죽음을 만느냐에 따라 좋은 삶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 못지않게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조금은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문화, 고독한 이의 죽음을 함께 나누는 문화, 삶만큼이나 죽음도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는 이호 교수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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