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 성장 워크북
아멜리아 켈리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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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그 인간"과 단절만으론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회복할까'이다. 회복 없이는 감정적 학대 관계에서 형성된 사고방식과 반응 패턴이 새 관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마음속에서 타인의 자리가 너무 커서 상대의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는 일들 말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을 믿으면서 자유로운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는 특히 여성들에게 빈발하는 '가스라이팅 일상다반사' 사례들에 집중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회복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 점검(ACE 테스트), 갈등 상황에서 자기 표현법(DEAR MAN 기법) 등 검증된 심리 기법과 함께 몸과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회복 일기까지 독자가 회복 단계에 다다르도록 구성했다. 이 책은 가스라이팅의 상처에서 회복해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강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은 개인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은 물론, 본인과 타인을 향한 믿음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개인적 성향과 상황에 따라 피해 형태도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일반적으로 가스라이팅이 초래할 수 있는 만성적인 문제는 자기 신뢰감 상실, 정신 건강 침해, 트라우마 형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때는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며, 가해자의 영향력 아래 있으면 쉽게 조종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심리학자 마샤 리네한이 창안한 변증법적 행동치료 기술인 '디어 맨'은 강렬한 감정이나 갈등에 직면했을 때 상대방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요령 있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이 체계를 활용하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며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상대방의 반응과 관계없이 메시지를 관철할 수 있다.

저자는 타인으로부터 독립해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능력을 정서적 개별화하고 하며, 이 또한 정서적 학대와 가스라이팅 피해에서 회복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온순한 사람은 따뜻하고 친절하며 눈치가 빠르지만 너무 온순해서 남의 '비위만 맞추는' 것은 트라우마 반응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은 현실 감각을 조작하는데, 느낌이나 신념을 글로 쓰는 것은 내 이야기를 되찾고 내 안의 진실과 연결되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글을 쓰는 것은 창의적인 행위이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내면의 감정에 가닿게 하여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고,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에서 치유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소중한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이 어디서 기쁨을 얻는지 알아내고, 그런 것들을 자신에게 제공해야 잠재적인 가스라이팅에 맞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존감을 구축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건강한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안전하다고 느낄수록 바운더리를 요구하기가 수월해진다.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는 우리의 힘을 빼앗는 가스라이팅에 당당히 맞서고, 바운더리, 자기애, 자기 존중,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의 연대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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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경영학 - 불황을 돌파하는 사장은 무엇이 다른가
야스다 다카오 지음, 노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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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생사를 걸고 운과 싸우는 일이다. 고난과 격변의 시기를 감내하고 기회가 다가올 때 어떻게든 붙잡겠다는 강한 신념으로 돌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마작에 빠진 무일푼에서 창업에 뛰어들어 매출 19조 원 유통 기업 ‘돈키호테(현 팬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제국을 건설한 야스다 다카오는 오감을 총동원해 궁리한 사업 아이디어와 조직의 운을 철저히 통제하는 경영 전략으로 사업을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경영 전선에서 40년 넘게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얻은 궁극의 생존 경영론을 신간 <운의 경영학>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책은 운을 다루는 현실적 처세술과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휘어잡는 최강의 경영법을 다룬다. 개인과 조직의 운을 대하는 거인의 통찰부터 행운을 키우고 불운은 낮추는 삶의 공식, 운을 상승시키는 3대 조건과 사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명심해야 할 속공견수·주어 전환·권한 이양과 같은 일의 태도, 단순한 승리가 아닌 압승으로 이끌 경영 철학까지 밀도 있게 다룬다. 이 책은 운이라는 벽에 부딪혀 인생의 방향을 잃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삶으로 이끄는 불변의 인사이트를 건넨다.

"운의 영향력은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회사(조직)의 집단 운은 그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좌우한다. 집단 운을 키우면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최강 군단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회사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한다.

최근 30년간 가전 회사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예전의 영광에 반비례하듯 실적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반면 PPIH의 실적은 2배, 4배, 8배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집단 운이 일으킨 기적일 것이다.

운은 결코 숙명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운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운을 직접 탐구하거나 진지하게 거론하지 않는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 "운이 나빴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 책은 '1장 운이라는 신대륙으로 진입하라, 2장 행운의 최대화와 불운의 최소화, 3장 운의 3대 조건: 공격, 도전, 낙관주의, 4장 싸우지 않으면 운은 무너진다, 5장 주어를 전환하면 운이 붙는다, 6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집단 운', 7장 열정이 폭발하는 '집단 운 조직' 만들기, 8장 압숭의 미학'이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세상에는 운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운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유능해도 직업이나 인생에서 상당한 잘못을 저질러 손해를 본다. 저자는 반대로 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다소 약점이 있어도 꿋꿋하게 성공을 거둔다고 이야기한다.

"운 감수성이란 자신에게 순풍이 될 기회, 역풍이 될 위기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사업 현장에서 두드러지게 운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잠재적 기회와 위기를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다시 말해 운 감수성의 달인이다."

저자는 미래를 희망차게 보는 '낙관론자'에게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비관론자에게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위험을 두려워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관적인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이루려고 항상 시도하는 낙관적인 '도전자'가 성공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시대든 위험을 무릎쓰지 않으면 크게 성공할 수 없다. 운을 끌어당기려면 우선 도전자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행운을 부르는 합리성의 전제 조건인 '운의 3대 조건'은 공격, 도전, 낙관주의라고 말한다. 특히, 공격을 전제하지 않으면 수비도 살아나지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일단 공격의 자세를 중시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운이 오지 않는다. 방어와 동시에 공격을 시작한다는 '견수속공'이 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순서를 바꾼 '속공견수'를 지향한다. 속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그때그때 공격보다 수비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나는 도전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도전하고 싸우면서 내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즐겁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즐거운 일을 '벤처 경영'이 아닌 '어드벤처 경영'이라고 부른다. 벤처와 어드벤처는 둘 다 '모험'을 뜻하지만 전자는 주로 비즈니스에 쓰이는 용어이고 후자는 순수한 모험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현실의 정답이란 시대나 상화엥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흑도 백도 아니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회색'의 모호함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면 결국 운이 나빠진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호한 상태를 싫어한다. 적어도 불쾌하게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당연히 답이 쉽고 명쾌하게 나와야 기분이 산뜻하다. 그런 의미에서 명확한 답만 찾는 태도는 곧 쾌락에 몸을 맡기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안이하게 도출한 답이 반드시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는 정답이 없을 때가 많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쾌락에 의지하지 않고 어려운 문제의 답을 겸허하게 궁리하며 병목에서 바져 나오려고 진지하게 애쓰는 자세 자체에 답이 있다."

저자는 경영자의 자아가 강하면 개인의 운도, 조직의 운도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영자가 자기만을 내세우며 자신의 성공만 좇으면 어떤 직원도 협력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회사에서는 '나(경영자)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단수형을 '우리(직원)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복수형으로 바꾸어야 좋은 운을 끌어당길 수 있다."

저자는 경영자에게는 자기 혼자 일하는 능력보다 직원과 현장 사람들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조직을 만들고, 그 활동에 필요한 연료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료란 '그때그때 논의하고 검토할 창조적 프로젝트'일수도 있고, '병목 너머 빛나는 미래를 보여주는 제안'일 수도 있다. 저자는 그러면 직원들이 '이거 재미있어 보이니까 해보자'라거나 '이건 미래가 기대되니까 제대로 추진해보자'라며 의욕을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마음이 모여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그 돌파력이 평범한 조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진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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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 철학 - 예술과 일상을 대하는 세련된 감각
지바 마사야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추천 / 베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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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가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하는 말은 참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가령 옷을 입을 때나 밥을 먹으로 갈 때, 옷이나 식당을 고르는 일상생활의 '선별하는 센스'가 있다. 그림이나 음악을 아는 '예술적 센스', '사람과 소통하는 '대화 센스'가 있는가 하면, 일을 잘하는 동료에게는 '일 센스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센스라는 말에는 예외 없이 사람의 마음을 슬그머니 뜨끔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도저히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가시 돋친 의미가 단어 안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센스'라는 이 모호한 단어를 말로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책 <센스의 철학>은 한마디로 '센스는 이런 것이다'라는 하나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일상과 예술을 대하는 센스를 '리듬'과 '흐름' 그리고 '부재와 존재'라는 측면에서 풀어 설명하는 저자 지바 마사야의 관점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로부터 즉각적인 공감과 강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음악에서, 미술작품에서, 실내장식에서, 놀이에서, 심지어 우리가 늘 만나는 음식에서조차 '센스'의 의미와 탄생을 읽어내는 저자의 고감도 '센스'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장 센스란 무엇인가?, 2장 리듬으로 파악한다, 3장 까꿍의 원리, 4장 의미의 리듬, 5장 나열하는 것, 6장 센스와 우연성, 7장 시간과 인간, 8장 반복과 안티센스'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센스는 '직관적으로 아는' 것으로 다양한 사안에 걸친 종합적인 판단력이라고 말한다.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력, 그리고 감각과 사고를 연결하는 것과 같다.

"'그림을 그리는 센스'라고 하면 백지 위에 선을 그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센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드는 것은 미술도 음악도 아니다. 이는 작품이나 보고 들은 경험, 어떤 인상 등의 소재가 있고 그것을 기억해내서 선택하고 조합하고 변형하며, 거기서 훌쩍 날아올라 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창조 행위의 밑바탕에는 '선택'이 있다."

저자는 '헤타우마'란 재현이 중심에 놓이지 않고 자신의 선의 움직임이 앞서는 경우를 말한다고 전한다. 선의 운동이 주를 이루되 거기에 재현성도 포함되는 식이다. 대상을 재현하려 했음에도 재현하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 자유로운 운동 속에서 뭔가를 포착할 때, 그 개성을 '헤타우마'라고 부른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사진처럼 그린 그림만 '잘 그린'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인기가 아주 많은 모네와 고프의 그림은 풍경과 물건을 사실적으로 그리려 하지만, 사진 같지 않고 개성 넘치는 맛이 있다. 모네의 그림은 붓 터치가 거칠어 사물의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반 고흐가 그리는 형태에는 바로 반 고흐임을 알 수 있는 개성 만점의 왜곡이 있는데, 거기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사진과 같은 정확성에서는 어긋나 있지만, 그 어긋남이 매력이며, 그 어긋남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이른바 '헤타우마'가 된다."

저자는 크게 말하면 같은 자극이 반복되는 규칙성, 그리고 그것이 중단되거나 혹은 다른 유형의 자극이 들어오는 일탈, 이러한 '규칙과 일탈'의 조합으로 리듬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리듬은 대개 복잡하고 다층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미에서 벗어난 리듬의 재미, 그 재미를 아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센스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것은 20세기에 여러 장르의 예술이 지향했던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기서 말하는 센스란 의미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시대를 벌서나 좀 더 자유롭게 소리와 형태를 구성하게 되는 근대화 혹은 현대화, 그 모더니즘을 좋게 보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놀이로서의 '까꿍'은 단지 존재와 부재의 대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 자립해가는 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가 없는 혹은 숨겨진 상태에서 드러난 상태로의 전환, '없다'에서 '있다'로의 전환, 아이들이 이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놀이가 인간의 뿌리에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까꿍' 놀이는 근본적인 '불안과 안심'의 교차를 의미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불안과 안심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라는 형태로 그것을 포장해 간접화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까꿍 놀이는 '0'과 1의 비트를 파도에 말려들게 하는 리듬'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부재하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는 거이 아니라 잠재우면서 극복하는 형태다. 모든 놀이와 게임, 그리고 예술을, 까꿍 놀이의 원리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놀이란 굳이 스트레스를 즐기는 것이고, 이야기에서 '서스펜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 누군가가 실종되었다, 어딘가 자신의 정체성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등 결핍에 의한 긴장 상태가 서스펜스로 해소되는, 즐 결핍을 메우는 쪽으로 향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서스펜스는 곧 '까꿍놀이'이고 이것은 '0->1'이란 변화가 반복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좀 더 복잡하고 리듬감 넘치는 재미가 있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스펜스(suspense)란 '허공에 매달리다'라는 뜻의 영어인데, 해결에 이르기까지 긴장 상태로 지연되고(허공에 매달려서), 넘어야 할 작은 산이 차례로 발생하며 그 하나하나가 0에서 1로 나아가는 작은 해결인데, 그런 것이 연속되고 중첩되며 굴곡을 만들어 복잡한 리듬이 된다."

저자는 커피를 천천히 내릴 때 일부러 시간을 들이는 그 즐거움과 비슷한 것으로서 라우션버그와 같은 추상 회화를 볼 때 잘 모르는 형태를 따라가는 즐거움이라든지, 소설을 읽고 좀처럼 주인공의 태도가 결정되지 않는 담담함을 쫓아가는 재미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바로 그 작품의 볼륨 혹은 물량이 되는 법이다. 작품에는 크기, 길이, 정보량 등 일정한 양적 규모가 있다. 예술작품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 즉 '자기 목적적'인 것이 예술작품이며, '서스펜스(다시 말해서 까꿍놀이)'를 지연시키는 것이 곧 작품의 볼륨이다."

저자는 센스란 희로애락을 중심으로 하는 대략적인 감동을 절반으로 줄이고, 다양한 부분의 재미에 주목하는 구조적인 감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나는 작고 사소한 일을 언어화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풍족하게 전개하는 연습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회화든 음악이든 실내장식이든 패션이든, 요소를 나열하는 것은 곧 리듬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나열된 것(리듬)을 감상하거나 만든다는 것은 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예술에 대한 이론'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예술과 생활에서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배열(리듬)이란 무엇인가, 그걸 아는 것,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센스가 '좋은' 것이다."

저자는 반복과 차이의 균형이 깨지고 예측오차가 숭고하게 커지는 균형의 '붕괴'에서 예술의 자유를 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경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을 뿐 아니라, 센스가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또 하나의 정의도 얻을 수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연성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그것이 리듬의 다양성이 되고 개성적인 센스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우연성이 얼마나 작용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우연성이 적당한지 아니면 강하게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그러데이션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에 관여하는 것은 애초에 쓸데없는 시간을 음미하는 것이며, 혹은 예술작품이란 말하자면 '시간의 결정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답에 도달하기보다는 도중에 주위를 오락가락하거나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자유로운 여유의 시간이 예술 감상의 본질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센스의 철학>의 저자 지바 마사야는 여러 작품을 동일 평면상에서 보기 위해서는 우선 의미를 향한 관심을 일단 내려놓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단순히 사각형이나 선이나 페인트가 튄 자국만 있는 화면이든, 혹은 인간이나 풍경을 그려서 '의미'를 알 수 있는 작품이든, 어쨌건 리듬의 재미라는 같은 관점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센스의 철학>은 센스가 좋아지는 방향을 목적으로 하여, 일종의 예술론으로 미술, 음악, 문학 등 좁은 의미에서의 예술뿐만이 아니라 예술을 생활과 연결해서 설명하여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센스를 통해서 예술이라 불리는 것의 이미지를 넓히고 살아가는 데 새로운 색채를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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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는 힘 - 게으른 수학머리를 깨우는 신박한 지식 콘서트
최정담(디멘) 지음, 이광연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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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는 힘>은 고대 첫 수학자 탈레스로 출발해 중세의 뉴턴과 오일러를 거치며 근대의 가우스, 현대의 러셀과 튜링에 이르리까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을 완성시킨 수많은 수학자의 삶과 발견을 되짚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경이로운 수학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비소로 수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단순한 문제 풀이만으로는 결코 수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학 공식과 만물의 법칙은 수학자들의 끝없는 의문과 질문, 그에 대한 해답과 답을 뒤집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완성되었다. 책 <수학을 읽는 힘>은 숫자와 기호로만 알고 있던 따분한 수학 공식 뒤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어려운 수식을 친절하게 풀어낸 일러스트를 곁들여 수학의 개념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수학사는 공식과 정리의 단순한 축적 이상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세계의 구조와 규칙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낸 뒤, 그 답으로부터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림으로써 대상의 본질과 진리를 향해 점금선처럼 다가가는 끝없는 지적 여정이지요."

저자는 탈레스는 처음으로 수학을 계산 놀음이 아닌 연역적 추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학문으로 격상한 인물이기 때문에 최초의 수학자로 불린다고 말한다.

"무엇이 만물을 이루는지에 대한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숙고한 인물은 탈레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최초의 철학자로 회자되는 이유이지요. 탈레스는 만물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 물이 고체, 액체, 그리고 기체로 변화할 수 있을뿐더러 지구의 상당 부분이 물로 덮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주장이지만, 탈레스의 추론은 여타 고대 신앙과 비교해 보면 꽤 '과학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상과 수학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숙고해 보면 피타고라스 학파의 믿음이 미개한 고대인들의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 세계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학자들의 사유 끝에서 탄생한 생각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학문을 공부하는 자세를 문학을 읽는 자세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작품 속의 인물에 이입할 때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듯이, 학자들의 생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면 여태껏 알지 못했던 경이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이렇게 전자를 비롯한 입자의 행동에 관여하는 파동을 파동함수라고 불러요. 구체적으로 파동함수는 시공간의 각 점을 복소수에 대응시키는 함수입니다. 핵심은 전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파동함수라는 수학적 대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수수께끼에 봉착합니다. 앞서 사과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전자와 쿼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사과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전자와 쿼크의 존재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전자와 쿼크는 파동함수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의미에서 파동함수는 복소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과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복소수 또한 사과만큼이나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복소수 같은 수학적 대상이야말로 세계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실체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자는 피타고라스에 이어 세계와 수학의 수수께기 같은 관계를 숙고한 또 다른 고대 그리스의 학자는 플라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플라톤은 세계와 수학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데아론이라는 철학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데아론은 후대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이데아론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이데아라는 초월적인 세계의 그림자입니다. 정육면체 하나가 공중에 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정육면체는 하나밖에 없지만, 이 정육면체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각양각색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입해서 보자면 단일 정육면체가 이데아를, 그리고 각양각색의 그림자가 현실을 상징해요.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있는 공간, 심지어 우리의 신체마저 이데아라는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수학의 불가해한 유용성에 대해 한 가지 답변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세계가 수학적인 규칙을 따르는 이유는 이데아의 본성이 수학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데아론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만물은 수이다"라는 교리를 세련되게 계승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숫자 체계인 아라비아 숫자이 기원은 인도이지만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흥미롭다.

"인도 숫자의 도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은 알 콰리즈미입니다. 앞서 잠깐 소개했다시피 알 콰리즈미는 대수학과 삼각법을 정립한, 중세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 중 한 명이었어요. 인도의 수학을 연구한 알 콰리즈미는 인도 숫자의 우아함에 감탄했고, 인도 숫자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촉구했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담은 알 콰리즈미의 저작은 서구권에서 인도 숫자가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 콰리즈미 또한 아랍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으로, 페르시아와 아랍은 엄연히 다른 두 민족입니다. 그런데 왜 인도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알 콰리즈미는 자신의 책이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아랍어로 저술을 편찬했고, 몇 세기 후에 그의 아랍어 저술을 접한 유럽인들은 인도 숫자에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라비아 숫자는 아랍이 아닌 곳에서 발명되어 아랍인이 아닌 사람에 의해 전파된 숫자 체계인 셈입니다."

저자는 0이 수학사에서 늦게 등장하는 이유는 0이 가리키는 것이 존재의 부재와 다름없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0이 수로 인정받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를 단순히 개수가 아닌 작용으로 보는 관점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0을 처음으로 독립된 수로 인지한 인물은 7세기의 인도 학자인 브라마굽타라고 말한다.

"브라마굽타는 역사상 처음으로 0을 정의했고, 0을 포함한 계산을 어떻게 다루는지 설명했습니다. 또한 브라마굽타는 처음으로 음수를 수 체계에 도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브라마굽타 이전에도 음수가 쓰이곤 했지만 고작 빚을 표현하는 정도였습니다. 그의 결정적인 통찰은 음수와 양수가 동일한 수 체계에 포섭될 수 있으며 두 유형의 수가 섞인 연산 또한 가능함을 보인 데 있습니다."

<수학을 읽는 힘>에서 수학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것이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를 증명하는 단서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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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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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심리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는 학문인 '예술심리학'은 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예술을 실험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대에서 약 10년 동안 학부생을 대상으로 예술심리학 강의를 진행한 오성주 교수는 책 <감사의 심리학>에서 예술심리학의 흥미로운 실험과 결론을 소개하면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뒷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예술심리학은 예술이란 철저히 주관적이고,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영감이나 광기, 시대적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일반 감상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기교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독자는 작품의 지각적 성질인 형태, 색, 크기, 대비, 구성, 내용 등이 감상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감상자의 기억, 주의, 신기성, 전문성 등의 사전 지식 역시 감상에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된다. 또한 감상 행동이 은밀한 개인의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림의 가격과 화가의 명성 같은 타인의 평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사회적 행동이라는 점도 알게 된다. 예술 경험에 대한 이러한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독자들은 감상자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감상의 요령을 배울 수도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 카를로 카라의 <일몰 후>라는 작품은 정적이지만 어떤 불안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불안은 일몰 후에 오는 것일지 모르고, 아니면 일몰 후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듯이 볼안 또한 사라질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불안에 떠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시각적 무게감이 균형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시각적 무게감과 다른 심리적 무게감도 고려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왼쪽에 건물이 있고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 원기둥 형태의 창고 같은 건물이 있다. 건물들의 시각적인 무게감으로만 보았을 때 왼쪽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림에는 없지만 오른쪽에 지는 해가 있기 때문에, 오르쪽은 점진적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오른쪽 공간이 마음을 붙잡는다면 심리적으로 그림의 무게가 오른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균형이라는 개념은 대상의 크기, 색, 형태, 움직임의 방향 등 지각적 속성에서 오는 무게감뿐만 아니라 그림의 해석에서 오는 기쁨, 행복, 우울, 슬픔 등 감정적인 무게감이 더해져서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이 그린 <박연폭포>는 실제보다 훨씬 길게 표현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정선이 박연폭포를 보고 그 시원함을 과감하게 표현하기 위해 높이를 과장한 것이다. 저자는 과장된 높이는 시원함이라는 감정이 정점 이동을 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그림을 볼 때 과장된 것이 무엇인지를 주목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지름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그림에서 과장은 사실상 그려지는 대상의 거의 모든 특징에서 일어날 수 있다. 대상의 크기, 색, 밝기, 형태 등의 표현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깊이, 배열, 시점 같은 기하학적 요소들도 포함된다. 작가들은 자신이 느낀 것을 과장을 통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정점 이동은 그림 감상에 매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삭 줍는 여인들>을 포함해 화가 밀레의 그림들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전시 금지를 당했을 정도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말한다. 계급 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저자는 밀레의 그림은 매우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그림 자체에서 과장이라고 할 만한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층민의 여러 모습 중에서 이삭을 줍는 특정한 활동을 조명한 것은 밀레의 주관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흥미롭다.

"미술에서의 과장이란, 현실에서의 과장이 의미하는 거짓과 위선의 연장선이 아니라, 강조에 가까운 무엇이다. 참다운 미술 작품을 '진실한 거짓'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선택에 따른 과장은 밀레만이 아니고 모든 작가들에게 필수적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풍경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진화적 안전, 시각처리의 유연성, 수평적 안정감, 생태적 활력 뿐만 아니라 창문의 대안에 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웅장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작은 풍경화보다 큰 풍경화가 더 현실감 있고 일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사람들은 좋은 풍경을 보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카페나 식당에서는 창가 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고, 같은 아파트여도 조망에 따라서 집값이 크게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은 풍경을 보고 싶어하는 동시에 자신은 노출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좋은 풍경 자리는 세상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영국의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안전 본능을 제안한다. 그의 전망-도피처 이론에 따르면, 생물체는 탁 트인 전망을 통해서 바깥의 동태와 날씨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이런 위치가 잠재적인 적이나 위협을 먼저 발견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먹잇감을 찾거나 동족의 안전을 살피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몽룡이 그린 <월매도>에서 완전한 달과 다르게 아래에 묘사된 매화 가지는 불규칙하게 뻗어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보름달의 완전한 대칭성은 매화가지 모양의 불규칙성과 대비가 되어 역동의 긴장이 흘러나온다고 이야기한다.

"달은 동양이나 서양에서 이상의 상징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은 소설 <달과 6펜스>에서 화가 폴 고갱으로 추정되는 주인공의 기구한 삶에 대해 그렸다. 그 소설 어디에도 '달'과 '6펜스'라는 말은 없지만,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 달은 예술가가 추구하는 이상이고, 6펜스는 늘 가난에 찌든 화가의 현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몽룡도 이상은 함께 빛나지만 삶은 비뚤빼둘한 현실을 그린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독일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원격 존재감을 풍부하게 그리는 그림들로 유명하다고 말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안개 위의 방랑자>는 높은 산 위에 서서 멀리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이 그림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감상자가 그림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등장인물이 뒷모습으로 표현될 경우 감상자와 인물의 시선 방향이 일치하므로 몸을 동일시하기가 더욱 쉬워지며, 이를 통해 감상자는 그림에 더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프리드리히의 작품들은 이러한 시점의 활용을 통해 감상자로 하여금 그림 속 풍경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저자는 경북 포항의 호미곶의 대표적인 명물인 '상생의 손'이라는 작품은 사람의 손을 닮은 거대한 두 개의 손이 설치되어 있는데, 하나는 육지에, 다른 하나는 바다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작품의 인기는 기대 오류의 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평소에 친숙한 대상이 엄청나게 큰 크기로 눈앞에 나타날 때, 우리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먼저, 바다라는 장소에 손이 서 있는 것은 매우 낯선 배치이다. 만약 바다와 관련된 고등어나 갈치 같은 요소를 크게 세워 놓았다면, 사람들에게 이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둘째, 손의 거대한 크기 역시 우리의 일상적 기대를 벗어난다. 바다에 서 있는 거대한 손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준다. 셋째, 손은 인간에게 매우 특별한 신체 기관으로, 누구나 자신의 손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손이 연결된 거대한 몸통을 상상하게 된다. 차갑고 깊은 바닷속에서 손만 위로 뻗은 모습을 떠올리면 그 상황이 뜻밖이고 신기하게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긴다."

<감상의 심리학>의 저자 오성주는 예술 작품의 감성의 성공 여부는 감상하는 시간 동안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처리가 얼마나 깊에 일어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작품 해석에 정답이란 없기에 감상 행동은 작품 창작 못지않게 창의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으며 감상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이 책의 저자 오성주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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