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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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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빌뱅이 언덕>은 <몽실언니>, <강아지똥>의 아동문학 작가 권정생의 산문집이다. 작가 권정생의 작고 5주년을 맞아 출간된 작품이여서 더욱 뜻깊은 에세이이다. <빌뱅이 언덕>은 43편의 산문과 부록(시7편,동화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권정생 작가의 인간다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공감되었다. 나의 동화는 슬프지만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는 말에서 아픔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의 생각이 전해진다.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어른들에게도 읽히는 것은 아마 한국인디면 누구나 체험한 고난을 주제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동화에다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은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동화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만큼 유익한지 알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 속의 인간보다 잘 보존된 자연 속의 인간이 훨씬 인간답다."

 

동화를 통해서 위안을 주고 싶어했던 권정생 작가의 말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서러운 사람에게는 서러운 이야기 속에서 위안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권정생 작가의 동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쓰는 동화는 그냥 '이야기'라 했으면 싶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된다. 그것은 조그만 희망으로까지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정생 작가는 소박한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한다. 문학은 인간을 따뜻하게 만들고, 책을 읽는 것은 잃어버리기 쉬운 동심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말이 가슴깊이 느껴진다.

 

"사실 지식이란 사람에 따라서는 선하게 쓰일 수도 있고 나쁘게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배운 사람이라고 더 훌륭하고 착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세상의 모든 교육은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좀 더 편리하고 풍요하게 살기 위한 교육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물질적 풍요와 편리는 지나쳐서 쾌락으로 어긋나 버린 것이다. 그래서 많이 배운 사람은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많이 편하게 살고,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가난하고 고달프게 살아야 한다. 나 혼자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친구도 이웃도 다 뿌리쳐야 하고, 나 혼자 취직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수백 명 수천 명을 밀어내 버리고, 더 많ㅇ느 땅을 가지기 위해 집 없는 사람을 산등성이나 난지도로 몰아내 버리고, 자가용을 타고 좁은 길을 지나가면서 무거운 짐을 든 사람들을 한쪽으로 비켜서게 하고, 큰 기업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공장폐수를 쏟아 놓아 더러운 물을 마시게 하고, 어디 한군데 사람다운 곳은 없다."

 

"과학은 인간을 더 차갑게 만들지만 문학은 인간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굳이 책을 읽으라고 권할 마음이 없어진다. 그 이상 즐거운 행복이 어디 또 있다고 그런 행복의 순간을 뺏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어린이는 영원히 어린이가 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바로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책을 읽는 것은 잃어버리기 쉬운 동심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씩씩하면서도 따뜻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이면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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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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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랄랄라 하우스>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작가 김영하가 <한국일보>에 일일 연재를 했던 것이다. 2005년도 초판 이후에 나온 개정판이다. 김영하 작가의 생활,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였다. 책 처음 부분에 등장하는 고양이 방울이, 깐돌이를 키우게 된 김영하의 사연을 읽고 있으면 그는 참 정도 많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의 이야기가 등장하여 인상적이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GO에서 주인공은 왕년의 챔피언이었던 재일교포 아버지에게 권투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아버지는 "왼팔을 앞으로 똑바로 뻗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팔을 뻗은 채로 몸을 한 바뀌 돌려"보라고 말한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만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다.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권투를 배우고 싶으냐?" "

 

컴퓨터 윈도우의 불량을 이야기하면서 빌게이츠를 싫어한다는 김영하 작가의 말이 재미있었다.

"제일 싫어하는 사람 하나를 대라면 나는 주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빌 게이츠 씨를 댄다. 그가 만든 윈도우라는 운영체제 때문이다. 불량품도 그런 불량품이 없다. 설정만 약간 바꿔도 부팅을 새로 하란다. 부팅하면 보통 몇 분은 꼼짝없이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냥 바꿔주면 어디 덧나나?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을 퍼트리는 시간 도둑 '회색 도당'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회색 도당은 동화책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그의 회사란 경쟁자란 경쟁자는 거의 없애버려 더 좋은 제품이 등장할 기회조차 막아버렸다. 부디 빌 게이츠 씨는 아주 오래 전에 발명된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를 본받으시기 바란다. 그것은 버튼 몇 개로 모든 게 단숨에 해결된다. 뭘 자꾸 새로 깔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 10년 동안은 아무 말썽 없이 멀쩡하다."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의 단편이 영화 판권 계약이 되고 그 영화가 바로 <주홍글씨>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얼마 전, 이은주 씨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며칠 동안 아무일도 못 하다가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해 쓰지 않고는 안 되겠다 싶어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누구도 10년 전 나의 골방에서 잉태된 어두운 상상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배우로 하여금 그 배역에 몰입하도록 만든 감독에 대해서도 그러할 것이다. 아마도 나와 감독, 그리고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도 무죄일 것이다. 그러나 저 젊은 여배우의 죽음에 모두가 무죄라는 결론은 이상하게 부당해 보인다. 스크린 속의 요정이 사실은 피와 살과 뼈를 가진 존재이고 다치거나 죽으면 119 구조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놓고 상상하고 비난하고 숭배한다. 그러나 바로 그 무책임의 전력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양심 안에서, 유죄다. 고인의 다음 생이 행복하길 빈다."

 

책 속에서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번안과 번역이라는 제목의 에세이 내용이 재미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번역한 순수한 우리말로 된 제목이 <너 참 불쌍타>라니, 다양한 번안과 번역의 외국 문학서적 작품들이 소개되어 재미있었다.

 

책 <랄랄라 하우스>를 읽고나니 김영하 작가는 유쾌하면서도 색다른 생각을 많이 하는 작가라고 느껴졌다. 책 <랄랄라 하우스>는 김영하 작가의 생각 속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은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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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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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에서 김제동은 한홍구,서해성,백낙청,조용필,안철수,박경철,문재인,법륜스님,이소현,윤호산,곽노현,윤도현,이효리,공지영,김어준,조수미,손예진,하정우라는 인물을 인터뷰했다. 뿐만 아니라 책 속에서 다양한 각계각층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김제동의 심층 인터뷰까지 볼 수 있었다.

 

김제동과의 평소 친분있는 연예인 등과의 인터뷰도 등장하는데 바로 이 책에서 윤도현,이효리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효리와의 인터뷰 내용을 읽다보니, 이효리는 10년간 화려한 무대에서 관심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지난 세월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전에는 관심사가 오직 자신에 관한 것이었기때문에 행복하지 못했다고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표절 사건 때문에 방송을 1년동안 쉬게 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찾게 되었다는 그녀의 진심이 전해졌다. 연예인으로서 유기견을 입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행해서 사람들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그녀의 행동이 예뻐보였다.

"내가 작년에 활동을 쉬게 되면서 만난 분이 그러셨어. 집에 금은 무지하게 쌓여 있는데 밥해 먹을 쌀이 없다고. 정작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 거야. 그 말씀을 듣는데 나를 위한 게 뭘까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사회 각계각층에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들과 친분을 나누는 김제동. 책 속에는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의 인터뷰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서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김제동은 그들과의 인터뷰에서 정의의 개념을 스스로 말했는데,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눈다고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정의라는 것도 관념적으로 말하면 모래주머니를 매단 것처럼 무겁고 어려운데, 이걸 풀고 실천으로 나갈 떄만이 살아 숨 쉬는 힘이 된다. 남 탓을 할 게 아니라 내가 열쇠를 쥐는 것, 그것이 정의로움의 시발점 아닐까."

말과 생각이 아닌 행동과 선택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는 안철수의 말이 눈길을 끈다.

또한, 안철수가 들려주는 조언들은 빛과 같이 새겨들어야할 내용들이 특히 많았다. 

"내가 매번 학기 때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이 있어요. 공통적인 것을 붂어보면 우선은 첫인상보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또하나는, 실수는 당연하다는 점이에요. 강물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아는 방법은 뛰어드는 수밖에 없어요. 계획이 아니라 가슴이 따라가는 대로 하면 그게 다 이어지고, 실패 경험조차도 자신의 인생을 지탱하고 만들어준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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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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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박범신 작가가 2011년 7월 논산으로 떠난후 페이스북에 쓴 일기를 모은 것이다. 그가 논산 조정리집으로 떠나온 겨울 꼭 해보자 생각한 것이 바로 기본적인 고전읽기와 일기쓰기였다.

 

그는 순례자는 순례하는 동안이라도 죄를 짓지 않기 때문에 길을 떠나고, 작가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머물 수 있어 글을 쓴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인간과 자신에 대한 내면적 고독과 우울감을 안고 있는 그의 모습을 일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요즘, 나를 끌고 어디로 가려고 길을 나선 것일까. 길 끝은 아스라하고 어둑신해 여전히 분간할 수 없다. 너무 성급히 떠나왔는지도 모른다. 고백건대, 우울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어린애가 되거나 백 살이 되면 좋으련만. 계속 나 자신에게 자비심을 발휘할 수는 없다. 삶에 대한 어떤, 인식의 깊고도 혁명적인 전환을 갈망한다. 너무도, 너무도. 그런데 내게 그런 축복이 부여되겠는가."

"톨스토이는 말년에 자신의 작품을 다 불태우고 싶다면서 먼 변방의 간이역에서 죽었는데, 이제 그 마음 알 것 같다. 삶의 족적을 깊이 남기고 싶은 것도 욕망이고 그 흔적을 물새처럼, 아무것도 없이 다 지우고 싶은 것도 욕망이다. 이 저녁, 혼자 앉아서, 내 몸은 왜 새처럼 가볍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나는 무슨 꿈을 좇아 여기 왔을까."

 

그의 일기에서는 욕망이라는 다양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기에 욕망은 사그러들수 없는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끝없이 사람 사이로 가고 싶은 욕망과 끝없이 사람을 등지고 가고 싶은 욕망의 간극 사이에 내가 서 있다. 그 두 가지 욕망은 마치 찰나의 영광과 불멸의 꿈처럼 멀다. 하나의 길은 현실에 있고 다른 하나의 길은 초월에 닿아 있다. 이 근원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지난한 도정인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박범신 작가의 작가로서의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종교적 이상을 좇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면 더 쓸 일도 이유도 없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아내는 오수에 잠기고 나는 <티베트의 지혜>를 읽는다. 최고의 수행 방법으로 제시되는 전통적 방법의 세 가지는 첫째 정견, 둘째 명상, 셋째 행위라고 이 책은 가르친다. 존재의 근원을 똑바로 꿰뚫어보는 정견도 어렵지만, 정견을 다져 끊임없이 체험으로 만드는 명상은 더 어렵고, 그것들을 삶의 일상에서 더불어 합일시키는 행위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일상과 글쓰기와 종교적 이상을 합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일 터이다. 종교적 이상을 좇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면 더 쓸 일도 이유도 없을테니까."

 

박범신 작가는 인간은 생애 전 과정을 통해 늙기 때문에 어떻게 시간과 맞부딪쳐 나갈 것인가 하는 명제에서 진실로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말한것처럼, 내 안의 내적분열은 생생한 삶과 자기억제 사이를 선택해야 한다. 박범신 작가는 자신 안에 수많은 자신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마도 다양한 자신을 만들어내고 억제해가는 것은 쉽지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기에 그 선택의 몫은 자기에게 있을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점잖게 앉아 있는 모습은 내가 보기엔 가짜 모습이다. 그는 일상적인 추락과 상승을 거듭하는 불연속선에 항시적으로 걸쳐져 있다. 내가 그러하니 내 안의 그들도 그러하리라고 나는 상상한다. 화석화 과정을 겪는 것은 바깥의 얼굴뿐이다. 나의 문학적 에너지도 알고 보면 그 위험한 내부 분열에서 나온다. 삶의 유한성이 주는 슬픔을 지혜롭게 넘으려면 창조적인 작업에 열중하는 게 좋다. 전문가가 꼭 될 필요는 없다. 중년에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 일의 하나로, 늙어가면서 어떤 창조적인 작업을 연마할 것인가, 어떻게 창조적인 자아를 위로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딜레마가 있다. 창조적인 작업은 내 안의 나를 더 극적으로 분리해서 저희끼리 싸움을 시키는 게 좋은데, 내 안에서 그런 내적 분열이 상시로 일어나면 개인적 일상은 매우 위태롭고 불안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 내적 분열은 방부제와 같아 우리 삶을 매순간 생생하게 만들지만, 대신 일상을 가지런히 유지하려면 자기억제의 고단함을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 정신과 육체의 일체화된 화석화를 통해 가지런하고 심심한 일상을 살 것인가, 아니면 내적으로 조금 위험해지더라고 그 분열을 수고롭게 감당하며 생생히 살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로 자기 몫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본질은 구태여 나이 먹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박범신 작가가 논산 조정리집에서 고향으로 떠나온 이유를 설명한다. 오직 고향이라는 이유 때문에 떠나온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작가, 하지만 그가 고향을 사랑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는듯하다.

"나는 왜 이곳으로 왔는가.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고향'이라는 것이지만, 그러나 오직 고향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것만은 아닐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주술적인 다른 이유가 있다고 느낀다. 아직은 어스레한 길을 흘러다니는 기분이다. 조정리 이곳은 그런 점에서 잠시 신틀메를 고쳐 신으려고 들른 빈 주막 같다. 가득 찬듯하면서 동시에 텅 빈 곳. 저 홀로 가득 차고, 수시로 따뜻이 비어 있는 집. 여기, 그리고 이 시간."

 

책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박범신 작가의 내면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 책이여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작가라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에세이이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우는 박범신 작가의 깊은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는 듯한 책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해도, 나 자신을 변화시켜 보다 높은 지점으로 삶을 계속해서 들어 올릴 수 없다면, 왜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통스러운 문제와 다시 직면한다. 고향을 떠날 때로부터 얼마나 멀리, 혹은 높이 걸어 나왔는지를 따져보니 잠이 더 안 온다. 나는 본래 참을성이 부족한데다 엄살이 많았고, 곧잘 뗴를 쓰거나 이퉁을 부려 나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 들었으며, 사랑의 중심에서 밀려나면 항상 분노를 느꼈다.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깊은 밤, 곰곰 들여다본바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있다. 껍데기는 늙었는데 알맹이는 아직도 무명 속, 비명만 지르면서 누가 달려오기를 바라고 있다. 놀빛 서리는 걸 보면서도 여전히 내겐 확고한 영적 전망이 없다. 자신이 허울뿐인 거울 속 그림자 같다. 두렵다. 인생은 정말 '속이 빈 것처럼' 애당초 본질이라고 부를만한 그 무엇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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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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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에서 저자는 에덴동산에서 뱀을 탓하는 하와의 말을 인용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속인 이는 누구인가? 뱀이 아니다. 뱀은 멋지고 젊은 두 남녀에게 열매를 따 먹으라고 용기를 붇돋아주었을 뿐이다. 실제로 거짓말을 한 이가 있다면 그는 바로 신이다. 신은 아담과 하와에게 열매를 먹는 바로 그날, 그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들은 먹었지만 갑자기 죽어버리니는 않았다. 신은 솔직하지 않았다. 신이 속이지 않고는 해낼 수 없다면, 과연 우리 중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성경은 그것 때문에 인류가 타락했다고 말한다. 칸트부터 오프라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그것을 비난했다. 어른은 아이에게 절대로 그것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왜곡이고, 탈선이며, 재앙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증오하는 것은 별로 없다.

희한한 것은 도둑질이나 성적 학대, 살인과 달리 거짓말은 우리 모두가 저지르는, 그것도 정기적으로 저지르는 도덕적 범죄라는 것이다." 

 

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의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우리 본성의 왜곡이 아니라 그 핵심이라고 말한다. 속이는 능력과 속임을 알아채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으며, 우리의 모든 관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속임에 대해 먼저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사회를 이해하거나 심지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거짓말의 일반적인 정의는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그릇된 말이다. 거짓말은 다루기 힘든 문제고, 끝도 없이 다양하다. 책에서 속임과 거짓말에 대한 단어가 자주 쓰이는데, 두 단어에는 차이가 있다. 속이는 것은 오해하게끔 만들려는 모든 시도를 수반한다. 그것은 어조나 미소, 위조서명이나 흰 깃발이 될 수도 있다. 거짓말에는 말이 수반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말로 하는 형태의 속임이다. 우리는 진실이 아닌 것을 꾸며낼 수 있는 자신에게 섬뜩함을 느끼는 동시에 창의성에 깊은 인상을 받으며, 거짓에 편함을 느끼는 것에 불편해하면서도 어떤 종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아이들은 세살에서 네살정도가 되면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마음의 이론을 갖게 된다. 좀 더 일상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이때 아이들은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운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마음을 읽지는 못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을 더 잘 읽으며, 마음을 더 잘 읽을수록 더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거짓말을 하기로 작정만 한다면 말이다. 만일 당신이 루마니아의 마리라는 사실을 나에게 믿게 하려면, 당신은 내가 마리 왕비는 어떻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15세 소녀가 부모에게 자신이 마약을 하지 않는다고 믿게 하려면, 무엇이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키는지 잘 알아야 한다. 형편없는 거짓말쟁이의 정의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슨일이 있는지 제대로 추측하지도 못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거짓말을 잘 하는 아이는 진실을 인식할 수 있고, 틀리지만 조리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거짓말을 할까말까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그 사람이 천사인가 악마인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우리는 진실이 우리에게 맞으면 진실을 말하고, 거짓이 맞으면 거짓말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거짓말이라는 내용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아두어야할 거짓말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이가 왜 거짓말을 하게 되는지, 거짓말을 할 때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난처함을 피하거나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서며, 이런 회피를 너무 심하게 벌하면 아이를 부정직의 순환 속에 갇히게 할 수 있다. 당신이 방에 들어갔을 때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고, 우유가 사방에 뿌려진 것을 발견하고는 '네가 그랬니?'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어머, 네가 우유를 엎질렀구나. 우리 같이 청소하자.'라고 말한다면 그 아이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아이가 자신의 인격이 계속 공격받는다고 느낀다면 아이는 재빨리 속임수의 보호막으로 자신을 감쌀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엄한 벌을 받게 되리라는 위협 속에서 사는 아이는 그저 더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상상 가능한 최악의 행위를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자신이 착하다고 믿게 할 수 있다. 자살폭탄 공격자들은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만 자신이 천국에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 가스실을 감독했던 의사들도 자신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충실했으며, 유태인 근절을 도움으로써 민중의 혹을 치유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종종 자신의 동기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과, 자신을 실제보다 약간 더 능력 있게 보는 경향을 결합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을 때로는 위비건 호수 효과라고도 부른다. 연애 중인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연애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믿으며,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착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속이는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도전에 응하거나 맞서기를 꺼려하는 더 슬프고, 더 기운 없고, 덜 역동적인 생물이 될 것이다. 셸리 테일러의 표현대로, 긍정적인 착각은 "창의성,동기,높은 포부를 움직이는 연료"다. 자기기만과 성취 간의 밀접한 관련은 운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속이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학교나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거짓말을 하는 신호에는 두가지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거짓말쟁이의 얼굴에 초점을 두고, 또 하나는 말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 속에서는 거짓말탐지기, 뇌의 거짓말, 속임의 의학, 이야기의 힘 등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여 한다. 거짓말이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정직하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은 흠이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를 정직하게 만드는 것은 추상적인 도덕률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의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계몽되고 자유로운 사회제도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 하는 이유다.

 

다양한 방면에서 거짓말에 대해 연구한 책이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는 하루에 의도하지 않게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의 역사, 심리, 철학, 뇌과학 등 거짓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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