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에서 저자는 에덴동산에서 뱀을 탓하는 하와의 말을 인용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속인 이는 누구인가? 뱀이 아니다. 뱀은 멋지고 젊은 두 남녀에게 열매를 따 먹으라고 용기를 붇돋아주었을 뿐이다. 실제로 거짓말을 한 이가 있다면 그는 바로 신이다. 신은 아담과 하와에게 열매를 먹는 바로 그날, 그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들은 먹었지만 갑자기 죽어버리니는 않았다. 신은 솔직하지 않았다. 신이 속이지 않고는 해낼 수 없다면, 과연 우리 중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성경은 그것 때문에 인류가 타락했다고 말한다. 칸트부터 오프라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그것을 비난했다. 어른은 아이에게 절대로 그것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왜곡이고, 탈선이며, 재앙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증오하는 것은 별로 없다.

희한한 것은 도둑질이나 성적 학대, 살인과 달리 거짓말은 우리 모두가 저지르는, 그것도 정기적으로 저지르는 도덕적 범죄라는 것이다." 

 

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의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우리 본성의 왜곡이 아니라 그 핵심이라고 말한다. 속이는 능력과 속임을 알아채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으며, 우리의 모든 관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속임에 대해 먼저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사회를 이해하거나 심지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거짓말의 일반적인 정의는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그릇된 말이다. 거짓말은 다루기 힘든 문제고, 끝도 없이 다양하다. 책에서 속임과 거짓말에 대한 단어가 자주 쓰이는데, 두 단어에는 차이가 있다. 속이는 것은 오해하게끔 만들려는 모든 시도를 수반한다. 그것은 어조나 미소, 위조서명이나 흰 깃발이 될 수도 있다. 거짓말에는 말이 수반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말로 하는 형태의 속임이다. 우리는 진실이 아닌 것을 꾸며낼 수 있는 자신에게 섬뜩함을 느끼는 동시에 창의성에 깊은 인상을 받으며, 거짓에 편함을 느끼는 것에 불편해하면서도 어떤 종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아이들은 세살에서 네살정도가 되면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마음의 이론을 갖게 된다. 좀 더 일상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이때 아이들은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운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마음을 읽지는 못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을 더 잘 읽으며, 마음을 더 잘 읽을수록 더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거짓말을 하기로 작정만 한다면 말이다. 만일 당신이 루마니아의 마리라는 사실을 나에게 믿게 하려면, 당신은 내가 마리 왕비는 어떻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15세 소녀가 부모에게 자신이 마약을 하지 않는다고 믿게 하려면, 무엇이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키는지 잘 알아야 한다. 형편없는 거짓말쟁이의 정의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슨일이 있는지 제대로 추측하지도 못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거짓말을 잘 하는 아이는 진실을 인식할 수 있고, 틀리지만 조리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거짓말을 할까말까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그 사람이 천사인가 악마인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우리는 진실이 우리에게 맞으면 진실을 말하고, 거짓이 맞으면 거짓말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거짓말이라는 내용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아두어야할 거짓말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이가 왜 거짓말을 하게 되는지, 거짓말을 할 때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난처함을 피하거나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서며, 이런 회피를 너무 심하게 벌하면 아이를 부정직의 순환 속에 갇히게 할 수 있다. 당신이 방에 들어갔을 때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고, 우유가 사방에 뿌려진 것을 발견하고는 '네가 그랬니?'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어머, 네가 우유를 엎질렀구나. 우리 같이 청소하자.'라고 말한다면 그 아이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아이가 자신의 인격이 계속 공격받는다고 느낀다면 아이는 재빨리 속임수의 보호막으로 자신을 감쌀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엄한 벌을 받게 되리라는 위협 속에서 사는 아이는 그저 더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상상 가능한 최악의 행위를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자신이 착하다고 믿게 할 수 있다. 자살폭탄 공격자들은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만 자신이 천국에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 가스실을 감독했던 의사들도 자신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충실했으며, 유태인 근절을 도움으로써 민중의 혹을 치유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종종 자신의 동기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과, 자신을 실제보다 약간 더 능력 있게 보는 경향을 결합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을 때로는 위비건 호수 효과라고도 부른다. 연애 중인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연애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믿으며,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착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속이는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도전에 응하거나 맞서기를 꺼려하는 더 슬프고, 더 기운 없고, 덜 역동적인 생물이 될 것이다. 셸리 테일러의 표현대로, 긍정적인 착각은 "창의성,동기,높은 포부를 움직이는 연료"다. 자기기만과 성취 간의 밀접한 관련은 운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속이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학교나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거짓말을 하는 신호에는 두가지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거짓말쟁이의 얼굴에 초점을 두고, 또 하나는 말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 속에서는 거짓말탐지기, 뇌의 거짓말, 속임의 의학, 이야기의 힘 등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여 한다. 거짓말이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정직하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은 흠이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를 정직하게 만드는 것은 추상적인 도덕률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의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계몽되고 자유로운 사회제도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 하는 이유다.

 

다양한 방면에서 거짓말에 대해 연구한 책이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는 하루에 의도하지 않게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책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의 역사, 심리, 철학, 뇌과학 등 거짓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