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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책 <랄랄라 하우스>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작가 김영하가 <한국일보>에 일일 연재를 했던 것이다. 2005년도 초판 이후에 나온 개정판이다. 김영하 작가의 생활,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였다. 책 처음 부분에 등장하는 고양이 방울이, 깐돌이를 키우게 된 김영하의 사연을 읽고 있으면 그는 참 정도 많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의 이야기가 등장하여 인상적이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GO에서 주인공은 왕년의 챔피언이었던 재일교포 아버지에게 권투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아버지는 "왼팔을 앞으로 똑바로 뻗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팔을 뻗은 채로 몸을 한 바뀌 돌려"보라고 말한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만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다.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권투를 배우고 싶으냐?" "

 

컴퓨터 윈도우의 불량을 이야기하면서 빌게이츠를 싫어한다는 김영하 작가의 말이 재미있었다.

"제일 싫어하는 사람 하나를 대라면 나는 주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빌 게이츠 씨를 댄다. 그가 만든 윈도우라는 운영체제 때문이다. 불량품도 그런 불량품이 없다. 설정만 약간 바꿔도 부팅을 새로 하란다. 부팅하면 보통 몇 분은 꼼짝없이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냥 바꿔주면 어디 덧나나?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을 퍼트리는 시간 도둑 '회색 도당'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회색 도당은 동화책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그의 회사란 경쟁자란 경쟁자는 거의 없애버려 더 좋은 제품이 등장할 기회조차 막아버렸다. 부디 빌 게이츠 씨는 아주 오래 전에 발명된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를 본받으시기 바란다. 그것은 버튼 몇 개로 모든 게 단숨에 해결된다. 뭘 자꾸 새로 깔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 10년 동안은 아무 말썽 없이 멀쩡하다."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의 단편이 영화 판권 계약이 되고 그 영화가 바로 <주홍글씨>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얼마 전, 이은주 씨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며칠 동안 아무일도 못 하다가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해 쓰지 않고는 안 되겠다 싶어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누구도 10년 전 나의 골방에서 잉태된 어두운 상상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배우로 하여금 그 배역에 몰입하도록 만든 감독에 대해서도 그러할 것이다. 아마도 나와 감독, 그리고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도 무죄일 것이다. 그러나 저 젊은 여배우의 죽음에 모두가 무죄라는 결론은 이상하게 부당해 보인다. 스크린 속의 요정이 사실은 피와 살과 뼈를 가진 존재이고 다치거나 죽으면 119 구조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놓고 상상하고 비난하고 숭배한다. 그러나 바로 그 무책임의 전력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양심 안에서, 유죄다. 고인의 다음 생이 행복하길 빈다."

 

책 속에서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번안과 번역이라는 제목의 에세이 내용이 재미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번역한 순수한 우리말로 된 제목이 <너 참 불쌍타>라니, 다양한 번안과 번역의 외국 문학서적 작품들이 소개되어 재미있었다.

 

책 <랄랄라 하우스>를 읽고나니 김영하 작가는 유쾌하면서도 색다른 생각을 많이 하는 작가라고 느껴졌다. 책 <랄랄라 하우스>는 김영하 작가의 생각 속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은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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