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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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속부록으로 책 끝부분에 '10대들을 위한 위대한 희망과 응원의 한마디'가 적혀있는 드림카드가 들어있다~^^

 

 

 

 

책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는 20만 독자가 선택한 이민규 저자의 <네 꿈과 행복은 10대에 결정된다>의 개정판이다. 이번에 달라진 현실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새롭게 보강하여 펴냈다. ​이 책은 더 행복하게 10대를 보내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민규는 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 전문가이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5년말 출간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가 100만 부를 돌파하며 명실공히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과 함께 <실행이 답이다>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 <네 꿈과 행복은 10대에 결정된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생각을 바꾸면 공부가 즐겁다>는 국내를 넘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에서도 출간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1부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즐겁다, 2부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3부 시간을 지배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4부 지렛대를 찾아내면 공부가 즐겁다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저자는 이번 개벙판에는 독자가 책을 읽고 작은 일 한 가지라도 꼭 실천해볼 수 있도록 각각의 주제 말미에 'Just Do It' 코너를 마련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작은 일 한 가지라도 실천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저자는 자기를 사랑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부정적인 자기 언어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열등감과 정반대로 행동하기, 매일 아침 자신에게 미소짓기, 잠들기 전에 잘했던 일 세 가지를 떠올리기'와 같은 방법을 실천하면 좀 더 쉽게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여러분은 가치 없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여태까지 잘했던 일이 별로 없다고 해도 자신을 비난하지 말자. 다른 사람은 여러분을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가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고 격려하며 위로해줄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자기를 가장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이고, 이 세상에서 여러분은 단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슬럼프의 심리적인 원인은 피로처럼 생존에 도움이 되니까, 학습 방법이나 습관에 문제가 있어서, 동기가 낮고 목표가 모호해서, 심리적인 갈등이나 불안감 때문이다. 저자는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하려면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생 로드맵 그려보기, 슬럼프의 존재 이유 받아들이기, 과욕을 버리고 꾸준하게 공부하기, 과거의 슬럼프 극복 방법 회상해보기,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간을 정해놓고 마음껏 쉬는 시간을 가지기, 사소한 친절이나 도움을 베풀어보기, 마음을 다잡는 말이나 목표를 글로 써보기,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기, 위기 극복 사례를 찾아보기 등을 통해서 슬럼프를 대처해보기를 조언한다. 인도의 힘두교 지도자,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하루 종일 아무런 문제에 부닥치지 않는다면 당신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슬럼프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슬럼프에 빠져본 적이 없다는 것은 한번도 열심히 노력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슬럼프의 존재 이유를 떠올리며 느긋하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책 속에는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이민규가 아들인 정우에게 보낸 편지가 적혀있어 눈길을 끈다. '성공의 첫단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편지글에서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저자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 이유로 방황하지 않게 도와준다,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게 해준다,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한다, 지겨움을 줄이고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로 적어야 한다. 이를 위한 다른 방법으로 저자는 목표를 계속해서 마음에 담아두는 방법으로 원하는 것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어보라고 말한다. 생생한 이미지를 동원해서 목표 달성 과정을 시각화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밖에도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서 비결을 듣는 것도 성공의 비결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목표를 이루면 자신을 칭찬하고 보상하는 훈련을 해보자.

 

 

 

저자는 낭비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자투리 시작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는 모든 공부는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토마스와 로빈슨이 개발한 것으로 읽기에 관한 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PQ3R 기법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P는 Preview로 대충 훑어보고 윤곽을 파악한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사전 검토부터 해야 한다. 꼼꼼하게 읽어보기 전에 전반적인 줄거리를 대충 훑어보고 책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다. 제목이나 하위 제목들의 관계를 살피면서 어떤 내용들이 전개될지 사전에 짐작해보자. Q는 Question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책을 꼼꼼하게 읽기 전에 거쳐야 할 또 하나의 단계는 질문하는 단계이다. 질문이란 대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 제목이나 요약한 내용 또는 소제목들을 훑어보면서 책에서 설명할 것에 대해 미리 질문하는 것을 말한다. 질문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 지금 읽고 있는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를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억도 더 잘 할 수 있다. R은 Read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정독한다. 책 읽기의 세 번째 단계는 정독 단계이다. 책을 정독하는 것은 공부의 첫 단계도, 마지막 단계도 아니며, 또한 항상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도 없다. 이 단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다른 것들과 현재 읽고 있는 내용들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하면서 읽어라. Recite는간간이 돌이켜보고 암송하는 것이다. 학습한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책을 읽는 것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을 암송해보아야 한다. Review는 전체 내용을 재검토하고 암기하는 것이다. 재검토란 마지막 단계이며, 재음미하는 단계이다. 앞서 공부한 장이나 절의 제목을 훑어보면서, 그 제목들이 무엇을 다루고 있으며, 서로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문자답해가면서 각 제목에 따른 내용을 다시 되새겨보고 회상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저자는 예습과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효과적으로 복습을 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성적이 좋게 나오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특히 복습을 효과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부한 직후에 복습하는 것을 습관화하기, 틈나는 대로 배운 것을 떠올려보기, 어떤 식으로든 강한 흔적을 남기기,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정리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복습하기를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객관식 시험과 주관식 시험을 잘 보는 요령을 소개하는 글귀가 흥미롭다.
 
책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는 청소년들이 자신과 세상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지혜와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10대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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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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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에세이이다. 이 책의 역자는 이 책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챈들러가 이루어 낸 성취도, 거장으로서의 면모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자유롭게 쓴 편지를 발췌, 편집한 서간집이다. ​이 책에서는 챈들러의 편지들을 발췌, 편집하여 주제별로 정리하고, 각 편지마다 제목을 붙여 놓았다. 순서와 관계없이, 어느 부분을 펼쳐서 어디부터 읽어 나간들 크게 상관은 없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편지들을 통해서 솔직하면서도 담대한 그의 작가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의 역자가 소개하는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글을 꼭 먼저 읽어으면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1940~1950년대 활동했던 미국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다. 그는 자신이 거주했던 로스앤젤레스를 바탕으로 필립 말로라는 탐정을 내세워, 일견 냉철하지만 기실 감상적인 시선으로, 부패와 탐욕이 들끓던 시대에 욕망과 절망이 공존했던 사람들을 독특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찍이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라 말했으며, 최근까지도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소설은 도스토엡스키와 챈들러는 한 권에 담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저서에서 챈들러를 읽으며 문체를 공부했다고 언급했다. 그 외 폴 오스터, 마이클 코널리, 하라 료 등 수많은 작가들과 마틴 스콜세지, 코언 형제 등 유명 감독들이 챈들어에게 형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핸들러는 자신이 쓴 글이 십 년, 십오 년 뒤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만족시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과 글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챈들러의 작가론에 대한 편지글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하다. 챈들러의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편지글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글은 다음과 같다. 뉴저지에 사는 일반 독자로 직업은 교사인 로버트 호건에게 쓴 글이다. 챈들러는 좋은 이야기는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추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장기적으로 보면 글쓰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스타일이고, 스타일은 작가가 시간을 들려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글의 특색이란 작가의 감정과 통찰의 본질에 따른 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만들어진 작가에 대한 우려의 글을 남긴다.

 

"누가 나에게 초보 작가에게 조언을 좀 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일반적인 충고를 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해야 할 겁니다. 보통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하면 잘 팔릴지 알려주는 데 집착하지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당신이, 아니, 확실히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겁니다. 어쨌든 나는 그런 면에서는 한 번도 남을 성공적으로 돕지 못했으니까요. 내가 스스로 투쟁한 끝에 얻었을지 모르는 지혜는 다만 장기적으로 유용할 뿐이죠. 내가 얻은 지혜란, 글쓰기 기술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빈약한 재능이나 재능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는 확실한 표시일 뿐이라는 믿음과 다소 상통하니까요."​

 

이 책에서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생각하는 헐리우드 이야기,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인 필립 말로에 관한 이야기, 그의 일상과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과 이별에 관한 사색이 담겨있어 흥미롭다.

 

챈들러가 제이미 해밀턴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삼 십 년 하고 열 달, 이틀 동안 그녀는 내 삶의 빛이었고, 내 모든 목표였습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그녀가 따뜻하게 손을 녹일 수 있게 불을 지쳐 준 것뿐입니다.'라는 글은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물론 어떤 면에서 나는 오래전에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사실 지난 이 년간 여러 번 한밤중이면, 그녀를 잃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임을 떠올리곤 했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은, 실제로 눈을 감기며 다시는 그 눈이 뜨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죽어서 기쁩니다. 이 자존심 강한, 두려움을 모르는 새가 남은 생을 웬 끔찍한 요양원의 어느 방 새장에 갇혀서 보내리라는 생각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서 차마 그 사실을 마주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사실 무너지지 않았어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시의 여동생도 돌봐야 했으니까요. 나는 시시의 방에서 잠을 잡니다. 처음엔 견디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뒤 이런 생각이 들었죠. 방이 비어 있으면 유령이 나올 테고 그러면 문 앞을 지날 때마다 무서워하게 될 테니까, 남은 방법은 이 방에 들어와서 내 허접쓰레기들로 가득 채워, 나에게 익숙한 너저분한 방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옳은 결정이었어요.

 

책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사색의 글이 편지로 표현되어 진솔하게 다가온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팬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것이고, 그를 잘 모르던 독자라면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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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2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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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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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 시리즈'의 인기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기대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마스마 미리는 3~40대 여자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따뜻한 문체로 생생하게 전한다.

마스 미리가 '일정을 넣지 않는 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시간이란 것은 거침없이 흘러가지만, 그러나 스스로 만들수도 있다.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속에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 실수했네, 싶은 일이 있어도 줄줄이 일정이 밀려 있으면  뭐, 됐어, 벌써 지난 일인 걸, 하고 넘기게 된다. 이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빠르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 혼자서 낑낑거리며 후회할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지 않으면 사람과의 관계도 소홀해진다. 그건 좋지 않다. 그런 소홀한 관계는 작은 흔들림에도 주저앉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미리 일정에 넣어두면 되지 않을까? 나는 달력을 책상에 올려놓고 한 주에 이틀,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만들어보았다. 일주일 중 이틀은 생각을 하거나 자리잡고 앉아 일을 하거나, 멍하니 있거나, 책을 읽는 날로 하자."

마스다 미리는 <앙앙> 특집호에서 '마스마 미리 씨의 작업현장 밀착!' 취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꾸밈없이 말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작업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14세X3회'라는 제목의 글도 재미있다.

"일 문제로 한번 만나고 싶다고 온 편지에서 상대편은, '14세를 2회 산 젊은이입니다'하는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스물여덟 살이라고 얘기했다."

책을 읽으면서 마스다 미리가 젊은 여성들에게만 나워주는 휴대용 티슈나 전단을 받지 못했을 때의 기분을 표현한 부분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그들 앞을 지날 때, 나는 매번 시험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지 않아도 될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 '수짱' 캐릭터의 탄생비화도 소개되어 흥미롭다.

"이름을 짓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만화 주인공 이름. 반짝하고 떠오를 때도 있고, 그리기 시작한 뒤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정하지 못할 때가 있다. 등장인물이 살아온 배경을 생각하며 이 사람은 초등학교 때 친구한테 성으로 불렸을까, 아니면 이름으로 불렸을까? 그런 걸 상상하면서 인물상을 완성해간다. 내 만화 중에 '수짱'이라는 여성이 있다. 수짱은 처음에 얼굴을 그리는 순간부터, '이름은 수짱이야!'라고 생각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좋아했던 캔디스(70년대 활동한 3인조 걸그룹)의 수짱 이미지이기도 했다. 나는 핑크레이디(70년대 후반에 활동한 여성 듀오 아이들)에 빠졌던 세대지만, 캔디스는 인기 프로그램 <8시다! 전원집합>에서 보고 알았다. 란짱, 미키짱, 수짱. 콩트 속에서 언제나 좀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 것은 수짱이었다. 수짱은 실패해도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마스다 미리의 '어른이 되어 생각해낸 방법'이라는 ​글에서 불쾌한 메일을 읽었을 때의 대처 방법을 소개한다. 불쾌한 메일은 다시 읽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한 번 읽고 느낌이 안 좋은 메일은 바로 삭제해버린다. 한번 읽은 걸로는 정확한 표현까지 기억나지 않으므로, '기분 나빴어' 하는 감정은 남아도 마음속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리진 않는다. 빨리 잊어버리는 지름길은 몇 번씩 보지 않는 것. 어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넌 대처법이다.

마스다 미리는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는 글에서 언제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그렇게 바로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느낌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 나머지, 원래 가진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럽다. 지인 중에는 몇 명 있다. 괜히 우등생인 척하지 않고 명랑하지만,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남의 의견도 들으면서 자기 의견도 얘기한다. 지나치게 배려하지 않는다. 나도 그런 사람 쪽이 좋다. 지나치게 배려해서 신경 쓰이게 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과 얘기하며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

마스다 미리는 '체질하기'라는 글에서 영화나 연극보기, 낭독회 가기 등 다양하게 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하게 본다는 것은 많은 모래를 체 안에 담는 작업과 비슷하다. 많이 담으면 걸리는 것도 늘어난다. 내 체는 좀 큼직하지만.... 그러나 무언가가 도톨도톨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스다 미리는 '미래의 나에게'라는 글에서 미래의 내게 편지를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20년 후의 미래의 자신에게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을 확인해 두는 것이다.

이 책에는 마스다 미리가 거침없는 인터뷰로 인해서 당황했던 이야기도 실려있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면서 가볍게 유도심문 하는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만화를 그린뒤 '결혼하지 않고도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라고 거침없이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마스다 미리는 결혼하지 않겠다고도 하지 않았고,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도 하지 않았다. 만화와 만화가인 마스다 미리를 일심동체로 여겨서 인터뷰하는 일은 당사자로서 당황스러웠던 일일 것이다.​

 

책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만화가 아닌 에세이라는 글로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스다 미리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특히 30~40대 싱글 여성들이라면 따스한 글과 유머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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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요 5스텝 논리사고 - 업무 성과를 100배 올리는 비즈니스 로지컬 씽킹의 모든 것
시모지 간야 지음, 마정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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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요 5스텝 논리사고>는 일본 문구·사무용품 최대 메이커인 고쿠요(KOKUYO)의 사내 연수를 담당하는 시니어 트레이너인 시모지 간야가 지은 책이다. 고쿠요는 1905년 조그만 종이가게로 시작해서 현재는 문구, 사무용 가구 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약 3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유명 사무용품 기업이다. 저자는 고쿠요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와 개인의 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내고, 적절한 타이밍에 제공해왔으며, 한두 제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원동력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고쿠요 5스텝 논리사고>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논라사고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이 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 일상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논리사고 스킬을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이론이 아닌 실행중심​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막막해지는 '논리사고 이론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쿠요 내부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다년간 축적된 실제 사례와 경험이 빚어낸 '논리사고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논리사고의 정수'만을 추렸다는 점이다. 욕심을 내서 수많은 내용을 담기보다 반드시 알고 실행해야 할 논리사고를 5가지 스텝으로 정리랬다."

이 책은 1장 지금 우리에게 논리사고가 필요한 이유, 2장 논리사고 구조를 만들어라, 3장 결론과 이유를 연결시켜라, 4장 다양한 관점으로 MECE를 파악하라, 5장 논리적 의사소통의 실천, 6장 문제를 분해하는 로직트리를 구성하라, 7장 매트릭스로 문제해결의 답을 끌어내라, 8장 논리적 문제해결의 실천이라는 8장의 주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의 시작부분에는 '논리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3가지 특징'이 소개된다. 논리적이지 않다면 실제로 비즈니스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익숙한 사람과 함께일 때만 일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은 서툴다,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은 처리가 늦고 결론도 내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저자는 논리사고의 뜻은 '논리적으로+생각한다'지만, 실제 사용법은 '생각을 정리해서 전한다(논리사고)'의 경우와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한다(논리적 문제 해결)'의 2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생각을 정리해서 전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상대에게 전달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의 2가지로 구분되는데 모두 결론과 이유로 피라미드를 만드는 작업이다.

저자는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에는 없어도 되지만 논리적인 이야기에는 꼭 필요한 것은 '결론​'이라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론이 필요하다. 아무리 확실한 정보를 전달해도 상대가 결론을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논점-​>결론->이유->행동'의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는 방법은 여러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할 수 있다. 평상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 이 순서대로 이야기한다면 상대방이 알기 쉽다. 이야기의 흐름이 정해져 잇는 것만으로도 깔끔한 보고가 가능하다.

저자는 논리적 의사소통에 필요한 논점, 결론, 이유, 행동 등 각각의 내용을 소개한다.​ 논점이라는 것은 '이제부터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로 그 중심은 '질문', 즉 문제나 의문이다. 논점은 다른 표현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 즉 미결사항인 것이다. 말하는 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는 대개 논점이 애매한 상태다. 저자는 논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 전에 '상황' 혹은 '배경'을 말해보라고 권한다.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배경'을 말함으로써 듣는 이가 매끄럽게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결론은 '논점의 뒤에 두는 것이 좋지만, 결론을 가장 나중에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듣는 이에게 있어서 냉정한 결론을 전할 때다. 예를 들어 강등이나 전근 등을 전할 때에는 상황(이유)을 말하고 있는 사이 상대가 결론을 추측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순조롭게 수긍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상대에게 결론을 추측하게 하는 경우에는 결론이 가장 나중이어도 된다. 또 다른 경우는 듣는 이가 결론을 생각해주었으면 할 때다. 예를 들어 부하에게 고쳐야 할 점이 있을 때 그것을 갑자기 말하지 않고 여러 상황을 설명하는 사이에 부하 스스로 개선점을 알아채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MECE'에 대한 소개와 'MECE' 작성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한 예로 '남녀', '과거와 현재와 미래',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국내와 해외', '봄,여름,가을,겨울'등이 누락과 중복이 없는 MECE다. 다만 실제 비즈니스에서 완벽하게 누락과 중복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80~90% 누락과 중복 없다는 단계까지 가서, 그래도 불완전하다고 생각되면 '그 이외'라는 항목을 만들어도 좋다. 저자는 완벽한 MECE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철저하게 생각한 다음 진행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MECE를 만드는 방법에는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4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첫 번째는 '그것과 그 이외'로 나누는 방법이다. '국외와 해외', '자신과 타인', '기혼자와 독신', '성인과 미성년', '관리자와 일반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과 생활' 등 다루고 싶은 메인과 그 이외라는 2가지로 나누는 정리법이다. '이것과 저것과 그 이회'도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 그 이외의 나라',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그 이외으 ㅣ콜라'와 같은 분류다. 두 번재는 '요소 분해'로 나누는 방법이다. '훗카이도, 도호쿠, 간토,주부, 긴키, 주고쿠, 시코쿠, 규슈', '10대 미만, 20대·30대·40대·50대·60대 이상', '수산·농산·광업·건설·섬유.......' 등 피자를 자르는 것처럼 전체상을 나우어 사용한다. 세 번째는 '과정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계획·실행·평가·개선·제조·개발·마케팅·영업', '과거·현재·미래' 등으로, 문제점을 발견했을 대 과정의 순서를 나열하면 발견하기 쉽다. 네 번째는 '수식'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매상=단가X수량', '이익=매상-경비', '수주 횟수=제안 횟수X수주 확률', '빌딩의 총면적=바닥 면적X층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직의 목표 설정이나 어림셈을 검산할 때 사용한다.'

 

 

 

저자는 원하는 모습을 알아야 문제도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문제 정의->원인 규명->해결책 검토라는 흐름에 따라 생각해보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그런데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 자체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하는 2가지 방법에는 '현재 상황과 원하는 모습의 차이를 문제로 인식한다'와 '원일을 생각할 수 있는 정보까지 구체화해간다'가 있다.

저자는 관행이 문제해결을 방해할 때는 제로베이스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로베이스 사고라는 것은 '도대체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고법이다. 제로베이스로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목적은 무엇인가?'다. '도대체 야근을 줄이고 싶은 목적은 무엇일까?'. '부서 간에 조율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자. 저자는 제로베이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를 자주 사용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논리적 문제해결의 실천법으로 '실제 작업은 접착메모지를 사용해보자'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내용을 기록하되 각각의 문장은 반드시 다른 접착메모지에 적어야 한다. 문제에서도, 원인이나 해결책에서도 다수의 메모를 골라내 그중 몇개를 선택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해보면서 최종적으로 딱 맞는 트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리적 의사소통(피라미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이에 직접 내용을 적으면 이를 지우고 다른 곳에 다시 적어야 하는 일이 귀찮아져서 도중에 타협할 수도 있다. 먼저 '문제, 원인, 해결책은 무엇인가?'의 선택지를 접착메모지에 적어 골라낸다. 각각 15~20장 정도는 적는다. 다음은 트리를 만든다. '어느 것이 대분류가 될까?', '어떤 구조가 될까?'. '골라낸 것이 불충분한 것은 아닐까?'. '이 부분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므로 자세히 나누는 건 그만두자' 등 메모지르 ㄹ손에 들고 하나하나 고민한다."

저자는 이밖에도​ 논리적 문제해결의 실천법으로 '논리사과와 수평사로를 합친 창조사고'를 소개한다.

"논리사고는 생각하는 영역, 즉 테두리를 정해 그 안에서 누락과 중복 없는 MECE를 적용해 깊이 파헤치는 사고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꼭 만능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테두리가 너무 좁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테두리를 벗어나 생각하자'는 방법이 있다. 수평사고로 불리는 사고법으로 테두리의 밖은 없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발상은 이러한 테두리를 벗어나서 생각하자는 '수평사고'와 테두리 안에 누락 없이 생각하고 깊이 파헤쳐 본질을 찾는다는 '논리사고'의 반복으로 얻을 수 있다."

 

 

<고쿠요 5스텝 논리사고>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문제해결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한 책이다. 일상의 업무를 수행해나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논리사고에 관한 기술을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논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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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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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은 조선시대 역사 속의 직업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사회와 생활속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는 직업의 탄생과 소멸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지고 싶거나 꼭 필요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고 번거로운 것이 곧 누군가의 직업이 되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직업들의 탄생과 소멸을 통해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특이한 직업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출세와 성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해줄 수는 있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진정한 얼굴이자 역할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직업인 멸화군, 체탐인, 한증승과 매골승, 다모, 시파치, 오작인, 숙수와 스스로 벌어 먹고사는 직업인 기인, 외지부, 여리꾼, 전기수, 책쾌, 장빙업자, 재담꾼, 무엇이든 해서 먹고사는 직업인 곡비, 매품팔이, 내외술집, 조방꾼, 거벽과 사수 그리고 선접꾼, 추노객, 무뢰배를 소개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흥미로운 직업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조선시대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작인의 역할을 막중했다. <신주무원록> 번역본을 보면 조선시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과학적이고 획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는 오작인들을 근본이 없는 무리라고 혹평을 하면서 이들이 어떤 행패를 부리는지 종류별로 열거해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저자는 신을 직접 살피고 사인을 밝혀내야 하는 오작인들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를 보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던 오작인들은 다른 조선의 직업들처럼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갔다.

"최근 들어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 조선시대의 과학적 검시 방법들이 소개되면서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놀라운 방법들에 감탄을 하며, 그런 검시 방법으로 조선시대에 있었던 살인사건들이 많이 해결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작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된 것과 그것이 잘 돌아가는 것은 별개 문제였다."

조선시대 내내 '조보'라는 이름의 관보가 발행되었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백성들이 그걸 받아다가 자체적으로 인쇄해서 배포한 적도 있다. 조보는 왕명을 출납하는 승정원에 속한 기별청에서 발행하는 관보 형식의 신문이다. 오늘날의 신문처럼 정보 전달이 목적이지만 발행하는 쪽에서 필요하거나 혹은 들려주고 싶은 내용만 실었으며 독자층을 제한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이다. 민간에서 조보를 발행한 사건을 언급한 <선조수정실록>에 발행 주체가 '기인들'이라고 수록되어 있다. 관보 형태의 조보는 관리들뿐 아니라 양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과거에 합격해서 관리가 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던 양반들에게 과거시험이 언제 치러지고 누가 어떤 자리에 임명되었는지를 아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1894년. 관보가 발행된 이후에도 조보는 명맥을 이어가다가 1907년 11월, 승정원의 후신인 비서감이 폐지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여러 종류의 신문들이 발행되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소송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사람들 간의 다툼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이 망국의 징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순시대나 유토피아가 아닌 이상 사람들 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언이 도관에 나가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지부라고 부른 것에서 외지부가 탄생되었다. 바깥에 있는 지부라는 뜻으로 관청 밖에서 지부 행세를 했던 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외지부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돈이 되는 형조의 도관 앞에 어슬렁거리면서 손님들을 물색했다. 저자는 외지부는 변호사인 동시에 법무사나 세무사의 영역까지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소송을 제기하긴 했어도 어떻게 할지 몰랐던 이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였지만 조정 대신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조선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지만 많이 발생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외지부는 소송을 부추기고 부채질하는 존재였다. 조선 후기 들어서도 묘자리를 둘어싼 산송부터 상업이 발달하면서 늘어난 매매를 둘러싼 분쟁까지 다양화되며 소송은 줄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분쟁의 한복판에 외지부가 있었다. 위정자들은 외지부 때문에 소송이 지체되고 늘어났다고 보았지만 저자는을 필요로 하고 기대고자 했던 사람들은 주로 힘없고 가난한 자였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조선시대 내내 죄인 취급을 받던 외지부가 합법화된 계기는 근대화와 개항이었다. 1895년에 외부인이 재판을 대신해주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변호인이 도입되었다. 이후 대한제국 시기인 1905년에 변호사법이 통과되면서 공식적인 변호인 시대가 열렸다. 광복 이후에 변호인들은 고소득층이자 사회지도층의 자리를 차지했다. 조선시대 무뢰배로 손가락질 받았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위치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저자는 재미있는 것은 변호사의 숫자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소송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리다. 저자가 수백 년 전에도 외지부를 탄압할 때, 아니 외지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이들을 억누를 때 위정자들이 내세웠던 논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셈이라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조선은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송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평민이나 천민도 자유롭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으며, 이들이 양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아울러 세 번까지 소송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일종의 공소시표를 두는 등 현대의 법률체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체계적인 장치들을 마련했다. 공정한 판결을 위한 여러 제도들을 시행한 것은 조선이 결코 소송을 일방적으로 막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은 약자가 강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안되는 보호 장치 중에 하나다. 한 국가가 선진국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법의 공평함과 공정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조선보다 공정하고 법치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유형의 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한정적이었다. 책쾌의 등장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책에 대한 욕구가 광범위하게 커져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과 화계경제가 발달한 17세기 후반 이후로 이른바 중산층이 생겨나면서부터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신분차별에 반대하는 통청운동을 벌였고, 문화적으로는 여향문학이라는 것을 일궈냈다. 지식 욕구가 늘어나면서 책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따라서 이전에는 양반만을 상대했던 책쾌들은 다른 고객들을 상대하게 되면서 변신을 꾀하게 되었다. 정약용이 쓴 <조신선전>에는 책을 사고팔던 책쾌 조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인상적이다. 언젠가는 누가 그에게 왜 그렇게 고생스럽게 책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지 물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자는 나이도, 그리고 사는 곳과 이름도 종잡을 수 없었던 책쾌 조생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책쾌는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라 마케터와 편집자, 그리고 기획자의 역할까지 모두 했다고 볼 수 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신물문인 인쇄기가 들어오고 출판사가 생겨나면서 서점이 탄생하고 이들이 신문 등을 통해서 독자들을 직접 유치하면서 발로 뛰는 책쾌들을 점차 밀어냈다.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된 책쾌들은 서점을 차리든지 아니면 이동식 서점을 운영하는 쪽으로 변신을 꾀했다.

"​비록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없지만 머릿속에는 그 책이 누구 손에 몇 년 동안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오. 그리고 누가 그 책을 지었는지, 그리고 어느 판본이고 누가 주석을 달았는지도 꿰고 있으니까 말이오. 그러니까 그런 책들은 모두 내 책이란 말이오. 세상에 책이 없다면 나는 더 이상 뛰거나 술을 마실 수 없었을 거이외다. 그리고 나에게 책을 사서 읽어서 출세한 집안이 손자대에 와서 몰락해서 책을 도로 파는 일을 종종 보게 되오. 어리석은 자들은 어리석은 자들끼리 모이고, 현명한 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는 법이지요. 책을 사고 팔면서 세상이 어찌 흘러가는지 어떤 이치로 움직이는지 알았다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책을 사고파는 일을 할 것이오."

저자는 조선 백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매품팔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현대판 매품팔이라고 하는 바지사장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역사적 과오가 현재에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과정은 안타깝다.

"현대판 매품팔이라고 할 수 있는 바지사장을 소개한다. 경영 실권은 가지지 않고 명목상 사장 자리에 앉아 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대신 처벌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포털사이트에는 버젓이 바지사장을 구한다는 광고가 올라오고 거기에 시세를 묻는 질문들이 붙는다. 돈만 있으면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쯤은 각오한다는 사람들과 법의 처벌쯤은 얼마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교차되면서 생겨난 현대판 매품팔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모 그룹 회장의 조카가 말 안 듣는 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매값이라면서 2,000만원을 준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사회의 지탄을 받은 점을 고려해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고,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검사는 퇴임 후 그 그룹의 임원으로 입사했다. 예외가 많은 법일수록 원칙과는 거리가 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수수의 가진 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가볼만한 곳'으로 탑골공원이 소개되는데, 사실 이곳은 한때 수백, 수천 명의 기생들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원래 탑골공원 자리에는 고려시대 때 흥복사라는 절이 있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세조 때 원각사라는 저링 다시 세워졌다가 연산군때 없어졌다. 정확하게는 연산군이 모은 기생들인 흥청들의 거처인 연방원으로 삼은 것이다. 여자를 멀리하는 사찰에 기생들의 거처를 정한 걸 보면 연산군의 삐뚤어진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연산군이 폐위된 이후 흥청들은 사라졌고 사찰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공원으로 바뀌었으며 3·1 운동의 발상지로 유명해졌다."

조선시대 다양한 직업 등을 통해서 역사를 배울 수 있었고, 인간들의 탐욕과 부패는 쉽게 사그라드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발전적으로 완성해가야한다. 조선시대 직업들은 우리 조상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며,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낸 디딤돌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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