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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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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에세이이다. 이 책의 역자는 이 책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챈들러가 이루어 낸 성취도, 거장으로서의 면모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자유롭게 쓴 편지를 발췌, 편집한 서간집이다. ​이 책에서는 챈들러의 편지들을 발췌, 편집하여 주제별로 정리하고, 각 편지마다 제목을 붙여 놓았다. 순서와 관계없이, 어느 부분을 펼쳐서 어디부터 읽어 나간들 크게 상관은 없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편지들을 통해서 솔직하면서도 담대한 그의 작가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의 역자가 소개하는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글을 꼭 먼저 읽어으면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1940~1950년대 활동했던 미국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다. 그는 자신이 거주했던 로스앤젤레스를 바탕으로 필립 말로라는 탐정을 내세워, 일견 냉철하지만 기실 감상적인 시선으로, 부패와 탐욕이 들끓던 시대에 욕망과 절망이 공존했던 사람들을 독특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찍이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라 말했으며, 최근까지도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소설은 도스토엡스키와 챈들러는 한 권에 담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저서에서 챈들러를 읽으며 문체를 공부했다고 언급했다. 그 외 폴 오스터, 마이클 코널리, 하라 료 등 수많은 작가들과 마틴 스콜세지, 코언 형제 등 유명 감독들이 챈들어에게 형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핸들러는 자신이 쓴 글이 십 년, 십오 년 뒤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만족시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과 글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챈들러의 작가론에 대한 편지글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하다. 챈들러의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편지글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글은 다음과 같다. 뉴저지에 사는 일반 독자로 직업은 교사인 로버트 호건에게 쓴 글이다. 챈들러는 좋은 이야기는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추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장기적으로 보면 글쓰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스타일이고, 스타일은 작가가 시간을 들려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글의 특색이란 작가의 감정과 통찰의 본질에 따른 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만들어진 작가에 대한 우려의 글을 남긴다.

 

"누가 나에게 초보 작가에게 조언을 좀 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일반적인 충고를 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해야 할 겁니다. 보통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하면 잘 팔릴지 알려주는 데 집착하지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당신이, 아니, 확실히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겁니다. 어쨌든 나는 그런 면에서는 한 번도 남을 성공적으로 돕지 못했으니까요. 내가 스스로 투쟁한 끝에 얻었을지 모르는 지혜는 다만 장기적으로 유용할 뿐이죠. 내가 얻은 지혜란, 글쓰기 기술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빈약한 재능이나 재능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는 확실한 표시일 뿐이라는 믿음과 다소 상통하니까요."​

 

이 책에서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생각하는 헐리우드 이야기,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인 필립 말로에 관한 이야기, 그의 일상과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과 이별에 관한 사색이 담겨있어 흥미롭다.

 

챈들러가 제이미 해밀턴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삼 십 년 하고 열 달, 이틀 동안 그녀는 내 삶의 빛이었고, 내 모든 목표였습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그녀가 따뜻하게 손을 녹일 수 있게 불을 지쳐 준 것뿐입니다.'라는 글은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물론 어떤 면에서 나는 오래전에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사실 지난 이 년간 여러 번 한밤중이면, 그녀를 잃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임을 떠올리곤 했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은, 실제로 눈을 감기며 다시는 그 눈이 뜨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죽어서 기쁩니다. 이 자존심 강한, 두려움을 모르는 새가 남은 생을 웬 끔찍한 요양원의 어느 방 새장에 갇혀서 보내리라는 생각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서 차마 그 사실을 마주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사실 무너지지 않았어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시의 여동생도 돌봐야 했으니까요. 나는 시시의 방에서 잠을 잡니다. 처음엔 견디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뒤 이런 생각이 들었죠. 방이 비어 있으면 유령이 나올 테고 그러면 문 앞을 지날 때마다 무서워하게 될 테니까, 남은 방법은 이 방에 들어와서 내 허접쓰레기들로 가득 채워, 나에게 익숙한 너저분한 방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옳은 결정이었어요.

 

책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사색의 글이 편지로 표현되어 진솔하게 다가온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팬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것이고, 그를 잘 모르던 독자라면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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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2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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