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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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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 시리즈'의 인기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기대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마스마 미리는 3~40대 여자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따뜻한 문체로 생생하게 전한다.

마스 미리가 '일정을 넣지 않는 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시간이란 것은 거침없이 흘러가지만, 그러나 스스로 만들수도 있다.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속에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 실수했네, 싶은 일이 있어도 줄줄이 일정이 밀려 있으면  뭐, 됐어, 벌써 지난 일인 걸, 하고 넘기게 된다. 이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빠르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 혼자서 낑낑거리며 후회할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지 않으면 사람과의 관계도 소홀해진다. 그건 좋지 않다. 그런 소홀한 관계는 작은 흔들림에도 주저앉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미리 일정에 넣어두면 되지 않을까? 나는 달력을 책상에 올려놓고 한 주에 이틀,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만들어보았다. 일주일 중 이틀은 생각을 하거나 자리잡고 앉아 일을 하거나, 멍하니 있거나, 책을 읽는 날로 하자."

마스다 미리는 <앙앙> 특집호에서 '마스마 미리 씨의 작업현장 밀착!' 취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꾸밈없이 말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작업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14세X3회'라는 제목의 글도 재미있다.

"일 문제로 한번 만나고 싶다고 온 편지에서 상대편은, '14세를 2회 산 젊은이입니다'하는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스물여덟 살이라고 얘기했다."

책을 읽으면서 마스다 미리가 젊은 여성들에게만 나워주는 휴대용 티슈나 전단을 받지 못했을 때의 기분을 표현한 부분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그들 앞을 지날 때, 나는 매번 시험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지 않아도 될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 '수짱' 캐릭터의 탄생비화도 소개되어 흥미롭다.

"이름을 짓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만화 주인공 이름. 반짝하고 떠오를 때도 있고, 그리기 시작한 뒤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정하지 못할 때가 있다. 등장인물이 살아온 배경을 생각하며 이 사람은 초등학교 때 친구한테 성으로 불렸을까, 아니면 이름으로 불렸을까? 그런 걸 상상하면서 인물상을 완성해간다. 내 만화 중에 '수짱'이라는 여성이 있다. 수짱은 처음에 얼굴을 그리는 순간부터, '이름은 수짱이야!'라고 생각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좋아했던 캔디스(70년대 활동한 3인조 걸그룹)의 수짱 이미지이기도 했다. 나는 핑크레이디(70년대 후반에 활동한 여성 듀오 아이들)에 빠졌던 세대지만, 캔디스는 인기 프로그램 <8시다! 전원집합>에서 보고 알았다. 란짱, 미키짱, 수짱. 콩트 속에서 언제나 좀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 것은 수짱이었다. 수짱은 실패해도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마스다 미리의 '어른이 되어 생각해낸 방법'이라는 ​글에서 불쾌한 메일을 읽었을 때의 대처 방법을 소개한다. 불쾌한 메일은 다시 읽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한 번 읽고 느낌이 안 좋은 메일은 바로 삭제해버린다. 한번 읽은 걸로는 정확한 표현까지 기억나지 않으므로, '기분 나빴어' 하는 감정은 남아도 마음속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리진 않는다. 빨리 잊어버리는 지름길은 몇 번씩 보지 않는 것. 어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넌 대처법이다.

마스다 미리는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는 글에서 언제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그렇게 바로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느낌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 나머지, 원래 가진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럽다. 지인 중에는 몇 명 있다. 괜히 우등생인 척하지 않고 명랑하지만,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남의 의견도 들으면서 자기 의견도 얘기한다. 지나치게 배려하지 않는다. 나도 그런 사람 쪽이 좋다. 지나치게 배려해서 신경 쓰이게 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과 얘기하며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

마스다 미리는 '체질하기'라는 글에서 영화나 연극보기, 낭독회 가기 등 다양하게 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하게 본다는 것은 많은 모래를 체 안에 담는 작업과 비슷하다. 많이 담으면 걸리는 것도 늘어난다. 내 체는 좀 큼직하지만.... 그러나 무언가가 도톨도톨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스다 미리는 '미래의 나에게'라는 글에서 미래의 내게 편지를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20년 후의 미래의 자신에게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을 확인해 두는 것이다.

이 책에는 마스다 미리가 거침없는 인터뷰로 인해서 당황했던 이야기도 실려있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면서 가볍게 유도심문 하는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만화를 그린뒤 '결혼하지 않고도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라고 거침없이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마스다 미리는 결혼하지 않겠다고도 하지 않았고,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도 하지 않았다. 만화와 만화가인 마스다 미리를 일심동체로 여겨서 인터뷰하는 일은 당사자로서 당황스러웠던 일일 것이다.​

 

책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만화가 아닌 에세이라는 글로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스다 미리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특히 30~40대 싱글 여성들이라면 따스한 글과 유머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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