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뱀파이어 스토리콜렉터 12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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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대통령의 뱀파이어>는 <블러드 오스 : 피의 맹세>에 이은 2편이다. 1편인 소설 <블로드 오스 : 피의 맹세>는 초자연적 존재들로부터 대통령과 시민들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뱀파이어 케이드, 그리고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젊은 정치인 잭의 활약상을 그린 뱀파이어 작품이다. 뺀질한 바람둥이 정치인과 최강 뱀파이어 비밀요원의 결합이 만드는 신선한 이야기 소재가 소설을 읽는내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책 <대통령의 뱀파이어>에서는 1편에 나왔던 파트너인 잭과 뱀파이어 케이드가 등장한다.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대통령과 시민들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뱀파이어 케이드는 정체불명의 도마뱀과 싸우면서 도마뱀 바이러스를 알게된다. 또한, 2편에서는 그림자 기관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등장한다.

 

"그림자 기관이 그의 나이만큼 오랫동안 활동해온 조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케이드는 오직 즉각적인 위협에만 집중해왔다. 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적은 우거진 숲속에 몸을 숨긴 짐승만큼이나 찾기 힘들다. 눈앞에 정면 공격이 펼쳐지기 전까지 음모는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달려드는 어떤 적도 가볍게 물리칠 수있다고 믿을 만큼 오만했고, 또 능력이 있었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그 믿음을 산사이 깨어버릴 때까지 그는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현재뿐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떠오르는 위협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과거에 인간의 무능함이나 탐욕, 사악함, 악의 정도로만 일축했던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서로 뒤얽히기 시작했다. 따로 놓고 보면 그저 그의 길고 요상한 인생을 구성하는 단순한 사건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합쳐놓으면 지금껏 존재조차 몰랐던 적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세상 이면의 어딘가에 숨어 그를 지켜보고, 행동하고, 대응과 무시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악당의 모습이. 이 상대의 모든 것은 비밀에 싸여 있다. 그러나 그림자 기관이 존재의 흔적은 지우려애쓸 때마다 오히려 그들을 덮고 있던 가림막이 조금씩 걷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점점 과감하게 자신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 보면 그 모습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명백했다. 응시할 곳을 제대로 짚기만 하면 그것은 배경 속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발견되면 두 번 다시 숨을 수도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자 기관의 인물인 북에 대한 특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감정을 이입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어떤 행동들이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지도 알고 있었다. 단져지는 모든 가상적 상황에서 그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릇된 옵션을 선택했다. 다른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과 달리 그의 그런 선택은 뒤틀린 이기심이나 미래의 이득 따위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북은 선발 과정을 마저 거치지도 않은 채 그림자 기관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사디스트가 아니었다. 그가 품은 악의는 순전히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었다. 타고난 재능이나 다름없었다. 생전 처음 쥐어본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연주해내는 천재적 명연주자처럼, 북은 대번에 상대의 약점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졌다.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 역시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그레이브스가 케이드에게 한 대사가 인상적이다. 한 나라가 갖는 커다란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역사의 결과는 뒤바뀔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가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힘을 우연히 갖게 되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신의 은총 때문도 아니고, 우리가 건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도 아닙니다. 우린 이 엄청난 힘을 얻기 위해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피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우리가 일으킨 모든 전쟁들, 소소한 잔혹 행위들, 지뢰 줍는 아이들. 하지만 우린 아직 갈 곳이 멉니다. 베트남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우린 전쟁에서 많은 사상자를 내본 적이 없어요. 세상이 느끼는 고통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얘깁니다. 우린 빚을 지고 있어요. 우리가 누구에게 그걸 갚아야 하는지 당신도 알 겁니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도마뱀 바이러스, 그림자 기관의 위협으로부터 잭과 뱀파이어인 케이드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그림자 기관의 그레이브스라는 인물을 통해 특히 정치적 권력과 암투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그레이브스에게는 원자재로 쓸 인간들이 필요했다. 갑자기 사라져도 세상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재소자들 대부분은 불평가, 존재감 없는 유령 인간, 노숙자, 정신병자, 방랑자, 또는 범죄자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반갑지 않고, 잊힌 사람이라고 어딘가에는 그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가 한둘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전장이나 포로수용소에서 실종된 이들도 군의 전산 시스템과 등기 명부에 올라 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함부로 끌고 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는, 이름조차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교전 지역에서, 또는 재난 지역에서 그런 아이들을 수십 명씩 데려와도 세상은 크게 호들갑 떨지 않았다. 케이드는 진작부터 그레이브스가 아이들을 이용해 뱀머리 괴물을 만들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레이브스는 이 아이들을 바이러스 배양기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끔찍한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해 희생되고 있는 포근한 둥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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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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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시락에는 각자의 사연이 담겨있다. 따뜻한 도시랑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사람과 도시락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뚜껑을 연 순간, 전율을 느낀다. "도시락 좀 봐도 될까요?" 내 부탁에 뚜껑이 서서히 열린다. 바로 그때, 뚜껑을 열 때의 그 뭐랄까, 쑥스러운 듯, 부끄러운 듯한 표정과 '좀 봐 주세요'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냄새도 은근히 코를 자극한다.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그리고 수없이 만난 도시락들.

옛날 친구 집에 처음 놀러갔을 때 느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자신의 집처럼 익숙한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랄까. 그곳에는 신선함과 놀라움이 있었다. 냄새, 조명의 밝기,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식구들의 목소리.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이쪽" 이라며 손을 잡아당기는 순간, 그대로 멀리,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심장이 쿵덕쿵덕,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와 남편, 아이들, 친구와 연인이 만들어 주는 도시락, 그리고 그 도시락을 먹는 사람을 통해서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늘 변함없는 맛, 언제가 같은 모습의 도시락을 만나러 가는 익숙하지만 낯선 이 여행 덕분에 나는 지금도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여전히 맛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도시락의 시간>에서는 집유원, 증류소 직원, 귤 재배, 간호사 겸 말 체중 측정 담당, 디자인학과 교수, 해녀, 수타면 장인, 모래찜질온천 직원, 관광마차 마부, 원숭이 재주꾼, 데와산잔 신사 음악 연주자, 역무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농협직원, 제과직원, 아이누 예술인, 고등학생, 사찰 승려, 북 연주자, 항공기 정비사, 세이센료 직원, 홈메이드 과일잼 전문점 직원, 요금소 징수원, 낚시터 경영, 가야부키 장인, 유람선 뱃사공, 라디오 MC, 농협 차장, 할머니, 유치원생, 사진가, 철도 운전사, 농협 홍보 담당, 산림조합 기술작업원, 옜날이야기꾼, 스키투어 가이드, 영어회화 강사, 스에히로주조직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먹는 도시락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처음에 도시락의 주인공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다거나, 사진을 찍을 정도의 도시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와 여행 가이드북을 펼쳐 놓고 익숙하지 않은 지명을 짚어가면서 "아, 시부스키 온천에 가고 싶다" 같은 이야기로 도시락 주인공 찾기를 시작했다. 부인의 계란말이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준 계란말이로 이야기가 옮겨가고, 어머니의 달콤한 계란말이를 떠올린 순간 도시락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술맛보다 좋은 엄마 손맛이라는 도시락 이야기의 사코 시게루의 이야기 속에서 도시락이라는 소재로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저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어머니는 일을 하느라 바빠서 사실 반찬을 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래서 반찬이 늘 초라했죠. 어릴 때는 도시락에 참 불평불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열심히 정성을 다해 싸준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말이죠."

 

 

 

 

역무원인 사카마키 기누요의 사연속의 도시락은 남편이 싸준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다.

 

"남편이 싸준 도시락이 오후의 '활기의 원천'이라우. 집이 가까워서 가서 먹어도 되지만 귀찮아서 싫어. 남편한테는 고맙게 생각해. 일찍 일어나서 내가 옷 챙겨 입고 화장하는 동안 도시락을 싸주거든. 계란말이도 맛있고 생선도 얼마나 잘 굽는지, 여하튼. 다 잘해. 정말 잘해. ㅈ머심에 도시락 뚜껑을 열면 "어머나, 이런 것도 들어 있구나."하고 언제나 새로워."

 

 

 

 

 

 

 

노후를 위한 맛있는 절약의 도시락 이야기인 제과 직원 아사이 마코토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왜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느냐고요? 역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죠. 이런 말하면 좀 그렇지만, 노후를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돈을 저축해두고 싶어요. 무슨 일이라는 건, 결혼 같은 그런거죠. 물론 지금으로선 전혀 결혼할 예정도 없지만 말이예요."

 

 

 

 

 

 

 

아버지의 따뜻한 계란말이를 보여준 요즘소 징수원 우치무나 나루유치의 사연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정이 있어서 아내와는 별거중입니다. 대학에 다니는 딸 둘하고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죠. 도시락은 늘 내가 싸요. 30분 정도면 충분하죠. 자주 먹는 계란말이는 내 손맛이 들어 있다고 할까, 딸애들은 내가 만든 계란말이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간장하고 설탕만 넣는데,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하고, 그 뭐랄까 맛이 묘합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만주 공장에 가서 일하기 때문에 아침에 집에 안 계세요. 그래서 아침밥은 내가 하죠. 저녁밥은 어머니가 하고요.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역할 분담이 되었는데, 그럭저럭 별 탈 없이 잘해 나가고 있어요."

 

 

 

 

 

 

 

차가운 밥으로 견뎌온 세월을 이야기한 사진가 아쿠타가와 진의 도시락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가끔 도시락을 싸지만 예전엔 거의 매일 도시락을 들고 다녔어. 결혼 초기지, 아마. 그때는 취재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하루벌이 노동을 했거든. 사진을 찍고 싶어서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취직을 안 했어. 가끔 출판사에서 촬영 의뢰도 있고 해서 말이야. 그때는 벽돌 장인의 조수로 일했는데, 일한 날만 돈을 받는 시스템이었지. 약간 독특한 사람이라서 아침에 현장에 가서 비가 툭하고 차 앞 유리창에 떨어지면 바로 차를 유턴해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어. 하루 벌이로 먹고 살던 때의 도시락에 얽힌 기억 같은 건 사실 없어. 그저 추운 겨울 날 차가운 밥을 위장에 꾹꾹 집어넣었던 기억밖에는. 도시락에는 만드는 사람의 성격이 나오지. 어머님의 도시락은 마치 선을 그어놓은 듯한 도시락이었어. 남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지. 우리 집 도시락은 지나치게 사각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책 <도시락의 시간>은 다양한 사연의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다. 도시락에 관한 추억, 가족에 대한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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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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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는 박찬일 쉐프가 들려주는 맛에 관한 이야기, 맛과 추억에 관한 에세이이다. 

 

"음식의 변화는 우리 몸과 정신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섭취와 소화, 배설로 이어지는 단순한 물리전 구도에 '맛'이라는 강력한 조커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맛은 문명과 동일어이기도 하다. 맛으로 인간은 인간다워졌다. 야비해지고 더러워지고 아름다워지고 복합적인 존재로 변해갔다. 섹스가 번식이 아니라 사랑과 소유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치사한 인간사의 대로망이 시작되었듯이 말이다."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밥의 욕망, 밥에 대한 욕망, 그것이 우리를 살린다. 내가 사랑하는 가장 심드렁한, 그렇지만 마력의 이 문장을 되새김질한다. 포드나 테일러가 가장 싫어할, 월스트리트가 증오할 문장이겠으니.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합시다!" "

 

책의 1부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음식의 다양한 추억의 감성을, 2부에서는 외국 음식에 대한 추억을, 3부에서는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과 맛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병어, 짜장면, 짬뽕, 국수, 수박과 화채, 닭백숙, 돈가수, 만두, 도시락 찬합, 배추전, 마늘, 서산 계국지, 남도 한정식, 산낙지, 멸치, 멍게, 꼬막, 바지락 칼국수, 고등어 등 우리나라 음식들과 함께한 저자의 추억의 맛을 읽고 있으면 그 음식을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

 

"국수는 어느 작가가 '혁명가의 음식'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이 한 그릇 바쁘게 뚝딱 해치우는 음식이라는 뜻일 테다. 나는 그런 국수에게 '우물가 음식'이라고 한 줄 더한다. 펌프든 우물이든, 그 습하고 더운 여름날의 오후, 국수 한 그릇을 마당에서 말아 먹을 수 있었던 우리는 행복했다. 지금 다시 그 국수를 먹을 수 있을까."

 

"돈가스는 알다시피 돼지 돈자와 영어 커틀릿이 합쳐진 말이다.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최초의 혁명, 메이지 유신 시기에 유럽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그 요리가 일제 치하의 우리에게 전달되고, 경양식집이라는 전형적인 일본식 레스토랑 스타일로 조선에 전해졌다는 게 정설이다. 돈가스는 일본에서 명명된 것처럼 유럽의 포크커틀릿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보통 유럽의 경우 고기를 두들겨 펴는 경우가 많은데, 돈가스는 두툼하게 튀기고, 잘라서 제공된다는 점이 원형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먹게 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돈가스를 받아들여 나름의 세계를 만든다. 일본식 돈가스보다는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경양식 스타일로 남아 있게 된다. 물론, 일본의 전형적인 경양식집의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일본이 포크커틀릿을 일본화한 것 이상으로 한국화의 개성을 한껏 보여준다. 일본이 단무지를 제공하듯이, 우리는 김치를 주고 심지어 풋고추에 된장을 함께 주기도 한다. 우거지국을 사이드로 주는 집도 있다. 역시 창의적인 한국인다운 발상이다. 매운 음식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우리의 식성을 반영한다고 할까."

 

"꼬맛의 맛은 뭐랄까, 바다의 맛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벗어나는 무엇이 있다. 잘 삶은 꼬막은 살이 터짓 듯이 팽팽한데, 도도한 살집 밖으로 한껏 부푼 막 같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막 속에 짜고 고소하며 감칠맛 도는 '액체'가 들어 있다. 바닷물과는 사뭇 다르고, 그렇다고 미더덕이나 멍게 속의 체액 같지도 않은 어떤 것이다. 그 액체는 약간의 비린 맛이 있어서 혀를 휙 감고 돈다. 아릿한 맛 뒤에 천천히 저 개펄의 뒷맛을 전해준다."

 

2부에서는 카놀리, 토마토소스, 소내장요리, 달걀, 치즈, 랍스터, 햅버거, 토끼고기와 초콜릿, 캐비아, 쌀국수, 홍콩딤섬, 나시고렝, 바칼라, 할랄푸드, 라멘, 두부에 관한 저자의 추억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3부에서는 김승옥의 <서울,1964년 겨울>에서 참새 머리의 맛, 김훈의 <남한산성>에 등장하는 맛,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서 민어의 맛,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연어의 맛,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서 토마토의 향,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지중해식 문어 삶기, 성석제 <소풍>에서 냉면의 맛, 백영옥의 <스타일>에서 고기 권하는 사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황새치를 가르는 장인의 솜씨를 이야기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맛의 향연은 음식이야말로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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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인생지략 - '군주론'의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독한 인생 멘토링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박지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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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기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정치 사상가다. 마키아벨리는 이상이나 도덕보다 현실을 중시했다. 저자는 책 <마키아벨리의 인생지략>을 통해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진짜 지혜와 요령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글 가운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접하면 좋을 구절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본래 정치가나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상과 지혜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마키아벨리는 심리학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꿰뚫어보고 있다."

 

책의 1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불패지략인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스스로 무력을 갖지 못하면 어떤 나라도 안전과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자신감을 갖고 나라를 지킬 힘이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스스로 힘을 갖는것.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꿋꿋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마키아벨리의 기본 사상이다.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다 보면 점점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마키아벨리는 '정략론'에서 "장기간의 지배에 익숙해진 백성은 우연히 자유를 손에 넣게 되더라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 활용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배당하는 데 길들여져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스스로를 지키는 일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저자는 치열한 경쟁에 자신을 몰아넣고, 경쟁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악'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입장을 성악설이라고 부른다. 본래 인간은 나쁜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나쁜 마음을 억압하지는 말자.

 

"인간의 마음이란, 본래 그리 맑지 못한 것이니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널리 포용'할 수 있는 도량을 길러야 한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필요하다면 더러운 행동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책 2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인간지략인 승리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라, 3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업무지략인 권모술수도 전략이다, 책 4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관계지략인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5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행동지략인 사자처럼 추진하고 여우처럼 성공하라, 6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성공지략인 난세야말로 찬스다라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새로 시작하는 게 나은 관계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중간하게 손을 대거나 고칠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어중간한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도 높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관계가 이미 어그러졌다면 되돌리는 것보다 차라리 깨끗이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게 낫다. 그렇게 분명히 매듭을 지을 필요도 있다.

 

"세상에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나은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싫어하게 되면 복숭아나 꽃가루처럼 '알레르기 반응'이 형성된다. 그렇게 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사람과 같이 있기만 해도 숨쉬기 힘들 정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일단 알레르기 반응이 형성되고 나면 더 이상 고칠 수 없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한 번 생기면 매년 봄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응이 나타나면 이미 손을 쓰기에 늦은 상태다. 이런 경우에는 관계를 끊는 게 차라리 낫다. 알레르기 반응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레르겐'이라는 물질이 사라지면 가라앉는다. 따라서 스스로 알레르겐이 없는 장소로 가면 된다. 회사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은 사람이 있다면 부서 이동을 신청하거나 그만두면 된다."

 

마키아벨리는 '리비우스론'에서 "인간은 필요에 쫓기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선택의 여지가 있어 방종하게 지낼 경우, 인간은 모든 상황을 혼란과 무질서로 빠뜨린다"고 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도 급하지 않으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귀찮은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는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필요에 쫓겨야 행동을 한다. 달리 말하면 인간을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일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면 필요성을 어필하는 게 효과적이다."

 

저자는 행동으로 어필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저자는 "저는 동물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개를 기르거나 강아지를 쓰다듬거나 안아주는 사람이 진짜 동물 애호가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행동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강 알 수 있다. 과거의 행동 패턴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슨 말을 하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과 비교하면 그 영향력은 보잘 것 없이 작다. 또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말이 거짓이고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진짜라고 믿는다.

 

저자는 쓸데없이 참견이나 충고를 삼가라고 말한다.

 

"상대가 직시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무리하게 보게 한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고쳐야할 부분이 눈에 띄더라도, 냄새가 나는 음식은 뚜껑을 덮어 보관하듯이 굳이 지적해줄 필요는 없다. 굳이 미움 받을 행동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마키아벨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애정이 아니라 공포'임을 간파했다.

 

저자는 세상 사람들의 상식적인 의견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마키아벨리는 '전술론'에서 "무슨 일을 하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다. 그러나 무엇을 할지 결정할 때에는 다른 사람과 상의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의 '상식적인 의견'만을 듣다보면 새로운 시도를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상의하지 않는 게 낫다. 사람들은 대체로 누군가가 조언을 구하면 우선 반대 의견부터 내놓는다."

 

저자는 본심을 숨기고 위장하라고 말한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론'에서 "화급을 다툴 필요가 있거나 실행할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음모를 발설해서는 안 된다. 말을 하더라도 오직 한 사람, 그 충성심을 오랜 기간 충분히 시험해온 사람이거나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어째서 원하지 않는 것을 요구해야 할까. 바로 본심을 감추기 위해서다. 본심을 위장해야 자신에게 유리한 교섭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우연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성공하고 싶다면 기초력을 충분히 길러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어느 날 갑자기 행운이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닥치는 대로 끊임없이 원서를 번역하라. 자신이 번역한 책이 출판될지의 문제는 나중 일이다. 그렇게 해서 실력을 길러두지 않으면 어느 날 우연히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번역을 맡게 된다 해도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버리기 십상이다."

 

책 <마키아벨리에 인생지략>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너무 성악설에 비춰진 내용도 나와서, 공감이 가지 않는 내용들도 있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간관계에서 보다 영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 실정에 맞게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것은 버려가며 읽는것이 좋을듯하다. '쇼핑 리스트법'이라 불리는 교섭기법이 있는데, 예를 들어 과일바구니에 담긴 멜론을 꼭 사고 싶을 때 "멜론 주세요"라고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면 상대에게 본심을 들키게 된다. 그럴 때에는 "바나나 주세요"라거나 "오렌지 주세요"라며 전혀 원하지 않는 과일을 먼저 요구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상대가 추천하면 "그럼 멜론도 나쁘지 않겠네요. 멜론으로 양보했으니 적당한 가격에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게 쇼핑 리스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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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
후나타니 슈지 지음, 이수미 옮김 / 아비요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책 <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은  메일매거진 <헤이세이 진화론>의 발행자인 일본인 저자 후나타니 슈지가 쓴 책이다. 롤 모델을 가슴에 품고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인생의 변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말한다. 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는 책 제목처럼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한 가지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나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많은 사람을 만나 그 중에서 내 인생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스승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활짝 열어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도모하다 보면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사람과 인연이 닿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세계에서 활약하는 사람을 두루 만나는 건 매우 유용한 활동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해 왔는데, 그 변화의 공통점은 타인과 만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타인의 인생을 자기화하는 독서법'를 이야기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관련성 없는 책을 손닿는 대로 100권 읽는 것보다 같은 저자의 작품이나 저자의 지인 관계에 주목하여 선택한 책을 100권 읽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자신이 읽으려는 저자의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번이라도 책의 저자와 접촉한 후 독서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을 때와 책에서 받는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과 행동을 직접 보고 들으면 활자가 입체감을 띄우듯, 마치 저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책을 선택할 때는 신문이나 잡지, 메일매거진, 블로그 등에 실린 서평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나와 공통된 지향점을 추구하는 친구나 지인의 소개도 큰 도움이 되고, 세미나나 강연회에서 강사사 추천하는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끌리는 책이 있으면 최대한 구해서 읽도록 하자. 꼭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할 필요는 없다. 책장을 훌훌 넘기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있으면 그 부분만 읽어도 좋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과 책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저자에게만 초점을 맞춰 만남을 심화시켜가는 방법이 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책을 읽어보라. 이 방법의 좋은 점은 그 저자의 '사고 체계'를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독서법을 그래프화하면, 그래프의 Y축으로는 그 저자가 살아온 발자취를 시간순으로 좇고, X축으로는 그에게 영향을 준 타인의 저작을 좇는 게 된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글쓴이의 인생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따라가게 되는데, 마치 저자의 인생을 자신의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1) 그 저자의 책을 최대한 모은다.

2) 책이 모였다면 과거에 쓴 책부터 현재까지 시간 순으로 읽는다.

3) 그중에서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거나 어디엔가 소개된 것, 참고서적과 관련서적으로 언급된 것, 혹은 그 저자가 영향을 받은 책까지 모두 구입하여 읽어본다."

 

'만남은 나를 알리는데서 시작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나의 강점이나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세계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친구 관계 등 나에 관한 정보가 주위에 알려져 있지 않으면 나는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면 누구와도 만날 수가 없다. 따라서 타인을 만나려면 나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것은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신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내가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여태까지 메일 매거진을 써왔다. 그러므로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의식하며 메시지를 작성하고 보내야 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내가 원했던 사람과의 바람직한 만남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내가 발신하는 정보에 어떤 식으로든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기고, 같은 길을 걷는 동료와도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가치관이 정반대인 사람과의 만남을 줄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정보를 발신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데,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면 된다."

 

저자는 '몰입하는 일에서 답을 구하라'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몰입했던 것을 서로 연결하여 독자적인 세계, 독자적인 시장을 창조해보자. 아무리 작은 세계라도 상관없다. 타인이 끼어들 수 없는 분야를 만들고 자기만의 강점을 활용하여 그 시장의 넘버원, 온리원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인생의 이미지에 맞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몰입하여 얻은 기술이나 경험을 하나하나 소중한 마음으로 자기 안에 남기다 보면 그 조합에 의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그 때 지켜야 할 것은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태도이다. OO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OO하고 싶다는 마음에 따르라. 그 분야가 돈이 될지 안 될지, 장래성이 있는지 없는지, 시장이 큰지 작은지, 출세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생각할 필요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성공한 시장이라고 해서 내가 반드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장이 크고 장래성이 있다 해도 애당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면 어떤 일이든 잘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때는 '하는 발상'이 아니라 '되는 발상'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늘 '되는 발상'으로 임한다면 무리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독자로 등록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나 자신이 소유하는 자원을 지속적으로 '인지'해주길 바란다고 한다. 인지해주었다면,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해' 받고 싶고, 그 다음에는 '신뢰'와 공감을 얻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공감'해주는 사람과 '깊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기대감을 담아 메일매거진을 꾸준히 신신하고 있다는 저자의 자세를 본받고 싶다. 되는 발상 시스템을 통해 긴 안목으로 엄청난 재산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매출을 올리기'보다 '매출이 오르도록', '돈을 벌기' 보다 '돈이 들어오도록'. '사람을 모으기' 보다 '사람이 모이도록', '지혜를 모으기' 보다 '지혜가 모이도록' 이런 발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OO를 하기' 보다 'OO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유지하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하고자 하는 일에 부자연스러운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검토하곤 한다."

 

장자는 '무용지용'이라고 했다. 이 말은 '사람은 모두 유용의 용만 알고 무용의 용을 모른다는 말로, 얼핏 보면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은데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지금 당장은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 성과를 올리는 데 별로 도움도 안 되는 것에 사실은 큰 가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도 손쉽게 잘라버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 문화론, 문명론 공부, 업무와 관계없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의 책 읽기, 다른 업계의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 가급적이면 해외에 자주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항상 효율화, 합리화를 요구받는 현대인들은 단기간에 보다 많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유용지용', 즉 자기 업무를 효율화, 합리화하기 위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급급하여 무용지용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개인의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만의 차별화 요인이다. 차별화 요인은 무용지용을 통해 넓어진 세계에서 장래의 비전이나 지향, 강점을 이끌어냈을 때 비로소 생성된다. 그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료가 된다. 저자는 눈 앞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유용지용에 힘쓰는 것도 좋지만 내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무용지용의 필요성을 알아두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과 철학 중 철학을 추구하면 자신이 취해야 할 이상적인 세계에 의식을 집중하고 늘 자기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타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비교할 대상도 사라진다. 철학이나 이념은 매뉴얼로 만들 수도 없고 모방할 수도 없다. 자신의 철학을 매일 점검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핵심 부분이 확립되어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저자는 '합리화한 시간으로 비합리적인 시간을 즐기라'라고 말한다. 저자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꼭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는 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은 1년생 화초가 아니라 다년생 나무와 같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쓸데없어 보이는 나뭇가지라도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매일 감동하고 매일 배우라'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자신이 그동안 메일매거진을 꾸준히 써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해 왔던 요소는 바로 '감동 체험'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감동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메시지라도 읽는 사람이 감동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인생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 정보다 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낯선 장소에 가보는 것이다. 늘 자기 세계를 넓히려는 마음가짐으로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고자 노력하면 감동이 끊이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감동을 얻으려면 지속도 갖춰야 한다. 왜냐하면 똑같은 것을 보아도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깊이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보고 들으면 더 잘 이해하고 깊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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