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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책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시락에는 각자의 사연이 담겨있다. 따뜻한 도시랑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사람과 도시락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뚜껑을 연 순간, 전율을 느낀다. "도시락 좀 봐도 될까요?" 내 부탁에 뚜껑이 서서히 열린다. 바로 그때, 뚜껑을 열 때의 그 뭐랄까, 쑥스러운 듯, 부끄러운 듯한 표정과 '좀 봐 주세요'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냄새도 은근히 코를 자극한다.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그리고 수없이 만난 도시락들.

옛날 친구 집에 처음 놀러갔을 때 느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자신의 집처럼 익숙한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랄까. 그곳에는 신선함과 놀라움이 있었다. 냄새, 조명의 밝기,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식구들의 목소리.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이쪽" 이라며 손을 잡아당기는 순간, 그대로 멀리,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심장이 쿵덕쿵덕,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와 남편, 아이들, 친구와 연인이 만들어 주는 도시락, 그리고 그 도시락을 먹는 사람을 통해서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늘 변함없는 맛, 언제가 같은 모습의 도시락을 만나러 가는 익숙하지만 낯선 이 여행 덕분에 나는 지금도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여전히 맛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도시락의 시간>에서는 집유원, 증류소 직원, 귤 재배, 간호사 겸 말 체중 측정 담당, 디자인학과 교수, 해녀, 수타면 장인, 모래찜질온천 직원, 관광마차 마부, 원숭이 재주꾼, 데와산잔 신사 음악 연주자, 역무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농협직원, 제과직원, 아이누 예술인, 고등학생, 사찰 승려, 북 연주자, 항공기 정비사, 세이센료 직원, 홈메이드 과일잼 전문점 직원, 요금소 징수원, 낚시터 경영, 가야부키 장인, 유람선 뱃사공, 라디오 MC, 농협 차장, 할머니, 유치원생, 사진가, 철도 운전사, 농협 홍보 담당, 산림조합 기술작업원, 옜날이야기꾼, 스키투어 가이드, 영어회화 강사, 스에히로주조직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먹는 도시락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처음에 도시락의 주인공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다거나, 사진을 찍을 정도의 도시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와 여행 가이드북을 펼쳐 놓고 익숙하지 않은 지명을 짚어가면서 "아, 시부스키 온천에 가고 싶다" 같은 이야기로 도시락 주인공 찾기를 시작했다. 부인의 계란말이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준 계란말이로 이야기가 옮겨가고, 어머니의 달콤한 계란말이를 떠올린 순간 도시락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술맛보다 좋은 엄마 손맛이라는 도시락 이야기의 사코 시게루의 이야기 속에서 도시락이라는 소재로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저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어머니는 일을 하느라 바빠서 사실 반찬을 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래서 반찬이 늘 초라했죠. 어릴 때는 도시락에 참 불평불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열심히 정성을 다해 싸준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말이죠."

 

 

 

 

역무원인 사카마키 기누요의 사연속의 도시락은 남편이 싸준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다.

 

"남편이 싸준 도시락이 오후의 '활기의 원천'이라우. 집이 가까워서 가서 먹어도 되지만 귀찮아서 싫어. 남편한테는 고맙게 생각해. 일찍 일어나서 내가 옷 챙겨 입고 화장하는 동안 도시락을 싸주거든. 계란말이도 맛있고 생선도 얼마나 잘 굽는지, 여하튼. 다 잘해. 정말 잘해. ㅈ머심에 도시락 뚜껑을 열면 "어머나, 이런 것도 들어 있구나."하고 언제나 새로워."

 

 

 

 

 

 

 

노후를 위한 맛있는 절약의 도시락 이야기인 제과 직원 아사이 마코토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왜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느냐고요? 역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죠. 이런 말하면 좀 그렇지만, 노후를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돈을 저축해두고 싶어요. 무슨 일이라는 건, 결혼 같은 그런거죠. 물론 지금으로선 전혀 결혼할 예정도 없지만 말이예요."

 

 

 

 

 

 

 

아버지의 따뜻한 계란말이를 보여준 요즘소 징수원 우치무나 나루유치의 사연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정이 있어서 아내와는 별거중입니다. 대학에 다니는 딸 둘하고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죠. 도시락은 늘 내가 싸요. 30분 정도면 충분하죠. 자주 먹는 계란말이는 내 손맛이 들어 있다고 할까, 딸애들은 내가 만든 계란말이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간장하고 설탕만 넣는데,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하고, 그 뭐랄까 맛이 묘합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만주 공장에 가서 일하기 때문에 아침에 집에 안 계세요. 그래서 아침밥은 내가 하죠. 저녁밥은 어머니가 하고요.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역할 분담이 되었는데, 그럭저럭 별 탈 없이 잘해 나가고 있어요."

 

 

 

 

 

 

 

차가운 밥으로 견뎌온 세월을 이야기한 사진가 아쿠타가와 진의 도시락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가끔 도시락을 싸지만 예전엔 거의 매일 도시락을 들고 다녔어. 결혼 초기지, 아마. 그때는 취재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하루벌이 노동을 했거든. 사진을 찍고 싶어서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취직을 안 했어. 가끔 출판사에서 촬영 의뢰도 있고 해서 말이야. 그때는 벽돌 장인의 조수로 일했는데, 일한 날만 돈을 받는 시스템이었지. 약간 독특한 사람이라서 아침에 현장에 가서 비가 툭하고 차 앞 유리창에 떨어지면 바로 차를 유턴해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어. 하루 벌이로 먹고 살던 때의 도시락에 얽힌 기억 같은 건 사실 없어. 그저 추운 겨울 날 차가운 밥을 위장에 꾹꾹 집어넣었던 기억밖에는. 도시락에는 만드는 사람의 성격이 나오지. 어머님의 도시락은 마치 선을 그어놓은 듯한 도시락이었어. 남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지. 우리 집 도시락은 지나치게 사각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책 <도시락의 시간>은 다양한 사연의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다. 도시락에 관한 추억, 가족에 대한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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