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뱀파이어 스토리콜렉터 12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책 <대통령의 뱀파이어>는 <블러드 오스 : 피의 맹세>에 이은 2편이다. 1편인 소설 <블로드 오스 : 피의 맹세>는 초자연적 존재들로부터 대통령과 시민들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뱀파이어 케이드, 그리고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젊은 정치인 잭의 활약상을 그린 뱀파이어 작품이다. 뺀질한 바람둥이 정치인과 최강 뱀파이어 비밀요원의 결합이 만드는 신선한 이야기 소재가 소설을 읽는내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책 <대통령의 뱀파이어>에서는 1편에 나왔던 파트너인 잭과 뱀파이어 케이드가 등장한다.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대통령과 시민들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뱀파이어 케이드는 정체불명의 도마뱀과 싸우면서 도마뱀 바이러스를 알게된다. 또한, 2편에서는 그림자 기관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등장한다.

 

"그림자 기관이 그의 나이만큼 오랫동안 활동해온 조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케이드는 오직 즉각적인 위협에만 집중해왔다. 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적은 우거진 숲속에 몸을 숨긴 짐승만큼이나 찾기 힘들다. 눈앞에 정면 공격이 펼쳐지기 전까지 음모는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달려드는 어떤 적도 가볍게 물리칠 수있다고 믿을 만큼 오만했고, 또 능력이 있었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그 믿음을 산사이 깨어버릴 때까지 그는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현재뿐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떠오르는 위협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과거에 인간의 무능함이나 탐욕, 사악함, 악의 정도로만 일축했던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서로 뒤얽히기 시작했다. 따로 놓고 보면 그저 그의 길고 요상한 인생을 구성하는 단순한 사건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합쳐놓으면 지금껏 존재조차 몰랐던 적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세상 이면의 어딘가에 숨어 그를 지켜보고, 행동하고, 대응과 무시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악당의 모습이. 이 상대의 모든 것은 비밀에 싸여 있다. 그러나 그림자 기관이 존재의 흔적은 지우려애쓸 때마다 오히려 그들을 덮고 있던 가림막이 조금씩 걷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점점 과감하게 자신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 보면 그 모습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명백했다. 응시할 곳을 제대로 짚기만 하면 그것은 배경 속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발견되면 두 번 다시 숨을 수도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자 기관의 인물인 북에 대한 특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감정을 이입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어떤 행동들이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지도 알고 있었다. 단져지는 모든 가상적 상황에서 그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릇된 옵션을 선택했다. 다른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과 달리 그의 그런 선택은 뒤틀린 이기심이나 미래의 이득 따위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북은 선발 과정을 마저 거치지도 않은 채 그림자 기관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사디스트가 아니었다. 그가 품은 악의는 순전히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었다. 타고난 재능이나 다름없었다. 생전 처음 쥐어본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연주해내는 천재적 명연주자처럼, 북은 대번에 상대의 약점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졌다.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 역시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그레이브스가 케이드에게 한 대사가 인상적이다. 한 나라가 갖는 커다란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역사의 결과는 뒤바뀔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가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힘을 우연히 갖게 되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신의 은총 때문도 아니고, 우리가 건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도 아닙니다. 우린 이 엄청난 힘을 얻기 위해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피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우리가 일으킨 모든 전쟁들, 소소한 잔혹 행위들, 지뢰 줍는 아이들. 하지만 우린 아직 갈 곳이 멉니다. 베트남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우린 전쟁에서 많은 사상자를 내본 적이 없어요. 세상이 느끼는 고통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얘깁니다. 우린 빚을 지고 있어요. 우리가 누구에게 그걸 갚아야 하는지 당신도 알 겁니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도마뱀 바이러스, 그림자 기관의 위협으로부터 잭과 뱀파이어인 케이드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그림자 기관의 그레이브스라는 인물을 통해 특히 정치적 권력과 암투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그레이브스에게는 원자재로 쓸 인간들이 필요했다. 갑자기 사라져도 세상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재소자들 대부분은 불평가, 존재감 없는 유령 인간, 노숙자, 정신병자, 방랑자, 또는 범죄자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반갑지 않고, 잊힌 사람이라고 어딘가에는 그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가 한둘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전장이나 포로수용소에서 실종된 이들도 군의 전산 시스템과 등기 명부에 올라 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함부로 끌고 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는, 이름조차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교전 지역에서, 또는 재난 지역에서 그런 아이들을 수십 명씩 데려와도 세상은 크게 호들갑 떨지 않았다. 케이드는 진작부터 그레이브스가 아이들을 이용해 뱀머리 괴물을 만들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레이브스는 이 아이들을 바이러스 배양기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끔찍한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해 희생되고 있는 포근한 둥지에 불과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