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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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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는 박찬일 쉐프가 들려주는 맛에 관한 이야기, 맛과 추억에 관한 에세이이다. 

 

"음식의 변화는 우리 몸과 정신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섭취와 소화, 배설로 이어지는 단순한 물리전 구도에 '맛'이라는 강력한 조커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맛은 문명과 동일어이기도 하다. 맛으로 인간은 인간다워졌다. 야비해지고 더러워지고 아름다워지고 복합적인 존재로 변해갔다. 섹스가 번식이 아니라 사랑과 소유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치사한 인간사의 대로망이 시작되었듯이 말이다."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밥의 욕망, 밥에 대한 욕망, 그것이 우리를 살린다. 내가 사랑하는 가장 심드렁한, 그렇지만 마력의 이 문장을 되새김질한다. 포드나 테일러가 가장 싫어할, 월스트리트가 증오할 문장이겠으니.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합시다!" "

 

책의 1부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음식의 다양한 추억의 감성을, 2부에서는 외국 음식에 대한 추억을, 3부에서는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과 맛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병어, 짜장면, 짬뽕, 국수, 수박과 화채, 닭백숙, 돈가수, 만두, 도시락 찬합, 배추전, 마늘, 서산 계국지, 남도 한정식, 산낙지, 멸치, 멍게, 꼬막, 바지락 칼국수, 고등어 등 우리나라 음식들과 함께한 저자의 추억의 맛을 읽고 있으면 그 음식을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

 

"국수는 어느 작가가 '혁명가의 음식'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이 한 그릇 바쁘게 뚝딱 해치우는 음식이라는 뜻일 테다. 나는 그런 국수에게 '우물가 음식'이라고 한 줄 더한다. 펌프든 우물이든, 그 습하고 더운 여름날의 오후, 국수 한 그릇을 마당에서 말아 먹을 수 있었던 우리는 행복했다. 지금 다시 그 국수를 먹을 수 있을까."

 

"돈가스는 알다시피 돼지 돈자와 영어 커틀릿이 합쳐진 말이다.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최초의 혁명, 메이지 유신 시기에 유럽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그 요리가 일제 치하의 우리에게 전달되고, 경양식집이라는 전형적인 일본식 레스토랑 스타일로 조선에 전해졌다는 게 정설이다. 돈가스는 일본에서 명명된 것처럼 유럽의 포크커틀릿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보통 유럽의 경우 고기를 두들겨 펴는 경우가 많은데, 돈가스는 두툼하게 튀기고, 잘라서 제공된다는 점이 원형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먹게 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돈가스를 받아들여 나름의 세계를 만든다. 일본식 돈가스보다는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경양식 스타일로 남아 있게 된다. 물론, 일본의 전형적인 경양식집의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일본이 포크커틀릿을 일본화한 것 이상으로 한국화의 개성을 한껏 보여준다. 일본이 단무지를 제공하듯이, 우리는 김치를 주고 심지어 풋고추에 된장을 함께 주기도 한다. 우거지국을 사이드로 주는 집도 있다. 역시 창의적인 한국인다운 발상이다. 매운 음식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우리의 식성을 반영한다고 할까."

 

"꼬맛의 맛은 뭐랄까, 바다의 맛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벗어나는 무엇이 있다. 잘 삶은 꼬막은 살이 터짓 듯이 팽팽한데, 도도한 살집 밖으로 한껏 부푼 막 같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막 속에 짜고 고소하며 감칠맛 도는 '액체'가 들어 있다. 바닷물과는 사뭇 다르고, 그렇다고 미더덕이나 멍게 속의 체액 같지도 않은 어떤 것이다. 그 액체는 약간의 비린 맛이 있어서 혀를 휙 감고 돈다. 아릿한 맛 뒤에 천천히 저 개펄의 뒷맛을 전해준다."

 

2부에서는 카놀리, 토마토소스, 소내장요리, 달걀, 치즈, 랍스터, 햅버거, 토끼고기와 초콜릿, 캐비아, 쌀국수, 홍콩딤섬, 나시고렝, 바칼라, 할랄푸드, 라멘, 두부에 관한 저자의 추억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3부에서는 김승옥의 <서울,1964년 겨울>에서 참새 머리의 맛, 김훈의 <남한산성>에 등장하는 맛,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서 민어의 맛,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연어의 맛,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서 토마토의 향,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지중해식 문어 삶기, 성석제 <소풍>에서 냉면의 맛, 백영옥의 <스타일>에서 고기 권하는 사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황새치를 가르는 장인의 솜씨를 이야기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맛의 향연은 음식이야말로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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