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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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갑시다>는 메가스터디 엠베시트 김성오 대표의 성공담을 기록한 자전적 수필로 2007년 출간되자마자 대기업들의 필독도서로 선정될 만큼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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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1983년에 마산의 변두리에 600만원을 빌려 4.5평 약국을 개업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던 '육일약국'을 마산시 택시운전사 절반이 알게 되는 택시 포인트로 만들고 매달 20여만원의 전기세가 나올만큼 천장에 많은 형광등을 달아 캄캄한 한밤중에도 약국이 별처럼 빛나게 하고, 마산시에서 두번째로 자동문을 설치하여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신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성오는 좁은 약국에 약사를 한명 더 고용하여 전문성을 높이고 시간을 쪼개 전국의 소문난 약국을 직접 찾아 다니며 성공 노하우를 배운다. 또한, 한약을 조제하기 한달전부터 소위 '향기마케팅'을 전개하고 이도 모자라 약국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는 '감성마케팅'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지역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여 부모가 자녀에게 '너도 이 다음에 육일약국 아저씨같은 사람이 되라'라는 말을 하게 만들기까지...


썸네일그의 창의력과 실천력은 끝이 없었다.

지금이야 널리 알리진 경영 비법들이지만 인터넷도 없고 관련 서적도 많지 않았을 30여년 전에 이와 같은 방법을 생각해내고 또 꾸준히 행동에 옮겼다는 점이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지칠줄 모르는 강철사나이로 만들었을까. 도대체 그 어떤 놀라운 힘이 그를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사는 것을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삶으로 인도한 것일까. 바로 좀 더 나은 자신, 좀 더 나은 미래, 좀 더 나은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사실, 꿈이 없어서 혹은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리라.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한 가지씩은 담겨 있을 것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극소수의 사람만이 꿈을 이루는 건 굳은 의지와 실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신용과 사람을 중시 여기며 무엇보다도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자기 확신이자 신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아인슈타인은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곧 성공이요, 그런 사람이 곧 성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오는 진정 성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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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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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맡은 마쓰모토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上)과 (下)를 다 읽었다.

때론, 감탄하기도 했고 때론 시공간의 벽을 넘지 못해 작품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번째로 접했던 세이초의 <점과 선>을 읽은 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세이초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명불허전'

일본 추리소설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요,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하여 역량있는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마쓰모토 세이초의 월드에 드디어 입성한 것이다! 


세 이초는 트릭과 사건 해결을 중시하는 본격파 추리소설과는 달리, 범죄를 구성하는 요소로써 사회적인 환경에 주시했다. 41세라는 뒤늦은 나이에 <사이고샤쓰>라는 작품이 아사히 주간에 3등으로 입상하면서 문단에 데뷰하여 1992년 81세를 일기로 사망할때까지 무려 1000여편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원고지로 24만장(장편소설 1권이 평균 원고지 1000장분량)이면 장편소설 240권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40년 동안 장편소설 240권을 쓰려면 1년에 6권, 평균 두달에 한권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믿겨지지가 않는다. 압도적인 양뿐만 아니라 세이초는 <모래 그릇> <점과 선><일본의 검은 안개> 등 장편과 연재물을 비롯해서 빼어난 단편 수작들을 많이 남겼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방대한 작품들을 보면서 일찍이 다작으로 유명한 조선의 다산 정약용식 글쓰기와 책쓰기 방법을 스스로 체득한게 아닐까 싶다. 세이초는 철저한 검증과 엄청난 사전조사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작품을 연재했고 또 완성해나갔다. 물론, 세간의 의심처럼 대필작가를 두었던 건 아니었지만 출판사 편집자들이 사전조사와 검증 작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의 다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 문호인 모리 오가이가 고쿠라에 머물었을 당시를 배경으로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흔적들을 찾아 나가는 내용을 담은 <어느 '고쿠라 일기'전> 과 <삭제의 복원>등은 탐정과 르포작가다운 세이초의 '기질'이 잘 들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설속 허구의 인물이 작가의 머리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이와 같은 발상의 계기가 되어준 실제 인물들과 작가와의 관계를 추적하는 세이초의 눈길은 예리하다 못해 집요하기까지 하다. 나는 감히 세이초가 추리소설이 아닌 실존 인물의 전기를 전문적으로 쓰는 전기작가가 되었더라도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추리소설에 대한 형식과 공식을 새롭게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방대한 작품 양 또한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세이초의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의 결과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중, <사이고사쓰>나 <어느 고쿠라 일기전> 등은 일본어 고유명사와 지명등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까닭에 일본어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었다. 작품이 쓰여진 연대로부터 50여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는 곧바로 작품에 대한 느낌과 생각의 차이를 불러왔고, 이와 같은 요인들이 나의 무지와 결합하여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방해한 것이리라. 


그 러나 예상치도 못한 결론이나 반전을 보인 작품들 예를 들면, <일 년반만 기다려> <광갈자>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 <과다 지불한 중대 사례비> 등은 '과연, 세이초구나...'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만큼 탁월하다.


이 밖에도 직장내 따돌림을 다룬 <까마귀>와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는 미국과의 검은 커넥션을 그린 <제국 은행 사건의 수수께끼> 등은 세이초가 일본 사회의 심층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얼마나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하이쿠 여류시인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국화 베개>,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그 남자에 대한 애증이 시벌겋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불의 기억>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은 나이에 이른 백발의 손자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뼈단지 풍경>등은 늦가을 비온 뒤의 산길을 걷는 것처럼 애잔함에 마음 한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로 자타가 공인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해제 역시 볼만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원래 상중하 세권으로 출판된 세이초 컬렉션이 내가 애용하는 국립도서관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상하 두권만 소장되어 있고 가운데 중(中)권이 누락되어 있는 관계로 중권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권으로 편집된 제5장과 6장은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과 '불쾌한 남자들의 초상'이라는 부제아래 각각 4개의 작품이 실려 있어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터라 더더욱 애가 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라딘 중고 서점을 기웃거려 보았건만 새 책이라서 그런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쉬움이라도 달래볼 요량으로 이미 수십 수백 번 읽은 제목만이라도 적어 본다.


중권


제5장 |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
해제 미야베 미유키
멀리서 부르는 소리
권두시를 쓰는 여자
서예 강습
결혼식장의 미소

제6장 | 불쾌한 남자들의 초상
해제 미야베 미유키
공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공백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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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을 가져라 - 지식경영시대의 책쓰기 특강
송숙희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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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책을 갖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닐까. 밀란 쿤데라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책을 쓰고 출판하고자 하는 욕망을 '그라포마니아'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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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을 가져라>는 잡지사 기자와 출판 편집자 출신인 저자가 이런 현대인의 욕망을 포착하고, 그 욕망을 어서 빨리 실현하라고 '부추기는 책'이다. 저자 또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책 출판 방식을 몸소 증명하기라도 하 듯 2~3개월에 걸쳐 '속전속결'로 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저자의 주장처럼 누구나 자신의 책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별의별 사람들이 별의별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고 있고, 또 평생 몸담아 온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록한 책들은 분명 가치있고 또 그런 책들을 출판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깊은 사색과 고민의 과정 없이 붕어빵 찍어 내듯 찍어내는 책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책만들기를 도와주는 강의를 하고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이 순수하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저자는 자신의 사업 번창을 위해 세상을 뒤덮고 있는 많고 많은 인간의 욕망들 중 한가지를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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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책을 갖고 싶다는 세상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널리 읽히는 고전 명작들을 보라.

하나같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 울림이나 감동은 어떤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실용서적이나 개인의 삶을 기록한 일기나 수필 등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릇 양서(良書)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 읽고 난 후 독자 스스로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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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등...

나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그 '물음'말이다.

 

다시 고전을 읽어야겠다. 

중요한 지식과 정보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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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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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고난 운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패기 만만한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을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면 도대체 평범한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오히려 인생이란 타고난 운명을 스스로 바꾸고 새롭게 개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앞에 쌓이는 세월의 두께가 더해갈수록 인생은 우연한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점점 부인하기 어려워진다.


우선,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나 '가족'을 선택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 누구도 부모나 자식 혹은 타고난 재능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나의 노력여부와는 무관한- '부모'나 '가족' 혹은 '사회' 덕분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모두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제도와 체제를 잘 갖추고 있는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지나친 비약이긴 하지만 만약 아주 가난한 국가에서 기본적인 인품조차 갖추지 못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더라면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모두 자신의 전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그래서 삶의 혜택을 아무 거리낌없이 누릴 자격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바로 위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눈물겹더라도 보통사람보다 월등히 많은 부와 혜택을 누리기에 충분하고 타당한 그런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너나할것없이 조금씩은 몸담고 있는 사회와 동시대인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기부와 배려 역시 바로 이와 같은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에 비추어 볼 때, '내돈 내맘대로 쓰면 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이 쌓은 부와 성공은 일정부분 아니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가 아닌, 우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한 우연의 결과란 물론 국적이나 부모 혹은 타고난 재능 처럼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이 아닌 우연히 주어진 것들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의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도 아니며, 보편적인 선 즉,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여러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비록 내 삶을 불편하게 만들지언정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 말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과 편리함이 사실은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우연히 얻어진 것이라는 자각이야말로 사회적 책임을 깨닫고 정의를 실천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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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2 : 묘사와 배경 -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에는 섬세한 문장이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2
론 로젤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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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 중, 두번째는 묘사와 배경이다. 지은이인 론로젤은 스스로 뛰어난 작가이면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소설 작법을 가르치는 이름난 강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다 넘기고 나서도 한참이나 나는 론로젤을 당연히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굳이 뛰어난 작가에 여성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섬세한 묘사와 탁월한 배경 설정은 여성작가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니었는지...

론로젤은 말한다. 

누구나 소설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발상과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만 그들 모두가 이를 소설작품으로 완성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구체적인 묘사와 배경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냥 줄줄 이야기만 나열한다면 마치 앙꼬 없는 단팥빵을 씹어 먹는 것처럼 맛이 없고 재미가 없다. 그렇다면 뛰어난 묘사와 배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바로 작가의 치밀한 구상과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상상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설령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일지라도 인류의 과거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약간 혹은 다소 많은 수정을 가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소설은 기본적으로 '그럴듯'해야만 한다. 즉, 언제 어디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어야만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이란 바로 이 언제 어디서에 해당되는 시공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평사리'라는 장소는 작가의 고향인 경남 하동의 어느 마을일거라는 인상을 주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럴 것이라는 추측에 불과할 뿐,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해 창조된 마을이라고 한다. 토지의 배경 설정이 너무나도 그럴듯해서 이미 독자들은 작가가 만들어놓은 '평사리'라는 가상의 배경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다시 말하면 소설의 배경이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열고 들어가는 '옷장의 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배경이 그럴듯 할수록 작가는 독자를 훨씬 쉽게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의 속으로 이끌 수 있는 반면, 배경이 엉성할수록 독자가 이야기속으로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여 결국 독자를 속이는데 실패하고 만다.


론로젤은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02 에서 좋은 소설작품은 배경 못지 않게 묘사가 훌륭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묘사는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구구절절해서는 안되며, 정곡과 헛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되 독자의 관심을 '꽉ㅡ' 불들어 매두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묘사와 배경은 독자의 두뇌활동을 자극하는 데에 앞장선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지만 모든 것들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소설의 성공 여부는 설명하는 데에 있지 않고 바로 보여주는 데에 있다. 일일히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독자가 느끼고 상상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론로젤은 바로 이 점을 알려주기 위해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02 에서 다양한 예문들을 제시하고 있다. 잊지말자. 소설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임을......


'좋은 소설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대학교 시절 문학 수업시간에 교수로부터 이 말을 듣고 깊은 충격에 사로잡힌 바 있는 론로젤은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02 <묘사와 배경>를 이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진실이다. "좋은 소설은 배경과 묘사가 뛰어나지만 또한 배경과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초월한다."


끝으로, 론로젤이 진부한 표현으로 언급한 '그림처럼 예쁘다’거나 인물이 ‘교회의 생쥐처럼 조용하다’거나 ‘머리 잘린 닭처럼 돌아다닌다’ 등의 표현은 첫번째 문장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신선한 표현으로 다가왔다. 아마 영어와 한국어라는 언어적 '배경'의 차이때문이리라. 그러므로 때론 외국소설을 읽으면서 원문이 그대로 들어난 번역투 문체-번역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좋은 번역문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를 통해 새로운 표현을 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국어 번역사로서 그동안 도착어를 기준으로 한 번역을 지향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만약 문화적 차이로 인해 원문식-출발어 위주의-표현이 한국 독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표현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 도착어 위주의 번역을 할 것인지 아니면 출발어 위주의 번역을 할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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