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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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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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고난 운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패기 만만한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을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면 도대체 평범한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오히려 인생이란 타고난 운명을 스스로 바꾸고 새롭게 개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앞에 쌓이는 세월의 두께가 더해갈수록 인생은 우연한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점점 부인하기 어려워진다.


우선,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나 '가족'을 선택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 누구도 부모나 자식 혹은 타고난 재능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나의 노력여부와는 무관한- '부모'나 '가족' 혹은 '사회' 덕분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모두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제도와 체제를 잘 갖추고 있는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지나친 비약이긴 하지만 만약 아주 가난한 국가에서 기본적인 인품조차 갖추지 못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더라면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모두 자신의 전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그래서 삶의 혜택을 아무 거리낌없이 누릴 자격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바로 위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눈물겹더라도 보통사람보다 월등히 많은 부와 혜택을 누리기에 충분하고 타당한 그런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너나할것없이 조금씩은 몸담고 있는 사회와 동시대인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기부와 배려 역시 바로 이와 같은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에 비추어 볼 때, '내돈 내맘대로 쓰면 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이 쌓은 부와 성공은 일정부분 아니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가 아닌, 우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한 우연의 결과란 물론 국적이나 부모 혹은 타고난 재능 처럼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이 아닌 우연히 주어진 것들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의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도 아니며, 보편적인 선 즉,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여러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비록 내 삶을 불편하게 만들지언정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 말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과 편리함이 사실은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우연히 얻어진 것이라는 자각이야말로 사회적 책임을 깨닫고 정의를 실천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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