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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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맡은 마쓰모토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上)과 (下)를 다 읽었다.

때론, 감탄하기도 했고 때론 시공간의 벽을 넘지 못해 작품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번째로 접했던 세이초의 <점과 선>을 읽은 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세이초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명불허전'

일본 추리소설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요,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하여 역량있는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마쓰모토 세이초의 월드에 드디어 입성한 것이다! 


세 이초는 트릭과 사건 해결을 중시하는 본격파 추리소설과는 달리, 범죄를 구성하는 요소로써 사회적인 환경에 주시했다. 41세라는 뒤늦은 나이에 <사이고샤쓰>라는 작품이 아사히 주간에 3등으로 입상하면서 문단에 데뷰하여 1992년 81세를 일기로 사망할때까지 무려 1000여편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원고지로 24만장(장편소설 1권이 평균 원고지 1000장분량)이면 장편소설 240권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40년 동안 장편소설 240권을 쓰려면 1년에 6권, 평균 두달에 한권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믿겨지지가 않는다. 압도적인 양뿐만 아니라 세이초는 <모래 그릇> <점과 선><일본의 검은 안개> 등 장편과 연재물을 비롯해서 빼어난 단편 수작들을 많이 남겼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방대한 작품들을 보면서 일찍이 다작으로 유명한 조선의 다산 정약용식 글쓰기와 책쓰기 방법을 스스로 체득한게 아닐까 싶다. 세이초는 철저한 검증과 엄청난 사전조사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작품을 연재했고 또 완성해나갔다. 물론, 세간의 의심처럼 대필작가를 두었던 건 아니었지만 출판사 편집자들이 사전조사와 검증 작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의 다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 문호인 모리 오가이가 고쿠라에 머물었을 당시를 배경으로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흔적들을 찾아 나가는 내용을 담은 <어느 '고쿠라 일기'전> 과 <삭제의 복원>등은 탐정과 르포작가다운 세이초의 '기질'이 잘 들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설속 허구의 인물이 작가의 머리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이와 같은 발상의 계기가 되어준 실제 인물들과 작가와의 관계를 추적하는 세이초의 눈길은 예리하다 못해 집요하기까지 하다. 나는 감히 세이초가 추리소설이 아닌 실존 인물의 전기를 전문적으로 쓰는 전기작가가 되었더라도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추리소설에 대한 형식과 공식을 새롭게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방대한 작품 양 또한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세이초의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의 결과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중, <사이고사쓰>나 <어느 고쿠라 일기전> 등은 일본어 고유명사와 지명등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까닭에 일본어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었다. 작품이 쓰여진 연대로부터 50여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는 곧바로 작품에 대한 느낌과 생각의 차이를 불러왔고, 이와 같은 요인들이 나의 무지와 결합하여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방해한 것이리라. 


그 러나 예상치도 못한 결론이나 반전을 보인 작품들 예를 들면, <일 년반만 기다려> <광갈자>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 <과다 지불한 중대 사례비> 등은 '과연, 세이초구나...'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만큼 탁월하다.


이 밖에도 직장내 따돌림을 다룬 <까마귀>와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는 미국과의 검은 커넥션을 그린 <제국 은행 사건의 수수께끼> 등은 세이초가 일본 사회의 심층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얼마나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하이쿠 여류시인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국화 베개>,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그 남자에 대한 애증이 시벌겋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불의 기억>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은 나이에 이른 백발의 손자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뼈단지 풍경>등은 늦가을 비온 뒤의 산길을 걷는 것처럼 애잔함에 마음 한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로 자타가 공인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해제 역시 볼만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원래 상중하 세권으로 출판된 세이초 컬렉션이 내가 애용하는 국립도서관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상하 두권만 소장되어 있고 가운데 중(中)권이 누락되어 있는 관계로 중권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권으로 편집된 제5장과 6장은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과 '불쾌한 남자들의 초상'이라는 부제아래 각각 4개의 작품이 실려 있어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터라 더더욱 애가 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라딘 중고 서점을 기웃거려 보았건만 새 책이라서 그런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쉬움이라도 달래볼 요량으로 이미 수십 수백 번 읽은 제목만이라도 적어 본다.


중권


제5장 | 쓸쓸한 여인들의 초상
해제 미야베 미유키
멀리서 부르는 소리
권두시를 쓰는 여자
서예 강습
결혼식장의 미소

제6장 | 불쾌한 남자들의 초상
해제 미야베 미유키
공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공백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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