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미츠 - 별들을 이끈 최고의 리더 KODEF 안보총서 54
브레이턴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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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미츠, 그는 누구인가?

 니미츠. 낯선 이름이다. 더글라스 맥아더는 많이 들어봤는데 체스터 니미츠라니. 많은 사람들은 그를 모르고 있다. 기껏해야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해군을 이끌어 태평양전쟁을 승리로 이끈 해군함모총장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극소수다). 니미츠,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체 누구이길래 '별들을 이끈 최고의 리더'라는 평을 받는 것일까? 국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니미츠' 평전인 『니미츠』만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니미츠라 불리는 이 해군제독은 위인이라 할 수 없다. 1885년에 텍사스주의 프레더릭스버그에서 태어난 체스터 윌리엄 니미츠는 어떤 특별한 계기로 해군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저 가문의 전통을 따랐을 뿐. 그리고 그의 삶은 매우 평범했다. 해군사관학교에 다니고, 열심히 공부하며 승진의 길을 걷고, 마침내 해군을 이끄는 총독이 되었다. 어쩌면 그가 잊혀진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니미츠』의 저자 브라이언 해리스는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묘사했을까? 아니, 니미츠는 왜 특별한가?

 

 그것은 바로 니미츠가 젊었을 때 깨달았던 많은 가르침들 때문이었다. 그는 해군사관학교에 다닐지 말지 고민하던 중, 할아버지인 찰스 헨리로부터 이런 격려를 듣는다.

 바다는-삶 자체가 그렇듯이-엄격한 선생님이란다. 바다에서든 삶에서는 잘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운 다음 '최선을 다하고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거'란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리고 훗날, 진주만이 일본의 폭격을 당했을 당시, 니미츠는 자신이 한 짧은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Hoomanawanui(인내하라). (…) 때를 기다리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 그리고 때까 되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마라.

 니미츠는 이러한 지혜를 평생 간직하는 사람이었고, 그 특별함 때문에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삶을 본받기 어렵다면, 적어도 이 노장이 가졌던 지혜와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반대 입장: 니미츠는 전쟁 영웅일 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 입장 역시 존재한다. 이 평전의 대부분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니미츠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니미츠의 삶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비록 해군참모총장이라는 영예로운 지위는 얻었지만, 전쟁에서 활약한 용사일 뿐이지, 현실에서는 늙은 인간이었다. 게다가 니미츠의 결단은 때론 미국을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했다. 일본과의 전쟁 동안, 그의 판단이 항상 옳지는 않았다. 그래서 맥아더에게 명예를 뺏기고,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해군의 활약상은 사실상 무시되었다.

 

 무엇보다 니미츠는 원자력잠수함이라는 위험한 무기를 개발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연구를 통해 미국의 군사 기술은 더욱 진보되었지만, 인류의 불안은 더해졌다. 오히려 이 무기의 개발은 냉전 상태였던 소련의 감정을 악화시켜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쟁 영웅 니미츠는 그것을 서슴치 않고 만들었다. 체스터 니미츠는 미국을 승리로 이끌어 준 고마운 인물이지만, 전쟁 이후에는 아무 필요 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이 반대 의견의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는 별들의 리더였다

 그렇다. 반대 입장의 말대로, 니미츠는 그저 전장에서만 빛났던 거짓 영웅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과 신념만큼은 전쟁이 끝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의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보내고, 자신에게 행복과 삶의 만족감을 준 해군을 사랑했다. 니미츠는 부하들을 믿고 임무와 책임을 맡긴 후 뒤로 물러가 지켜보았지만, 만약 그들이 실수를 할 경우에도 관대하게 포용해주고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자기 편이 아닌 사람도 끌어안아주었다. 이러한 리더십과 현명함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에도, 그는 해군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해군참모총장이 된 니미츠는 육군지상주의자들의 공격으로 해군과 해병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미래의 해군력 활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말함으로써 해군과 해병대를 지켜냈다.

 

 전쟁 영웅은 그저 잘 싸우는 영웅이지만, 니미츠는 그 후에도 현세의 진보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친 인물이었다. 그는 단순히 '자체 유도 핵미사일'을 적재한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한 것뿐만이 아니라, 잠수함의 디젤엔진 도입 및 해상유류공수급, 해군학군단, 원형진, 항공모함의 함대 편입, 실용적인 상륙정의 채택, 혁신적인 장교 훈련 프로그램 등을 추진했다. 이로써 그는 폐지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해군의 기술적·체계적 진보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공 덕에, 그의 딸 케이트 레이는 원자력항공모함에 'USS 니미츠'라는 이름을 붙인다. 해군제독 니미츠로서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또한,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여기저기에서 보수가 두둑한 일자리를 제의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화려한 군 경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것이 니미츠가 맥아더, 킹, 홀랜드 스미스 등 다른 전쟁 영웅들보다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당시 니미츠의 뒤를 따르던 인물들 중에는 앞에서 말했던 맥아더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들이 있었다. 니미츠는 분명 이 별들의 리더였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세상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제 할 일을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것이 브라이언 해리스가 쓴 국내 유일의 니미츠 전기가, 나에게 의미 있는 이유다.

 

  태평양에는 문제가 있네. 우리는 전쟁의 막바지에 와 있어. 우리는 언제 우리가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알고 있네. 그리고 맥아더가 전쟁에서 승리하겠지. 이 전쟁이 끝났을 때, 누구도 해군이 참전했다는 사실을 모르게 될 걸세. 이번 전쟁은 언제나 해군의 전쟁이었지.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을 거야.

 

 

절제의 기도

 

 주여, 당신은 제가 나이를 먹고 있으며 언젠가는 늙게 된다는 사실을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제가 수다스러운 사람이 되지 않게 해주시고, 아무 때나 어떠한 일에든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습관을 갖지 않게 해주소서.

모든 사람의 잘못을 고쳐주고 싶은 갈망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사려 깊지만 침울하지 않게 하시고, 도움을 주지만 거만해지지 않도록 해주소서.

많은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전부 사용할 수 없음은 애석한 일입니다만, 당신은 아십니다. 결국에는 제가 몇 사람의 친구를 원하게 될 것임을.

제가 끊임없는 지엽적인 문제에 연연해하지 않고 바로 핵심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주소서.

제가 느끼는 많은 아픔과 고통을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해주소서.

세월이 흐를수록 고통은 커져만 가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도 점점 더 간절해집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자비를 주소서. 그들의 고통을 참고 들어줄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남이 저에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것처럼 저 또한 남에게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명쾌한 교훈을 가르쳐주소서.

언제나 제가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게 하소서. 저는 결코 성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 어떤 성자들은 주위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삶이 줄 수 있는 모든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소서.

우리 주변에는 즐거운 일들이 많으며 저는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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