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줄리 크로스 지음, 이은선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나에게 특별하다. 왜? 그 까닭은 『템페스트』라는 이름의 책이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이기 때문도 아니고, 이 책이 선사해준 엄청난 재미 때문도 아니다. '엄청난 재미'는 이 책 말고도 같은 출판사의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과 판타지 소설인 『에메랄드 아틀라스』와 같은 책에서도 발견했으니까.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비하면 이 판타지 로맨스는 풋내기에 불과하다(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줄리 크로스의 『템페스트』가 나에게 특별한가? 왜 나는 『에메랄드 아틀라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듯, 이 3부작 소설의 후속작을 기대하는가? 그 까닭은 이 소설이 나에게 보여준 '시간여행'의 신선함 때문이었다. 난 이전까진 시간여행이 반드시 미래 또는 과거로 가서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저자의 상상력은 시간여행을 두 종류로 나누었다. 과거나 미래로 갈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하프 점프(half jump)'와 우리가 시간여행 하면 떠올리는 것인 '풀 점프(full jump)'가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19살 소년과 소녀의 시간여행을 통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상당히 음울하고도 스케일이 크다. 잭슨은 하프 점프만 할 수 있었던 당시 여동생 커트니의 죽음을 바꿀 수 없고, 다시 한 번 그 고통의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2009년이라는 자신의 '현재'에서 2007년에 갇혀버린 설정 또한 애처로웠다. 정말로 '백투더퓨처'를 연상시키게 하는 작품이었다.

 

 한 때 나는 『템페스트』를 이런 공식으로 정의 내렸다.

 

 "<백튜더퓨처> + <사랑의 블랙홀> + 『두도시 이야기』 = 『템페스트』".  (세 작품 모두 책 속에서 언급된 바 있음)

 

 왜 내가 이러한 공식을 마음에 품고 소설을 읽었는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잭슨은 미래보다는 과거로 점프를 하기에 '백투더퓨처'를 연상시키며(과거에 있을 때는 현재로 돌아가기 위해 그 과거에서의 미래로 '돌아가야' 하므로), 하프 점프로는 현재를 바꿀 수 없으니 어떤 하루를 영원히 반복시키는 것이 가능하므로 <사랑의 블랙홀>의 설정과 유사했고, 『두도시 이야기』처럼 거대한 스케일 속에 피어나는 한 소년의 애뜻한 사랑 이야기(스케일에 비해 소소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이 공식이 거의 사라진 듯 했다. 『템페스트』는 이미 나에게 엄청난 충격과 마음 속의 폭풍을 불러일으켰으니까. 작품의 후반부는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이 격렬하고 전개가 빠른데 이것은 일부 판타지 작품이 결말을 질질 끄는 현상을 몇 번 본 나로서는 아주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작품의 결말을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잭슨의 말처럼 '후회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