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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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놀라운 소설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표지만 보고 이 소설이 호러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표지를 자세히 보면, 무표정의 소녀는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실상을 보면 『해리포터』를 잇는 판타지 소설에 속한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주인공 제이콥(나)이 자신에게 옛날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곤 했던 할아버지를 회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린 이 프롤로그에서 '이상한' 사진들을 본다. 투명인간 소년, 공중부양 소녀, 천하장사 소년, 입이 뒤에 달린 소녀의 모습이 흑백사진에 실려 있다. 신예 작가 랜섬 릭스는 그것을 묘사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기묘한 흑백사진을 보여준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작가의 묘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을 사진으로 얼버무린다는지, 독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사진으로 붙잡아버리는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수록된 정지된 흑백사진은 작품의 분위기를 어떤 글이나 컬러사진,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보다도 더 깊은 공포감과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에게 보여준 사진이 아니었으면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개되지 않았으리라.

 

 이 소설의 장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판타지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소년으로 보이고, 어떤 때는 청년으로 보이는 16살 소년 '제이콥'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작품의 주배경은 웨일스의 외딴 섬이다. 그들이 이 낯선(strange) 섬으로 간 까닭은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의문의 공격으로 피범벅이 된 제이콥의 할아버지는 몇 마디 짤막한 유언을 남기고 죽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70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인해 거의 폐허가 되고, 점차 낙후되어 가는 마을이 있었다. 제이콥은 자연관찰 작가인 아버지와 함께 그곳으로 와서, 마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섬의 반대편에 있다는 '페러그린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집 사이에는 커다란 늪이 있었고, 제이콥은 이곳을 건널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했다.

 

 소설은 진행됨에 따라, 점점 판타지적이 되어 간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루프'가 대표적인 예이다. 제이콥의 아버지가 있는 그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루프 속 시간은 (『달과 6펜스』에 나온 표현인) 'everlasting present(영원한 현재)'이다. 그래서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은 늙지 않으며 우연히 그곳에 들어가게 된 제이콥은 시간 걱정 없이 '이상한 아이들'과 어울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무한한 천국도 사실은 매우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제이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상한 아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자신도 할아버지와 같은 능력을 가진 이상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이콥은 이 과정에서 엠마라는 불꽃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는 제이콥의 할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괴물들과의 싸움을 통해 궁극적인 성장에 이르게 된 제이콥의 모습을, 결국 이 루프 속에 머물기로 결심한 제이콥의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된다.

 

 비록 신예 작가의 소설이라서, 약간 미숙한 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2012년에 가장 처음으로 읽은 소설이었고, 그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었기에 그 가치가 있다. 이 소설 속에 담긴 사진들이 조작된 것이 아닌 실제 사진이라는 사실에 놀랍다. 이 미지의 소설은 『에메랄드 아틀라스』와 더불어 반드시 영화가 나오면 볼 소설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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