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기 소설 신간평가단에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는 그 마음을 뒤로 하고 3월부터 9월까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소설 신간평가단은 매달 나오는 신간 소설 2권을 읽고 리뷰를 쓰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매달 초마다 '주목 신간'을 뽑으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았다. 하지만 점차 맛을 들이게 되었고 결국 신간평가단이 끝난 이후에도 매달마다 주목 신간 페이퍼를 쓰며 나 자신의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그 열정도 차츰 식어갔고, 많은 준비와 시간이 요구되어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난 아래 두 글을 끝으로 신간 페이퍼 쓰기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뭔가 이대로 끝내기엔 섭섭하다. 고민 끝에 난 4월부터 12월까지, 각 달마다 나온 책들 중 대표적인 신간 1권을 뽑아, 총 9권의 책을 한해를 돌아볼 겸 이 글에 정리하기로 했다. 이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뽑은 것이기에, 공감은 안 될 것 같다.

 

 4월: 숨쉬러 나가다

 

 아마 '이달의 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을 뽑으라 해도 이 책을 뽑았을 것이다. 『동물농장』을 읽고 권력의 부당함과 속임수에 분노를 느낀 바 있는 나로서는, 『1984』의 통제적 사회와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문구에 전율과 공포를 느낀 나로서는,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통해 작가의 진짜 생각을 본 나로서는, 『숨쉬러 나가다』에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93년』처럼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책이 아니던가. 지금도 이 책이 가져다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난 이 책을 꼽았다.

 

 

 

 

 

 

 

 5월: 스파르타쿠스 전쟁

 

 이소영 작가의 『반역』을 번역하고 정독하면서, 옥타비우스가 스파르타쿠스를 만났듯이, 나도 스파르타쿠스를 알게 되었다. 이후 스파르타쿠스에 관한 책(이상하게 미드는 안 끌렸다)만 보면 읽고 싶어지는 충동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자료도 너무나 부족하고 자료의 신빙성도 부족해서 무엇이 진실인지 몰라, 읽는 것이 꺼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배리 스트라우스의 『스파르타쿠스 전쟁』을 원했다. 이미 그의 글의 신뢰도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참된 역사서였다. 5월은 스파르타쿠스에게 그 영광을 돌리겠다.

 

 

 

 

 

 

 

 6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언젠가 그리스 고전이 우리말로 완역되는 그 날을 간절히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원전번역판의 출간은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해서 지금도 설레인다. 천병희의 원전번역말고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미지의 분야이기에, 더욱. 하지만 빨리 그런 꺼리는 마음이 사라지길. 역사, 특히 거장이 직접 쓴 전쟁사는 너무나 흥미진진하니까.

 

 

 

 

 

 

 

 

 

 7월: 십자군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얼마나 역사를 재미있게 말해주는지. 마치 손자, 손녀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포근하고 가까운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십자군 이야기』도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참 탁월하게 풀어냈다. 역시, 그녀다. 그 탁월한 글솜씨는 변하지 않았다.

 

 

 

 

 

 

 

 

 

 8월: 펭귄 하이웨이

 

 

 8월엔 유독 내 맘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내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일본 소설도 그다지 끌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펭귄 하이웨이』만은 달랐다. 이 소설은 SF에 따뜻한 성장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융합시켜서, 간간히 웃음을 주다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맺게 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내가 일본 소설을 다시 보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차별없이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펭귄 하이웨이』에게 정말 감사해한다.

 

 

 

 

 

 

 

 9월: 삼총사

 

 예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삼총사』 1권을 빌려서 읽으려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지루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삼총사』를 잘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고, 또 번역의 문제였던 것 같다. 이번에 나온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시공사판 『삼총사』는 나를 기대에 싸이게 했다. 직접 구매해서 읽었는데, 역시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먼저 봤는데, 영화가 하찮게 보였다. 도저히 뒤마만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독특한 문체를 따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모험 속에 나도 들어가고 싶었다. 올해 최고의 모험소설이었다.

 

 

 

 

 

 

 

 

 10월: 사기 서, 사기 표

(이 두 권을 한 권으로 여기자) 사마천의 『사기』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간의 당위성과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위대한 고전이다. 그것이 마침내 완역되다니, 『로마제국 쇠망사』의 완역만큼 기뻤다. 하루 빨리 읽어보고 싶다 『사기 서』, 『사기 표』.

 

 

 

 

 

 

 

 

 

 11월: 노라

 

 아마 가장 개인적인 '이달의 책'이 아닐까 싶다. 제임스 조이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에 관심이 없거나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노라』는 그저 수많은 신간의 바다 속의 한 해류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난 제임스 조이를 모르는 것도 아니요, 제임스 조이스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며, 그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 그의 아내인 노라까지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인물의 평전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라니,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12월: 고르기아스

 

 플라톤 전집이 빨리 완간되길 소망하며! 이 대화편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은 항상 우리에게 논제를 던져주면서, 흥미롭다. 한 편의 놀라운 극을 보는 듯 하다. 어쨌든 이제 읽자!

 

 

 

 

 

 

 

 

 

 

 

 

 그리고 끝내기 전에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 책들 중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의 책' 또는 '이달의 책'은 무엇입니까?

 

 

 

 다시 한 번

 Happy New Year 2012!

 

 

 

투표기간 : 2012-01-01~2012-02-01 (현재 투표인원 : 2명)

1.숨쉬러나가다(4월)
150% (3명)

2.스파르타쿠스전쟁(5월)
0% (0명)

3.펠로폰네소스전쟁사(6월)
0% (0명)

4.십자군이야기(7월)
0% (0명)

5.펭귄하이웨이(8월)
0% (0명)

6.삼총사(9월)
0% (0명)

7.사기표,사기서(10월)
0% (0명)

8.노라(11월)
0% (0명)

9.고르기아스(12월)
0%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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